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노동

최근 편집: 2022년 12월 29일 (목)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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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무급으로 이루어지는 노동을 가리키는 경제학 용어. 1981년 이반 일리치가 동명의 자신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했다. 그림자 노동은 임금 노동과 함께 산업사회의 노동을 구성하는 노동으로, 임금 노동의 유지와 확대를 위한 보완물로 발전, 확대된다. 대표적으로는 가정주부의 가사노동, 육아노동 등 가정을 유지하는 모든 노동들이 있으며, 통근, 시험공부, 아동들의 학습 등도 그림자 노동에 포함된다.

자급자족 경제, 임금노동, 그림자노동

자급자족 경제

구성원들이 가진 필요를 스스로의 생산활동을 통해 스스로 충족하는 환경으로, 생산수단은 자본에 의해 독점되는 게 아니라 자신의 필요 충족을 위해 생산활동을 하고 싶은 누구에게나 접근이 가능하도록 열려있다. 화폐거래는 존재하지만 물물교환의 목적을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존재한다. 이런 자급자족 경제환경은 인클로저 운동산업화로 인해 파괴되고, 임금노동이 중심이 되는 생산체제가 자리를 잡는다.

임금노동

피고용자가 고용자에 의해 고용된 상태에서 임금을 받으며 하는 노동으로, 경제활동 지표에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노동이다. 인클로저 운동으로 자급자족 노동의 바탕이 되는 공유재가 사라지자, 기존 노동자들은 생계 유지를 위해 도시로 이동하여 임금노동자로 전환됐다. 산업사회에서 임금노동은 '쓸모의 증거'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림자 노동

임금이 주어지지 않아 경제지표에 반영되지 않는 모든 노동을 말한다. 자급자족경제 속에서는 분리되지 않던, 생산과 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모든 노동 중 일부가 산업사회의 자본가와 고용자가 등장해 '임금'이 주어지는 노동으로 분리되고 그 나머지 노동들은 그림자 노동으로 남겨졌다. 앞서 산업사회에서 임금노동은 '쓸모의 증거'이며 '생산적인' 것으로 여겨지나, 임금 노동자의 존재와 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여타의 활동(학생들의 공부, 이동, 모든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은 '소비', '지출'로 여겨지며 비생산적인 것으로 평가절하 되었다.

여성의 인클로저 운동과 노동가치설

인클로저 운동

경제학에서 말하는 '본원적 축적'의 첫 과정[주 1]이 실천된 예이다. 18세기 중엽의 인클로저 운동은 농업생산을 위한 토지(공유재)를 농민들로부터 박탈하고 일부 농업, 산업자본가의 사유재산으로 전환했고, 이 과정에서 무산자가 된 농업노동자들을 산업사회의 임금노동자로 전락시켰다.

'여성의 인클로저'

경제활동에서의 여성의 위치를 빼앗고 '집 안에 가두는' 역사적인 과정을 말한다. 노동자와 생산수단이 자연적으로 결합한 상태였던 봉건사회의 경제구조에서, 여성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생산활동을 하여 수입을 얻었고 남성과 동등하게 가정 경제에 기여하고 있었다. 즉 성별 분업 노동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 경제구조는 대에 들어 절대왕정과 왕정의 비호를 받는 중상주의 이데올로기로부터 국가주도의 지속적인 공격을 받았다. 이러한 공격에 군중을 폭동으로 대항했고, 일리치에 따르면 이러한 저항의 주체는 대체로 여성이었다. 중상주의자들과 근대 자본가들은 이를 잠재우기 위해 노동가치설의 이데올로기를 이용했다.

노동가치설

노동가치설에서 노동은 자연의 것을 값진 재화와 용역으로 변환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연금술적인 행위다. 산업사회에서는 재화와 용역의 생산을 맡는 임금노동이 이러한 가치를 지닌 노동으로 평가되며, 가사노동은 임금 노동을 존재케하는 노동이나,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지 않는 노동이므로 의존적이고 비생산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임금 노동을 하는 남성들을 '정당한 노동을 모두 책임지고 있고, 비생산적인 여성으로부터 끊임없이 착취당하고 있다'고 세뇌하여 여성의 위상을 격하시킨다. 이러한 과정에 여성들이 반발을 하더라도, 그것을 계급투쟁의 문제로 환원해 호도하여 반발을 잠재운다. 따라서 여성의 인클로저 과정은 부르주아 남성 뿐 아니라 남성 임금 노동자들도 공범이 된다.

'신비화 전략'과 노동의 성차별

산업사회는 자급자족 노동을 해체해 임금노동과 그림자노동으로 분리하고, 개개인의 자급자족 능력을 없앤다. 그리고 임금노동을 남성에게 부과하고 그림자 노동을 여성에게 부과하여, 남성에겐 '유능한, 인정받은, 가치있는, 쓸모있는 인간'의 역할을, 여성에겐 '부차적인, 생산적인 가치가 없는 인간'의 역할을 부여한다. 산업사회가 그림자 노동을 '여성 고유의 것'으로, 여성을 '걸어다니는 자궁'으로 재정의 하는 것에 이용하는 전략을 '신비화 전략'이라 하며, 이에는 다섯 가지의 전략이 있다.

근대적 학문을 통한 신비화

여성이 하는 활동을 '노동이 아닌 것'으로 규정하기 위해 "과학적인" 설명을 덧붙이면서, 근대 경제의 성별 분화를 정당화 하는 것이다. 동물행동학, 인류학, 진화심리학, 파슨스로 대표되는 기능론적 사회학이 이전엔 없었던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이란 개념을 창조하고 적용하여, 본래 성별 분화가 없었던 영역까지 '남성화' 혹은 '여성화'를 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여성은 본성적으로 그림자 노동에 종사하게 되어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근대적 학문을 통한 신비화이다.

'그림자 가격' 매기기

무급으로 행하는 노동에 임금노동과 같은 방식으로 가상의 값을 매겨, 여성이 가사노동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 '실제로는 경제적으로 더 득이 되는 상태'라 설명하고 정당화하는 것이다.

사회적 재생산 역할 부과

산업사회의 노동 이데올로기에 맞지 않으나 산업사회의 유지에는 필수적인 활동들을 '사회적 재생산'으로 부적절하게 범주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급자족을 위해 여성이 하는 활동을 노동의 재생산을 위해 여성에게 부과된 노동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

가사노동에 대한 관점

가사노동이 고되다는 점과 고된 만큼의 금전적 보상이 없다는 것을 지나치게 강조해 여성 노동의 문제를 임금 문제로만 보게함으로써, 산업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노동이 여성 본인의 자급자족의 측면에서도 무익한 노동이라는 사실을 가려버리는 것이다.

발명된 성 개념의 주입

산업적 존재 양식의 절반을 여성에게 부과하고, 이러한 체제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여성성'의 개념을 창조하고 이를 여성에게 주입함으로써 여성 본연의 인격을 훼손하는 것이다.

  1. 노동력과 생산수단의 자연적 결합을 파괴하고, 생산수단을 수탈하여 자본가의 사유재산으로 전환시키는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