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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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남산에 조성되어 있는 일본군’위안부’ 추모공원 ‘기억의 터’는 지난 2016년 전쟁의 피해자였지만 평화, 인권운동가로 활동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메시지를 계승하자는 다짐으로 사회단체, 정계, 여성계, 학계, 문화계, 독립운동가 후손 등이 국민모금을 하여 총 19,754명의 시민들의 참여로 옛 통감 관저 터에 조성된 공간이다.기억의 터에는 설계에 성추행범 임옥상 작가가 참여하였으나, 기본적으로는 건립추진위원회와 위안부 피해자들의 집단창작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그러나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되었던 임옥상 작가가 2023년 8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마자, 서울시는 임옥상 작가가 설계를 맡았다는 핑계로 기억의 터를 철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고하였다. 이에 기억의 터 건립추진위원회는 성폭력 가해자는 지우되 건립의 의미를 이어갈 수 있는 대안을 서울시와 협의하는 한편, 8월 31일에는 철거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였다. 하지만 법은 9월 1일자로 신청 각하 결정을 내려버렸고, 9월 4일 서울시청은 바로 강제철거를 시도하려 했다.

정의기억연대, 기억의 터 건립추진위원회, 한국성폭력상담소, 이화여대 민주동우회 등 각계각층의 여성운동단체와 시민운동단체 100여 명이 9월 4일 새벽 6시부터 기억의 터를 지키기 위해 모였고, 평화와 여성인권을 상징하며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이 그 출발점임을 나타내는 의지를 담아 보라색 천을 기억의 터 조형물과 그 주변에 설치하였고, 강제철거를 막았다. 하지만 서울시청은 다음날인 9월 5일 새벽 6시 10분부터 기어이 철거를 강행하여 기억의 터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언론에서는 임옥상 작품만 부분 철거한 것처럼 왜곡보도하는데, 임옥상 작가의 원안은 지나치게 선이 날카롭고 거친 느낌을 준다는 지적 때문에 건립추진위원회에서 공동토론을 통해 대폭 설계를 수정하여 제작하였다. 또한 기억의 배꼽 정중앙은 윤석남 작가의 작품이고, 대지의 눈에는 기억의 터를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설명,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단, 김순덕 할머니의 ‘끌려가는 소녀’ 그림 등이 새겨져 있는 등 두 가지 다 개인 작품이 아닌 공동창작물인데도 불구하고, 구성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전부 파괴한 것이다.

[성명서] 서울시 일본군‘위안부’ 기억의 터 기습철거 강행 규탄

기어이 기억의 터를 철거해 일본군‘위안부’, 반성폭력 운동 역사 통째로 지우려는 오세훈 서울시장 규탄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어이 일본군 ‘위안부’ 추모공원 ‘기억의 터’를 철거했다. ‘아픈 역사를 반드시 기억하겠다’는 다짐으로 19,754명의 시민들이 마음 모아 서울 남산자락 옛 통감 관저 터에 조성한 여성인권·평화의 터를 짓밟고 깨부수었다. 기억의 터 건립추진위원회를 비롯 2천명이 넘는 시민과 단체가 성급한 철거 전에 임옥상의 성폭력과 일본군‘위안부’ 역사를 모두 기록하고 기억할 수 있는 방안을 공론의 장을 통해 먼저 마련하자고 제안했으나, 오세훈 시장은 결국 철거로 답했다. 수차례의 면담 요청 거부, 새벽부터 모인 100여 명의 시민들의 절절한 제안에 대한 답이 반성폭력 역사 지우기라는 것이 참담하다. 오세훈 시장의 불통과 독단을 규탄한다.

우리는 임옥상 성추행 사건을 통해 만연한 여성폭력의 현실을 드러내고, 범죄 이후 그의 파렴치한 행보까지 모두 기록하는 방안을 찾자고 하였으나 서울시는 이를 무시하고 기습적으로 철거를 강행했다. 서울시가 철거한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은 임옥상 개인의 작품이 아니다. ‘대지의 눈’에는 故 김순덕 할머니가 그리신 '끌려감' 작품과 할머니 한 분 한 분의 생애와 말들이 새겨져 있었다. 결국 오세훈 서울시에 의해 그 기록이 지워지고 부숴졌다. 피해자들의 말과 이름이 지워지면 일본의 과오 또한 지워진다. 동시에 임옥상의 성폭력도 제대로 기록되지 못하고 그대로 지워진다.

서울시의 기억의 터 철거는 임옥상 지우기가 아닌 일본군‘위안부’ 역사 지우기, 여성폭력 저항의 역사 지우기다. 여성폭력의 역사를 공적 공간에서 끊임없이 기록하고 기억하려는 시민들의 노력까지 지워버렸다. 기억하고 성찰하여 다시는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말자는 반성폭력 운동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기억의 터가 서울시에 의해 임옥상 개인의 것으로 전락했다. 기억의 터 철거로 일본군‘위안부’, 반성폭력 운동 역사 통째로 지우려는 오세훈 서울시장 규탄한다.

기억의 터의 역사적 의미와 평화와 여성인권을 염원하는 피해자 및 시민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작업에 성추행 범죄에 대한 책임과 반성 없이 감히 참여한 임옥상의 행보로 인해 더욱더 큰 상처와 고통을 겪었을 임옥상 성폭력 피해자와 연대할 것이다. 그리하여 임옥상이 제대로 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평가와 기록 기억이 모두 이루어질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오늘 기억의 터를 철거한 오세훈 시장의 잘못에 대해 낱낱이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다. 앞으로 서울시가 기억의 터 공간을 어떻게 재조성할지,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기억하고 피해자를 기리는 일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똑똑히 지켜보고 말하고 개입할 것이다.

2023년 9월 5일

일본군‘위안부’ 기억의 터 추진위원장 최영희 포함 추진위원 모금 참여자 총 98명

(강덕제, 강순원, 강현욱, 고영민, 고원선, 권미경, 구슬기, 김경안, 김경애, 김귀균, 김금옥, 김덕주, 김미령, 김법열, 김삼열, 김상은, 김선영, 김순진, 김연순, 김은혜, 김은희, 김지선, 김지영, 김학민, 김화영, 노혜경, 류문수, 박명은, 박화영, 배외숙, 서도명, 서지원, 선미라, 소연선, 소종현, 소현정, 소홍선, 송가람, 송정심, 송찬길, 신낙균, 신순애, 신효석, 안경덕, 안성오, 양성덕, 엄규숙, 윤현봉, 오상석, 이경서, 이공현, 이길연, 이명아, 이미경, 이상경, 이선종, 이성심, 이숙진, 이순자, 이영희, 이운숙, 이은혜, 이제원, 이종화, 이청숙, 이한매, 이혜경, 이현숙, 이호연, 임광제, 임규완, 임진은, 장상환, 장하진, 정강자, 정명선1, 정명선2, 정상덕, 정영숙, 정은선, 정춘생, 조명자, 조정하, 주혜은, 지은희, 차경애, 차옥숭, 최규선, 최금례, 최도윤, 최영희, 한은경, 허석, 홍은용, 황도묵, 황순하, 황주영)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연대

총 61개 여성단체

(거창여성회, 경기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장애인연대, 경남여성회, 경주여성노동자회, 고양여성민우회, 광주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민우회, 광주여성의전화,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군포여성민우회, 기독여민회, 김해여성의전화, 김해여성회,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여성노동자회, 대구여성회, 대전여성단체연합, 디딤장애인성인권지원센터,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부산여성단체연합, 부산여성회, 부천여성노동자회, 서울동북여성민우회, 서울여성노동자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수원여성노동자회, 수원여성회, 안산여성노동자회, 울산여성회, 원주여성민우회, 인천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민우회, 인천여성회,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을위한 부산여성행동, 전국여성노동조합, 전북여성노동자회, 전북여성단체연합,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젠더교육플랫폼효재,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진주여성민우회, 진해여성의전화, 창원여성살림공동체, 창원여성의전화, 춘천여성민우회, 통영여성장애인연대, 파주여성민우회,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포항여성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연구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