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뉴스의 이퀄리즘 팩트체크

최근 편집: 2022년 12월 27일 (화)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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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이퀄리즘 날조 사건은 일군의 사람들이 페미니즘을 비판하기 위한 의도로 젠더 이퀄리즘이라는 가상의 사회 운동 내지 철학 사조를 꾸며내고 나무위키의 여성혐오적 경향성과 매체력을 활용하여 의도적으로 허위 정보를 만들어낸 사건이다. 페미위키의 젠더 이퀄리즘 날조 사건 문서는 이 사건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2017년 4월 18일, 리얼뉴스라는 매체에서 이 사건에 대한 '팩트체크'를 한다며, <페미니스트가 주장한 '이퀄리즘' 날조 사건의 진실>이라는 카드뉴스를 공개했다.[1] 이 기사는 오히려 젠더 이퀄리즘 날조 사건에 서술된 내용은 거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요약

<페미니스트가 주장한 ‘이퀄리즘’ 날조 사건의 진실>은 총 34장의 카드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주장1: 국내 페미니스트들은 “이퀄리즘은 성평등을 반대하는 한국 남자들이 만든 허구의 사상”이라고 주장하지만 외국의 여러 사람들이 이퀄리즘이라는 말을 전부터 쓰고 있었기에 이 주장은 거짓이다.
  • 주장2: 국내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우월주의자이기 때문에 거짓선동을 한 것이다.
  • 주장3: 외국의 여성들은 이퀄리즘, 휴머니즘, 이갈리타리아니즘 편에 섰다. 이중엔 교수와 유명 연예인들도 있다.

하지만 주장1은 전형적인 허수아비 비판의 오류이다. 주장2는 주장1이 오류가 아니라고 가정을 하더라도 논리적으로 주장1과 이어지지 않는 비약이다. 주장3은 안티페미니스트의 존재를 근거로 '이퀄리즘'의 실존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점일탈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분석

주장1. 허수아비 비판의 오류

주장1에서는 국내 페미니스트들은 "이퀄리즘은 성평등을 반대하는 한국 남자들이 만든 허구의 사상"이라고 주장하지만 외국의 여러 사람들이 이퀄리즘이라는 말을 전부터 쓰고 있었기에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무위키의 성 평등주의 날조 사건 문서 도입부를 배경으로 넣으며 나무위키를 페미니즘단체인것처럼 서술하였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허수아비 비판의 오류이다. 상대방의 주장을 왜곡하여 논박하기 쉬운 '허수아비'로 만들고, 이 허수아비를 비판하고나서 자신이 논증에서 이겼다고 선언하는 논리 오류를 말한다. 소위 '정신승리'의 일종이다. 이를 위해 무려 카드뉴스 전체 34장 중 20장을 할애하고 있다.

페미위키의 젠더 이퀄리즘 날조 사건 문서 및 젠더 이퀄리즘 문서는 외국에서도 '이퀄리즘'이라는 단어가 간혹 쓰이고 있었음을 수차례 밝히고 있다. 페미위키에서 서술하는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나무위키의 옛 젠더 이퀄리즘 문서(현 날조사건 문서)는 젠더 이퀄리즘에 대해 A) 1996년 경에 기존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로 대두되어 최근 과학자와 일부 페미니스트들에게 수용되었고, B) 젠더 이갈리타리아니즘과 같은 뜻이며, C) 엠마 왓슨이 2014년 UN 연설에서 여러 차례 말했으며, D) 기존 페미니즘이 여성우월주의적이고 젠더 이분법적 사고 방식에 빠져 젠더퀴어에 관심을 두지 않는 점과 차이가 있으며, E) Equal-equals라는 심벌이 젠더 이퀄리즘을 잘 표현한다며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날조된 것이다.
  • A와 B는 영어 위키백과의 'Egalitarianism' 문서에 잠시 존재했으나 출처가 없다는 이유로 삭제되었던 내용을 무단으로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자세한 내용은 영어 위키백과의 이퀄리즘 소동을 참고하자. C는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기여자가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를 '젠더 이퀄리즘(gender equalism)'으로 착각하여 생긴 해프닝이다. D는 페미니즘의 역사에 무지한 기여자의 근거없는 추측이다. E의 심벌은 성 평등과 페미니즘을 상징하는 심벌로 제안된 창작물을 저작자 표시 없이 무단으로 도용하며 취지에 반하는 용도로 사용한 것이다.

즉, '이퀄리즘'이나 '젠더 이퀄리즘'이라는 말 자체를 한국에서 처음 고안하였으며 그 영향으로 전세계에 퍼졌다는 우스운 주장은 애초에 한 적이 없다.

'이퀄리즘이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세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 의미1: 이퀄리즘이라는 표현 자체를 아무도 사용한 적이 없다는 의미
  • 의미2: 이퀄리즘이라는 표현은 존재했지만, 철학적 사조 또는 저명성 있는 사회 운동이 아니라는 의미
  • 의미3: 이퀄리즘이라는 표현이 존재하고 철학적 사조 또는 저명성 있는 사회 운동이지만, 나무위키에 서술된 의미와는 다르다는 의미

의미1은 아무도 주장한 바가 없으며 리얼뉴스에서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낸 허수아비 주장이다. 의미2는 현재 페미위키의 젠더 이퀄리즘 문서 및 젠더 이퀄리즘 날조 사건 문서가 담고 있는 주장이다. 훗날 언젠가 '이퀄리즘'이 사회 운동 또는 철학적 사조로 저명성을 획득한다면 의미2는 의미3으로 수정되어야 할 것이나 지금은 아니다. 의미3에 따른 주장은 먼 훗날 이퀄리즘이 저명성을 획득한다 하더라도 영원히 수정할 필요가 없다.

주장2. 논리적 비약 및 근거없는 추측

리얼뉴스는 스스로 만든 허수아비를 처치한 후 이 허수아비가 왜 만들어졌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국내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우월주의자이기 때문에 '이퀄리즘'을 수용하지 못해서 거짓 선동을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리얼뉴스는 페미니스트와 '이퀄리스트'의 차이를 대화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 가상의 대화에 등장하는 페미니스트는 역시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과장된 허수아비이며, 페미니스트의 주장을 논파하는 '이퀄리스트'의 발언은 잘못된 주장과 이미 페미니스트들이 오래 전부터 해왔던 당연한 주장들이 얼버무려진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이 대화에서 페미니스트의 첫 발언은 "남성은 태어날 때부터 사회에 모든 혜택을 받는 특권층이기 때문에, 남성은 차별의 대상이 절대 될 수 없어. 그러니 오직 여성의 권리신장만을 위해 우리 모두 투쟁해야해"이다.

"모든 혜택을 받는다", "절대 될 수 없다", "오직 여성", "우리 모두" 등은 논리학에서 전칭 한정(universal quantification)이라 부르는데, 전칭 한정을 담고 있는 주장은 단 하나의 반례만으로도 쉽게 논박된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남성은 사회의 모든 혜택을 받는다"라는 주장은 단 한가지 혜택이라도, 단 한 순간만이라도, 단 한 명의 남성이라도 받지 못한 사례를 제시하면 논박된다. 한 문장에 전칭 한정을 네 번이나 사용하여 누구라도 쉽게 반박할 수 있는 허수아비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저 주장의 올바른 형태는 아마도 이런 문장일 것이다.

정체성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기 때문에 시기와 장소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며, 이에 따라 차별적 억압을 받거나 차별적 특혜를 받는 경우가 존재한다.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남성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특권을 받는 경우가 많고, 여성인 사람은 상대적으로 억압을 받는 경우가 많다. 모든 인간은 동등한 도덕적 존엄성을 지니므로 차별이 사라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당위를 달성하기 위해 장애인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장애인 인권 운동을 하고, 여성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여성 인권 운동을 하며, 유색인종 인권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인종 차별 반대 운동을 한다.

조금 더 부연하자면, 페미니즘은 사회 운동으로 시작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페미니즘 인식론, 상호교차성 이론 다양한 학문적 성과를 이루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성차별 뿐 아니라 여러 차별과 억압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또한 젠더 이론은 기존의 남녀 이분법이 가지는 문제를 지적하며 다양한 성적 지향성과 성적 정체성을 탐구한다.

페미니즘은 이토록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800년대 페미니스트의 주장을 가져와서 이를 과장되고 우스꽝스럽게 왜곡한 후 그게 페미니스트의 주장이라며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지적 게으름이거나 낮은 문해력 탓이거나 악의적인 왜곡이다.

이 주장에 대한 반론이라며 '이퀄리스트'는 "여성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차별을 생각해야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예전부터 여러 페미니즘 갈래에서 주장하던 바이다. 게다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남녀 모두'라는 말 자체가 젠더 이분법에 기반한 차별적 표현이라는 지적이 이미 1900년대 중반에도 있어 왔다. 이들이 말하는 이퀄리즘이 실존한다 하더라도 그게 현대의 페미니즘과 비교하여 얼마나 낡은 사상일지 짐작할만 하다.

주장3. 논점일탈의 오류

우스꽝스러운 가상의 대화가 끝나면 '외국의 여성들은 이퀄리즘, 휴머니즘, 이갈리타리아니즘 편에 섰다. 이중엔 교수와 유명 연예인들도 있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그 사례로 안티 페미니스트인 제니스 피아멩고 교수, 페미니즘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여러 일반인과 연예인을 열거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열거된 이들 중 누구도 '이퀄리즘'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카드뉴스가 주장하는 바는 '안티페미니스트의 존재'가 아니라 '젠더 이퀄리즘의 존재'라는 점을 상기하자.

세상에 안티페미니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며 아무도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이 결론부는 논점일탈의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 비판을 위해 스스로가 만들어낸 허수아비 주장("이퀄리즘은 한국에서 최초로 고안한 용어이다")조차 올바른 근거로 논박하지 못한다.

반응

논리적 오류와 비약, 학술 논문이나 저서가 아닌 블로그나 유튜브 검색 결과에 의존하는 근거의 빈약함, 상대의 주장 및 근거를 꼼꼼하게 살피지 않는 성급한 또는 근거 없는 자신감 등 수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여러 커뮤니티에 전파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출처

  1. 김준 (2017년 4월 18일). “페미니스트가 주장한 이퀄리즘 날조 사건의 진실”. 《리얼뉴스》. 2017년 4월 23일에 원본 문서에서 보존된 문서. 2017년 4월 23일에 확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