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의미에서 군사주의란 엄격한 위계질서와 상명하복, 규율, 전체주의, 감정의 배제, 극단적 효율 추구, 폭력을 동원한 목적의 달성 등 군대의 조직적, 문화적 특성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 사상 또는 태도를 뜻하며 종종 군사문화로 불리기도 한다. 좁은 의미에서의 군사주의는 국가가 강력한 군대를 유지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사상 또는 주장을 뜻한다. 군사주의(militarism), 군사화(militarization) 등으로 불린다.
좁은 의미에서의 군사주의를 표방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넓은 의미에서의 군사주의도 수용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 둘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군사주의
군사주의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국가안보와 군대의 존재, 가치를 우선가치로 삼는...'등의 개요를 풀어놓지 않더라도 사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것을 알고 있다. 머리로 알기 이전에 피부로 먼저 잘 알고 있다. 군사주의(militarism), 군사문화, 군사화(militarization) 등의 개념은 상당히 무겁고 생소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한반도의 모든 곳이 마치 공기같은 여혐처럼, 공기같은 군사주의에 물들어 있다. 너무나도 공기처럼 만연해서 '군사주의'자체로 인식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정희진씨의 다음과 같은 주장이 한국의 군사주의 문제를 잘 드러낸다.
"군대가 군사 문화의 주범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반도는 학교, 회사, 교회, 가정, 관료사회 할 것 없이 일상 자체가 위계질서와 힘(폭력)의 원리가 지배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군사화 된 지역 중 하나다." --정희진[1]
일상에 스며든 군사주의
- 대한민국에선 기업에서 여성보다 남성을 더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이 군사주의에 순응해서 고분고분하게 상명하복 문화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군대 갔다 와야 사람 된다' 또는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라는 말이 흔하다. 군대를 다녀 와야 철이 든단 말이다. 영 못 미덥고, 또 철 없던 아들이 군대를 다녀와 상명하복의 쓰라림, 그리고 제한된 일상으로부터 단련되어 의젓해져 돌아오면 대개 이 말을 사용한다. (반대로 '원래 의젓했던 놈이 군대를 다녀오면 이상해진다'는 변형도 있다.)
- 군사주의 문화가 강한 남성 집단에서는 복무의 난도가 높을 것으로 생각되는 부대, 군종이나 복무지의 출신자가 존경받는다. 대표적으로 해병대, 각종 특수부대, 서해 5도 등이 있다. 반대로 공익근무요원 출신이나 면제자 등은 따돌림을 받기 쉽다.
- 수련회라는 이름으로 어린 시절부터 군기와 군대식 명령법에 익숙해진다. 학교, 직장, 어디든 가릴 것 없다.
- NYT "삼성, 군대식 상명하달 문화로 문제 악화시켜"[2]
군사주의적 언어 습관
군사주의는 언어 습관에도 녹아 있으며, 이를 통해 군필자의 권력을 아주 미세한 단계에서부터 공고히 한다. 군 생활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군대 용어를 아는 것은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장애인이나 퀴어, 아동 등의 사회적 소수자가 사용하는 은어나 전문 용어, 그 분야의 특징적인 단어가 전유되어 사용되는 것과 대조된다. (임밍아웃, 헬린이 등)
특히 여성은 숫자로는 소수자가 아님에도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용어들, 특히 육아와 관련된 용어는 사회에서 사용할 때에 조롱당하기도 한다. (윰차, 얼집, 딸램/아들램 등 은어는 물론 일상적인 용어들까지)
- 직장에서 후배의 업무를 관리하거나 일부 돌보아 주는 선배를 사수나 부사수라 칭한다.
- 취향에 맞게 하는 것을 두고 취향을 저격한다고 한다.
- 누군가를 특정하여 공격하는 것을 두고 저격한다고 한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격의 경우 광역 저격이라고 한다. 그러한 사람을 저격수 또는 스나이퍼라 한다.
- 사회운동이나 여러 사회적 싸움에서 형성되는 움직임을 조직적 차원에서 전선이라 한다. 그 최전방에 선 사람을 선봉장이라 한다.
- 상대를 확실하게 재기불능하게 만드는 것을 확인사살이라고 한다. 사회적 명예와 관련 없는 온라인 상의 작은 논쟁에서도 사용된다.
- 큰 충격을 주는 발언이나 폭로를 폭탄 발언이라고 한다.
- 내 편을 아군이라고 한다. 아군임이 확인될 경우 사격을 중지하라고 한다. (아군이다 사격중지)
- 내 편과 반대편을 구분하는 것을 피아 식별이라 한다.
- 이상한 사람을 두고 머리(대가리)에 총 맞았냐고 한다.
- 전쟁과 무관한 물건을 보고 쉽게 무기를 떠올린다. 대포 카메라 등.
군사주의에서 온 제도
군사주의와 페미니즘
군사주의와 페미니즘은 대척점이라고 할 수 있다. 위계질서, 전체주의, 규율, 효율, 폭력과 공격적 성향 등 군사주의의 이념 대부분이 페미니즘과 충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은 수평적 관계를 추구하기 때문에 위계질서를 거부하고, 개개인의 권리를 존중해 전체주의를 거부하며 규율과 효율보다는 각자의 인권과 평등에 초점을 둔다.
또한 폭력은 고전적으로 약자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데 이용되었던 수단이다. 따라서 페미니즘은 군사주의와는 굉장히 대립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를 위해 군대를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그 안에서 생산되는 폭력은 묵인된다. 이러한 폭력은 동맹 관계에 있는 국가의 군대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다. 한국의 경우 주한미군에 의한, 주한미군을 위한 국가폭력에서 아직까지도 자유롭지 않다. 미선이와 효순이 사건으로 유명한 주한미군에 의한 여중생 압사 사고, 윤금이 씨 살해 사건, 이태원 살인 사건 등에서도 주한미군에 대해 적극적으로 초동대처를 하지 못한 군사주의의 압박이 있었고, 한국은 조직적으로 여성들을 납치하고 기망하거나 취약계층 여성들에게 직업을 제공한다는 빌미로 기지촌을 만들어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여 국가적 이익을 취하였다. 기지촌
군사주의 유지를 위하여 남성성은 숭배되고 여성성은 모성으로만 숭배되는 동시에 평가절하당한다. 군사주의의 존속을 목적으로 희생되는 남성은 대한의 건아, 국가의 아들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의 희생자가 되어 신성시되며, 여성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폭력의 희생자가 되어 신성시되거나 남성 군인들의 성욕을 해결해주는 수단이 되어 멸시당한다. 위문공연 위안부 군인이 될 수 없는 남성과 여성은 2등 시민으로 취급받으며, 이는 전시에 민간인의 노동력으로 군대를 유지하는 구조임에도 그러하다.
일본군 '위안부'와 미군 기지촌 여성 단체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2019년 10월 20일 '성매매근절을 위한 한소리회'와 '기지촌여성인권연대'는 마포아트센터에서 심포지엄을 열었다.[3]
같이 보기
출처
- ↑ “군사문화가 낳은 성차별…‘경제강국’ 디딤돌?”. 《조선일보》.
- ↑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610121126001&code=970201
- ↑ 이유진 (2011년 10월 20일). “일본군위안부·기지촌여성 피해자 ‘군사주의 여성범죄’ 공동대처키로”. 2024년 5월 16일에 확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