눈사람

최근 편집: 2021년 2월 9일 (화) 12:49
Larodi (토론 | 기여)님의 2021년 2월 9일 (화) 12:49 판 (→‎여론)

눈사람은 눈을 뭉쳐 만든, 사람 모양의 조각이다.

눈사람을 부수는 사람

2021년 1월, '눈사람을 부수는 사람'이라는 주제의 플로우가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엘사 눈사람 사건

이 주제가 화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엘사 눈사람 사건'부터다.

대전시 대전대 부근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사장은 폭설이 내린 2021년 1월 8일에 엘사 눈사람을 만들어 자신의 카페 문 앞에 배치했다. 당시 이 눈사람은 높은 완성도로 화제가 되었고 '대전대 명물'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카페 사장은 자신이 만든 눈사람이 부서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에 그는 CCTV를 확인해 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 남성이 이 눈사람을 부수는 CCTV 영상을 올렸다. CCTV를 보면 한 남성이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며 눈사람 근처로 접근한 뒤 눈사람의 얼굴 부분을 손바닥으로 내리친다. 남성은 눈사람 얼굴이 떨어져 나가자 빠르게 도망간다. 카페 사장은 "표정이 너무 거슬렸나 보다. 뺨을 찰지게 날리시네요"라며, "그만큼 잘 만들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넌 형 얼굴 좀 보자"며 "엘사 없어요. 여러분 날 추운데 헛걸음하지 마세요"라고 썼다.[1]

이적 '눈사람' 게시물 이슈화

가수 이적이 업로드한 글.

가수 이적은 엘사 눈사람이 부서졌다는 글이 올라온 다음날인 1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눈사람'이라는 제목의 짧은 글을 작문해 올렸다.[1] 전문은 아래와 같다.

A씨는 폭설이 내린 다음날 남자친구와 거리를 걷다가 길가에 놓인 아담한 눈사람을 사정없이 걷어차며 크게 웃는 남자친구를 보고, 결별을 결심했다.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진 않았다. 저 귀여운 눈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파괴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고,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모습이 소름끼쳤으며, 뭐 이런 장난가지고 그리 심각한 표정을 짓느냐는 듯 이죽거리는 눈빛이 역겨웠다. 눈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면 동물을 학대할 수 있고, 마침내 폭력은 자신을 향할 거라는 공포도 입에 담지 않았다. 단지 둘의 사이가 더 깊어지기 전에 큰눈이 와주었던 게 어쩌면 다행었단 생각이 들 뿐이었다.

'눈사람을 부수는 남자친구를 보고 이별을 결심한 여자친구의 입장에서 쓴 글'로 알려져 있는 것과는 달리, 해당 글에는 화자가 여성이라는 언급이 전혀 없다. 이와 관련하여 래퍼 최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적의 글을 사진으로 게시하며 글로 다음과 같이 썼다.

이적 님이 쓰신 글을 보고

그에 달린 댓글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사실은 그녀를 위해 눈사람을 치워준 거라 생각하는 사람

-어쩌면 저 여자는 개인사, 가족사로 인해 트라우마가 미리 있지 않았나 짐작하는 사람

-이해가 안 된다며 동물 도살자들을 예로 들어 그럼 이 사람들 다 여성폭력 저지를 수도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

-저 여자는 현명한 게 아니라 남을 쉽게 판단한다고 비판하는 사람

-눈사람은 여자도 부수니 성별 이중잣대라는 사람

-폭력에는 남녀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

- 저런 행동 하나에 이별 결심하는 여자 만나지 말라는 사람

등등등 등등등

나는 댓글을 읽고 이적 님의 글을 다시 한 번 더 읽었다.

A 씨가 여성이라는 부분은 어디에 나와있는가 A 씨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을 뿐이다. A 씨는 자신이 겪게 될지도 모르는 폭력를 두려워하고 있다.

이것은 동성애 지우기 일까 피해자는 여성일 것이라는 비약일까 둘 다 인가 그렇다면 왜 그런 식으로 사고가 흐르게 될까?

사람들은 사실은 알고 있다.

즉 이적의 글에서 '남자친구'를 가진 A씨의 성별을 여성으로 당연히 생각하는 것은 동성애혐오적이고, '마침내 폭력은 자신을 향할 거라고'라는 부분이 말하는 '자신(데이트 폭력의 잠재적 피해자)'가 여성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자체가 이미 사회가 남성이 여성을 향한 폭력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

'눈사람을 부수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데이트 폭력의 징후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어도, 좋은 모습으로 볼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정도의 생각을 견지하고 있다. 눈사람을 부수는 행위를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 중에서도 의견이 다양하게 갈리며, 눈사람을 부수는 행위에 찬성하거나 이 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양한 의견들을 아래에 서술한다.

  • 생물-무생물 논점
    • 눈사람을 부수는 행위가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하 '용인파')
      • 무생물을 부수는 것을 가지고 어떻게 폭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폭력성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모른다는 말은 비약이다.
      • 눈사람에게도 인권이 있는 것인가. 눈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 눈사람을 부수는 행위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하 '반대파')
      • 논점은 생물과 무생물이 아니다. 누군가가 정성들여 만들었다는 것이 논점이다. 다른 사람이 공들여서 만든 결과물을 부순다는 것은 공감능력이 결여되었다는 뜻이다.
      • 논점은 생물과 무생물이 아니다. 부수는 행위가 논점이다. 재미있다고 다짜고짜 물건을 던져 부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폭력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 게임 비유
    • 용인파
      • 게임에서는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리그 오브 레전드 유저들이 폭력적이거나 공감 능력이 결여된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 반대파
      • 게임은 서로 죽일 수 있다는 규칙 아래에서 플레이를 즐기는 것이다. 힐링 게임에서 사람을 죽이고 다닌다면 욕 먹고 영구 정지 당하기 십상이다. 특정 게임을 가지고 와서 비유하는 것은 논점 이탈이다.
      • 눈사람은 부수라고 만든 것이 아니다.
  • 어차피 녹아 사라진다?
    • 용인파
      • 눈사람은 어차피 녹아서 없어지는 것이다. 어차피 사라질 눈사람을 부순다고 해서 기분 나빠하는 것이야말로 이상하다.
      • 눈사람이 그렇게 소중하다면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맞다. 누구라도 부술 수 있고 부서질 위험이 많은 공간에 눈사람을 노출시킨다는 것이야말로 눈사람이 소중하지 않다는 방증 아닌가?
    • 반대파
      • 날씨가 따뜻해지면 사라지는 것이 눈사람의 특성인 것은 모두가 안다. 하지만 눈사람이 부서지는 것을 기대하고 만들지는 않는다.
  • 표현의 자유
    • 용인파
      • 눈사람을 길에다 놓는 것이 자유라면, 눈사람을 부수는 것도 자유다.
    • 반대파
      • 눈사람을 부수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유라면, 눈사람을 부수는 것을 쎄하게 느끼고 이로 인해 이별을 고하는 것도 자유다.
  • 인간성
    • 용인파
      • 눈사람을 부수는 것을 가지고 사람의 인간성을 판단하는 것은 너무 나갔다.
    • 반대파
      • 다른 사람이 만든 눈사람에 목도리를 둘러주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보다 다른 사람이 만든 눈사람을 부수는 사람의 인간성이 더 나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을 깡통이나 눈더미를 차는 것에서보다 눈사람을 부수는 것에서 쾌감을 느낀다는 것은 부수는 사람도 결국 눈사람을 만든 이의 정성과 즐거움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것만으로도 그 사람을 폭력적이라 보기에 충분하다.

유튜버 '오마르의 삶'의 오마르는 눈사람을 다룬 영상에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어하고 타인과 외부 세계에 영향을 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눈사람을 보기보다는 아파트 단지 앞에 세워두고 사진도 찍으며 스스로 행복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다. 눈사람을 박살내는 일은 그래서 그(눈사람을 부순 사람)에게 짜릿한 것이다. 그가 진심으로 즐거워한 것은 다른 사람들의 정성과 즐거움을 파괴함으로써 타인과 외부 세계에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라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출처

  1. 1.0 1.1 류호 기자, 이은기 인턴기자 (2021년 1월 11일). '엘사 눈사람' 부순 남성 논란...이적 "그 폭력 사람에게 향할 것".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