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론

최근 편집: 2022년 12월 24일 (토) 05:18
인쇄용 판은 더 이상 지원되지 않으며 렌더링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브라우저 북마크를 업데이트해 주시고 기본 브라우저 인쇄 기능을 대신 사용해 주십시오.

기계론(영어: Mechanism, 機械論)은 모든 현상을 인과를 수반하는 기계적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고 사조를 총칭하는 용어이다. 기계론은 사물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신이 정해놓은 가능태로 향하는 여정에 있다고 주장하는 목적론에 반대하며, 과학적 방법론의 시초를 연 주장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근대 초기의 기계론자로는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 - 1626),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 - 1650), 바뤄흐 스피노자(Baruch Spinoza, 1632 - 1677), 조지 버클리(George Berkeley, 1685 - 1753)가 있다.

인과(因果)에 기반을 제공하는 요소는 물질이며, 운동은 물질의 자기산출 또는 에너지 전달에 의한 고유의 정형화 된 원리라고 본다는 점에서 결정론(Determinism)과 다르지만, 결정론자들은 기계론에 강력한 영향을 받았다.

중세 기계론

중세 기계론은 주로 아랍 지역의 신플라톤주의자들에 의해 발전하였다. '신플라톤주의 학파'(Neoplatonism)는 플라톤주의를 스토아 학파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학자 집단을 의미하는데, 기독교가 자리 잡은 지역에서는 이들을 '마술사'(Veneficus), '마법사'(Magus), '마녀'(Maga)라고 하면서 배척한 반면[1], 이슬람권에서는 이들의 독자적 연구를 상대적으로 허용하고 있었기에 대부분 아랍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던 것이다. 이 신플라톤주의자들은 과거 신피타고라스 학파의 해부학과 스토아 학파의 일원론적 유물론을 조합하여 인간의 육체는 흙과 금속, 그리고 물과도 같은 원자 집단의 다양한 형태 중 하나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물질은 근본적으로 자기산출을 하며, 어떠한 목적론적 함의를 가지지 않은, 순수물질이자 내재적으로 우주만물의 본질을 일정 공유하는 한 단면이라고 보았다.[2] 이들은 물질이 운동에 따른 에너지 교환을 통하여 원인과 결과를 산출하는 연속체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몇 가지 화학 실험 도구 등이 개발되고 초기 과학적 방법론이 아랍 지역에서 발전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학자로는 사상가인 알파라비(al-Farabi), 광학자인 알하이삼(al-Haytham), 해부학자이자 의학자인 아비센나(Avicenna) 등이 있다.

근대 기계론

본래 유럽 기계론의 선구자는 조르다노 브루노(Giordano Bruno, 1548 - 1600)이나, 그는 기계론에 관한 체계적인 저서를 저술하지 않았다. 학술적 개념에서 영향을 준 인물은 영국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프랜시스 베이컨이다. 그는 아랍의 기계론과 스콜라 학파의 최신 이론을 적절히 발전시켜 『신기관론』(Novum Organum)을 펴냈다. 이 책은 유럽의 근대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최초의 저술이었다.[3] 이후 르네 데카르트는 심신이원론을 전개하여 육체를 포함한 모든 물질은 그것 자체로 존재하는 완전한 물질 즉, 어떠한 가능태, 현실태도 없는 것으로 간주하였으며, 동시에 영혼은 이 육체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존재란 것을 주장하여 더욱 체계적인 기계론을 주장하였다.[4] 이후 르네 데카르트의 학설을 비판적으로 섭취한 바뤼흐 스피노자는 일원론적 유물론을 전개하여 '신즉자연'(Deus sive Natura, 神卽自然)이라는 간단한 말을 통해 기계론을 정당화하였다.

여성과 기계론

기계론은 여성해방에 일정한 영향을 주었다. 자연 상태의 개물(個物)이 그것 자체로 자기산출을 하며, 서로의 필연적 운동 관계에 따라 인(因)과 과(果)를 생성한다는 논리는 목적론의 성차별적 여성관에 치명타를 줬다. 남성을 본질적으로 가능태(dynamis) 측면에서 뛰어난 피조물로 보고, 여성은 그에 반하여 열등한 것으로 보는 목적론에 기반한 여성혐오의 근본 논리를 격파한 것이다.[5]

각주

  1. 이집트 출신의 신플라톤주의 철학가이자 수학자인 히파티아(Hypatia)가 마녀로 몰려서 화형당하여 죽은 것도 이와 연관된다.
  2. 다만 이들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목적론과 같은 신관과 달리, 이들은 범신론적 사고를 갖고 있었다.
  3. 김성환(2003년), 『근대 자연 철학의 모험,Ⅰ :데카르트와 홉스의 운동학적 기계론』(한국철학사상연구회) pp. 2 - 4
  4. 김성환(2003년), 『근대 자연 철학의 모험,Ⅰ :데카르트와 홉스의 운동학적 기계론』(한국철학사상연구회) pp. 5 - 6
  5. 케빈 오도넬(2005년), 이영아 역, 『30분에 읽는 데카르트』(랜덤하우스코리아) pp. 117 - 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