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동거남 살해 사건

최근 편집: 2022년 12월 24일 (토) 09:38

가정폭력 동거남 살해 사건은 1996년 5월 발생한 대한민국의 사건이다. 가정폭력을 상습적으로 심하게 저지르던 동거남을, 피해자의 고령의 모친이 살해한 사건이다. 해당 사건에서 대한민국 경찰이 수차례 신고가 들어온 동거남을 단순 훈방으로 처리하여 사건을 방조하였으며, 동거남이 가족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심한 가정폭력을 일삼아 왔다는 점에서 가정폭력에 대한 당시 한국 사회의 인식 문제가 드러났던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이 석방, 구명운동을 주도하였으며 광범위한 서명운동이 전개되었고 수많은 시민들 역시 고령의 모친에 대한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였다. 또한 이 사건은 가정폭력 범죄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이 제정되고 한국 사회에서 가정폭력이 심각한 문제임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사건 내용

1996년 5월, 장모(이00씨)가 자신의 딸을 지속적으로 괴롭혀 온 동거남 사위를 우발적으로 살해했다. 이 할머니의 딸 00씨는 4년 동안 동거남으로부터 온갖 폭력, 폭언에 시달렸다. 죽은 정씨는 00씨의 허벅지를 칼로 찌르기도 하고 목을 조르는 등 인간으로서는 견딜 수 없는 폭력을 휘둘렀다. 그는 사건 발생 전 15일간 매일 폭력을 휘두르며 00씨와 이 할머니를 괴롭혔다. 사건 당일엔 술을 마시며 00씨의 외삼촌을 칼로 위협하고 장모인 이00씨에게 “딸 팔아 얼마나 잘 사냐”며 00씨의 딸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 이에 격분한 이00씨가 우발적으로 사위를 살해하게 되었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 이미 동네 주민이 관할 파출소에 여러 차례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오지도 않을 뿐 더러, 출동해서 정씨를 연행해 간다고 해도 금방 석방시키고, 사후 대책을 전혀 세워주지 않아 오히려 정씨가 앙심을 품고 더 심하게 폭력을 휘두르는 결과를 가져왔다.

경과 및 인권운동 과정

처음에는 딸이 죄를 자청해 구속되었다. 사건 후 이를 괴로워하던 이00씨는 한국여성의전화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요청했다. 자신이 사위를 살해했는데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며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00씨를 면접하여 사실을 확인한 후 변호사와 협의하고 대책 활동에 들어갔다. 이런 노력으로 딸이 풀려나고 이00씨가 상해치사 혐의로 대신 구속 수감되었다.

5월‘가정의 달’에 이 할머니가 구속되자 각 언론사는 이를 대서특필했다. 모든 일간지가 ‘살인범 자청한 70대 모정’등의 제목으로 연일 이 할머니 사건을 다루었고, 구명운동과 함께 관련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특집 기사들도 실었으며, 각 방송사마다 최고의 이슈로 다루어 전국은 이00씨 사건으로 들끓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00씨 석방운동과 함께 이미 진행시키고 있던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홍보해나가면서 해당경찰서 앞에서 이00씨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고 가정폭력 피해신고를 외면한 경찰의 직무 유기에 항의하는 집회를 가졌다.

정씨 가족들이 그동안 구타 사건을 여러 차례 경찰서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한번도 출동한 일이 없었다. 집회 후 해당경찰서장을 면담하고, 가정폭력 사건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이후 이00씨 석방을 위한 긴급 공청회를 개최,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의 대응에 대해 집중 토론했다. 이 날 긴급 공청회에서는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의 대응과정과 처리과정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동안 발생했던 가정폭력 사건들을 분석하여 경찰의 적극적 개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한 법정에서 동거남의 아들(당시 20세) 역시 자신을 친어머니 이상으로 이00씨의 딸이 돌봐주고 아껴주었다고 진술하였고 이00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탄원하였다.

수많은 여성단체들의 구명운동과 사회여론에 힘입어 이00씨는 7월 5일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이00씨는 이후로도 폭력의 후유증을 겪었으며,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이00씨의 딸 역시 폭력의 후유증을 겪고 있으며 어머니를 범죄자로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사건의 의의

이 사건은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기폭제가 되었다. 사건을 통해 가정폭력의 범죄적 성격을 분명히 알려내고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전 사회적으로 알려낸 한국여성의전화 활동이 어느 때보다도 돋보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똑같은 성격의 가정폭력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아버지를 죽은 조씨 사건은 ‘패륜아’로 매도된 반면, 사위를 살해한 사건은 ‘모정’으로 미화되었다. 우리 사회의 가족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가정폭력에 선택적으로 적용되는지를 잘 보여준 사건이었다. 가정폭력 가해자를 살해한 피해여성들과 피해가족들에 대한 구명운동은 여성들의 연대로 사법계의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기존의 형사법적 관행을 넘어 선 판결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미디어에서의 재현

이 사건은 2003년 법정재현 드라마인 실화극장 죄와 벌에서 "엇갈린 모녀의 운명"이라는 에피소드로 재현되었다.


출처

“1996 딸을 구타하는 사위를 살해한 이00씨 구명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