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피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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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피난(緊急避難)대한민국 형법에 규정된 위법성조각사유의 하나이다. 긴급피난으로 인정된 행위는 범죄를 구성하지 않게 된다.

조문

  • 제22조(긴급피난)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위난을 피하지 못할 책임이 있는 자에 대하여는 전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전조 제2항과 제3항의 규정은 본조에 준용한다.

해설

형법 제 22조에 정당방위의 성립조건이 명시되어 있다. 이를 풀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 자신 또는 타인의 법익일 것
    정당방위와 달리 무슨 법익인지는 불문한다.
  •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일 것
    과거에 지속적으로 반복되어서 앞으로도 반복될 침해의 경우 계속위난이라 하여 현재성을 인정한다.
  • 위난에 책임이 없을 것
    자초한 위난으로 인한 피난은 인정받지 못하며, 위난을 벗어나지 말아야 할 업무를 맡고 있는 자는 긴급피난을 할 수 없다.
  •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자신의 생명을 구하려 타인의 생명을 침해하는 것은 부정된다 함이 학계의 통설이다.
긴급피난의 조건 [대판2005도9396]
❝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하려면, 첫째 피난행위는 위난에 처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어야 하고, 둘째 피해자에게 가장 경미한 손해를 주는 방법을 택하여야 하며, 셋째 피난행위에 의하여 보전되는 이익은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해야 하고, 넷째 피난행위는 그 자체가 사회윤리나 법질서 전체의 정신에 비추어 적합한 수단일 것을 요하는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사례

우월한 이익 보호의 원칙 [대판75도1205]
(낙태죄가 존속하던 때의 판례)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현저할뿐더러 기형아 내지 불구아를 출산할 가능성마저도 없지 않다는 판단하에 부득이 취하게 된 산부인과 의사의 낙태 수술행위는 정당행위 내지 긴급피난에 해당되어 위법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하였다.
피조개양식장 사건 [대판85도221]
정박 중인 선박을 새로운 공유수면점용허가 및 예인선 비용때문에 이동하지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태풍을 만나는 바람에 선박과 선원들의 안전을 위하여 선박의 닻줄을 늘여 근처에 있던 피조개 양식장을 침범하여 손상을 입혔다. 이는 손괴의 미필적 고의이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취한 적절하고 필요불가결한 조치로써 긴급피난으로 인정되었다.
기계톱으로 개 죽인 사건 (긴급피난 부정) [대판2005도9396]
피의자는 자신의 애완견인 진돗개를 공격하던 다른 개를 쫓아내려 마침 들고 있던 기계톱[주 1]으로 위협하다가 그 개를 죽임으로써 동물보호법 위반[주 2]으로 기소되었다.
피고인은 긴급피난 내지는 과잉피난으로 인한 위법성조각을 주장하였다. 원심은 해당 조항을 "정당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동물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로 해석하여 구성요건 조각으로 무죄를 내렸으나, 피해견주의 상소 끝에 대법원은 해당 조문의 해석은 법리의 오해이며, 피해견이 피고인을 직접 공격한 것이 아니고 기계톱을 휘두르기만 했어도 충분히 쫓았을 것이므로 이 사건의 행위는 긴급피난의 적절한 수단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위법성조각을 부정했다.
구급차의 뺑소니 [광주지법2013고단4940]
응급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던 구급차 운전자가 교차로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좌회전하다 반대 차선에서 직진 신호를 받고 진행하던 차량과 부딪혀 피해차량의 운전자와 동승자가 전치 2주의 치료가 필요한 경추 염좌 등의 상해를 입었다. 구급차 운전자는 사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8㎞ 이상 떨어진 병원까지 4분 만에 주파해 이송을 마친 뒤에야 경찰에 사고 신고를 했다.
법원은 구급차도 진행방향에 교차운행하고 있는 차량이 있다면 당연히 정지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신호위반의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내렸지만, 사고 후 미조치에 대해서는 "이송중이던 환자의 상태가 매우 위급했던 점과 사고가 경미해 피해자들에게 특별한 외상이 없었던 점, 사고 후에도 교차로의 다른 차량들이 진행이 가능한 상태였던 점, 환자 이송을 마친 직후 경찰에 사고 신고를 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긴급피난의 요건인 보충성과 균형성, 적합성 등을 모두 갖추었다고 판단된다" 하여 무죄로 판결했다.
급한 용변 때문에 여자화장실에 침입한 남자 [(사건번호 미상)]
2020년 8월 대전광역시에서 퇴근하고 집에 가던 40대 남성이 갑작스런 복통으로 근처 상가의 화장실을 찾았는데 그 곳이 여자 화장실이었다. 그는 문 밑의 틈으로 주위를 살피다가 세면대 거울 앞에 있던 여성에게 발각되었는데, 마침 남성에게는 2011년 주거침입의 전과가 있었다. 결국 그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성적 목적 다중이용장소 침입죄'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통상 성적 목적의 여자화장실 침입자들이 주로 옆칸을 살피는데 이 남성은 문앞을 살폈다는 점과 CCTV에 기록된 피고인의 거동을 보아 범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차를 옮겨 주차한 주취자 [울산지법2021노583]
2020년 9월 심야에 피고인은 울산광역시 동구에서 술을 마신 뒤 귀가하기 위해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는데, 운전 중에 그와 시비가 붙은 끝에 대리기사가 도로에 차를 정차하고 그대로 가버렸다. 이에 피고인은 교통사고 발생이 우려되어 차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 위해 혈중알콜농도 0.187%의 만취 상태에서 약 300~400m 거리를 운전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이 같은 상황에서는 피고인이 직접 차량을 운전해 신속히 갓길로 이동시키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며, 이동 거리나 경로 등에 비춰보면 실제 차량 통행이 없는 가장 가까운 곳에 정차한 것으로 보이고, 그 장소까지 운전하는 동안 교통사고의 위험도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긴급피난의 무죄를 인정하였다.

부연 설명

  1. 흔히 "전기톱"이라고 부르지만, 기술적으로 보면 전기를 동력원으로 하는 제품이 드물기 때문에 산업현장에서는 '엔진톱', '기계톱' 등의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일이 많다. 판결문은 이를 지지하여 단어를 고른 듯하다.
  2. 동물보호법 제8조(동물학대 등의 금지) 1항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호: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