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은 모든 남성이 모든 여성을 공포 상태로 몰아 넣는 의식적 과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강간이란 상대방의 동의없이 삽입 성교 또는 다른 형태의 성적 삽입을 포함하는 성폭력의 일종으로 성폭행으로 일컬어지기도 하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원하지 않는 임신 등 피해자에게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부분의 문명화된 국가에서 강간은 범죄이며 특히 강력 범죄로 분류된다. 강간을 방조하고 조장하며 재생산하는 강간 문화는 여성에게 원치 않는 임신을 시키고, 역강간의 경우에는 남성에게 성병과 죄책감을 준다.
강간의 '기준'
강간의 기준은 가해자의 입장에서 보는 비강제성 혹은 암묵적 동의의 여부가 아니다. '분위기'를 탔더라도, 피해자가 '거부의 제스쳐'를 취하지 않았더라도, 언어적·명시적 동의 여부를 받았느냐의 여부가 강간의 여부를 갈라야 한다. 당연하게도 이 동의는 영구적인 것이 아니므로, '모텔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옷을 벗고 콘돔을 꼈'더라도 상대가 거부의 의사를 표하면 그 즉시 성관계는 중단되어야 한다.
강간죄
일반적으로 말하는 '강간'과 법에서 말하는 '강간죄'는 조금 다르다. 법조문은 해석의 중의성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될 수 있는 한 어휘의 의미를 좁혀 사용하기 때문이다.
좁은 의미의 강간죄란 대한민국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를 말한다. 형법 제297조 강간죄는 1953년 초대 형법 제정 당시부터 똑같은 문구로 정의되어 있는 오래된 구성요건으로, 그 성립에 폭행 또는 협박의 존재를 요구한다. 여기서 말하는 폭행 또는 협박이란 강도의 폭행·협박과 같은 것을 말하므로, 폭행·협박이 아니라 어떠한 거부할 수 없는 간접적인 위력을 사용한 강간은 강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성이 말로는 "싫어" "안돼"라고 말했더라도 여성의 적극적인 물리적 저항(과 그로 인한 남성 몸의 상흔)이 없었다면 법적으로 강간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이는 성인지감수성이 떨어지는 법으로 일반인의 상식과는 뭔가 동떨어져 있다.
시간이 흐르고 성범죄의 양상이 형법에 기재된 것만으로는 다스릴 수 없을 정도로 다변화되자 대한민국 법률은 이에 성폭력처벌법, 아청법 등의 특별법을 제정하여 대응하고 있다. 이는 입법을 순탄히 하기에는 괜찮았겠으나, 법이 파편화되어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297조는 그대로 두어 강간죄 인정의 최협의설을 지탱하는 것이 올바른지에 대해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강간 및 관련 죄가 성립할 상황을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수단 | 신분 | 삽입성교 | 강제추행 |
---|---|---|---|
폭행·협박 | 기본 | 형법제297조 강간죄 | 형법제298조 강제추행죄 |
미성년자 | 아청법제7조 성폭력처벌법제7조 |
아청법제7조 성폭력처벌법제7조 | |
심신미약자 | 성폭력처벌법제7조 | 성폭력처벌법제7조 | |
장애인 | 성폭력처벌법제6조 | 성폭력처벌법제6조 | |
(업무상)위력 | 기본 | 형법제303조 피보호/감독자간음죄 | 성폭력처벌법제10조 피보호/감독자추행죄 |
미성년자 | 형법제302조 미성년자간음죄 | 형법제302조 미성년자추행죄 | |
심신미약자 | (기본법 적용) | ||
장애인 | 성폭력처벌법제6조 | 성폭력처벌법제6조 | |
위계(속임) | 기본 | (불벌)[주 1] | |
미성년자 | 형법제302조 미성년자간음죄 | 형법제302조 미성년자추행죄 | |
심신미약자 | (불벌) | ||
장애인 | 성폭력처벌법제6조 | 성폭력처벌법제6조 | |
심신상실·항거불능 | 기본 | 형법제299조 준강간죄 | 형법제299조 준강제추행죄 |
미성년자 | 아청법제7조 | 아청법제7조 | |
화간 | 미성년자 | 형법제305조 의제강간 | 형법제305조 의제강제추행 |
강간의 재정의
강간죄의 핵심적인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규정하는지(consent-based definition), '강제력, 폭력' 여부로 규정하는지(force, coercion-based definition)에 따라 강간죄의 기본 정의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과거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한 강간죄를 '비동의간음죄'로 명명하여 논의가 되기도 하였으나, 동의 여부를 구성요건으로 도입하자는 주장은 단순히 새로운 유형의 구성요건을 추가하여 처벌의 범위를 확대하자는 취지만이 아닌, 강간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기본적인 판단기준을 무엇으로 볼 것인지, 즉 성폭력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논의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단체들은 동의 기준을 도입하더라도 현행 법제를 유지하면서 소위 ‘비동의간음죄’라는 새로운 구성요건을 별도로 추가하는 방식이 아닌,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 구성요건 자체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1]
유엔 여성차별철폐위 원회(CEDAW)도 한국에 대한 권고문에서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의 부족을 중심으로 강간을 정의'(Amend article 297 of the Criminal Code so as to place the lack of free consent of the victim at the center of the definition)하라고 권고함으로써[2], 단순히 비동의간음죄를 도입하는 것만 것 문제가 아니라, 강간의 정의 자체를 바꿔야 하는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래서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위의 내용을 모두 함의하는 비동의 강간죄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모든 여성이 강간의 피해자다: 강간 문화
강간의 가능성만으로도 여성의 행동 반경은 위축된다. 적극적이기보다 수동적으로, 자기주장을 펼치기보다 순응적으로 굴도록 일종의 '사회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여성을 지배하고 통제하기 위한 남성 사회의 전략이며 수단이다.
강간이 일탈적인 행위가 아니라 가부장제의 구조적 행위라는 통찰은 1971년 뉴욕 래디컬 페미니스트가 개최한 ‘강간 피해 공개 발언’, 그리고 ‘강간 피해 학회’에서 처음 제시되었으며 이후 강간은 페미니즘의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이 논의에서 제시된,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강간을 활용한다는 `강간 문화` 개념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3]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
강간 피해자의 반응은 각자의 배경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어떤 이는 빠르게 반응하고, 어떤 이는 그렇지 않으며, 여기서 회복되는 것도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피해자들은 초기에 충격, 혼란, 불안, 무감각 등등을 느낀다. 어떤 피해자들은 아예 사건이 일어났음을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하더라도 작은 일로 여기려고 하는데, 이것은 특히 가까운 사람이 가해자인 경우 더욱 흔하다. [4]
다음은 피해자들이 경험하는 증상들이다.
- 주요 우울 장애 (MDD)
- 분노
- 수치심, 죄책감
- 사회적 관계의 문제
- 성적인 관계의 문제
어떤 성폭행 가해자들은 자신이 피해자를 강간했을 때 피해자의 성기에서 질액이 나오고 유두가 발기하는 등, 성적으로 흥분된 반응을 보였다며, 피해자도 함께했고 그 상황을 즐겼으므로 자신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어떤 피해자들은 실제로 일어나는 그런 일들에 수치심을 느끼고 자괴감과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지만 질액이 분비되고 유두가 발기하는 것은, 물리적 자극에 의한 자연스러운 신체 반응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것이 절대 피해자의 잘못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질액#바르톨린 선 또한 심지어 중간에 피해자가 그 상황을 즐기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피해자가 강간을 강간이라고 명명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 원치 않는 성관계여도 즐길 수 있지만, 즐겼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동의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급성 스트레스 장애(ASD)
피해를 경험한 후, 몇 주 내로는 매우 격렬한 감정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피해자는 급성 스트레스 장애(ASD)를 경험할 수 있다. 다음은 그 증상이다.[4]
- 꿈 속에 있는 것처럼 무감각하거나 현실과 분리된 느낌을 받거나 세상이 이상하고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는다.
- 폭행의 중요한 부분을 기억하기 어렵다.
- 반복적인 생각이나 악몽으로 폭행을 다시 경험한다.
- 폭행을 연상시키는 것을 회피한다.
- 불안을 느끼거나 각성이 증가된 상태를 경험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
PTSD의 증상에는 폭행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폭행 기억과 악몽, 폭행과 관련된 생각, 감정 및 상황을 회피하는 것이 포함된다. 예를 들면, 수면장애, 집중력 장애, 불안정성, 과민성 등등이 있다.
강간당한 여성 중 PTSD 증상을 조사한 한 연구에서는 강간 직후 2 주 동안 94%의 여성이 PTSD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고,[5] 9개월 후, 약 30%의 여성이 여전히 이러한 증상을 보고하고 있다.[6]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모든 강간 피해자의 거의 3 분의 1이 평생 PTSD를 앓고 있으며 강간 피해자의 11%는 2000년 현재 이 장애로 고통 받고 있다.[7]
다음은 강간 피해자에게 주로 나타나는 PTSD 증상이다.[8]
- 격렬한 두려움, 무력감 또는 공포를 느낀다.
- 이미지, 생각, 인식 등을 포함한 사건에 대한 반복적이고 괴로운 기억을 경험하며, 이러한 플래쉬백으로 과거의 사건과 현실의 구별이 불가능하다.
- 사건에 대한 괴롭거나 무서운 꿈을 꾼다.
- 다양한 단어, 사건 또는 트리거가 실제 사건에 연결되어 플래시백을 경험한다.
- 공격에 대한 언급을 안하는 것을 포함하여 플래시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은 회피한다.
- 사건이 일어난 적 없는 것처럼, 공격에 대해 회상할 능력이 없는 것처럼 사건을 부정한다.
- 모든 것에 대해 무감각, 분리된 느낌 또는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는다.
- 감정이 없거나 어떤 것에 대해서도 사랑이나 관심을 느끼지 못한다.
- 우울증과 고립감을 느낀다.
- 수면 상태가 더 오래 혹은 짧게 지속되는 등, 수면 패턴의 변화를 겪는다.
- 집중력이 떨어진다.
- 몸의 접촉을 피하고,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멀어진다. 갑작스런 움직임에는 놀란다.
- 누구에게나 심지어 가까운 가족이나 배우자에 대한 신뢰조차 어렵다.
- 평소보다 쉽게 짜증낸다. 갑작스럽게 분노하거나 울기도 한다. 기분의 변화가 급격하다.
- 자기 존중감과 자신감이 낮다.
- 스스로에 대해 더럽거나 혐오감을 느낀다.
- 굉장히 창피해하거나 또는 부끄럽다고 느낀다. 때로는 사건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
- 가해자에 대한 원망과 지독한 증오로 가득차 그들에게 어떻게 모욕감을 주고 해칠 수 있을지에 대해 집착한다.
- 식욕의 감퇴처럼 식습관의 변화를 겪는다.
요인
그릇된 사회적 인식
조사에 따르면, 많은 경우 강간의 동기는 남자가 여자의 욕망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그녀와 섹스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 마음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남자의 권리가 여자의 권리에 앞선다는 생각, 혹은 여자에게는 권리가 없다는 생각이다[9]. 즉, 강간은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차이를 바탕으로 한 억압적 관계에서 발생한다. 정복 가능한 대상을 상대로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고자 저지르는 것이 바로 성폭력인 것이다. [10]
- 2013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성통념 통계조사에 따르면 약 30%의 남성들이 남성은 성충동이 일어나면 이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해소해야 한다고 대답하고 있다. 이는 강간을 성충동으로 인한 것으로 가정하고 있는데, 강간은 권력형 범죄이므로 이러한 인식은 상당히 부적절하며 오히려 강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강간은 본능이므로 어쩔 수 없다"
간혹 "강간은 인간 남성에게 내제된 본능이므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식으로 변호하는 이들이 있다. 이러한 주장은 여러 오류를 담고 있다.
우선 어떤 행동을 선험적 본능 또는 후천적 학습으로 나눈 뒤, 선험적 본능이면 바꿀 수 없고 후천적으로 학습된 것이면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첫째, 인간의 거의 모든 행동은 본성과 양육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어떤 행동이 본능인지 학습의 결과인지를 엄밀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이분법이다.
둘째, 어떤 행동이 본능이라면 바꿀 수 없고 학습의 결과라면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주로 진화심리학, 행동유전학, 신경심리학 등의 연구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기인한다. 예를 들어 행동유전학의 연구 결과를 전하며 "강간 유전자"[11]라는 식으로 소개하는 언론 기사는 대단히 과장되어 있으며, 연구의 의의를 왜곡한다. "강간 유전자"와 같은 표현은 마치 거스를 수 없는 강간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단일 유전자가 존재하고, 이러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강간범이 될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한 표현은 "성폭력 행위에 유전적 요인이 있어 보인다"이다.[12] 연구를 수행한 Seena Fazel 교수는 고위험군 남성들을 무조건 가둬버려야 한다는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며, 다만 이들에 대한 주의와 교육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는 어떠한 행동에 유전적 소인이 있더라도 주의와 교육(즉 학습)을 통해 개선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어떤 행동이 본능적이다'라는 사실 명제만으로부터 '그러한 행동을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정당하다'라는 가치 명제를 이끌어내는 것은 자연주의적 오류라는 점도 중요하다. 본능적, 즉 자연적이기 때문에 옳다는 주장을 하려면 병에 걸린 사람이 적절한 의학적 조치를 받지 못해 생명을 잃는 것, 약자가 강자에게 억압 받는 것 등도 모두 자연적이기 때문에 옳다고 주장해야 한다.
강간은 논리적인 결과물이다
가부장제는 우월함의 기준(남성)과 열등함의 기준(여성)을 발명했다. 언젠가 여성이 인간으로서 완전한 권리를 주장할지 모른다는 데 늘 불편함과 위협을 느꼈던 남성들은, 여성을 노예로 부릴 다른 방법을 찾아냈다. 남성은 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여성을 아내로서 자신에게, 어머니로서 자기 아이들에게 묶어두기 위해. 그는 그녀를 무기력하고 의존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필요할 때 자신을 위해 일하게 했고, 고립시켰으며, 육체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구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녀를 강간했다. 그녀에게 자기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 또 그녀가 자기 소유물이자 사물,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렇다. 남성과 여성 사이에는 여전히 근본적인 권력 관계가 존재하며, 거기서 나온 논리적인 결과물이 바로 강간 행위다.[13]
강간이 논리적 결과물이 아니라 본능의 발현이라면 성욕이 강한 여자도, 성욕이 강한 남자도 전부 강간을 저질러야 맞다. 또한 이성애자 남성이 다른 남성을 강간하는 것 역시 불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강간은 성욕보다는 권력과 위계에 의해 발생하며 이 때문에 강간을 옹호하는 남성들은 여성들이 강간판타지를 가지고 있다고 호도하는 동시에 여성들을 강간으로 고통에 몰아넣어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고 싶어하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태도를 보인다.
강간에 대한 인식 조사
다음 통계는 2013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한국 남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통념 통계조사의 결과표이다. 많은 한국 남성들이 스스로를 예비 범죄자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성들은 여자가 끝까지 저항하면 강간(성관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문항에 약 50%의 긍정률을 보여주고 있다.
강간당한 여성을 충분히 저항하지 않은 여성으로 만들어 강간을 여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주장이다. 물론 이 문항에 긍정한 사람이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 남성들이 말하는 "여성은 아무리 노력해도 신체능력으로 남성을 이길 수 없다"는 주장과 전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모순적인 측면이 있다. 이런 이중잣대는 약자를 통제할 때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이중잣대에 기반한 여성혐오 사례(모음)
여자에 비해 남자는 성충동이 일어나면 이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해소해야 한다는 문항에 30%의 긍정률을 보여주고 있다.
어째서 스스로를 잠재적 범죄자화 하는가? 길을 걷다 허기를 느껴 아무 가게의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음식을 허겁지겁 먹지 않듯, 신체적 욕구인 성욕은 인간이라면 제어가 가능하다.
또한 강간의 대부분은 여성의 목숨과 권리와 안전을 경시하는 사회적 배경을 명백히 인지한 후 일어나는 계획형 범죄이다. 예를 들어 김윤태와 이병욱이 저지른 남성 유튜버들의 살해위협 및 스트리밍 사건 등이 있다.
여자들이 조심하면 성폭력은 줄일 수 있다는 문항에 62%의 긍정률을 보여주고 있다.
= "남성이 성충동을 통제할 수는 없으나 여성이 알아서 본인의 몸을 강간으로부터 수호하면 된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귀책 사유를 부여하는 생각이다.
여자가 처음 만난 남자의 집에 찾아가는 것은 성관계를 허락하는 것이다라는 문항에 33%의 긍정률을 보여주고 있다.
= "처음 만난 남자의 집에 찾아간 여성은 강간해도 된다."
아니다. 강간의 기준은 명시적 동의의 여부다. 강간#강간의 '기준'
강제로 성관계 당한(강간당한) 여자는 그 사건에 어느 정도 죄책감을 느껴야만 한다는 문항에 26%의 긍정률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원치 않았던 범죄에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니 제정신인가?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여름에 주로 젊은 여자들에게만 일어난다는 문항에 40%가 긍정하고 있다.
= "짧은 옷을 입은 여성을 보면 성충동을 억제할 수 없다. 그녀를 강간하고 싶어진다."
강간의 원인을 여성에게 귀인하는 주장이다. 실제로 강간은 여성을 지배하고 통제하기 위한 남성 사회의 전략이며 수단일 뿐, 강간 문화 여성의 노출 정도와 나이는 상관 없다.
실제로 지난 5월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2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1년 발생한 성범죄 2만2034건 중 여름철 발생은 6977건으로 31%를 차지, 봄철 5525건(25%), 가을 5505건(25%), 겨울 4027건(18%)과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여자가 키스나 애무를 허용하는 것은 성관계를 허용하는 것이다라는 문항에 44%가 긍정하고 있다.
반복한다. 강간의 기준은 '언어적·명시적 동의의 여부'이다.
어떤 여자들은 강간당하는성폭행당하는 것을 즐긴다라는 문항에 10%가 긍정하고 있다.
어떤 여자들은 강간당하는 것을 즐길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여자들이 존재하고, 강간 문화와 강간판타지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 그것을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이 문항은 단일한 문항으로 봤을 때 얼핏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이 문항과 같은 생각이 결국 그래서 "어떤 여자들은 강간해도 된다"가 되기 때문에 문제적이다. 원치 않아도 즐길 수 있지만, 즐긴다고 해서 다 원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피해 경험을 어떻게 의미화하느냐에 그 경험을 촉발한 가해자의 입장이 끼어들어서는 안된다.
강간을 신고하는 대부분의 여자는 그 이전에 이미 많은 성관계를 가졌다라는 문항에 15%가 긍정하고 있다.
문항 자체가 여성혐오이다. 성관계를 많이 가졌든 한 번도 가지지 않았든 무슨 상관인가? 성관계를 많이 가진 여성이라면 강간의 범법성과 무게가 줄어드는가?
대부분의 강간 피해자는 평소 성관계가 난잡하거나 평판도 좋지 않다는 문항에 16%가 긍정하고 있다.
창녀는 강간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여자가 친근감 있게 남자를 대한다는 것은 성적 접촉을 허용한다는 의사표시이다라는 문항에 24%가 긍정하고 있다.
반복한다. 성적 접촉에는 언어적이고 명시적인 동의가 필요하다.
남성 혼자 생각하는 '여성의 친근감 있는 태도'는 아무 관련 없다.
여자가 알지 못하는 남자의 차를 얻어 타려다 강간을 당했다면 여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문항에 무려 56%가 긍정하고 있다.
역시, 창년은 강간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강간은 오롯이 가해자의 책임이다. 이런 생각들은 피해자에게 강간의 원인을 귀책하고 유구한 강간 문화 및 성폭행 범죄를 유지시키는 원인이다.
강간을 신고하는 여성들은 상대에 대한 분노나 보복심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는 문항에 30%가 긍정하고 있다. 어째서 이들은 강간 범죄자에 이입하는가?
흔한 꽃뱀 논리로, 사실부터 알아보자면 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건수 대비 무고죄 비율은 0.5% 수준으로 오히려 다른 범죄보다 현저히 낮다.
여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면 여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문항에 55%가 긍정하고 있다.
오, 역시, 창년은 강간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다.
반복한다. 강간은 가해자의 책임이다. 여성이 술에 취한 상태이든 아니든 남성이 강간을 하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을 여성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여성을 유혹하는 존재, 성범죄의 원인으로 보는 매우 고루한 여성혐오다.
남자가 술을 마시고 실수로 하는 성적 행동은 용납될 수 있다에 15%가 긍정하고 있다.
혹시 실제 경험일까? 어째서 자꾸 강간 범죄자에 이입하는 걸까?
여자가 '싫다'고 말하는 것이 진심이 아닐 수도 있다는 문항에 33.5%의 긍정률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남성 세 명 중 한 명은 잠재적 강간 범죄자다.
강간강제에 의한 성관계를 줄이기 위해 성매매 여성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문항에 48.3%의 긍정률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남성 두 명 중 한 명은 성매매를 한다.
성매매는 돈을 주고받고 행하는 것이므로 정당하다는 문항에 36.3%의 긍정률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남성 열 명중 적어도 세 명은 진짜로 성매매를 한다.
남자들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성매매를 할 수 있다는 문항에 38.5%의 긍정률을 보여주고 있다.
진짜로 세 명은 한다.
처벌이 되지 않는다면 나는 성적 만족을 위해 상대를 거칠게 다룰 수도 있다는 문항에 14.8%의 긍정률을 보여주고 있다.
그게 바로 강간입니다.
처벌이 되지 않는다면 나는 강간을 할 수 있다상대가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성관계를 강요할 수 있다는 문항에 13.2%의 긍정률을 보여주고 있다.
피날레 : 끝내 강간을 할 것이라고 외치는 13퍼센트!
관용표현
강간을 뜻하는 영단어 "rape"는 14세기경 '약탈, 강탈하다'라는 의미로 등장하였다. 여기에서 '(여자를) 보쌈해가다'의 의미가 15세기경 파생되고, 폭력을 수단으로 한 성교, 즉 강간의 의미가 다시 파생되어 늦어도 19세기경에는 강간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연유로 "rape"라는 단어는 유럽사에서 'Rape of (장소)'라는 식으로, 근대에 이르기까지 한동안 특정 집단(주로 도시 단위)에 대한 대대적인 폭력사태를 일컫는 용례로 쓰였다. 이런 맥락에서의 'rape'는 한국어로 1:1 대입하기 힘든 개념이다. 현대에는 이런 의미로는 잘 쓰이지 않고, 대개 강간이라는 의미로만 쓰이고 있다.
한편 스포츠나 게임에서 압도적으로 패배하는 일을 저속하게 일컬어 "raped", "강간당했다"라고도 말하는데, 정상적으로 관리되는 인터넷 커뮤니티라면 당연히 금지되는 표현이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에 누군가가 이것을 '관광당하다'라고 돌려 말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유행하여 "관광버스 타다", "안드로메다 관광" 등의 파생 표현이 나타나면서 원래 의미인 강간이 거의 잊혀지기에 이르기도 했다.
부연설명
같이 읽기
링크
- “‘폭력적인 남성성의 감옥을 탈출하는 법”. 《일다》. 2016년 3월 1일.
출처
- ↑ 이경환, “성폭력 형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쟁점”, 「성폭력 판단기준, ‘폭행과 협박’이 아닌 ‘동의여부’ 로!」, 국회의원 심상정·이정미·남인순·백혜련·권미혁·정춘숙·김삼화, 국회아동여성인권정책포럼, 정의당 여성 본부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 공동추죄 토론회 자료집(2019. 11.13)
- ↑ 이경환, 강간죄개정_21대국회토론회자료집
- ↑ 《FEMINIST MANIFESTO》 [페미니즘 선언]. 한우리. 82쪽.
- ↑ 4.0 4.1 “Sexual Assault Against Females”. 《미국보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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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lpatrick (2000). 《The Mental Health Impact of Rape》. National Violence Against Women Prevention Research Center.
- ↑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in Rape Survivors”. 《Survive.org.uk》.
- ↑ 리베카 솔닛 (2015).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 진흙. “해일을 핑계대지 말라, 우리는 조개무덤을 쌓겠다”. 《Femidea》.
- ↑ “The Rape Gene”. 《The Sun》.
- ↑ “Risk of sex offending linked to genetic factors, study finds”. 《The Guardian》.
- ↑ 《페미니즘 선언》. 한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