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자유게시판의 토론 주제

"인간은 언제부터 인간의 존엄을 가지게 되나요"에 대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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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hokim의 요약

임신중절권 문서를 읽다가 임신 중절 이슈를 둘러싼 여러가지 논의지점들에 대해 토론 페이지에 글이 올라왔는데 대화를 자유게시판으로 이동해서 아래의 주제를 포함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WhatisI (토론기여)

사용자:Aceticacid님의 글(https://femiwiki.com/w/%EC%A3%BC%EC%A0%9C:Ue3fnz393auyf2tz)에 대한 댓글입니다. 문서에 대한 논의가 아니어서 이쪽으로 가져왔습니다.

일단 논의에 앞서서 "인공 임신 중절의 가능 시기와 배아/태아와 아기의 차이"에 대해서 점검해보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질문하신 글에는 '임신중절', '아기', '모체', '인큐베이터' 등등의 어휘가 등장하는데, 들어주신 예는 이러한 어휘가 구체적으로 가지는 뜻과 잘 안맞는 것 같습니다.

먼저 배아/태아/아기라는 용어에 대하여 생각해보지요.

자연발생적(?)으로 임신에 이르기 위해서는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생긴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시작하면서 '배아'(embryo)라고 불리게 됩니다. 그리고 배아로 불리는 8주가 지나면 태아(fetus)로 불립니다. 그리고 임신이 시작된지 10개월 정도 지나서 출산을 하게 되면 이제는 '아기'라고 불리게 됩니다.

이렇게 다른 용어로 부르는 이유는 세포에 지나지 않은 개체가 어느 순간 반짝하고 인간이 되지 않고 꽤 오랜 시간을 거쳐 변형되기 때문이겠습니다.

그러면 인공 임신 중절의 시기와 인큐베이터에 대해서 얘기해보지요.

한국의 경우, 임신 12주 이내에 94%의 임신 중절이 이루어지고, 미국의 경우 임신 13주(first trimester) 내에 92%의 임신 중절이 이루어진다고 하며 24주 이후에 이루어 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임신중절 문서 및 https://www.ourbodiesourselves.org/health-info/u-s-abortion-rates/ 참조)

만약 어떠한 이유로 이른 출산을 했다면, 아기는 NICU에서 지내게 됩니다. 미국 기준으로, 아기가 임신 22주차에 조산해서 NICU에 들어간다면, 95%는 죽고, 나머지 3%는 두뇌 발달에 큰 문제가 생긴다고 합니다. 23주차에 조산했다면, 살 확률이 26%이고, 나머지 10%는 두뇌 발달에 큰 문제가 생깁니다. 24주차가 되어야 살 확률이 50%가 넘어갑니다. 그리고 25주차는 되어야 두뇌 발달에 큰 문제가 없을 확률이 50% 가까이 됩니다.(https://www.nichd.nih.gov/about/org/der/branches/ppb/programs/epbo/dataShow 참조)

즉, 임신 중절 수술을 하다가 조산으로 변경해서(?) 인큐베이터가 건강한 아기를 만들어주는 시나리오는 현실에 없습니다. 임신 중절 수술을 하는 시기에는 모체 안의 개체는 '배아'인 시점인 경우가 대다수이고, 그렇지 않으면 이제 막 '태아'로서 발달이 시작된 시점이어서, 인큐베이터의 도움을 얻어서도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이 언제부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가지는가?' 보다는 '한 개체에 대하여,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인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가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인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태아'는 인간이 아닐 것 같습니다. 보통 태아를 말할 때, 모체와 연관지어 말하기 때문에, 태아의 권리를 중요시하는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어떤 살아있는 '(모체를 제외한) 인간'을 희생시켜서 태아를 살릴려고 하진 않을 겁니다.

쉽게 생각해보면, 가족이 여행을 하다가 조난 당한 경우를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아내와 남편, 그리고 5살짜리 자녀가 있습니다. 또한 아내는 현재 임신 10주차입니다. 그들 중 한 명만 구해질 수 있다면, 그들은 누구를 구하려고 할까요? 5살짜리 자녀 아닐까요?

더 얘기를 하고 싶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네요.

Aceticacid (토론기여)

지금 기술은 21주차까지 살린적이 있다고 하네요.(최고기록) 그런데 지금이야 말씀하신대로 낙태가 조산이 되려면 낙태수술이 아니라 아이를 사산시켜서 나오는 수준이지만

기술이 발달해서 그기간을 앞당기게 되어서 임신 12주차도 살려낼수 있게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게 될까요?

Aceticacid (토론기여)

원본글은 이것입니다

임신중절에 대한 사유중 하나에 사회경제적인 이유에 의한 임신중절 이라고 한다면

돈이나 사회생활상 애를 못키우니까 임신중절을 한다는 의미일텐데

모체 밖의 아이를 없애면 살인이지만 임신중절이 합법이면 모체 안의 아이는 없애도 괜찮다고 될수 있는데

이는 인간의 존엄성이 모체 밖으로 나와야 생기기때문에 괜찮은 걸까요? 이외에도 사회경제적인 이유말고도 여러 이유로도 임신중절의 이유가 있는데 모체 안에 있으면 없애도 괜찮지만 모체 밖에 있으면 없애는 안된다고 한다면 인간의 존엄성은 장소에 따라 사라질수도 생길수도 있다는 것인가요?

아니면 인간의 나이가 중요한 것일까요?

예를 하나들면

어떤 여자가 낙태를 하러왔는데 의사가 이제 마취를 시키고 낙태를 하려고 합니다. 마취가 끝나고 시술을 막들어가려는 순간 의사의 맘이 바뀌었어요.

시술이 끝난뒤 의사가 여자에게 말합니다.

"당신의 아이는 죽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큐베이터로 옮겼습니다. 조산인 셈이어서 약하기는 하지만 건강한 상태로 인큐베이터에 있습니다. 이대로면 몇달뒤 튼튼하고 건강한 아기기 될것입니다."

이경우면 이제 아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얻어서, 산모가 인큐베이터를 멈추게 된다면 살인이 되는 것일까요? 의사의 변심만 아니었으면 거기서 멈출 태아였으니 죽여도 합법이 될까요? 막판 의사의 변심이 죽을 태아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부여한 것이되어 그 아기를 죽일수 없게 되는건가요? 태아는 인큐베이터로 들어가기 전에는 인간의 존엄성이 없던걸까요?

많이 헷갈립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또다른 생각도 있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태아의 생명권을 비교할수 있잖아요.

태아에게 병이있어 의사가 태아를 치료중인데 막바지에 필요한 약물이 갑자기 들어온 긴급환자에게 필요한데 이 약은 하나밖에 없고 희귀해서 다시 구할려면 시간이 오래걸려 둘다 살릴수는 없다. 그러면 긴급환자는 인간이고 태아는 인간이 아니니까 긴급환자를 살려야 한다

고 하면 산모가 수긍할까요...?

아니면 위기상황에 사람둘 또는 임산부 중 한쪽만 살릴수 있다고 하면 사람둘의 생명권이 사람+태아보다는 크므로 사람둘을 살려야 하는게 옳을까요.

태아의 생명을 끊는 방형에서만 생각해봤는데 반대로 살려야 하는 상황에서 대립은 어떨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Larodi (토론기여)

사람과 태아와 배아의 생명의 가치는 단순히 생명끼리의 비교에서 확정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 중에는 임신중절을 범죄화하면 임신중절이 더 증가한다는 것(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 그들이 불법 임신중절을 하게 되는 것)과, 인간의 존엄성은 생명 그 자체에 있지 않으며 삶의 질에도 상당수 달려 있다는 것, 사회가 태어난 생명들을 모두 보살필 수 없어 경제적인 이유나 기타 이유로 임신중절을 희망하는 사람의 아이에게 사람다운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 피임은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 임신과 출산은 여성 단독의 문제라는 것, 육아조차 여성의 일로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임신중절을 주수에 따라 허용한 국가의 개정 발표문을 참고해보는 것도 좋은 생각일 것 같습니다.

Larodi (토론기여)

또한 강간에 의해 생긴 배아와 기형이 있는 아이의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측면에서는, 임신부에 대한 인도적, 윤리적 이유도 있겠지만 해당 태아가 태어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삶을 태아와 산모 모두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원치 않는 아이, 또는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한 아이의 인간의 존엄성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는 것이죠.

Larodi (토론기여)

또한 존엄사의 측면에서 태아가 살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문제를 볼까요. 현대 의학에서 해당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하더라도 1. 그 가족이 그 기술을 사용할 경제적 시간적 능력이 있는가 2. 목숨을 연명한다 하더라도 환자가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는가 크게 두 가지의 논점이 생깁니다. 태아로 시선을 돌려 보자면, 이미 나온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인큐베이터는 현재 육삭둥이 칠삭둥이 팔삭둥이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지만, 이를 값을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는 부부는 많지 않습니다. 인간은 생명을 부여받는다고 해서 저절로 살아지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경제적인 측면도 크게 고려해야 하는 것이죠. 또한 성공적으로 목숨을 구한다 하더라도 조산 태아는 마치 중증 환자와 같이 누군가의 의료적이고 경제적인 도움을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죠. 임신중단을 희망할 만큼 경제적으로 쪼들리거나 상황이 좋지 않거나 아이를 원치 않던 사람이 몇 개월 동안 그 기기로 태아를 길러 그 이후에는 한 인간을 키워내는 데에 돈을 지불할 수 있을까요? 만에 하나 키워낸다고 해도 행복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합니다. 만일 누군가에게 '누군가는 행복하게 될 수도 있지 않느냐'라는 질문이 들어온다면 아이를 낳다가 죽을 수도 있는 가능성은 작으니 무시하던 분들에게 그 답을 묻고 싶습니다. 제 의문은 이것입니다. 어떤 기술이 태아나 배아를 살려낼 수 있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그 예외사항을 적용시킬 수(그 주수의 태아가 생명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Larodi (토론기여)

언급하신 약물-산모의 수긍 측면에서도 산모의 입장을 묻는 것은 결국 산모가 재생산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산모는 아이를 낳고 싶어하고 본인이 아이를 키울 여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약물에는 정량이 있고 저 상황에서 산모는 이미 약물을 사용하기로 약속한 상황으로 보이기에 해당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할 수가 없겠습니다..

임신부와 두 사람을 보면, 또한 태아가 생명이 아니라는 전제를 둔다고 해도 저는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을 살리는 게 낫다는 생각 자체에 동의하기 어려우며 생명 여럿과 하나 사이의 저울질에 대해서는 마이클 샌델의 하버드 강의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Larodi (토론기여)

또한 언급하신 인큐베이터 '조산이지만 건강한 아이'의 경우에는 주수가 클 경우 이미 임신중절 허용국에서도 조산이라고 부를 만한 주수에서는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만일 적은 주수의 태아도 살릴 수 있다면 그것은 치료기기라기보다는 인공자궁이겠죠. 인공자궁으로 논의가 넘어간다면 논제 자체가 바뀔 것 같고요. 인큐베이터와 인공자궁에서 태어난 아이의 인간 존엄성은 누가 해결해줄지가 남을 것입니다. 법 등의 외부요인이 배아, 태아를 아기로 만들었지만 그 아기는 누가 성인으로 만들어줄 것이냐는 거죠. 산모? 친부? 현 상황에서 법과 사회가 강제하게 된다면 아마 산모일 것입니다.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원론적이고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면 결국 약자에게 그 값이 돌아가게 됩니다. '생명일 될 지도 모르는 세포를 생명을 만들어 살려야 한다'는 우리가 배운 도덕론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다가 실제 그 생명을 책임지고 인간 존엄성을 갖춘 어른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이에 대한 인간 존엄성, 그리고 아이를 원치 않던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의 인간 존엄성, 그 어떤 것도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재생산권을 가진 산모가 임신중절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는 여성이 아이의 임신 출산 육아를 전담해야 하는 사회 현실, 그로 인한 모자의 인간 존엄성에 대한 문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생명'이라는 그 절대적이어 보이는 가치에 얽매여 실제 그 삶을 망치는 일이 없는가? - 즉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생명 말고 필요한 윤리적이거나 사회적이거나 경제적인 무언가들입니다. 이것들을 함께 고려할 때에만 설득력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Larodi (토론기여)

그리고 위에도 언급했지만 12주차를 살릴 기술이라면 인공자궁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살린다'는 표현보다는 '인간으로 만든다'는 표현이 더 적확할 것 같고요. 인공자궁에서 키워낼 수 있다는 가능성만 따지면 대리모로 수정란을 아기로 만들어 낳을 수 있는 것도 수정란이 생명이라는 증거가 되어야 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하나 언급하고 싶은 것은 임신을 두고 '아이가 찾아온다'고 말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우리는 지금껏 배아와 태아가 언제부터 생명인가에 대한 논의를 사회적 차원에서 시작해본 적도 없고 아이가 쉽게 죽어나간 시대에서 후손 번성을 기도하며 생겨난 '생명 신화'를 수정하지 않은 채 이에 길들여져 있다는 것입니다. 저조차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아무리 우리가 생명중심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이미 그게 쉽지 않아서, '사회적으로 체득해버린 생명 신화'가 우리의 마음속에 왠지 모를 불편함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러한 '교육받아버린 불편함' 역시도 고려하면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Aceticacid (토론기여)

이해하기 쉽지는 않네요 24주차 태아 24주차 아기 다른 것같기도 하고 같은것 같기도 하고... 합법인 나라에서 허용하는 임신중절의 가능시기도 의미가

있을거고...
Larodi (토론기여)

대부분른 12주라고 합니다. 24주인 국가도 있는데, 임신중절의 대부분이 12주 이내에 이뤄지기도 하고 늦어질수록 산모 역시 위험해지는 문제, 윤리적 문제가 있어서 12주가 보통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Aceticacid (토론기여)

대부분 12주인 이유는 독립적으로 태이 혼자 살수있는 마지노선에서 꽤 여유를 잡아두고 정한걸수도 있겠네요. 생각해볼게 많을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