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자유게시판의 토론 주제

  • 낙태는 남자가 할 수 없으니 평등이랑 관련이 없다.

"낙태를 한다"라는 말을 무언가 오인하고 계시는듯 합니다. 여성이 낙태를 할 때, 여성 스스로 칼을 들고 배를 갈라서 배아 또는 태아를 죽입니까? 물론, 약물을 사용하여 낙태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낙태법은 '약물을 직접 복용했을 때만' 여성을 처벌하는 법이 아닙니다.

즉, 낙태를 한다는 뜻은 대체로 "임신중절을 원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임신중절 시술을 하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낙태는 여성 혼자서 결정을 내리고 하는 경우(결혼 안한 관계에서 상대에게 알리지 않았거나 남성이 도망간 경우)도 있지만, 기혼 여성들 사이에서 도리어 꽤 많이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배우자와 상의도 없이 낙태하는 경우는 드물겁니다. 그러나 이러한 낙태의 공동정범을 처벌하려면 이러한 상의가 일어났다는 것과 배우자의 결정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증명해야 하는데, 이것은 낙태가 일어났음을 증명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공동정범이나 교사범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낙태한 여성이 배우자를 처벌하려는 의지가 있어야겠죠. 현실적으로 현재의 낙태법은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는데, 모자보건법 14조를 보면, 여성이 낙태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배우자가 반대하면, 여성은 합법적으로 낙태를 할 수 없습니다. 즉, 여성이 낙태를 할 때에는 남성의 동의를 받아야 하도록, 남성에게 그 선택의 권한을 동등하게 인정하지만, 만약 여성이 법적 테두리 외에서 낙태를 할 때에는 남성의 선택에 대한 책임은 동등하게 묻지 않겠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