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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편집: 2021년 11월 14일 (일) 13:05

禁酒法 Prohibition[1]

개요

을 담그거나 마시지 못하게 하려는 국가적인 시도를 일컫는 표현.

설명

술은 어디까지나 기호품으로 결코 생존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였다. 하지만 술은 중독성이 있고 또 취했을 때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술 자체가 생존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었던 바 종종 술을 범국가적인 규모로 규제하려 했던 적도 많았다. 물론 그 대부분은 실패로 끝났다.

그나마 금주법이 성공(?)한 케이스는 이슬람 문화권 국가들인데 이는 교리에서 술을 엄히 금하였고 또 이슬람 종교가 퍼진 국가들이 애초에 술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술을 담그면 먹고사는데 지장이 생기는 탓 도 있었다(돼지고기 역시 같은 맥락에서 금지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이 지역 사람들도 엄연한 인간인지라 그 대신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발달하여 커피 종주국이 되었지만 여하튼 터키 같이 세속적인 국가에서도 술을 구하기 쉽지 않은 형국이다.

하지만 역대 금주 법 관련 사건 중 가장 유명했던 것은 바로 미국에서의 금주법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금주법

배경

19세기부터 미국사회는 사실 좀 딱딱하고 경직된 체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건국 초기야 누구도 주인이랄 사람이 없는 땅이였으니 누가 와서 살든 아무도 상관 없었지만, 19세기쯤 되면서 이제는 자리를 잡은 '현지인'들이 생겨났고 이런 판국에 여전히 이민자들은 꾸준히 들어왔다. 따라서 이제는 '주인'이 된 기존 이주민들에게 있어 새로운 이주민들은 혼란만 불러오는 분탕종자로만 여기게 되었고 이에 사회 또한 '분탕종자들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라는 명목하에 경직되어버렸다.

이런 판국에 특히 사람이 늘어나니 술 관련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고 이에 그간 보수적으로 변한 사람들은 다른 전후관계는 내다버린채 '술이 만악의 근원이다!'라는 심히 셧다운제스러운 발상을 하기에 이르고, 사회적으로 금주를 권장하는 모임이나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되었다.

결국 이러한 사람들의 주장을 무시할 수는 없었던 바 정계에서도 금주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끝내 1920년 수정헌법 18조를 통하여 금주법이 공표되고야 말았다. 반대 목소리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수의 의원들이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하여 찬성을 표명하였으니 의미없는 허공의 외침일 뿐이였다.

...하지만 실제로 꼭 저런 이유로만 금주법이 등장한 것은 아니다. 당시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독일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퍼져 있었다. 이런 판국에 독일계 이민자들이 주로 술집으로 진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놈들 우리나라에서 돈 벌어다 독일에게 보내주는 거 아냐?' 하는 식으로 의심을 하기 시작했고 그게 아니더라도 독일인들은 그냥 괴롭혀주고 싶었기에(...) 이런 법이 완성된 것이다. 코미디같지만 진짜이다. 위의 시민들이 금주를 간절히 원해서 그랬다는 건 정확히는 일부만 그랬다는 것이며 단지 그것을 구실삼아 밀어붙인 것에 불과했다. 정말 미국인들 대다수가 금주를 희망했다면 아래의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전개

금주법의 등장 이후 전국의 모든 술집과 양조장들은 말 그대로 문을 닫아야 했다. 이제 사람들이 술 취해서 깽판칠 일 없으니 매우 밝고 건전한 사회가 완성되었어야 할...텐데... 오히려 금주법은 의도했던 바와는 지구와 아이어 만큼이나 멀리 떨어진 엉뚱한 결과를 낳아버렸다. 바로 사람들이 술을 갈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미국은 국가 자체가 애초에 금주법이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우선 미국은 유럽 이민자들이 다수를 이루는 국가이다. 그리고 이들의 원류인 유럽은 단어 그대로 술을 물처럼 마시던 지역들이였다. 유럽은 수질이 좋지 않아 필연적으로 물을 정제해서 마셔야 했는데, 고대 ~ 중세 시절 기술로는 지금의 정수기술따윈 택도 없었다. 해서 물을 그나마 정수해서 마실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술을 담가 마시는 것이 전부였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단순히 술이 좋아서 퍼마신건 아니고 말 그대로 이거 없으면 마실 물이 없기 때문에 진짜 물처럼 마셔야만 했던 것이다. 즉 술을 마시는 건 다른 지역에서는 기호였을지 모르나 유럽에서는 생명과 직결된 문제였던 것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럽만 전통적으로 저녁도 아니고 아침, 점심 등의 식사에 술을 곁들여 마시는 문화가 발달한 것도 이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은 바로 그런 유럽인들이 모여서 세운 국가였다. 즉 이들도 비록 새로운 땅이지만 조상 대대로 술을 물처럼 먹고 살아왔던 사람들인데, 하루아침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면 과연 얼마나 받아들일까?

더욱이 미국인이 술을 마시는 건 종교적인 이유 또한 반영되어 있다. 특히 포도주가 그러했는데 성경에서 대놓고 예수가 제자들에게 빵과 포도주를 나눠주면서 '이것이 나의 살과 피이니 받아먹거라'라고 했다고 아주 당당히 적혀 있었기 때문. 즉 성만찬이든 성체성사든 뭐든간에 크리스천 계열이라면 필연적으로 술을 입에 안 댈 수가 없었다.[2] 그리고 미국은 바로 그러한 크리스천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국가였다.

결과

결국, 조상 대대로 마시던 술을 하루아침에 못 먹게 된 미국인들은 갖은 편법을 짜내서 기어이 술을 마시고야 말았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매우 넓은 땅이다. 그리고 그런 미국과 아주 넓은 국경에 걸쳐 캐나다멕시코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 국가에서 술은 금지가 아니다. 따라서 미국인들은 캐나다나 멕시코 등으로 건너가 술을 마시기도 했고, 더 대담한 이들은 그런 술들을 몰래 들여와 마시거나 팔기도 했다.

더불어 술이란건 사실 질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면 가정집에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물건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바구니, 욕조 등 동원할 수 있는 세간살이는 다 동원하여 잡에서 술을 담가먹기 시작했다. 어린아이가 집에서 몰래 담그던 술독에 빠져죽었다니 하는 이야기가 이 때 만들어졌다.

그리고 더불어 이상할 정도로 의료용 알코올 소비가 늘어난것도 이 무렵의 일이였다. 그만큼 다쳐서 수술 받을 사람이 많았냐고? 아니다. 바로 그게 술 담그는 재료가 되었다(...). 수술은 수술입니다. 단지 수 술 일뿐.

만든 술을 몰래 소비하는 것도 일이여서 바로 이 시기에 엉덩이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수통인 '힙플라스크'가 개발되었다. 물론 목적은 거기에 술을 담아 몰래 마시기 위한 것. 간지와는 다르게 원래는 이런 더러운 목적을 위해 개발된 사악한 물건이였던 셈이다.

이 정도까지만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였겠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였다. 바로 마피아들이 여기서 돈 냄새를 맡아버린 것이였다. 마피아들은 즉각 행동에 나서 조직적으로 밀수에 나섰으며 일부는 직접 술을 담가 미국 전역에 공급을 주도했다. 당연히 법으로 금지한 물품인 이상 술 값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였고 덕분에 마피아들은 떼돈을 벌었다. 그리고 마피아들은 이렇게 긁어모은 술과 돈을 정치나 경제계 등 각종 사회 고위층에게 투척하여 상당한 연줄을 얻어냈고 이 덕분에 마피아의 권세는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권세로 상승하게 된다. 그 유명한 알 카포네를 정부가 오랜기간 처벌하지 못한 이유도 알 카포네를 어떻게든 잡으면 담당자에게 대고 '댁도 내가 준 술 마셨잖아' or '댁도 내가 준 돈 받았잖아' 한마디만 하면 바로 상황종료 되었기 때문(...).

더군다나 오히려 이로 인해 성황리에 영업하게된 주점(!)도 있는데 그 이유는 해당 주점들은 높으신 분들이 자주 오가는 곳이였기 때문이다. 당장 단속을 때리자니 여기 고객 리스트에 적힌 이름 한페이지만 까발려져도 여럿 모가지 당하는 판국이라 차마 손을 댈 수 없었기에 배짱장사가 가능했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형태가 지속되자 점차 사람들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게 변해버렸다는 점이다. 나라에서 먹지 말라고 법으로 금지한 술을 몰래 입에 댐으로서 '법을 어긴 경험'을 갖게 된 사람들이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듯 점차 다른 법도 무시하게 되었다. 특히 상술한대로 공권력이 마피아에게 꽉 죄어서 더더욱 힘을 쓰지 못하게 되면서 그런 경향은 더욱 심화되었고 점차 미국 사회는 힘이 곧 법이 되는 무질서의 극치로 내몰리기 시작했다. 이 시기를 다룬 작품에서 으레 마피아가 대낮에 대로변에서 기관총을 쏴제끼는 모습이 묘사되는 것도 실제로 그만큼 사회가 막장이였기 때문.

이런 문제와 더불어서 다른 문제도 터졌으니, 바로 이 금주법이 과연 적당한 과정을 거쳐 제대로 만든 법인가 하는 논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상술했듯 금주법은 지극히 일부 계층의 의견을 구실로 삼아 매우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이유로 만든 반 날조성 법안이였고 이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걸 제대로 된 법안이라 보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최후

결국 금주법을 찬성하던 사람들도 금주법 반대파로 돌아섰다. 특히 금주법을 누구보다도 열렬히 지지하던 여성 단체들조차 금주법을 취소하길 요구하는 쪽으로 180도 뒤바뀌었으며, 각종 정치/경제계 사람들도 금주법을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이 금주법을 좋다고 밀어붙인 당사자가 바로 공화당이였다는 점인데, 그들 또한 금주법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했지만 그렇다고 자기들이 좋다고 만든 법을 자기 손으로 끌어내리기도 영 껄끄러웠던 것이다. 무릇 법이라는 것은 국가에서 가장 존엄해야 할 대상인데, 국가가 직접 법을 날림으로 휙 만들고 다시 휙 하고 버리는 모습을 보이면 법이란 아무때나 쉽게 만들고 버릴 수 있는, 존엄성 따위는 제로에 수렴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쉽사리 결단을 내리기도 어려웠던 것이다.

결국 어영부영하는 사이 다음 대선이 다가왔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각각의 후보를 내세웠는데 공화당 후보는 늘 그랬듯 금주법 이야기는 어영부영 넘어갔지만, 민주당 후보였던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제1 공약으로 (상술한 이유로 공화당은 차마 내놓을 수 없었던) '금주법 폐지'라는 초특급 카드를 들고 나왔다.[3] 결국 금주법 폐지 공약 하나 때문에 이런 정치/경제/사회 각계로부터 막강한 푸시를 받은 루즈벨트는 당연히 당선되었고(물론 루즈벨트가 고작 금주법 폐지 공약 하나 때문에 당선되었다는 건 과장 좀 섞은거고 이 외 여려 요소들도 있었다) 이후 (형식적이긴 했지만 하여튼) 오랜 검토 과정을 거쳐서 금주법을 전면폐지하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미국 사회는 이미 불법에 병들대로 병들어 있어서 다시 복구하는데 오랜 세월을 쏟아부어야 했다.

기타

참고로 이 때 개신교의 포도주 소비량도 폭증했다고 한다. 상술했듯 크리스천에서는 포도주를 꼭 먹는다고 했기에 이게 뭐가 특별하냐 싶겠지만, 사실 개신교는 사정이 좀 다르다. 가톨릭 등 구교 계열 크리스천은 상술한 예수가 빵과 포도주를 제자들에게 자신의 살과 피라며 제공한 행동 그 자체에 주목하고 있어 반드시 신도들이 빵과 포도주를 먹게 하고 있지만, 신교 계열 크리스천은 해당 일화에서 빵과 포도주는 단순한 상징에 불과할 뿐이며 뭘 먹든 다같이 만찬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는 해석을 고수하고 있어 꼭 포도주를 먹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가톨릭의 성체성사와 개신교의 성만찬의 차이인 것이다. 아무튼 따라서 개신교는 만찬을 할 때 꼭 포도주를 먹지는 않고 다른 음료나 음식을 먹기도 한다. 다만 금주법이 시행되었을 때는 '이것은 술이 먹고 싶어서 먹는 게 아니라 신성한 의식을 거행하는 것일 뿐임!'이라고 주장하며 씡나게 술을 퍼마신 거다(...).

금주법 내에서 술과 종교 이야기에 대해서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이 시기에 몇몇 성경들은 위의 빵과 포도주 만찬 부분에서 포도주를 건포도로 바꾸었다. 예수께서 사악한 술 따위를 제자들에게 권했을리 없었을 것이라나. 근데 그렇게 되면 예수는 멀쩡한 물을 죄다 건포도로 바꾼게 되는데 이건 또 뭥미?

각주

  1. 원래 Prohibition 은 단순히 '규제' 정도를 뜻하지만, 미국에서는 으레 후술할 금주법 이야기로 쓰인다.
  2. 정작 웃기는 것은 금주법을 강력하게 주장하던 사람들 중에는 크리스천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오히려 술을 먹지 않는 것이 참된 신앙의 길이라고 주장했다고... 하지만 상술했듯 성경에도 대문짝만하게 예수가 제자들에게 술을 자기 피라고 먹였는데 이렇게 되면 예수는 대체 뭐가 되는 건지 의문이다. 뭐긴 뭐야 악마가 되는 거지. 그리고 그런 예수를 만든 신은 대마왕인거고. 좋은 팀킬이다.
  3. 이게 어느 정도로 중요한 일이였냐 하면, 참고로 원래 경제계 사람들은 진보 계열 인사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진보 진영은 대체로 돈 많은 경제계 사람들에게 있어 불리한 쪽(소득에 비례하여 세금을 더 물린다거나 등)으로 나라를 굴리기 때문. 때문에 경제계 사람들은 대체로 그런 일이 없는 친 보수 성향이 강한데, 이번 대선에서만큼은 경제계 인사들도 민주당, 즉 진보 계열 후보인 루즈벨트를 지지할 것을 천명하였기 때문이다. 성향이 180도 다른 극과 극의 원쑤들마저 한편으로 만들 정도로 금주법의 폐해는 심각했던 것이다. 참고로 경제인들이 금주법을 싫어한 이유 역시 법안이 너무 날림이라 후일 자신들에게 불리한 법안도 이렇게 날림으로 만들어질 것을 우려한 것과, 사회가 혼란하여 장사가 잘 안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