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런 벽지

최근 편집: 2022년 12월 24일 (토) 10:09

개요

'누런 벽지'(The Yellow Wallpaper)는 미국의 여성 소설가 샬롯 퍼킨스 길먼(Charlotte Perkins Gilman,1860-1935)의 단편 소설이다.

줄거리

우울증 진단을 받은 아내인 '나'는 의사인 남편으로부터 무조건 침대에 누워서 휴식하라는 강요를 받는다. 그림을 그리거나 편지를 쓰거나 심지어 일기를 쓰는 일마저 금지된 채 집안에서 갇혀있는 '나'는 외로움과 무기력증, 소외감,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더욱 몰두하고, 점차 누런 빛을 띠는 낡은 방 벽지가 냄새를 풍기며 움직인다는 환영에 사로잡히게 된다. '나'는 계속해서 벽지에 집착하고, 이제는 벽지의 기이한 무늬 뒤에 여성들이 갇혀있어 그들을 구출해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광증에 사로잡힌 '나'는 갇혀있는 여성들과 자신을 구하기 위해 애를 쓴다. 방문을 잠그고 벽지를 찢어발기고 네발로 기어다니며 이를 보고 놀라 쓰러진 남편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 위를 기어가며 말한다. "나는 빠져나왔어요."

작품 해석

샬롯 퍼킨스 길먼은 본인이 겪은 산후 우울증을 토대로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첫 번째 결혼과 출산 이후 길먼은 심리적 고통과 우울을 겪었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당시 유명한 신경 정신과의사인 미첼(S. Weir Mitchell)을 찾아갔지만, 지적인 활동은 두 시간 이내로 제한하며 강제로 침대에서 절대적 안정을 취할 것을 요구하는 그의 '휴식치료'(rest cure)는 오히려 길먼의 신경쇠약 증세를 악화시켰다. 이 치료법은 권위적인 의사의 지시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할 것을 강요하는 폭력이었으며 모든 외부적 자극을 박탈한 채 고립시킴으로써 오히려 환자를 정신적 마비상태에 빠뜨렸다. 후에 길먼은 당시의 경험이 일종의 '정신적 고문'에 가까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작품은 선구적인 페미니즘 소설로 잘 알려져 있으며, 기이하고 음산한 어조와 묘사로도 문학적인 성취를 거뒀다고 여겨진다.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영문학과라면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커리큘럼에 속하는 여성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