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이퀄리즘

최근 편집: 2022년 12월 24일 (토) 11:19
남성들이 주장하는 '젠더이퀄리즘'

젠더 이퀄리즘(gender equalism)과 젠더 이퀄리스트는 실제로 존재하는 영어 단어가 아니다.

영미권에서 젠더 평등을 뜻하는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의 잘못된 표기로 간헐적으로 쓰인 적이 있지만 사전에 등재된 단어도 아니고 관련된 철학적 사상이나 주목할만한 사회적 운동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이런 사상이 존재하는 것처럼 잘못 알려지기도 했는데, 이는 젠더 이퀄리즘 날조 사건의 영향이다.

영미권에서의 사용

이퀄리즘은 사전에 등재된 단어가 아니며[주 1], 특히 젠더 이퀄리즘은 학술 논문[1], 일반 저술[2], 인터넷 문서에 사용 사례가 거의 없고, 검색어로도 거의 입력되지 않는 등[3] 사실상 없는 용어이다.

일상에서의 사용

해외에서는 '젠더 평등'을 뜻하는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의 잘못된 표기로 간혹 쓰인다. 하지만 철학적 사조, 학문, 사회 운동이라 부를만한 사례는 찾을 수 없다.

한편, 정치 철학 분야의 용어인 이갈리타리아니즘은 일상에서 '평등주의'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는데, 이 맥락에서 간혹 '이퀄리즘'을 대신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기존에 존재하던 단어에 '-ism' 접미사를 붙여서 '-주의'라는 단어를 만드는 것은 대단히 자연스럽기 때문에 영미권 언어 화자들 사이에서 낮은 빈도로 쓰여왔으나, 그마저도 수가 많지는 않다. 그 이유는 'liberty', 'utility'에 -ism을 붙일 때 'libertism'이나 'utilitism'이라고 하지 않고 'libertarianism'(리버테리아니즘; 자유주의), 'utilitarianism'(유틸리테리아니즘; 공리주의)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미권 화자들에게 "equality"에 -ism을 붙이라고 하면 'equalitarianism'(이퀄리테리아니즘; 평등주의)이라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equalitarianism' 조차도 많이 쓰이지는 않는데 그 이유는 프랑스 혁명기에 널리 쓰이기 시작한 égalitaire(평등주의자; egalitarian)를 그대로 들여온 "egalitarianism"(이갈리타리아니즘; 프랑스 고어인 egalite(평등; equality)에서 유래)이 영미권에도 그대로 수용되었기 때문이다.

단어 사전에 등재되지 않음

젠더 이퀄리즘뿐 아니라 이퀄리즘 자체가 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다음을 참고할 것 이퀄리즘

학술 논문에서 쓰이지 않음

구글 Scholar 검색 결과 4건. 오타가 아닌지 묻고 있음

구글의 논문 검색 기능인 구글 스콜라[4]의 검색 결과에 의하면 'gender equalism'은 고작 4건이 나오며 그나마도 혹시 "gender equality(젠더 평등 또는 젠더 평등성)"을 검색하려고 하는데 오타를 낸 것인지 물어보며,[주 2] '젠더 이퀄리즘'은 학술적으로 안 쓰인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일반 저술에서도 쓰이지 않음

구글 Ngram Viewer 검색 결과 0건

구글의 엔그램 뷰어(Ngram Viewer)[5]는 약 1500년대부터 2008년 사이에 출판된 영어(영국 및 미국),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히브리어, 중국어 문서들에 대한 단어 출현 빈도를 보여준다.[6] 검색 결과에 의하면 'gender equalism'이나 'gender equalist'는 단 한 건도 나오지 않는다[7]. 엔그램 뷰어의 데이터가 OCR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 정도 결과라면 '젠더 이퀄리즘'이라는 용어는 학술 논문은 물론 일반 저작에서도 쓰이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 'feminism'의 경우 1800년대 초반부터 조금씩 쓰이기 시작하다가 1900년대부터 서서히 증가하고 1970년대부터 급격히 올라가는 추세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일상에서도 쓰이지 않음

구글 트랜드 검색 결과

마지막으로, 구글 트랜드(Google Trends)[8]는 사람들이 어떤 단어로 검색을 많이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어떤 용어나 표현이 일상에서 얼마나 빈번하게 쓰이는지 추정해볼 수 있다. 구글 트랜드에 'gender equalism'과 'feminism'을 함께 넣고 검색해보면 'gender equalism'은 월 평균 0건, 'feminism'은 월 평균 43건으로 나온다. 한편, 'gender equalism'만 따로 검색하면 월 평균 0건~10건 사이라고 나타난다[9]. 이러한 차이가 나오는 이유는 구글 트랜드가 보여주는 결과가 표본 추출을 통해 얻어낸 추정치이기 때문인데, 사용빈도가 높은 단어(feminism)와 사용 빈도가 극히 낮은 단어(gender equalism)를 함께 검색할 경우 빈도가 낮은 단어가 표본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구글 트랜드 대신 구글 검색 결과에 나오는 인터넷 문서수를 세어보면 차이가 더 크게 드러난다. 'gender equalism'에 해당하는 문서는 고작 2천 3백 건에 불과하다. 이 정도 검색 결과는 오타 내지 비문을 검색할 때 나오는 수준과 유사하다. 반면 'gender egalitarianism'은 4만 6천 건, 'feminism'은 5천 4백만 건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젠더 이퀄리즘'은 일상에서도 거의 쓰이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요약

이상의 결과를 다시 요약하자면 '젠더 이퀄리즘' 같은 용어는 단어 사전에도 없고, 학술적으로건 일반 저작에서건 일상에서건 거의 쓰이지 않는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다만 기존에 존재하던 단어에 '-ism' 접미사를 붙여서 '-주의'라는 단어를 만드는 것은 대단히 자연스럽기 때문에 영미권 언어 청자라면 대부분 '젠더 이퀄리즘' 또는 '젠더 이퀄리스트' 등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것이라고 봐도 좋다. 물론 청자가 역사, 정치철학 또는 사회 과학 분야에 소양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퀄리즘? 이갈리타리아니즘이 아닌가...'라고 속으로 생각할 수는 있겠다.

젠더 이퀄리즘 날조 사건에 의해 국내에서 잘못 알려진 의미

페미니즘 심벌로 제안된 그림 중 하나. 나무위키에서는 이 심벌을 무단으로 도용한 뒤 '젠더 이퀄리즘을 잘 표현한다'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젠더 이퀄리즘 날조 사건의 영향으로 '젠더 이퀄리즘'이 다음과 같은 사회 운동 내지 철학적 사상인 것으로 잘못 알려진 바 있다. 다음은 나무위키에 존재하던 날조된 문서[10]의 주요 내용이다. 다음을 참고할 것 젠더 이퀄리즘 날조 사건

  1. 1996년 경에 기존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로 대두되어 최근 과학자와 일부 페미니스트들에게 수용되었다
  2. '젠더 이퀄리즘'은 젠더 이갈리타리아니즘과 같은 뜻이다.
  3. 엠마 왓슨이 2014년 UN 연설에서 '젠더 이퀄리즘'을 여러 차례 말하였다.
  4. 기존의 페미니즘은 여성 우월주의이고, 젠더 이분법적 사고 방식에 빠져 있으며 젠더퀴어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5. Equal-equals 심벌은 젠더 이퀄리즘을 잘 표현하는 상징이다.

하지만, 주장1과 2는 영어 위키백과의 'Egalitarianism' 문서에 잠시 존재했으나 출처가 없다는 이유로 삭제되었던 내용을 무단으로 가져온 것이다. 다음을 참고할 것 영어 위키백과의 이퀄리즘 소동

주장3은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기여자가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를 '젠더 이퀄리즘(gender equalism)'으로 착각하여 생긴 해프닝이다.

주장4는 페미니즘의 역사에 무지한 기여자의 근거없는 추측이다.

주장5의 심벌은 성 평등과 페미니즘을 상징하는 심벌로 제안된 창작물을 저작자 표시 없이 무단으로 도용하며 취지에 반하는 용도로 사용한 것이다. 다음을 참고할 것 젠더 이퀄리즘 날조 사건

그래도 뜻 자체는 좋으니 앞으로 쓰면 안되나

서구에서 젠더 이퀄리즘이 널리 쓰인다거나 엠마 왓슨이 썼다거나 하는 주장들이 날조라고 하더라도, 뜻 자체는 좋으니 이제부터 페미니즘의 대안 용어로 써도 되지 않느냐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러한 주장은 페미니즘이 아니라 양성평등이라고 하자는 주장과 비슷한 맥락에서 적절치 않다. 양성평등, 이갈리타리아니즘, 젠더 이퀄리즘 같은 중립적 용어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페미니즘이 아니라 양성평등 문서를 참고하자.

기타 한국 사용 빈도

나무위키에서 2016년 8월에 해당 문서를 만들었으므로 그 전에 해당 용어가 얼마나 쓰이고 있었는지 조사해보았다. 다만 디시인사이드를 포함하여 한국 웹사이트의 문서들은 검색에 문제가 있음을 감안하자. 아마도 robots.txt에서 과도하게 막고 있거나 문서가 기술적으로 적절치 못하게 작성되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아래 결과에는 디시인사이드의 글들이 빠져있다.

구글 검색 결과 10건 미만

구글에서 2006년 1월 1일부터 2015년 12월 31일까지 10년 사이에 수집된 문서 중 한국어 "젠더 이퀄리즘"을 포함하는 문서를 검색해보면[11] 10여 개의 문서가 나온다. 2016년 7월 31일 이전에 만들어진 "젠더 이퀄리즘"을 검색하면 마치 10 페이지 이상의 문서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4페이지에서 끝난다. 게다가 구글이 7월 31일 이전에 만들어진 문서라며 보여주는 문서 중 상당수는 7월 31일 이후에 만들어진 문서들이다(2017년 1월 26일 기준).[12] 구글 검색 사용시 종종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이다.

네이버 검색 결과 4건

한국에서는 구글보다 네이버를 많이 쓸테니 네이버도 확인해보았다.

웹 문서 검색과 블로그 검색에서 각각 2006년 1월 1일부터 2015년 12월 31일 사이에 "젠더 이퀄리즘"이 쓰인 문서를 찾아보았으나 웹 문서 두 건[13], 블로그 두 건[14]이 나올 뿐이다.

요약

날조된 문서의 내용대로 '이퀄리즘'이 1996년에 대두되어 서양의 과학자들과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수용한 사회 운동 내지 철학 사조라면, 아무리 한국 웹 문서들의 검색 커버리지가 낮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얻은 결과에 비해서는 더 많은 문서가 나왔어야 한다.

위와 같은 결과는 문서의 내용이 날조임을 충분히 의심케 한다.

같이 보기

부연 설명

  1. 옥스포드 사전에는 신조어인 YouTuber도 있지만 equalism은 없어서 이를 검색하면 "equal"이 대신 나온다.
  2. 이것은 'gender egalitarianism'은 6만 1천 7백건, 'feminism'은 무려 85만 9천건이 나오는 것과 대비된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