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징병제

최근 편집: 2023년 1월 2일 (월) 08:15

여성징병제는 징집의 대상에 여성을 포함하는 제도이다. 여성만 징집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 모두 징병되는 경우를 뜻한다.

대한민국 현황과 여성징병제에 대한 요구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 많은 국가들이 이미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고 있고 대체로 1년 이하의 복무기간을 유지하고 있으며 병사들에게 충분한 휴식과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것에 비해[1] 한국을 비롯한 극소수의 국가에서만 열악한 수준의 징병제가 실시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은 현재 종전이 아닌 휴전국가로서 자주 방위 수호를 위해 대북 방어체계를 확립한다는 이유로 일반 사병을 징병하여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에게도 병역의 의무를 부과해야 하는가”. 《디베이팅데이》. 

징병 대상은 대한민국 남성으로만 한정되어 있으며, 저출생 시대에 접어듦에 따라 군사력 저하 및 남성만 징병 대상으로 삼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에 위배된다는 근거에서 여성 또한 징병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젊은 남성들의 요구가 있다.

세대별 한국 남성의 여성징병제에 대한 입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마경희팀이 2017년에 발간한 보고서에서 '여성징병제에 대한 세대별 남성들의 입장'을 살펴보면 여성징병제의 맥락을 좀 더 다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2]

먼저 군대를 '사람=남성'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로 받아들였던 산업화 시대(1945~1960년 출생) 및 고도성장 시대(1961~1972년 출생)의 남성들은 여성징병제의 논의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성도 징병해달라"는 2017년 국민청원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재미있는 이슈"라고 반응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온 것이다. 면담대상자들은 국방은 1차적으로 '남성의 역할'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여자로 태어났으면 여자들의 일이 있는데' 굳이 '과하게 훈련을 시켜야' 하는지 반문하였다. 오히려 여성징병제 청원자에 대해 '억울하니까 너도 가'라는 행동은 '찌질이'에 비유하였다. 즉, 전통적으로 바람직한 남성상과 여성상[3]을 기준으로 하여 이 논란을 평가하고 있다.

1985년 이후 출생한 디지털 세대의 남성들은 비용 문제 및 여성대상 범죄를 들어 여성징병제에 반대한다. 화장실을 비롯하여 여성이 복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비용을 쓰기보다 여성들에게 국방세를 부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 성희롱 및 성폭력으로 잦은 분란이 생길 소지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있다.

그렇다면 여성징병제에 찬성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여성을 징병할 것을 요구해도 사실은 실제로 여성의 군복무를 의무화하라는 것이기보다는 자신의 자유의지에 반하여 강요된 군복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4]을 요구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마경희팀의 한 남성 연구대상자[5]는 이를 '남자들의 몽니'에 비유하였다. 국가로부터 소외받은 남성들의 자신들의 처우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자 "뜬금 없는 개소리"라고 할지라도 "시끄럽게" 들쑤시는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결국 어떤 세대도 여성의 군복무 의무화를 실질적으로 원하지 않으며, 여성징병제 이슈몰이는 남성들의 군복무에 대한 "예우"를 갖출 것을 요구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일부 남성운동 진영의 요구와 논란

여성징병제의 경우 하단의 항목에서 보아하듯 페미니즘 진영에서도 찬반 견해가 갈리는 편이지만, 여성징병제를 지지하는 페미니즘 진영의 견해는 남성운동 진영의 견해와 결이 조금 다른 편이다. 다음은 일부 남성운동 진영에서 요구하는 여성징병제 주장에 대한 논란이다.

여성징병제를 여성에 대한 공격거리로 쓰는 태도

  • 여성 군복무가 평등의 키워드인가?
  • 정말로 여성이 전우이길 원하는가?

"남성들은 자기와 함께 전방의 참호에 있는 여성이 아닌, 저 후방의 어딘가에 있을 여성들을 위해 싸운다고 생각하고 싶어한다."[6]

"여성들이 못 하는 것을 한다는 것은 남성성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고, 여자와 다를 뿐만 아니라 여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자로서의 정체성은 군대적 남성성에서 핵심을 이룬다"[6]

이외 비판점

  • 여성이 징집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징병제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제기된다.
  • 대다수 국가에서 여성에게는 병역을 부과하지 않는다.
  •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9조 1항의 ‘모든 국민’에 여성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7]

페미니즘과 여성징병

수전 브라운밀러는 저서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8]에서 군대, 경찰 등의 합법적 폭력 조직에서 최소 50퍼센트의 여성들이 자리를 차지해 완전한 성별 통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권인숙의 저서 <대한민국은 군대다>에서는 막상 설문 통계를 보면 여성징병제에 찬성하는 비율이 여성보다 남성이 더 낮다고 하며, 그 원인은 군대가 남성에게 이득이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에 따르면 군 가산점제 논쟁은 핵심을 놓치고 있는데, 여기에는 군사주의적인 한국 문화에서 이른바 "군대 다녀와야 남자가 된다"는 말로 통용되는, 군대가 성인이자 시민으로서의 인증 절차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일종의 맨박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성들은 이런 구조 안에서 2등 시민으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비판적으로 보는 견해

많은 군필자들은 자신들의 빼앗긴 세월을 두고 어딘가에서 보상 받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들은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자신들 주변의 수많은 여성들과 소수의 면제자들을 보면서 박탈감에 시달리게 된다. 여기에 가부장제를 숭배하는 극우~보수 정치권의 솔깃한 이간질이 가세한다.[주 1] "이봐, 군대는 너희들처럼 힘 있는 남자들만 갈 수밖에 없어. 그러니 너희들은 여자들과 면제자들에게 뜯어낼 수 있을 만큼 뜯어내야 해." 하지만 남자들이 빼앗긴 것을 여성과 면제자들이 가져간 것이 절대 아니다.[9]

헌법재판소에서 군복무를 남성에게만 일방적으로 부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은 군복무에 대한 불만을 '군복무가 의무가 아닌 여성'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그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군복무를 한 여성의 존재는 지워지며, 군부 내에서 일어나는 비리와 성폭력 문제 또한 가시화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군복무는 여성혐오의 성향이 강하다.

이외의 페미니즘의 다른 관점들에서도 여성징병에 대해 찬성과 반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여성징병문제는 페미니즘과는 별개로 군 내 성범죄 문제, 사병에 대한 열악한 대우 등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 최근 실시된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서도 여성 구직자의 45%는 취업에 도움이 된다면 입대를 할 것이라고 대답했고 67%는 군필 경험이 회사 생활에서 도움이 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여전히 성범죄와 사병대우 문제의 개선 없이 입대하라는 것은 너도 같이 망해보자는 심보이다.

최근 출생율의 저하로 현역대상자원으로서의 남성의 수가 급감하자 법조계를 중심으로 여성징병에 대한 논의가 과거 어느시기보다 강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관련 기사의 인터넷 댓글들도 여자도 군대 가라는 댓글들이 압도적 찬성을 얻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인구 절벽이 예상되는 10년 뒤에는 본격적인 이슈로 논의 될 수도 있으나 과연 그 기간안에 군 내 성범죄와 사병대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우호적으로 보는 견해

페미니즘을 성평등의 관점에서 보는 사람들은 헌법재판소가 판단한 "남성이 군복무에 더 적합한 신체를 지니고 있다"는 것 자체를 부정한다. 모든 조직이 그러하듯 육체적 능력만을 사용하는 업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투병과가 아닌 행정, 전산병 등의 비전투병과에서 충분히 근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력과 같은 요소에서 남성이 일반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해서 여성이 군복무에 적합하지 않은 신체를 지닌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당 주장은 경찰, 소방관 선발에서도 일관되게 이루어진다. 경찰과 소방업무도 범죄자를 잡으러 다니고 불을 끄러 다니는 업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으로 한정할 경우, 교차 페미니스트들은 일반적으로 모병제를 지지하지만, 장애인 지정남성을 징병하는 것보다는 여성징병이 차라리 낫다는 견해를 펴기도 한다. 왜냐하면 장애인 징병은 국제적으로 그 자체가 학대라는 것이 합의된 사안인데다가, 남성이 아닌데도 남성으로 판명되어 징병되는 사례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국에서는 트랜지션을 국가가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성전환을 하지 못한 트랜스여성이 징병되는 비극적인 상황들도 많이 발생한다.

북유럽 등 일부 페미니스트들의 경우 여성징병제를 되려 적극 지지하고 남성집단들이 반대하기도 한다. 이러한 나라들은 남녀 임금격차가 크지 않고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복지도 튼튼한데다가 군 내 성폭력 문제도 적어 군 내에서 남녀가 같은 숙박시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같이 보기

부연 설명

  1. 사실 남성주의(masuculism)은 여성주의와 대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목표가 동일하다. 단 차별 해소를 위해 해결되어야 될 첫 과제를 다르게 생각할 뿐이다.
  2. 이것은 군복무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인원이 부족하거나 군복무는 예외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출처

  1. 안악희 (2016년 10월 10일). “모병제 논의를 환영한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2. 마경희, 문희영, 조서연, 김리나 (2017), 《지배적 남성성의 균열과 변화하는 남성의 삶: 남성들 내부의 차이를 중심으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무조정실 
  3. 남성은 바깥에서 부녀자를 보호하고 여성은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운다
  4. 인센티브 혹은 적어도 군복무 경험이 존중받는 문화
  5. 88년생, 당시 취업준비생, 미혼
  6. 6.0 6.1 인용 오류: <ref> 태그가 잘못되었습니다; :0라는 이름을 가진 주석에 텍스트가 없습니다
  7. 안악희 (2010년 11월 25일). “남성만 국방의 의무 ‘합헌’”. 《한겨레》. 
  8. Against Our Will: Men, Women and Rape. 《수전 브라운밀러.com》. 2017년 6월 13일에 보존된 문서. 2017년 10월 16일에 확인함. 
  9. 안악희 (2016년 11월 21일). “군대에서 '빼앗긴 세월'은 누가 보상해야 하는가”. 《허핑턴포스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