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호퍼

최근 편집: 2023년 4월 30일 (일) 09:27

에드워드 호퍼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다. 대표작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에는 도시의 밤이 간직한 사연들이 깃들어 있다.

논란

유년 시절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인 호퍼는 화가가 아닌 다른 꿈은 꾸지 않았다. 순수예술은 그 시절에도 돈이 안 됐다. 호퍼는 당시 대표적 상업미술인 삽화를 그리며 미술계에 발을 들였다. 원하지 않는 작업을 10년 넘게 이어온 무명화가의 삶은 자괴감으로 가득했다. 그에게 벼락같은 축복을 선물한 사람은 조세핀 니비슨이었다. 뉴욕미술학교 동급생인 호퍼와 조세핀은 졸업 후 한 모임에서 만나 연인이 된다. 화가였던 조세핀은 미술관에서 작품 전시 요청을 받고, 애인의 그림도 나란히 걸릴 수 있도록 손을 썼다. 관객들은 호퍼의 그림에 열광했다. 성공의 서막이 올랐다. 이듬해 1924년 둘은 40대 초반 나이로 결혼했다. 같은 해 개인전을 연 호퍼는 모든 그림을 팔아치웠다. 꽃길이 펼쳐진 호퍼와 달리 결혼과 함께 조세핀의 화가 경력은 종료된다. 조세핀은 남편이 그림에 전념하도록 살림을 도맡았다. 내성적인 호퍼를 대신해 미술관을 뛰어다니며 전시 일정을 잡고 조율했다. 조세핀은 호퍼의 아내이자 매니저였다. 조세핀이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화가의 길을 포기한 건 아니었다. 호퍼는 아내의 실력을 깎아내렸다. 조세핀이 그림을 그리면 "볼품없는 작품"이라며 폭언을 쏟아내 꿈을 접게 만들었다.

◆ 전쟁 같은 사랑 그림이 다가 아니었다. 엄격한 청교도 가풍을 물려받은 호퍼는 보수적이었다. 밀려드는 이민자를 향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열성적인 공화당 지지자였다. 당연히 가부장적이었다. 호퍼는 아내가 전통적인 주부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옭아맸다. 조세핀이 운전대를 잡는 것조차 탐탁지 않게 생각했는데, 운전하지 말라는 자신의 명령을 어기자 호퍼는 아내의 양쪽 다리를 잡아당겨 차에서 끌어내리기도 했다. 호퍼의 잦은 폭언과 폭력에 조세핀이 일방적으로 당한 건 아니다. 그녀는 자신보다 몸집이 두 배나 큰 호퍼를 할퀴고, 꼬집고, 목청껏 소리 질렀다. 이 전쟁 같은 관계는 호퍼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이어졌다.

아내의 창작 충동을 억누른 호퍼는 자신의 모델로 조세핀을 고집했다. 호퍼의 그림에 등장하는 금발 여성은 대부분 조세핀이다. 어떤 역할이 요구되더라도 조세핀은 탁월하게 해냈다. 호퍼는 결혼 후 미술사에 이름을 새기며 거장으로 예우받았고, 조세핀은 그의 작품 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늙어갔다.[1]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