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페미니스트

최근 편집: 2023년 11월 25일 (토) 00:38

이 문서에서 말하는 '남성 페미니스트'란 젠더권력을 가졌으며 동시에 페미니스트인 사람을 이른다. 이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남성이지만, 모든 남성이 포함되거나 남성이 아닌 사람이 모두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성립 자체에 대한 어려움

남성은 절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여러 이유에서 남성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 남성들이 하는 페미니즘 운동의 효과에는 여러 난점이 존재하여 일각에서는 남성 페미니스트를 성립할 수 없는 개념으로 보기도 한다.

남성중심적 문화로 인한 감수성 차이

대다수 남성들이 페미니즘은 그저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후에 생각해볼 선행 내지는 지적 유희 정도로 여기는 태도를 보인다. 여성혐오 논란[1]에 휩싸인 후 내놓은 중식이밴드의 다음 글은 이러한 태도의 전형을 보여준다.

먹고 사는것이 해결되면 곧바로 제가 페미니즘에 관한 노래와 다큐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중식이밴드 정중식씨의 글 중[2]

선한 의도에서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실천하고 있더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평생 살아온 경험이 단기간에 바뀌기는 어렵다. 스스로가 때론 의식적으로, 때론 무의식적으로 누군가에게 가해자였을지 모른다는 점, 어쩌면 지금도 그럴 수 있다는 점, 동시에 자신도 어쩌면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적 사고에 물들어버린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점 등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

남성 페미니스트에 대한 합리적 의심과 불신

평소 페미니스트임을 자처하던 남성들에 대한 성폭력 가해 의혹들이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기에(성폭력 피해 공론화 등 참고), 페미니스트라 주장하는 남성들에 대한 여성들의 의심과 불신에는 상당한 합리성이 있다.

그렇기에 페미니스트임을 주장하는 남성들이 초월적이거나 객관적인 제3자 입장에서 세상을 평론하는 태도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거나, 젠더권력을 누리는 특권층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위해 나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자인 양 자랑스럽고 요란하게 페미니즘을 설파하는 것은 기존의 합리적 의심을 강화할 뿐이다.

"남성 페미니스트는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의 한계

남성 페미니스트가 없다고 믿더라도, 페미니즘이 말하는 세상이 오려면 모든 남성은 반드시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 또한, "남성 페미니스트는 없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한계점을 지닌다. 첫째, 성별이분법을 강화한다. 성별이분법은 가부장제에서 남성 연대를 공고히 하고, 여성을 차별하는 도구로 이용되어 왔다. 둘째, 성별 이분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을 차별한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남성성과 여성성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이 페미니즘에서 소외당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 남성은 "남성 페미니스트는 없다"라는 말에 격분해서는 안 된다. 페미니스트가 되었다고 해서 가진 권력을 내려놓은 것도 아니고, 여성이 자신에게 느끼는 위협이 완전히 해소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감수성 차이와, 여성이 느끼는 합리적인 의심과 불신을 인정해야 한다.

행동 지침 및 의견

MPOV 이 주제에는 상이한 여러 관점이 있으며, 페미위키는 다양한 관점을 동등하게 소개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각 관점이 소개된 순서는 특정 관점의 중요도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반성하는 가해자' 지침

이 같은 난점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을 이해하고, 페미니즘 운동에 기여하고자 한다면, 스스로를 '초월적/객관적 제3자', '특권층임에도 불구하고 약자를 위해 나서는 훌륭한 자(노블레스 오블리주)' 등으로 여기기 보다는, 반성하는 가해자라 여기는 태도로 페미니즘에 접근할 것을 권한다. 다음 네 가지에 모두 동의하는 사람을 편의상 반성하는 가해자라 부르자.

  • 자신은 그동안 살아오는 과정에서 사회의 기울어진 운동장에 편승하여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약자들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젠더권력을 누려왔음을 인정한다.
  •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이익과 무관하게 순수한 마음으로 페미니즘에 기여하길 원한다.
  • 페미니스트임을 자처하는 남성에 대한 여성들의 의심과 불신에는 상당한 합리성이 있음을 인정한다.
  • 신뢰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하는 말과 행동은 그 선의에도 불구하고 그 진정성을 의심받기 쉬우며, 이는 페미니즘에 기여하겠다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아님을 믿는다.

다음 지침은 기꺼이 스스로를 반성하는 가해자라 여기는 이들을 위해 작성되었으며, 모든 남성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 말하기보다 듣기. 남성들의 발언은 이미 과도하게 많은 매체들을 통해 편향되게 잦은 빈도로 인용되고 있다. 이 편향을 가중시키지 말자.
  • 말을 하더라도 장황한 설명, 설득, 과시 대신 간결한 동의와 지지 표명 위주로. 장황한 설명이나 설득을 하려면 되도록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특히 권력 관계에서 자신과 동등하거나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자. 그래야 맨스플레인이 아니다.
  • 상황 판단이 애매한 경우 다음 질문을 던져보자. 내가 하려는 말이나 행동이 실질적 비용(시간, 노력, 재화 등)을 치르되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이익(평판, 명예)을 최대한 피하는 행동인가? 그렇다면 실행, 그렇지 않다면 보류하자. (값비싼 신호 이론 참고)
  • 이 지침은 남성이 당사자가 아님을 가정하지 않는다. 남성은 실질적 또는 잠재적 가해 당사자로서의 당사자성을 갖는다.
  • 이 지침이 표현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제약하더라도 불편할지언정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자가 아니라 반성하는 가해자이다.

참고로, 이 지침은 비단 페미니즘 운동을 지지하는 남성뿐만이 아닌,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지지하는 백인』 등 다른 비슷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고 일반적으로 사료된다. 실제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시위 당시 시위를 지지하는 백인들을 대상으로 비슷한 내용을 담은 글이 여러 SNS에서 공유된 바 있다.

여러 가지 의견

  • 사실 페미니즘에선 남성이 여성을 억압한다는 것은 공통으로 깔고 있다. 단, 그 이유가 제도적인 불평등[주 1]인지 가부장제인지[주 2], 아니면 주류-비주류 차이 때문인지[주 3],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주 4]에 따라 다르다고 여길 뿐이다.
  • 남성 성소수자는 특권을 갖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비성소수자 여성과 마찬가지로 가부장제의 억압을 받고 배척당하는 것은 사실이지만[주 5], 성소수자 내부에선 '남성'으로서 특권을 누린다. 그렇기에 이러한 의견은 잘못된 비교를 했다고 볼 수 있겠다.
  • 위와 같은 시각은 때때로 "젠더보다 계급문제가 중요하다"는 주장들로 이어지는 한계를 갖는다.[주 6] 그렇다면 위와 같은 논지는 굳이 주장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물학적인 성별이 발화의 자격으로 작동해서는 안된다. 페미니즘에서 남성, 특히 이성애자 남성은 영원한 타자일까?
  • '당사자성'은 모든 형태의 당사자 운동에서 중요한 원칙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당사자성'에 입각한 가치판단이 당사자나 진영에 대한 맹목적인 옹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당사자 운동에서 '당사자성'에 대한 맹목적 옹호는 담론의 빈곤을 초래한다. 노동운동의 예를 들면,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양상들을 띠는 노동계급 남성에 대해 "그들을 비난하기보다 그들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게 존재했고,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합리적인 주장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에서 이 논리가 노동운동 내에서의 성폭력 가해에 면죄부를 제공했다.[주 7] 한 편으로 이러한 논리는 노동담론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존재를 희미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 여성 페미니스트들에서 다양한 양상이 나타나는 것처럼, 남성 페미니스트들도 그 존재가 매우 다양하며 지향점 또한 상이하다. 누군가는 가부장적, 남성적 권력의 억압 받는 주체[주 8]로서 페미니즘에 관심을 두었을 수도 있다. 다른 누군가는 여성들의 입장에 공감하고 연대하기 위해 페미니스트가 되었다. 또 개인적 욕심[주 9]에 의해 운동에 투신하는 경우도 있다.[주 10] 가이드라인에서 언급된 '선의를 갖고 있는 남성 페미니스트'는 남성 페미니스트들의 수많은 유형들을 무시하고 있다. 이러한 양상들은 적지 않은 운동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성을 가치판단의 중심에 놓는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운동에 단일한 노선만이 존재한다면, 동일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단체들을 필요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떠한 노선들이나 한계를 갖고 있고, 그 한계에 대한 비판과 토론이 필요할 뿐이다. 특정한 노선과 유형에 대해 발화를 자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또다른 형태의 억압에 불과하다.
  • 그들 스스로 잠재적 가해자임을 인정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이들에게 차별에 대한 보상[주 11]을 요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남성이 여성보다 18%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는 통계가 있는 호주에 위치한 한 카페 Handsome Her는 남성 음료값이 여성보다 18% 비싸다.

관련 용어

  • 자남페 : 자칭 남성 페미니스트의 줄임말. 자기 자신을 남성 페미니스트라고 칭하지만, 행동이 페미니즘적이지 않은 남성들을 가리키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랟펨들이 자신들의 의견과 맞지 않는 페미니스트를 비난할 때, 특히 그가 남성일 때 비난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남성 페미니스트가 성노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자남페 라고 조롱하는 등.

사례

인물 예시

스스로 페미니스트 선언을 한 인물들

페미니즘 옹호 발언을 한 인물들(혹은 남페미라고 대중의 인식을 받는 인물들)

  • 진중권 : “내가 아무리 진보적으로 사유한다 해도 몸 안에 이미 다양한 차별의 코드들이 기입됐”으며, 여기에 개인적인 이유(젊을 적 만난 여자친구 왈, ‘너, 어디가서 페미니스트라고 하지 마’)로 남성 페미니스트 호칭을 쓰지 않는다고 밝힘[3]
  • 손아람: 작가, 세바시 848회 출연

단체 예시

2022년 2월 9일, 종로구 세종문회회관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정치권·언론은 혐오 부치기기를 멈추고, 성평등을 위한 진지한 고민·구체적인 정책을 보여달라. 우리는 서로 헐뜯으며 경쟁하기 보다 여전히 남아있는 성차별을 개선·공존하고 싶다. 혐오·차별 없는 세상이 그토록 이야기하던 청년남성 요구로, 소외된 모두를 위한다." 라고 밝혔다. 이 기자회견과 관련된 내용에 375명이 연대 서명 하였다.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공동대표는 "남자들 사이에서도 개별적으로 비판·저항 흐름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개별적 활동으로는 거대한 이대남 담론을 해체하기는 힘들어보였다. 그래서 남자로서 페미니즘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모아 언론·정치권 눈에 보이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이 활동 목적은 여성들에게 남자는 사실 이러다, 저러다 항변이 아니라, 페미니스트들에게 남자를 일반화 하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였던 남자들에게 보여줄 구체적인 실천이다. 너도 나도 특정한 정치성향 남자들을 이대남으로 표상할때 실제 현실을 살아가는 20대 남자들은 일반화 덫에 빠지게 된다. 나도 안다. 청난 남자들이 다 그러지는 않는다고. 그런데 언론·정치권은 보이는대로만 판단한다." 라고 비판하였다.

고선도씨는 "페미니즘은 여성이 나와 동등한 인간이라고 상기시켰다. 더 나아가 그들은 남자와 동등하고, 단시 중성적인 인간이 아니라, 여성인 인간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들 이야기를 통하여 남자 눈으로만 보아온 반쪽짜리 세상을 보다 온전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성별갈등을 해결하는 일도 결국 페미니즘이다." 라고 밝혔다. [4]

여성들은 남자 페미니스트 행보를 응원하고 있다.

부연 설명

  1. 자유주의 페미니즘
  2. 래디컬 페미니즘
  3. 상호교차성 페미니즘
  4.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
  5. 래디컬 페미니스트라도 남성 성소수자를 포용할 때가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성애자 남성이라는 가부장제의 억압자에 맞써 싸우는 동료이기 때문이다.
  6. 실제로 정의당 문예위 논평 철회 사건에서 논평을 비난하던 측에서 내세운 논리였기도 했다.
  7. 1980년대 운동권 사회와 잇다른 진보 정당 내의 성폭력,민주노총 내부의 성폭력에서 이런 경향이 강했다.
  8. 예로 들자면 누나/여동생/어머니의 차별을 직접 봤거나, 아니면 남성 가정폭력 피해자인 케이스가 바로 이것이다.
  9. 포퓰리즘,선민사상 등 여러가지가 있다.
  10.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의외로 많은 운동에서 이렇게 운동을 시작한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심상정 항목 참조.
  11. 금전적 보상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