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성 인격장애 주변인 지침서

최근 편집: 2023년 12월 29일 (금) 21:50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인지하는 친절에 대해 강한 기쁨과 감사를 느끼고, 자신이 인지하는 비판이나 상처에 대해 강한 슬픔이나 분노를 느끼는 등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대하는 방식에 매우 민감하다. BPD를 가진 사람들은 이상화와 평가절하를 반복적으로 또는 동시에 할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BPD 환자들의 감정은, 그에게 실망을 하거나, 그를 잃을 것 같거나, 가치있다고 여겼던 그 사람이 가치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분노와 혐오로 바뀌기도 한다. 이 현상을 분열(splitting)이라고도 부른다. 기분 장애와 결합되면 이런 이상화와 평가 절하는 가족, 친구, 동료와의 관계를 나쁘게 만든다.

친밀감을 강하게 갈망하면서도, BPD를 가진 사람들은 대인 관계에서 불안정하고, 회피적이고, 양가적이고, 아주 집착적인 애착 패턴을 갖는 경향이 있으며 종종 세상을 위험하고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BPD 환자의 주변인으로 산다는 것은 많은 어려움을 동반한다. 이 문서는 BPD 환자의 주변 사람들을 위한 문서이다.

BPD인 사람은 소중한 사람에게 더 가혹하고 가차 없으면서도 그 사람이 떠날까봐 극도의 공포를 느낀다. BPD 환자가 나에게 별로 소중한 사람이 아니라면 관계가 더 깊어지기 전에 떠나는 것도 서로를 위해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 BPD는 정신력으로는 호전이 불가능한 정신질환 즉 뇌기능장애이므로 (요즘은 다분히 신체적 질환인 정신질환이 그 이름으로 인해 오해받고 차별받는 일이 많아 정치적 올바름을 위해 뇌기능장애라고 부르는 움직임도 있음) 내가 BPD환자의 치료자로 사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고 해서도 안된다.

병원치료를 받지 않는 BPD인을 치료하려다가는 나까지 뇌기능장애를 얻고 죽음에 이를 수 있다. 말이 과한 것 같아보여도 의사의 도움 없이 정신질환자 둘이 부정적 피드백을 주고받으면 반드시 끝이 안 좋다. 이건 정신력문제가 아니라 뇌기능에 장애가 생긴 것이기 때문. 따라서 환자가 나에게 별로 중요한 사람이 아닌데 환자가 병원에 찾아가지 않는다면 (내가 병원치료를 권할 위치가 되지도 않는다면 더욱) 친밀해지기 전에 떠나야만 한다. 그것이 환자를 위해서도 좋다.

이미 환자의 애착대상이 되어버렸다면 아래 내용을 참고하자.

주변인이 경험하는 어려움

일방적인 돌봄

BPD 환자 본인이 경험하는 심리적 고통이 너무나 극심하기 때문에 대개 자신의 감정적 동요를 지켜보고 돌봐주는 사람에 대해 위안이나 감사, 돌봄을 제공할 여유가 없다. 심지어는 자신이 돌봄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따라서 BPD의 주변인들은 돌봄을 무한제공하면서도 BPD로부터 감정적 지지를 받지 못해 엄청나게 억울해지거나 외로워지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돌봄의 더치페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어야 할 필요성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지만,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상황적 불균형으로 인해 실현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BPD인 그가 당신을 사랑하고 아낀다면 곧 다시 당신에게 관심과 염려를 기울일 것이다. 많은 행동은 증상적인 것임을 잊지 말자.

그런데 인지행동치료를 받지 않으면 그런 행동들은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차피 끝없이 이어지는 평행선으로 느껴질 수 있으며, 증상적인 것이라는 말이 아무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환자와의 관계 안에서 소진을 느낀다고 해도 그것은 잘못이 아니다. 치료를 절대 받지 않으려고 하거나 병식이 없는 BPD 환자를 대해야 한다면, 문서의 내용을 무리하게 실천하려 하기보다는 정신과를 방문하여 상황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하는 편이 낫다.

BPD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곁에 변함 없이 있어 주는 것과 인지행동치료인데, 환자의 인지도식과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일반적으로 환자와 함께하는 것은 더 나아질 수 없는 미래를 상상하게 하므로 주변인의 상당한 고통을 수반한다. 돌봄을 주는 사람이 환자의 정서변화와 행동화를 버티지 못하고 떠나면 환자는 자신이 유기당할 만한 끔찍한 사람이라는 인지도식을 강화할 수 있다. 따라서 상황이 허락한다면, 주변인이든 환자든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반복되는 정서적 유기 또는 관계 종결

BPD 환자는 자주, 그리고 충동적으로 이별이나 절교 등을 선언하기 때문에 주변인, 특히 연인은 반복적인 정서적 유기를 당하게 된다.

기타

  • BPD의 반복되는 자해행동과 자살시도로 인해 그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 BPD의 감정기복을 따라가기가 힘들다.
  • BPD의 공격적 행동이나 발언을 견디기가 힘들다. 그런데 종종 BPD는 주변인의 공격적이지 않은 작은 행동이나 말조차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주변인의 입장에서는 내로남불로 느껴질 수 있다.

BPD인에 대처하는 방법

이인수정신건강학과 정신분석클리닉에서 게재한 '경계선인격장애 가족지침'이라는 게시글은 BPD의 주변인들이 BPD의 극단적인 행동을 비롯한 여러 가지 증상과 태도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이 글은 'John G.Gunderson, M.D and Cynthia Berkowitz, M.D'에 의해 쓰인 'Multiple family group program at McLean Hospital'을 이인수 정신분석클리닉 임상심리실에서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자해에 대처하기

자해하고 싶다고 말하거나 실제로 자해를 하려고 할 때

페미위키의 자해 문서 내부에 있는 자해를 참는 방법 항목을 보고 그 내용대로 한다(BPD의 경우)/하게 한다.

이미 자해를 한 것을 발견했을 때

BPD를 너무 비난하거나 나무라지 않는다. BPD는 거절 또는 비판의 징후에 매우 민감하고[1], 죄책감에 취약하다. 따라서 자해 행동에 지나친 비난과 책망이 뒤따를 경우 그것이 오히려 BPD에게 더 큰 자아상의 혼란과 자해 행동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해 행동은 BPD라는 병증의 증상일 뿐, BPD 환자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BPD의 자해 행동이 아무리 반복된 것이거나 자살 시늉에 불과한 것이라고 해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무시는 고요한 방식으로 즉흥적인 정서적 대응에 불과하며 BPD 환자의 내적 혼란과 어려움에 대한 적절한 대처나 돌봄이 되기 어렵다.

당신을 비판, 혹은 공격할 때

  • 최대한 방어적이지 않은 태도로, 억울하더라도 경청한다. BPD는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화나게 할 때 심각한 모욕을 퍼부을 수 있는데, 우선은 논쟁 없이 듣는 것이 중요하다.
  • 그 후 BPD가 느낀 분노, 상처, 모욕 등에 대한 포착과 인정에 대해 말하는 것이 좋다. 구체적인 답변 예시를 들자면, "너의 생각에 내가 @@한 행동을 했고, 그 행동이 너를 아프게 했구나. 네가 아프다는 사실이 이해되고 미안하다." 같은 답변이 가능하다.
  • 물론 나를 비판/비난/공격하는 BPD에게 내가 받는 상처도 진실된 것이지만, BPD가 느끼는 강렬한 감정도 진실이기 때문에... 그 진실을 인정하자!
  • 당연히 이 모든 과정은 불균형하다. 이 문서는 BPD환자의 주변사람으로 심신이 건강한 사람을 상정하고 있지만 나 자신도 정신질환자일 수 있고 이런 자극에 취약할 수도 있는 것이다. 누구도 이에 대해 비난할 자격이 없다. 정신질환자가 아니라도 이렇게 일방적인 비난이 가해지는 것을 견디는 건 보통 일은 아니다. 이러한 구도가 나 자신도 못견딜 만큼 길어지고 고통스럽다면, 병원이나 상담소를 찾아 마음을 털어놓고 해결책을 찾자. 아래에 '도가 지나치다고 판단될 때'의 매뉴얼이 있지만, 도가 지나치지 않더라도 내가 못 견딜 상태가 될 수 있고 이건 절대 잘못된 게 아니다. 상대방이 소중한 만큼 나 자신도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말고, 나를 잃지 말자. 결국 내가 바로 서야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도가 지나치다고 판단될 때 (예: 물리적 폭력, 침 뱉기, 위협 등)

BPD의 행동들 중에 내가 허용할 수 있는 한계들을 직접적이지만 조심스럽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판단에 BPD의 공격이 도가 지나치다면 우선 BPD와 함께 있던 자리를 잠시 비우고 머리를 식히고 돌아오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기약없이 자리를 비우거나 BPD를 떠나버리는 것만 같은 인상을 줘서는 절대 안 된다. 반드시 언제까지 돌아와서 BPD와 관계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갈 것인지를 확실히 알리고, BPD와의 관계에 대한 나의 진지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앰뷸런스를 부르는 것, 최후통첩을 하는 것 등이 있겠으나 '경계선인격장애 가족지침'에 의하면 최후통첩은 정말 더이상 내가 BPD의 행동을 감당할 수 없다고 느껴질 때에만 아주 극도로 신중하게 사용해야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BPD환자를 한계로 몰아붙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최후통첩이 번복되면 결국 '최후'통첩이 아니게 되어 BPD환자에게 불안감만 심어주고 내 선은 설정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어서이다. 무엇이 됐든 의사의 도움을 구하는 게 최선이다.

그리고 이렇게 최후통첩이 필요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된 상태의 환자는 이미 나까지 위태롭고 불안하며 극도로 위험한 상태, 그러니까 '극도로 신중한 방법'이 필요한 사람으로 만들어놨을 확률이 높다. 그러니까, 나 자신이든 BPD환자든 서로 극도로 조심해야 하는 상태인데, BPD환자는 극도로 나를 공격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것을 꼭 명심해야 하며, 그냥 참거나 부드럽게 선을 설정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나를 지킬 수 없다는 걸 잊지말아야 한다.

여러 번 말하지만 이 모든 매뉴얼은 약물치료나, 약물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태를 전제로 한다. 비전문가의 지지와 돌봄과 선 설정하기 등 대처는 의학적 치료에 꼭 동반되어야할 지지관계일 뿐 치료방법이 아니다. 약물치료나 의사의 도움 없인 이 모든 매뉴얼이 반의 반의 반의 효과도 낼수 없고, 잠깐 숨만 붙여놓다가 더 파멸적인 방식으로 두 사람 모두를 암흑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사실 BPD환자 곁에 있어주면서 가장 핵심적이고 필요한 건 내가 이 소중한 사람을 위해 열린 마음으로 나부터 의학적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는 거다.

BPD인이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말할 때

BPD의 부정적인 감정을 부정하면 안 된다. 경청하되 반드시 동의를 뜻하지는 않는 방식으로 하면서 BPD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다. 예컨대 듣고있다는 표시를 하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식으로 느꼈었니?” 또는 “무엇이 그런 감정을 촉발했니?” 라고 물을 수 있으며, "네가 @@한 느낌이구나?"로 반응할 수도 있다. 다시 한번 주목할 것은 이러한 공감적인 말들은 동의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현실적인 근거가 없는 BPD의 감정을 인정해주는 것이 어려울 수 있을지라도, 아무리 그 감정들이 왜곡된 근거에 의할지라도 자기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BPD에게 도움이 된다. BPD가 자기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때 보상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 감정을 파괴적인 방법으로 행동화하는 것이 줄어들 것이다.

BPD인에게 FP(가장 좋아하는 사람)가 생겼을 때

본문을 가져온 내용 이 내용은 경계성 인격장애/FP 문서의 본문을 가져와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해당 문서에서 확인해 주십시오.

BPD는 FP가 생기면 그들에게 급속도로 빠져들며 그들과 건전한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정신건강 웹진 choosingtherapy는 분노, 두려움, 불안정으로부터 BPD 자신과 상대를 보호하기 위해서 BPD에게 FP가 생겼을 때 지키면 좋을 몇 가지 지침[2]을 제시하고 있다.

  • 상황에 이름 붙이기
  • 다른 사람이나 다른 일들에 집중해 보기
  • 반응하기 전에 잠시 멈추기
  • 관계에서 불쾌함이 발생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기

BPD인의 FP(가장 좋아하는 사람)가 되었을 때

본문을 가져온 내용 이 내용은 경계성 인격장애/FP 문서의 본문을 가져와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해당 문서에서 확인해 주십시오.

정신건강 웹진 choosingtherapy는 BPD의 FP를 위한 지침[3] 역시도 제시하고 있다.

  • 거절하는 연습 하기
  • 다른 관계와 관심사들을 유지하기
  • 거짓말하지 않기(지킬 수 없는 약속 하지 않기)
  • 다른 주변인에게 도움 구하기

출처

  1. “경계성 인격 장애(BPD) - 정신 건강 장애”. 2022년 11월 9일에 확인함. 
  2. “What to Know About a BPD “Favorite Person” Relationship” (미국 영어). 2022년 11월 30일에 확인함. 
  3. “What to Know About a BPD “Favorite Person” Relationship” (미국 영어). 2022년 11월 30일에 확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