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

최근 편집: 2023년 9월 21일 (목) 10:54

소개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은 코로나19의 한복판에 있던 2021년 가을에 출범한 단체로, 분기별 활동을 기본으로 하며 현재 4기 활동을 진행 중이다. 서울문화재단 예술청에서 주관한 <2021년 예술인이 시작을 대하는 가지가지 활동> 지원사업에 선정된 희음의 기획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 모임을 시작으로 4기까지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그후 여성환경연대 에코페미니즘 지원사업에 선정된 '행운의 에코편지 쓰기' 프로젝트 실행을 위해 조직된 소수의 활동가들로 이루어진 4.5기를 진행한 바 있다. 현재(2023년 7월)는 5기 모집을 완료하여 5기 활동을 위해 공통감각 키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5기의 주요 활동은 923 기후정의행진 참여 및 퍼포먼스가 될 것이다.

활동

1기와 2기에는 기후위기 의제에 대한 공부와 각자의 창작활동 및 기후위기와 관련된 예술적 아티클을 나누며 서로의 관점과 지식을 북돋우며 단체의 공통감각을 키우는 활동이 중심이었다. 핵심적인 활동 기간은 3기였는데 이때는 924 기후정의행진 기간과 맞물린다. 이와 관련하여 저희의 주요 활동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뽑을 수 있다. 3기 신규 멤버 모집을 앞두고 함께 선언문을 작성한 것, 기후위기 의제를 중심으로 ‘기후위기 오픈마이크’를 기획하고 실행하여 이 흐름을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도록 한 것, 924 기후정의행진에서 각자의 창작물을 거리의 예술로 펼치는 방식의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 이 밖에도 여성가족부 폐지안 규탄 전국 집중 집회, 1017빈곤 철폐의 날 퍼레이드, 이란시위를 지지하는 온라인 행동, 신당역 여성노동자 스토킹 살해 추모집회 등 다양한 사회운동에 함께하기도 했다.


4기 때 했던 주요활동으로는 1029 이태원참사 촛불문화제(3.3) 기획과 진행이 있다. 이때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은 이태원 참사 시기와 관련된 시민들의 일상 증언과 이태원 참사 당시 119에 걸려온 전화 녹취록을 병치시켜 만든 창작극(극 안세희) 상연과, 창작곡(작사 희음, 작곡 윤은성) 합창을 함께하기도 했다.

주요활동 1: 선언문 작성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의 선언문(2022.07.)

1. 기후위기는 미래의 이미지가 아닙니다. 삶의 현장에 이미 도래한 위기입니다.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은 기후위기를 각자의 고유한 언어로써 증언하고자 합니다. 증언의 연대로 서로에게 응답하고 서로의 삶에 공명하고자 합니다.

1.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은 창작장 안에서의 돌봄 실천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상호의존과 관계 맺기의 가치를 중시하면서 창작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부수적인 작업들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이는 모든 예술 활동이 시장화 되는 지금의 자 본적 주목경쟁과 관심경제를 문제시하며, 이에 대한 대안적 장을 구성하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1.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은 기후정의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매개로 하여 창작자 간의 수평적이고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것을 지향합니다. 착취와 경쟁, 성장을 향해 내달리는 지배적 존재 양식과는 다른 존재 양식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1.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은 기후위기를 초래한 지금의 자본주의와 식민주의, 추출주의, 능력주의를 비판합니다. 이 거대한 타자화의 조류에 맞서고자 합니다. 우리가 하는 예술 활동은 이에 맞선 저항적 실천입니다. 우리는 지금의 문제적인 체제를 심문하면서 이를 전환하기 위한 공동의 움직임을 만들어나가고자 합니다.

  • 본 선언문은 이후에 함께 결합한 구성원과의 토론과 합의에 따라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될 수 있습니다.

주요활동 2: 기후정의 오픈마이크(2022. 07. 29, 2022. 08. 19)

924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 회원이기도 했던 창작자들이 행진의 불씨를 놓고자 했던 첫 행사였다. 이는 마이크 앞에 누구나 나와서 증언과 낭독, 노래와 춤과 퍼포먼스로 기후정의의 목소리를 들려 달라 요청하는 열린 무대였다. 늘 마이크를 쥐던, 높고 탄탄한 자리에서 주목받고 인정받는 이들에게서 마이크를 찾아와 더 넓고 평평하고 둥근 자리에서 마이크를 나누는 기획이기도 했다. 누구는 내내 말하고 누구는 내내 듣는 일에서 벗어나는 일이었다. 어깨동무를 하듯 평등한 자리에서, 말하는 동시에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되어보는 일이었다.

주요활동 3: ‘퇴비들의 행진’ 퍼포먼스(2022. 09. 24)

924 기후정의행진 당일의 무대에서 펼쳐진 퍼포먼스다. 창작자들은 이를 위해 시와 소설을 쓰고 번역했으며 커다란 화선지 위에다 글자들을 빼곡하게 써 넣었다. 기후재난 앞에서 죽임당하는 도처의 삶, 이 사회의 숱한 위기와 위험과 가난과 억압의 삶을 불러와 말하고, 모두가 어떻게든 서로에게 연결되고 연루되어 있음을 ‘퇴비 되기’라는 상상력으로써 환기시키는 작업이었다. 본격적인 행진이 있기 두 시간가량 전에 열린 오픈마이크 무대에서, 창작자들은 차례차례 화선지를 펄럭이며 작품을 읽어 내려갔다. 앞서 읽은 이는 무대에 서서 다음 사람이 다 읽기를 기다려주었다. 퍼포먼스의 마지막에 이르러 우리는 둥근 대형으로 섰다. 구겨진 화선지를 다시 펼쳐 들고서 잘 보이지 않는 서로의 글자들을, 한 번도 맞춰보지 않아 자꾸 틀리는 합창처럼 낭송했다. 낭송이 끝난 뒤에는 손을 잡고 빙빙 돌았다. 자꾸 틀리고 조금도 합일되지 않는 소리였으며 어설프게 맞잡은 손임에도 그것은 분명 합창이었고 손잡기였다.

주요활동 4: 행운의 에코편지 프로젝트(2023. 04 ~ 10)

개요 및 과정

2023년 여성환경연대 에코페미니즘 지원사업에 선정된 사업으로,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의 4기 활동 막바지에 몇몇이 머리를 맞대 기획서를 작성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 진행은 5명의 창작자들이 맡고 있다. 편지 쓰기에 참여할 이들을 전국을 대상으로 모집해, 이렇게 릴레이로 쓰이고 건네진 편지를 모아 책(모음집)을 제작하기도 했다. 책 속에는 편지뿐 아니라 참여자들이 조금씩 땋은 실을 모아 찍은 사진, 창작자들 5명의 후기가 담겨 있다. 2023년 10월에는 땋은 실 전시와 오픈마이크도 앞두고 있다.

행운의 에코편지 소개말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중략) 이 편지를 포함하여 ○통을 행운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주셔야 합니다. 이 편지를 보내면 ○년의 행운이 있을 것이고……”

위의 인용 문구는 흔히 ‘행운의 편지’라고 알려진 체인레터입니다. 수신자로 하여금 편지를 보내는 행위를 이어가도록 종용하는 가벼운 협박성 편지. 행운의 편지는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식과 매체로 변형, 반복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은 끝없이 누적되며 지속되는 ‘행운의 편지’의 형식에 착안하여 ‘행운의 에코편지’ 활동을 기획했습니다.

또, 여성의/여성적 창작 문화라고 여겨지는 ‘매듭 공예’, ‘실 공예’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가느다랗고 잘 엉키는 실타래. 그렇지만 실을 땋아 만든 매듭은 정성어린 손길과 함께 점점 더 견고하고 아름다워집니다. 그리고 형형색색 실들로 땋아진 매듭의 길이는 그 손끝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습니다. 우리는 서로 모르는 낯선 손끝이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편지 쓰기’와 ‘실 땋기’를 함께 진행합니다.

즉, 우리는 발신자와 수신자가 있는 편지 쓰기를 통해 말을 걸고 응답하며 다시 다음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 서로에게 기대어 말문을 틔우는 방식을 차용합니다. 이는 이어 쓰기인 동시에 함께 쓰기입니다. 각자의 글이 각기 다른 경험을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기후생태위기라는 이 세계의 공동의 문제 앞에서 머리와 마음을 모아낸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은유이자 공공 예술 작업이기도 한 실 땋기는, 우리의 목소리가 서로에게 기댐으로써 비로소 완성될 수 있는 것임을 확인시켜줄 것입니다.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은 시민들이 스스로의 일상에서 ‘말하기’를 시작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말하기’를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민들이 스스로 발견한 ‘나’의 감각을 낯선 사람과 나눌 수 있기를, 그렇게 ‘나’와 ‘너’, 그리고 ‘자신’과 ‘타인’이 연결되며 ‘우리’로 쌓아올려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땅 위에서 함께 살아 숨쉬고 있는 ‘우리’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하나로 연결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