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무

최근 편집: 2021년 5월 30일 (일) 11:41

강신무는 입무 과정으로 무당을 유형화하는 학문적 용어로, 신병(神病)을 앓아 내림굿을 받고 신이 실려 공수를 하는 무당를 의미한다.[1]


강신무(降神巫)는 무업]을 배우거나 대물림하는 세습무(世襲巫)의 반대개념이다. 강신무는 신이 몸에 실려서 직접 신어를 말하고, 세습무는 신을 대신해서 신의 말을 전달하는 차이가 있다. 강신무는 엑스터시(Ecstasy)를 동반하는 샤먼으로 신병을 거쳐 좌정시킨 신을 모시는 신당(神堂)이라는 성소를 갖추고 형식화된 의례인 굿을 주재한다. 그리고 신병, 신당, 무의(巫儀)라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강신무라고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강신무의 특성을 살펴보면 ‘강신체험이 있고 세습되지 않는다. 신에 대한 의식이 강하다. 개인의 신당이 있다. 굿을 할 때 타악기와 빠른 도무를 통해 엑스터시에 몰입하여 공수를 하고, 신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무복이 발달되었다. 단골제도는 없고 분포지역은 한강 이북에 있다’는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강신무는 북방 샤먼 계통으로 분류된다. 북방의 샤먼이 신의 세계로 가는 빙의(憑依) 현상이라면 한국의 무속에서는 신이 무당에게 내리는 빙신(憑身) 형태라는 데 차이가 있다. 강신무는 신이 내린 무당이기 때문에 굿에서 하는 모든 의례적 행위는 모두 신의 행동이라고 할 정도이다. 그래서 강신무의 굿은 세습무에 비해 강렬하고 신의적인 측면이 있다. 강신무는 한강 이북의 무속현상, 세습무는 한강 이남의 무속현상으로 지역적 특성을 설명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강신무에게 내리는 신병은 무병(巫病)이라고도 하는데, 무당이 되기 전에 앓는 정신적 질환의 일종이다. 예비무당의 신병은 태어날 때부터 잠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본격적인 생활 속에서 표면화된다. 그러므로 이들은 반드시 내림굿을 하여 무당의 길을 걷지 않으면 이 병을 고치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신병은 ‘신들렸다’, ‘신이 붙었다’, ‘신이 집혔다’ 등으로 표현되는데 이러한 표현은 신병의 극치를 나타낸다. 무병을 앓는 사람은 신들림으로 인해 정상적인 행동규칙이 깨지고 이상한 행동과 정신적 혼돈의 상태에 있어 현대 의학적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신이 들리면 반드시 내림굿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신병의 현상들은 ‘시름시름 앓는다’, ‘몸이 마비된다’, ‘괴이하고 이상한 행동을 한다’, ‘밥을 먹지 못한다’, ‘몸이 마른다’, ‘가정파탄을 일으킨다’, ‘신비스러운 현상을 체험한다’, ‘미래의 일을 알아맞힌다’, ‘먼 곳의 상황을 알아맞힌다’, ‘신의 물건을 캐온다’ 등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이렇게 신이 집힌 사람이 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신벌(神罰)을 받게 되는데, 그 종류 또한 매우 다양하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인다리를 놓는다’고 하여 집안사람들이 차례로 죽는 현상이다.


강신무가 무당이 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신병을 앓다가 신어머니 무당을 만나 내림굿을 하고 무당이 된다. 내림굿은 신을 제압하는 것(눌림굿)이 아니라 신을 좌정시켜 예비무당이 신의 뜻을 받아들여 무당이 된다는 굿으로, 신굿, 신내림굿, 명두굿이라고 한다. 내림굿을 하면 예비무당의 신병이 낫고 무업을 시작하게 된다. 내림굿 과정에서 신을 달래어 좌정시킨 후 숨겨진 신의 물건들인 신복(神服)이나 무구(巫具) 등을 찾아내게 한다. 또한 무업을 하면서 주신(主神)으로 모실 신들을 말문을 통해 불러낸 다음 엑스터시 상태에서 공수를 내리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무업을 잘하도록 신어머니가 베푸는 ‘솟을굿’을 하는 경우도 있다. 내림굿을 받은 무당은 신을 중간에 두고 맺는 스승과 제자 간의 관계를 통해 무업을 전승한다. 신굿을 주재한 사람은 경험이 많고 나이도 지긋한 무당이 대부분인데 남자이면 신아버지, 여자이면 신어머니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때 내림굿을 하고 무업을 시작하는 무당은 신아들•신딸이라고 하며 신애기•애동이•애동제자 등으로 부른다. 이들의 관계는 내림굿을 하는 날부터 형성되어 일생 동안 신부모와 신자식 관계로 유지된다.


내림굿을 받은 강신무는 신어머니를 따라다니며 굿을 한다. 이 과정에서 강신무의 의례, 춤, 사설, 공수 등을 배운다. 강신무가 하는 의례는 기본적으로 점, 고사, 굿이 있다. 강신무의 점을 신점, 대신점이라고 하는데, 이는 완전하게 신의(神意)로 점을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사는 큰 굿을 할 수 없을 경우에 하는 간단한 무속 의례로 인간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굿은 무속의례 중에서 가장 큰 것으로 지역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강신무의 굿은 무가를 불러 신을 불러들인 다음 춤을 추어 신을 기쁘게 하고, 재담을 통해 신과 교통하여 인간이 알고자 하는 신의 뜻을 무당의 입을 빌려 이루어지는 공수를 통하여 듣게 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지금까지 강신무와 세습무라는 큰 개념 구분은 무당의 유형론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는 무속에 대한 원형론적 접근이라는 패러다임으로, 현재의 무속현상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비판의 요지는 ‘원형론적 패러다임은 한국의 무당과 무속을 고대적인 시간 속에 위치시킴으로써 무속을 탈역사화 시키고, 무당을 탈인간화 시킨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강신체험이 무당이 되는 충분조건이 아니므로 강신이 유형론의 기준이 되지는 못한다는 문제 제기이다. 이는 강신무 지역에서 행해지는 무의(巫儀)의 학습, 세습무 지역에서 강신무의 활동무대가 넓어짐에 따라 유형론에 따른 지역구분이 모호해진 현실적 변화에서 기인한다. 기존의 유형론이 변화의 맥락을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무속현상의 변화는 강신무도 세습되고 있고, 세습무도 강신을 하며, 지역 무속의 구분 없이 강신무와 세습무가 공존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습무에게도 강신무의 전유물인 신당, 신에 대한 뚜렷한 의식이 존재한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강신무의 새로운 개념정리이다. ‘신병을 통해 무당이 되지만 세습도 이루어지고, 영력은 물론 개인적 능력과 예술적 소양으로 굿을 진행하며, 굿에서는 신의 뜻을 알아내는 특별한 방법과 능력을 지닌 점에서 다른 무당과 구별되는 무당’을 강신무로 정의하고 있다.


강신무와 세습무의 유형론에 대한 비판은 무속현상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연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당시의 패러다임에서는 유의미한 개념이었음은 간과할 수 없다.

출처

  1. “강신무”. 《한국민속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