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혈 동물

최근 편집: 2023년 4월 12일 (수) 09:43

공혈 동물이란 다른 동물에게 수혈을 하기 위해 혈액 제공을 목적으로 키워지는 동물을 말한다. '공혈견', '공혈묘' 등으로 부른다. 수색탐지를 위한 군견, 시각장애인을 보조하는 인도견처럼 공혈 동물의 평생 업무는 다른 동물을 위해 피를 제공하는 일이다.[1] 주로 셰퍼드, 리트리버 등 대형견이 공혈 동물로 이용된다.

공혈 동물의 존재는 2012년 SBS 동물농장에서 '엣지'의 이야기가 방송되면서 알려졌다. 엣지는 2003년부터 5년간 마약탐지견으로 활동하다 후각이 무너져 은퇴한 뒤 한 대학 동물병원의 공혈견이 되었다[2].

실태

무허가 민간업체에서 동물 치료에 필요한 혈액 제공을 20년간 독점 중이며, 이를 위해 공혈 동물을 키우고 있다. 무허가 독점이기에 사실상 혈액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며,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현재 공혈 동물들의 복지가 어느 정도 보장되고 있는지도 알려지 있지 않다.

강원 속초에 위치한 민간업체 한국동물혈액은행은 2002년부터 공혈견을, 2011년부터는 공혈묘를 기르며 생산한 전혈(혈액), 혈장, 농축적혈구, 특수혈장, 면역제제를 전국 동물병원에 판매해왔다. 2021년에는 KABB라는 관계사를 만들어 한국동물혈액은행은 개 혈액을, KABB는 고양이 혈액을 각각 공급하고 있다.[3] 따라서 한국동물혈액은행은 실질적으로 국내 개·고양이 혈액의 90%를 공급하는 업체이다. 2015년에 공혈 동물 복지 문제가 불거진 뒤 강원대, 전남대 등은 자체 공혈견 제도를 폐지하고 한국동물혈액은행을 이용하고 있[4]으며, 전국 동물병원 4,500여곳도 해당 은행에 의존하고 있다.

원래 동물의 혈액과 이를 활용한 의약품의 판매를 위해서는 약사법에 따라 알맞은 시설을 갖추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허가 및 품질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동물혈액은행은 인허가 없이 20년 넘게 동물 혈액을 유통하고 있어서 2022년 말 약사법 위반으로 고발되었다. 이에 관할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치료용 혈장, 농축적혈구 등 동물혈액제재 생산은 중단하지만, 전혈은 예외로 했다. 전혈 없이는 당장 급한 동물들이 치료받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왜 동물의 전혈은 (약사법의) 예외로 하느냐"며 반발했으나, 농식품부에서는 한국동물혈액은행이 당국에 제조업 신고를 하지 않아 감독할 수 없었다는 다소 황당한 입장을 밝혔다. 동물혈액공급이 영업에 관한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인허가 업종이 아니어서 관리·감독할 법적 근거가 없[4]기 때문이라고. 따라서 이런 무허가 민간업체에서 유통한 피를 아픈 반려동물에게 수혈해야 하는 보호자들은 계속 불안해하고 있다.

더군다나 동물혈액은행은 혈액 공급을 위해 '공혈견·공혈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공혈견, 공혈묘란 말 그대로 평생 혈액을 제공하기 위해 길러지는 강아지와 고양이다. 2012년에도 "동물은 자발적 헌혈이 불가능하므로 이윤을 위해 개가 평생 피를 뽑힌다면 윤리적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1]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재 국내의 공혈견은 300-400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2015년 10월 케어와 카라가 농장에 찾아갔을 때에는 300마리 정도가 있었으며, 뜬장 등 비위생적인 환경과 사료가 아닌 잔반을 먹이로 주는 부실한 관리 행태가 발각되어 논란이 일었다. 뜬장을 사용하면 동물은 발이 빠지는 등 살아가는데 불편과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현장에는 수의사도 없었다고 한다. 문제가 공론화되자 은행 측에서는 뜬장을 없애고 사료를 도입하고, 오폐수처리장치를 구비하는 등 환경을 조금 개선하긴 했지만, 이후 방역을 핑계로 농장을 폐쇄적으로 운영하여 현재 사육 규모와 운영 환경이 어떤지는 알 길이 없다. 즉, 농장의 동물들이 어디서 팔려오는지, 또 그들의 복지가 얼마나 보장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동물혈액은행 측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의사 대부분이 공혈 동물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2], 현재로서는 혈액을 공급받을 다른 대안이 없는 실정.

2022년 말, 은행이 고소·고발되며 다시 논란이 일자 농식품부에서는 2023년 1월 '동물 혈액 생산·유통 가이드라인'을 제작[5]했다. 하지만 정부 부처와 업계 관계자만이 회의에 참여한 데다가, 가이드라인에 법적 강제성이 없고, 혈액의 안전성에만 초점을 맞추었을 뿐 공혈 동물의 복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5] 따라서 동물단체에서는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이렇듯 기본적인 법규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 시도는 있지만 관심 부족으로 번번히 입안에 실패했다.[5] 2017년에 발의된 개정법률안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었다. 그리고 2023년 1월에서야 1회 채혈 시 일정량을 넘지 않도록 제한을 두고, 반려견 헌혈 문화를 확대하는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이미 여러 번 입법에 실패한 만큼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비글구조네트워크(이하 비구협)에서는 당장 공혈동물을 없앨 수 없다면 실험동물법으로 관리할 것을 제안했다. 동물 실험에 찬성해서가 아니라 공혈 동물의 복지를 위한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유영재 비구협 대표는 "동물혈액 공급 업체를 실험기간으로 등록하고,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설치 운영해 공혈동물의 출처와 사육관리, 공혈 과정 등의 관리가 윤리위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6] 동시에 비구협은 임의로 살아 있는 동물의 혈액을 채취하여 학대한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한국동물혈액은행과 KABB를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그러나 2015년 공혈 동물 관리 실태가 처음 알려졌을 때, 농림축산식품부는 ‘살아 있는 상태에서 신체를 손상하거나 체액 채취 및 이를 위한 장치를 설치하는 행위’를 학대행위로 규정한 동물보호법 제8조 2항 2호의 적용 여부를 검토했다. 하지만 해당 조항에 질병 치료와 동물실험 등을 예외로 두고 있어 공혈동물에 적용하지 못했던 바 있다. 고발이 어떻게 처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반려동물 헌혈 문화로의 움직임

영국, 폴란드, 미국 등에서는 이미 반려동물 헌혈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영국에서는 2007년에 설립된 자선단체 ‘동물혈액은행 PBB(Pet Blood Bank)‘에서 24시간 혈액 기부 모집과 긴급 혈액 요청에 대응하고 있다.

채혈량은 몸무게의 1~1.6%까지이므로 강아지는 한 번에 300cc 정도 헌혈한다. 고양이는 40~50cc 정도. 채혈한 혈액은 일주일 이내에 사용해야 하고 기한을 넘으면 폐기해야 한다. 따라서 고양이 혈액은 더욱 부족한 편이다.

반려견 헌혈

혈액형

개의 혈액형은 DEA(강아지 적혈구 항원)으로 분류하며, 세세하게는 13종 이상이나 국제 기준으로는 'DEA1, DEA1.1, DEA1.2, DEA3 DEA4, DEA5, DEA7, DEA8' 8종[7]이다. 이중 DEA1.1이 제일 많다. 처음 수혈받을 때에는 다른 혈액형에 대한 동종항체가 없기 때문에 혈액형이 달라도 가능하다. 이후부터는 반드시 혈액형이 일치해야 한다. 사람의 O형처럼 모두에게 피를 줄 수 있지만 받을 때에는 같은 혈액형만 가능한 유니버셜 도너는 5-10%밖에 되지 않아 혈액 수급이 어렵다.

캠페인

반려동물 헌혈 캠페인

한국에서는 2018년 창립된 '한국헌혈견협회'가 반려견 헌혈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다.[8] 협회에서는 14개 협력 동물병원과 연계해서 정기헌혈을 진행하고 있다. 헌혈 조건은 우측 그림에 적혀 있다. 헌혈 신청 방법은 한국헌혈견협회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약 300마리의 공혈견이 달에 한 번 1팩을 채혈한다고 가정했을 때, 1년간 혈액팩 3600개가 공혈견들의 피로 채워진다. 따라서 반려견 3600마리가 1년에 한번씩 헌혈한다면 공혈견으로 살아가는 강아지는 자연스레 사라지게 될 것이다. 헌혈 한 번에 소형견 4마리, 공혈견을 대체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한 번의 헌혈이 5마리를 살리는 것과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9] 2022년 6월 3일 기준 헌혈견으로 등록된 강아지는 558마리[10]로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2017년 첫 정기 헌혈견이 등록된 이후 5년 만에 500마리를 넘어서며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그리고 협회에는 헌혈하기는 어렵지만 뜻을 함께하고 싶은 소형견주도 가입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활동하는 정회원은 1000여 명 정도.

협회 외에도 건국대학교 수의대병원, 서울대학교 수의병원 등도 반려견 헌혈문화 활성화에 동참하고 있다. 건국대는 2022년 8월에 아시아 최초 반려견 헌혈센터인 KU I'M DOgNOR를 설립하여 운영 중이다. KU I'M DOgNOR 사이트에서 반려견 헌혈 및 일선 수의사의 혈액 신청이 가능하다. 헌혈센터는 건국대 부속 동물병원과 별도의 건물에 자리해 있어 헌혈견이 다른 환자·보호자와 마주치지 않고 헌혈을 진행할 수 있으며, 헌혈 전후로 뛰어놀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11]. 또한 헌혈에 참여하면 건강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수도권 동물병원에서 혈액을 신청하면 착불 퀵 배송으로 받을 수 있다. 참고로 건국대 수의대는 공혈 동물의 권리 문제가 보도되기 훨씬 전부터 공혈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00년대 초반 공혈견을 없애고, 2009년에 영국 동물학대방지연합(RSPCA)의 후원으로 동물헌혈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반려묘 헌혈

혈액형

고양이의 혈액형은 A, B, AB형 3종류이며, 셋 모두 헌혈 참여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고양이는 A형이라 기본적으로 필요하고, B형은 10%에 불과해서 혈액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AB형의 경우 B형보다 훨씬 찾아보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특수 처리된 A형 혈액으로 대처할 수 있[12]다.

B형 어미가 A형 또는 AB형 새끼를 분만한 경우, 초유에 포함되어 있는 항체를 섭취하면 새끼의 적혈구가 파괴되는 신생묘 적혈구 용혈증의 원인이 된다.

프로그램

국내에서는 백산동물병원이 2015년 처음으로 프로그램을 구축하여 현재는 버전 3.0(2020)을 운영하고 있다. 고양이는 B형이 극히 드물어 B형 환자가 수혈이 필요할 때 혈액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려워 헌혈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헌혈 조건은 다음과 같다.

  • 예민하지 않고 친화적인 성격
  • 1-7살의 건강한 고양이
  • 비만이 아닌 6kg 이상의 고양이
  • 예방접종이 유지되고 있어야 함
  • 수혈 병력이 없고, 임신 중이지 않은 고양이
  • 기저질환이 없는 고양이

헌혈 신청 방법은 백산동물병원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같이 보기

출처

  1. 1.0 1.1 “공혈견 말고, 헌혈견을 모집하자”. 2012년 6월 15일. 2023년 2월 28일에 확인함. 
  2. 2.0 2.1 김미진·천현정·한제경 (2021년 12월 31일). “피를 주기 위해 살아가는, 나는 공혈견입니다”. 《국민일보》. 2023년 4월 9일에 확인함. 
  3. “공급 멈춘 '개∙고양이 치료용 혈액제제'… 20년간 관리 사각지대였다”. 2023년 3월 9일. 2023년 4월 6일에 확인함. 
  4. 4.0 4.1 “[한국일보] 1년간 우왕좌왕… 공혈견 자율규제 ‘제자리 걸음’”. 2017년 9월 26일. 2023년 4월 6일에 확인함. 
  5. 5.0 5.1 5.2 지구용 (2023년 4월 6일). “🌏 피를 뽑기 위해 길러지는 개들”. 《지구용, 지구를 지키는 용사들의 뉴스레터》. 2023년 4월 6일에 확인함. 
  6. 고은경 (2023년 3월 9일). “공급 멈춘 '개∙고양이 치료용 혈액제제'… 20년간 관리 사각지대였다”. 《한국일보》. 2023년 4월 9일에 확인함. 
  7. 양해원 (2021년 4월 9일). “개와 고양이도 헌혈 가능할까?”. 《매경헬스》. 2023년 4월 9일에 확인함. 
  8.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공혈견에겐 휴식을, 아픈 친구에겐 생명을”. 2021년 8월 1일. 2023년 2월 28일에 확인함. 
  9. "헌혈하고 친구살렸개!" 덕구는 왜 헌혈을 할까?”. 《잡플래닛》. 2022년 11월 3일. 2023년 3월 2일에 확인함. 
  10. 신성우·유인선 (2022년 12월 17일).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의 수혈용 혈액, 어디서 오는지 아시나요?”. 《헬스경향》. 2023년 4월 9일에 확인함. 
  11. 김민성 (2022년 10월 12일). “건국대 동물 헌혈센터, 지역 동물병원에 혈액 공급”. 《수의사신문 데일리벳》. 2023년 4월 9일에 확인함. 
  12. “고양이 수혈센터”. 《고양이 동물병원 백산동물병원》. 2023년 4월 9일에 확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