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터링

최근 편집: 2022년 12월 27일 (화)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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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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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레터링, 타이포그래피의 차이

카운터펀치(책)[1]에서는 쓰여진 글자(written letters), 레터링(lettering), 타이포그래피적인 글자(typographic letters)를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책의 맥락상 본문의 'typography'는 전통적인 활자 인쇄를 뜻하지만 되도록이면 '타이포그래피'로 음역하였다. Lettering은 손글씨, 럽다운 레터 시트로 찍어낸 작품 등을 뜻한다. 역시 '레터링'으로 음역하였다.

오직 세 종류의 글자만이 존재한다. 쓰여진 글자, 레터링된 글자, 타이포그래피적인 글자. 이들 각각은 생산 방법에 의해 정의된다. 쓰여진 글자는 쓰기에 의해, 레터링된 글자는 그리기에 의해, 타이포그래피적인 글자는 다양한 활자 인쇄 방법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 엄격한 구분 너머의 복잡성, 그 중에서도 특히 두 번째 범주의 복잡성에 대해서는 이후에 설명한다.

쓰여진 글자는 오로지 글을 쓰는 과정 그 자체에서만 활용된다. 만들어지는 시점과 사용되는 시점이 같다. 만약에 내가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다음에 사진의 글자 중 몇 개를 오려 붙인다면, 이 과정은 쓰기가 아니라 레터링이 되어 버린다. 오로지 손 또는 그 밖의 신체부위를 활용하여 글자를 만들어낼 때, 특히 각 글자의 대부분이 한 획에 만들어지는 경우만이 쓰기이다. 쓰기에서는 전체 글자 심지어는 전체 단어가 한 획만에 만들어지곤 한다. 쓰기는 팬과 종이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붓이나 돌로 글을 쓰거나, 해변가 모래사장 위에 막대기로 쓸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생일케익에 코 끝으로 글씨를 쓸 수도 있다. 신체를 이용하여 한 획으로 글자를 써내려가는 과정을 쓰기라고 부른다. 단순히 그 과정에서 글자가 활용된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타이포그래피라고 불러서는 안된다.

레터링은 쓰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레터링을 할 때에는 항상 글자를 그린다. 이러한 글자들은 대부분 한 획 이상으로 이루어진다. '그려진 글자'라는 용어는 팬과 종이를 떠올리게 하지만, 레터링의 범위는 단순히 종이에 그려지는 글자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건물의 커다란 네온 글자들도 레터링이고, 비석에 새겨진 글자들 또한 레터링이다. 글자 전체 혹은 대부분을 한 획만으로 새겨넣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만약 글자를 한 번의 움직임만에 새겨넣을 수 있다면, 그 경우엔 이를 '쓰기'로 불러야 할 것이다.

쓰기에는 정정(correction)의 여지가 없다는 점은 레터링과 쓰기의 또다른 큰 차이이다. 레터링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글자를 그려낸 후 재고나 정정의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레터링에 의해 만들어진 글자형(letterforms)이 인쇄된 활자와 대단히 유사해 보인다는 점에서 레터링이 쓰기보다는 타이포그래피에 더 가까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레터링이 쓰기와 타이포그래피의 중간 지점에 있다는 점은 사실이나, 그 이유는 오로지 레터링에서도 타이포그래피에서와 마찬가지로 이후에 글자들을 이리저리 옮길 수 있다는 점에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럽다운 레터(rub-down letters; 종이 등에 찍을 수 있는 글자형)로 만들어낸 결과물은 그게 아무리 타이포그래피적으로 보인다 하더라도 여전히 레터링이다. 헬베티카 모음 럽다운 시트를 써서 'typography'라는 단어를 찍어내는 행위는 타이포그래피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글자가 쓰여진 것도 아니므로 쓰기와도 관련이 없다. 럽다운 방식으로 그려낸 글자들은 아무리 숙련된 사람이 작업했더라도, 또 그 결과물이 얼마나 타이포그래피적으로 보인다 하더라도 간격과 정렬을 손으로 맞춘 것이기 때문에 레터링으로 간주된다.

타이포그래피에서는 단어의 조합은 물론 글자를 만드는 과정까지도 기계에 의해 규제된다. 수작업으로 금속 활자를 제작하는 가장 단순한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다. 활자 자체의 몸체와 공간이 활자 수준에서의 규약을 강제한다. 세팅 스틱(setting-stick)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방식은 단어 뿐 아니라, 행 또는 문서 전체의 칼럼이나 페이지로 확장된다. 이러한 규제 방식에 의해 요소들의 크기나 위치가 정확하게 명시될 수 있다. 이를 명시하는 방법은 특정 기계에 특화된 방식일 수도 있고, 더 일반적인 방식일 수도 있다. '명시'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이 정보는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고 따라서 다른 곳에서 정확하게 반복 실행될 수 있다. 타이포그래피에서는 이 두 가지(크기와 위치의 명시, 정보의 전달과 정확한 반복 수행)가 자연스럽지만 쓰기나 레터링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글자라는 기호를 활용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쓰기, 레터링, 타이포그래피 사이의 공통점은 많지 않다. 세 가지 과정 모두 특정한 시각적 형태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세 과정의 결과물은 모두 인간의 지각 체계가 갖는 제한에 의해 제약된다. 물론 쓰기와 레터링의 경우엔 해당 작업을 하는 사람의 수작업 능력에 의해서도 추가로 제약을 받는다.

이 세가지 범주는 서로 완벽하게 나누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더 많은 경험이 쌓일수록 더 많은 예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책의 다음 장에서 타이포그래피 작업과 나머지 사이의 더 근본적인 차이에 대해서도 다룰 것이다. 따라서 각 범주를 나누는 절대적 정의를 내리는 것은 핵심이 아니다. 다만 여기에서의 정의는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세 가지 매체 모두 각기 다른 상황, 특성, 범위, 제약, 자유도를 갖으며, 고유의 역사가 있다.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신경써야 한다. 난 이 세 매체가 적어도 무지로 인해 혼합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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