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수액

최근 편집: 2023년 9월 14일 (목) 09:22

경구수액(經口輸液)은 설사탈수 환자에게 수분전해질을 보충하기 위해 먹이는 용액이다. 이 용액을 사용하는 요법을 경구수액요법(Oral rehydration therapy, ORT)이라고 한다. 제3세계에서 수많은 어린이의 생명을 콜레라 등으로부터 지켜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론과 역사

콜레라장염과 같은 설사병에 걸리게 되면, 체내의 나트륨 등의 전해질이 설사라는 형태로 몸 밖으로 빠져나가 탈수증에 걸리게 된다. 특히 영·유아는 성인보다 체표면적이 넓고 수분 대사량도 성인보다 4배나 많아서 탈수증에 훨씬 취약하며, 탈수가 심해지면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탈수로 인해 빠져나간 물과 나트륨을 보충해 주는 수액 요법은 특히 어린이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정맥주사를 통한 수액요법은 비용[1]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제3세계에서 콜레라 같은 전염병이 돌 때는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좀 더 저렴하고 간편한 수액요법이 요구되었다.

1960년콜레라는 장의 점막을 파괴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지고, 이듬해에는 소장에서 탄수화물나트륨이 짝을 이루어 함께 흡수[2]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이 사실들을 근거로 탈수증 환자에게 주사가 아니라 입을 통해 수분과 나트륨을 공급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고, 1968년 동남아시아조약기구 콜레라연구소에서 콜레라 환자들을 통해 진행한 임상시험을 통해 경구수액요법이 정맥을 통해 수액을 주입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이후 1975년 WHO에서는 영·유아부터 성인의 설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경구용 수액제의 조성을 결정하여 전세계에 보급하는 캠페인을 벌였고, 그 결과 19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설사에 의한 사망률이 점차 감소되었다. 덕분에 경구수액요법은 20세기 의학의 중요한 진보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1975년 WHO에서 처음으로 경구수액의 전해질 농도를 결정하여 배포한 이래로, 최적의 경구수액 조성을 찾고자 하는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면 전해질(특히 나트륨)의 농도를 이전에 제시된 WHO의 표준보다 낮추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이 밝혀졌으며, 경우에 따라서 포도당 대신 쌀가루 같은 다른 탄수화물을 사용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되었다. 그 외에도 아연이나 유산균을 첨가하여 설사를 훨씬 빨리 낫게 하는 방안 등이 연구되고 있다.

만드는 법, 먹는 법

경구수액은 의사가 처방전을 써 주면 약국에서 구입[3]할 수 있지만, 설사 등의 증상이 있지만 굳이 병원에 가기 싫거나 혹은 가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집에서 직접 만들 수도 있다. Rehydration Project에서 소개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준비물 :

  • 깨끗한 1리터 가량. 가능하면 끓인 물이 가장 좋다.
  • 소금 반 티스푼 (2.5 g)
  • 설탕 6 티스푼 (30 g)
  • 그 외에 경구수액을 담을 그릇, 소금과 설탕을 떠넣을 티스푼, 떠마실 컵, 손을 씻을 비누 등이 있으면 좋다.

만드는 법 :

  1. 먼저 손을 깨끗하게 씻는다. 가능하면 비누를 사용하여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씻는다.
  2. 깨끗한 1 L에 소금 2.5 g(반 티스푼)과 설탕 30 g(6 티스푼)을 넣고 잘 섞는다.
  3. 만일 물이 뜨거우면, 식을 때까지 기다린다.


만약 베이킹 소다(식소다, 탄산수소나트륨)가 있다면, 소금을 반으로 줄이고(1.75 g) 줄인 소금만큼 베이킹 소다를 넣을 수도 있다. 그리고 설탕은 로 대체해도 무방하다. 다만 설탕이나 꿀을 너무 많이 넣으면, 오히려 설사가 악화될 수 있다. 반대로 설탕이나 소금이 덜 들어가서 묽은 것은 괜찮다. 한 마디로 과유불급.

먹는 법은, 기본적으로는 마시고 싶은 만큼 마시면 된다. 설사나 구토를 하면, 대략 그 양만큼 경구수액을 마시면 된다. 구토 증상이 심하다면, 1~2분 간격으로 한 숟가락씩 조금씩 떠 마시면 된다.

5세 미만 어린이의 경우는 몸무게에 따라서 달라진다. 5세가 넘은 어린이는 처음 1~2시간 동안은 1분에 두어 숟가락씩만 먹게 하고, 그 다음에는 알아서 충분히 마시게끔 하면 된다. 정 모르겠으면 소아과 의사와 상의하도록 하자.

  • 탈수 증상이 없고 설사만 할 때는, 설사할 때마다 몸무게 1 kg당 10 mL씩 계산해서 먹이면 된다. 토할 때도 토한 양만큼 충분히 먹이면 된다.
  • 체액소실량 3~5%의 경증 탈수일 때는 처음 4시간 동안 50 mL/kg을 먹인다.
  • 체액소실량 6~9%으로 조금 심하다 싶으면 처음 4시간 동안 100 mL/kg을 먹인다.

만약 체액소실량 10% 이상으로 탈수 증상이 아주 심하거나, 8시간 이상 오줌이 나오지 않았거나, 의식이 없거나 하는 경우에는 경구수액에 의존하는 대신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여담

경구수액요법은 탈수 증상에만 도움이 될 뿐, 설사의 양이나 설사 기간 등을 줄이지는 못한다.[4] 다만, 구토 증상은 탈수가 호전되면 같이 나아질 수 있다.

설사 때문에 경구수액을 먹는 중이라도, 처음 4~6시간이 지났으면 가급적 굶(기)지 말고 영양 공급을 조금씩 계속 하는 것이 좋다. 그러는 편이 장 세포의 재생이 촉진된다고 한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카리스웨트게토레이 같은 이온음료는 경구수액을 대신할 수 없다. 이런 이온음료는 나트륨 농도는 너무 낮고 반대로 당분은 지나치게 높아서[5] 삼투압이 높다. 그래서 탈수 상태에서 이온음료를 마시면, 높은 삼투압 때문에 오히려 탈수가 촉진될 수 있다. 링티는 전체적으로 묽은 편(표준 제법 대비 나트륨 25%, 당류 50%)이나 일반 이온음료보다는 균형이 맞는 편이다.

출처

  1. 의사간호사 같은 전문의료인력도 필요하고, 주사바늘이나 소독솜 같은 것은 모두 일회용품이다. 또한 정맥주사를 통해 몸 속에 직접 들어가는 수액은 단순한 생리식염수조차 엄격한 기준에 의해 멸균 및 순도가 보증되어야만 하는 전문의약품에 속한다.
  2. 최적의 흡수비율은 포도당나트륨이 2:1일 때이다.
  3. 비보험으로는 1통에 7,500~10,000원 정도 한다.
  4. 설사는 뱃속의 세균이나 독소를 제거하기 위한 인체의 방어 작용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약을 써서까지 설사를 멈출 필요는 없다.
  5.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설탕이나 꿀 등이 지나치게 들어가면 오히려 설사를 악화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