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신호 이론

최근 편집: 2022년 12월 24일 (토) 04:57

값비싼 신호 이론(costly signaling theory)이란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두 행위자 사이에서 한 주체가 보내는 신호를 다른 주체가 신뢰할 이유가 없는 상황을 가정할 때, 신호의 진실성은 신호 자체에 담긴 비용에 비례한다는 이론이다.

예시

부의 과시

부자인 사람이 난생 처음보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부자임을 보이고자 하는 상황에서 부자가 취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 생각해보자.

첫째, '나는 돈이 많다'라고 말로 주장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신호는 부자가 아닌 사람도 얼마든지 발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실성이 매우 낮다. 즉, 돈이 한 푼도 없는 사람도 말로 "나는 부자다"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 방법은 실제로 돈이 많아야만 발신할 수 있는 종류의 신호를 내보내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비싼 옷을 입고, 비싼 차를 타고, 비싼 음식을 먹으며 돈을 펑펑 쓰는 행위는 실제로 돈이 많지 않은 행위자는 취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이같은 행동을 상당히 장기간 행한다면 이 사람에겐 실제로 돈이 많다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

톨스타인 베블런의 현시적 소비는 사실 값비싼 신호의 일종이다.

남성 페미니스트가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주장하기 위한 전략

양성이 모두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행위자임을 가정하자. 여성혐오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어떤 남성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지칭할 때 이 신호(주장)의 진실성에 대해 여성들이 의심을 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이 경우 남성이 주장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취할 전략에 대해 생각해보자.

첫 번째 방법은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말 또는 글로 천명하는 것이다. 이 신호의 비용은 얼마인가? 한국 사회에서 남성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밝힐 경우 얼마나 큰 불이익을 받을 것인지를 따지는 것은 애매하다. 어쩌면 경우에 따라 불이익이 아니라 이익을 취할 수도 있다. 2016년 성폭력 피해 공론화 운동을 통해 드러난 다양한 사례를 볼 때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칭해온 남성들 중 상당수가 비용이 아닌 이득을 취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남성이 치루는 비용은 상당히 낮거나 오히려 비용이 아닌 이득일 가능성이 높으며 실제로 페미니스트이건 아니건 상관 없이 누구라도 이러한 신호를 발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값비싼 신호 이론'에 의하면 이 신호의 신뢰성은 매우 낮다.

두번째 방법은 남성 스스로 신호의 비용을 높이는 것이다. 말 뿐인 주장이 아니라 실제 비용을 치루는 행위를 얼마나 하느냐를 따질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비용이란 시간 투자, 인지적 주의집중, 금전적 투자 등 해당 행위 주체가 실제 페미니스트가 아닌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다양한 형태의 비용을 지출하는 모든 방식을 말한다.

(값비싼 신호 이론과 무관하게 위 맥락에서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신호의 진실성을 판단하는 주체는 발신자인 남성이 아니라 수신자인 여성이라는 점이다. 즉, 어떠한 남성이 '내가 이렇게 노력을 하고 많은 비용을 치뤘으니 나를 페미니스트로 인정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비합리적일 뿐 아니라 아둔한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