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최근 편집: 2023년 1월 6일 (금)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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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지은이 리베카 솔닛
옮긴이 김명남
펴낸 곳 창비
발행일 2015년 5월 15일
ISBN 978-89-36472-63-4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원제: Men Explain Things To Me, 2014)는 리베카 솔닛의 저서로, 대한민국에는 2015년 5월 15일에 발행되었다. ISBN 978-89-36472-63-4.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지는 것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목차

  1.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2. 가장 긴 전쟁
  3. 호화로운 스위트룸에서 충돌한 두 세계 : IMF, 지구적 불공정, 열차에서 만난 낯선 사람에 대한 몇가지 생각
  4. 위협을 칭송하며 : 평등결혼의 진정한 의미
  5. 거미 할머니
  6. 울프의 어둠 : 불가해한 것을 끌어안기
  7. 악질들 사이의 카산드라
  8. 여자들은다겪는다 : 페미니스트들, 이야기를 다시 쓰다
  9. 판도라의 상자와 자원경찰들
  • 옮긴이의 말

인용[1]

  • p. 27

어떤 남자들은 남자들이 자꾸 여자를 가르치려 드는 것은 사실 젠더화된 현상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 대개 여자들은 지적했다. 여자들이 제 입으로 직접 겪는다고 말한 경험을 기각할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고 우긴다는 저에서, 그 남자들이야말로 내가 그들이 종종 그런다고 말한 바로 그 방식으로 여자들을 가르치려 드는 셈이라고.

  • p.50

강간을 비롯한 폭력적인 행동들, 극단적으로는 살인에까지 이르며 폭력을 쓰겠다는 위협까지 포함하는 이 모든 행동은 일부 남자들이 일부 여자들을 통제하려는 시도로 펼치는 방어막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런 폭력이 두려워 스스로를 제약하며, 그러다보면 자신도 익숙해져서 그런 상황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 p.54

공적 영역, 사적 영역, 온라인만 그런 것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 정치체계와 사법체계에도 박혀 있다. 그 체계들은 페미니스트들이 우리를 위해 싸우기 전가지는 대부분의 가정폭력을 인정하지 않았고, 성희롱스토킹도, 데이트 강간도,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도, 부부 강간도 인정하지 않았다. 요즘도 강간에 대해서는 강간범이 아니라 피해자를 단죄하려는 경우가 많다. 마치 완벽한 처녀만이 성폭행을 당할 수 있다는 듯이, 또는 완벽한 처녀의 말만 믿을 수 있다는 듯이.

  • p.56

만연한 강간에 대해서 좀더 말하자면,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 세명 중 한명은 강간을 당하고, 보호거주지에서 벌어지는 강간의 88%는 원주민 정부가 자신을 고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아는 비원주민 남성에 의해 저질러진다. 강간이 욕정의 범죄라는 말은 그만하라. 이런 강간은 계산된 기회주의적 범죄다.

  • p.105

여성을 사라지게 만드는 방법은 또 있다. 이름의 문제를 생각해보라. 어떤 문화에서는 여성이 자기 이름을 간직하지만, 대부분의 다른 문화에서는 여자가 낳은 아이에게 아버지의 이 붙는다. 영어권 나라들에서는 최근까지도 여자가 결혼을 하면 남편의 성 앞에 ‘부인(Mrs.)’을 붙여 불렀다. 여자가 결혼을 하면, 그때부터는 가령 샬럿 브론테이기를 그만두고 아서 니콜스 부인이 되었다. 이름은 여성의 계보를 지우고 여성의 존재마저 지운다.

  • p.154

여자가 무언가 남자를 힐책하는 말을 하면, 특히 그것이 기득권의 핵심에 놓인 남자의 말이라면, 사람들은 그 발언의 진실성을 의심할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그렇게 말할 능력이 있는가, 심지어 권리가 있는가 의심하는 반응을 보인다. 이런 일은 전혀 드물지 않게 벌어진다. 그동안 세대를 막론하고 모든 여자는 자신들이 망상적이고, 헷갈려하고, 타인을 조종하려 들고, 사악하고, 음모론적이고, 선천적으로 부정직하다는 비난을 들어왔다. 가끔은 그 모든 표현들을 동시에. 내가 흥미롭게 느끼는 문제는 왜 사람들이 여성의 말을 일축하려는 충동을 느끼는가, 그리고 그런 비난이 왜 그렇게 자주 여성은 대단히 부조리하거나 히스테릭하다는 비난으로 빠지는가 하는 점이다. 부조리히스테리는 여성이 일상적으로 받는 비난이다.

  • p.182~183

#여자들은다겪는다 (YesAllWomen) 그 문구는 여자들이 직면한 지옥과 공포를 묘사한 말이었으며, 특히 여자들이 억압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남자들이 상투적으로 보이는 반응, 즉 ‘모든 남자가 다 그렇진 않아’라는 반응을 비판하는 말이었다. 일부 남자들은 솔직히 “나는 안 그런데”라고 말하고 싶어서거나 아니면., 현실의 시체나 피해자는 물론이거니와 현실의 범인을 논하는 문제로부터 방관자 남성들의 안락함을 보호하는 문제로 대화의 초점을 돌리기 위해서 그런 반응을 보인다. 한 여성은 격분해서 내게 말했다. “남자들은 대체 뭘 바라는 거예요, 여자를 때리거나 강간하거나 위협하지 않는다고 상으로 과자라도 받고 싶은 거예요?” 여자들은 늘 강간과 살해를 두려워하면서 산다. 때로는 그런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남자들의 안락함을 보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제니 추라는 여성은 트위터에서 이렇게 말했다. “물론 모든 남자가 다 여성 혐오자나 강간범은 아니다. 그러나 요점은 그게 아니다. 요점은 모든 여자는 다 그런 남자를 두려워하며 살아간다는 점이다.”

  • p.185

나는 피해자와 생존자에 대해서 말하려고 할 때마다 폭력을 저지른 자에게도 공감해보라는 주문을 받는 것이 이제 진저리가 난다.

  • p.192

가끔은 ‘강간문화’가 ‘래드(led) 문화’, 즉 일부 젊은 남성들이 몸담은 하위문화로서 여성을 조롱하고 희롱하는 특징이 강한 문화를 묘사하는 표현처럼 쓰이는 경우도 들었다.(1990년대에 영국에서 명명된 ‘래드 문화’는 페미니즘에 의해 남성의 권리가 훼손되고 있다고 여긴 젊은이들이 새롭게 남성성을 강조하며 방종과 성차별을 추구하는 태도를 말한다.) 또 어떤 때는 ‘강간 문화’가 오락에서, 일상의 불평등에서, 법적 허점에서 수시로 여성혐오를 발산하는 주류문화를 고발하는 표현으로도 쓰인다. 이 용어 덕분에 우리는 강간을 이례적인 사건으로 치부하는 가식, 강간을 전체 문화와는 무관하며 심지어 전체 문화의 가치에 거스르는 행위로 치부하는 가식을 버릴 수 있다. 강간이 정말 그런 것이라면, 전체 미국 여성의 5분의 1이(또한 남성 71명 중 한명이) 강간 생존자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강간이 정말 그런 것이라면, 군대가 유행병처럼 만연한 성폭력에 대처하느라 비틀거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강간문화’라는 용어는 우리로 하여금 문제의 근원을 문화 전체에서 찾도록 도와준다.

  • p. 196

가정폭력, 맨스플레인, 강간문화, 성적 권리의식 등은 많은 여성들이 매일 접하는 세상을 재정의하고 그런 세상을 바꿔나갈 방법을 열어주는 언어도구들이다.

  • p. 206

변화에는 시간이 걸린다. 군데군데 이정표가 있기는 하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제 나름의 속도로 걷는데다가 어떤 사람들은 뒤늦게 합류하고, 어떤 사람들은 전진하는 사람들을 멈춰 세우려고 하고, 심지어 소수의 사람들은 역방향으로 행진하거나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한다.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도 때로 역행하고, 실패하고, 계속 나아가고, 다시 시도하고, 길을 잃고, 가끔은 훌쩍 뛰어넘고, 스스로가 찾고 있었다는 것조차 몰랐던 것을 발견하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여러 세대에 걸쳐 모순을 간직하곤 하지 않는가.

  • P.220

지니들은 호리병으로 돌아가지 않을 테고, 동성애자들은 벽장으로 돌아가지 않을테고, 여성들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전쟁이다. 그리고 비록 우리가 조만간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우리가 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전투에서는 이겼고, 어떤 전투는 지금 한창 치르고 있다. 어떤 여성들은 썩 잘해나가고 있고, 어떤 여성들은 괴로워하고 있다. 세상은 흥미진진한 방식으로, 가끔은 상서롭다고 봐도 좋을 만한 방식으로 지금도 변하고 있다.

  • p. 221

여성은 영원한 주제(subject)이다. 이때 주제란 종속, 혹은 예속 심지어는 속국과도 거의 같은 말이다. (‘subject’에는 ‘종속시키다’라는 뜻도 있다.) 그에 비해 남자들이 행복한지 아닌지, 왜 남자들도 결혼에 실패하는지, 심지어 영화배우라도 남자들의 몸이 얼마나 멋지거나 그렇지 않은지 말하는 기사는 상대적으로 적다. 남성은 범죄의 대부분을, 특히 폭력적 범죄의 대부분을 저지르는 성이고 자살도 더 많이 한다. 미국 남성은 대학 입학 비율에서 여성에 뒤처지고 있다. 그러니 남성이야말로 흥미로운 탐구 주제라고 생각할 법도 하디. 나는 미래에는 더 이상 페미니즘이라고 불리지 않을지도 모르는 이 논의가 앞으로 남성에 대한 더 깊은 탐구를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나 지금이나 페미니즘은 인간 세상 전체를 바꾸려는 노력이다. 벌써 많은 남자들이 이 사업에 가담했으나, 이 사업이 어떻게 남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현재의 상태가 어떻게 남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는지에 대해서는 훨씬 더 많은 고민이 가능하다.

  • p. 227

여기 그 길이 있다. 천 마일은 될지도 모르는 기나긴 길이다. 이 길을 가는 여성은 채 1마일도 걷지 못했다. 그녀가 얼마나 더 가야 할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그녀가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되돌아오진 않으리란 것은 안다. 그리고 그녀는 혼자 걷지 않는다. 수많은 남자, 여자들, 그보다 더 흥미로운 다양한 젠더의 사람들이 함께할지 모른다. 여기 판도라가 손에 들었던 상자와 지니가 풀려난 호리병이 있다. 지금 그것들은 감옥과 관으로 보인다. 이 전쟁에서 사람들은 죽을지언정, 생각들은 지워지지 않는다.

출처

  1. 리베카솔닛 (15 May 2015).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양장본 HardCover)》. 창비. ISBN 978-89-364-7263-4.  저작권 관련 문제 없는지 확인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