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 패러독스

최근 편집: 2021년 2월 16일 (화) 19:20

페미니스트 활동가이자 영화감독, 교육가, 작가, 문화비평가 잭슨 카츠의 저서.

여성 폭력에 대해 그것은 남성의 문제이며, 여성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 남성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함을 역설하였다.


1. '마초 패러독스'의 의미

1. 남자들의 무리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침묵을 지키는 남자들보다 여성폭력에 맞서는 남자들이 훨씬 자신감 있고 확고한 사람임에도 오히려 겁쟁이라고 불리는 현실은 역설(Paradox)임.

2. 성격이 거칠거나 마음대로 안 되면 폭력도 불사하는 남자들은 그 대상이 대개 자신보다 약자이므로 그런 성격은 역설적(Paradox)으로 연약함이나 비겁함을 드러냄.

각 장의 내용 요약

1장. 여성폭력은 결국 남성의 문제다 - 여성폭력을 '여성의 문제'라고 일컫는 것의 문제 [1]

1. 남자들에게 문제를 외면할 구실을 준다

성폭력을 '여성의 문제'라고 할 경우, 폭력의 책임은 남성 가해자에서 여성 피해자 쪽으로 완전히 이동한다. 여성들에게는 스스로의 책임이며 남자들에게 큰 도움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전해진다. 남성들에게는 그 모든 것이 여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니 귀 기울일 필요 없으며, 자신이 가해 당사자가 아닌 한 상관할 필요도 없다는 메시지가 서서히 배어든다. 
(중략) 안타깝게도 그러한 외면 때문에 어떤 확실한 대가를 치르는 남자들은 거의 없다. 자기와 가까운 여자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이 문제에 대해 특별히 뭔가를 하거나, 적어도 관심이라도 가져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나는 착한 남자야 그러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문제는 지금처럼 성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화에서 '착한 남자'로 인정받는 기준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여성들은 자기가 아는 남성이 든든한 동조자였다는 사실을 알면 고마움을 느끼기까지 한다.

2. '여성의 문제'는 남자들에게도 개인적인 문제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여성과 남성은 서로 가족 관계, 정신적인 애착 관계, 육체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니 여성에게 의미 있는 일이 어떻게 남성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여러분 중에 어머니나 딸, 아내, 애인, 친한 여자 친구가 있거나, 아니면 그 외에 특별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여자가 있는 분은 손 한번 들어주시겠습니까?" 그러면 대부분 처음에는 피식 웃거나 웅성대지만, 결국에는 거의 모든 남자가 손을 든다.

3. 가해자들 대부분은 남성이다

남자들은 성폭력의 주된 가해자들일뿐만 아니라, 결백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방관자들이다.
(중략) 설사 여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 남자라 할지라도, 폭력은 남자들의 인생에서 제각기 어느 정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자들을 육체적으로나 성적으로 학대하는 남자들은 (중략) 우리와 함께 사는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4. 남자를 더 많이 참여시키지 못하면 폭력을 대대적으로 줄일 수 없다

남자들은 이미 개인적인 면에서부터 직업적, 정치적인 면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면에서 여성폭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테면 남자들은 과거나 현재에 피해를 당했던 여자들의 가족이고 친구다. 또 폭력적인 남자 청소년이나 성인의 가족이며 친구이기도 하다. 직업적인 맥락에서는 성폭력 예방 교사이자 폭행자를 중재하는 상담가이고, 성범죄를 기소하는 검사이며, 폭행당한 여성을 치료하는 의사이고, 양육권 싸움에서 구타당한 여성을 대변하는 변호사다. 또 가정폭력 사건을 심리하는 판사이고, 성폭행 생존자들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는 치료사이며, 119로 구조 요청을 한 사람에게 달려가는 경찰이다. 정치적인 면에서는 여성 관련 활동에 자금을 지원하는 법을 만드는 정책 입안자이며, 도움이 필요한 곳을 대중에게 알리는 활동가이고, 성폭행·구타·스토킹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는 정치가다. 
(중략) 폭력 희생자들의 처참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더라도 도대체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더 들어야 여성이 당하는 폭력이 여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여자들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막을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을까?
지금껏 모든 형태의 성차별에 맞서 싸워왔으며 이후로도 계속 앞장서서 이끌어나갈 주체는 여성이다. 그러나 성차별 반대 운동이 너무 오랫동안 여성들의 영역으로 규정되어왔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남자에게 동기를 부여하려면 우선은 강간, 성폭행, 성추행, 구타를 남성들의 문제로 이야기해야 한다.
(중략) 빈번한 여성폭력에 이미 무감각해질 정도로 익숙해진 현실에서, 남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참여하지 않는다면 이처럼 높은 폭력 발생 비율은 끝없이 지속될 것이다. 의미 있는 논쟁이라고 해봐야 (중략) 이미 일어난 일을 수습하는 데 불과하다.
  1. 잭슨 카츠. 《마초 패러독스》. 갈마바람. 31-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