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레드 필

최근 편집: 2022년 12월 24일 (토) 17:40
더 레드 필, 2016

더 레드 필(The Red Pill)남성인권운동의 주장을 긍정적으로 소개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감독 캐시 제이는 원래 페미니스트였으나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에서 스스로를 더 이상 페미니스트라 부르지 않게 되었다고 말한다.

빨간 약이란?

'빨간약'이란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가상의 알약으로, 이 약을 먹으면 기계가 만들어낸 편하고 안락한 가상의 세상 '매트릭스'에서 깨어나 척박한 현실세계로 인도된다. 다큐멘터리는 페미니즘의 '안락한 주장들'에서 깨어나서 '진실'을 마주하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영화 내에서 가장 비중있게 소개하고 있는 남성인권단체인 <남성들을 위한 목소리 (A Voice for Men)>는 영화 제작 당시 "빨간약을 먹어 (Take the red pill)"를 슬로건으로 쓰고 있었는데 이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 소개하는 남성인권운동 활동가들의 주장

영화는 <남성들을 위한 목소리 (A Voice for Men)>, <전미남성연합 (National Coalition for Men)>, <남성인권협회(Men’s Rights Inc.)>, 부성사기에 반대하는 시민 모임 (Citizens Against Paternity Fraud)> 등 여러 남성인권단체의 수장들, <남성권력의 미신 (The Myth of Male Power)>의 저자인 워렌 패럴 (Warren Farrell), 남성인권변호사인 마크 앤젤루치 (Marc Angelucci) 등 유명 활동가들의 주장을 소개하고 있다. 주요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자살하는 사람, 피살당하는 사람, 직무 중 사망자, 전사자, 자폐아, 마약 중독자, 노숙자, 실업자, 학업 중도 포기자, 교도소 수감자의 대다수는 남성이다.
  • 남성은 동일한 범죄를 저질러도 여성보다 60% 무거운 형량을 받으며, 이혼 후 양육권 주장에서 더 불리한 판결을 받는다.
  • 남성이 가부장제를 만든게 아니라 원래 존재하던 성역할이 가부장제를 만들었다. 남성은 수혜자나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다.
  • 원래 공공의 적은 자본주의였는데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모금을 위해 보이지 않는 적인 ‘가부장제’를 만들어냈다.[주 1]
  • 여권이 지나치게 신장되었고, 성평등이 아닌 여성특권을 노리는 페미니스트들의 입법 로비로 인해 남성을 억압하는 법들이 도입되고 있다.
  • 남성을 향한 범죄나 문제(가정 폭력, 제 3국에서의 학살, 남성 질병)는 여성을 향한 범죄나 문제보다 사회적인 주목을 받지 못한다.

비판

잘못된 남성인권운동가 미화

영화에서는 페미니스트 단체들이 매우 공격적으로 남성인권운동가들을 비판하는 장면이 수차례 비춰진다. 이들이 이토록 공격적인 이유는 다큐멘터리만 봐서는 알 수가 없으나 조금만 조사해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영화에서 가장 자주 소개되는 단체인 <남성들을 위한 목소리 (A Voice for Men)>의 웹사이트에는 '강간 원인에 대한 반론 (Challenging the Etiology of Rape)'이라는 글이 있다. (단체가 커지고 주목받기 시작하자 현재는 이 글을 아예 지워버렸다)[1] 요약하자면 강간에는 여성의 책임도 있다는 주장인데, 일부만 번역해보면 이런 식이다.

여성들이 강간을 원하는건 아닐까? … 내 말은, 요염하게 차려입고 그렇게 행동하며 남성을 성적으로 도발하는 여성들, 개인적 권력과 이득을 위해 남성의 성욕을 가지고 노는 여성들, 이런 여성들은 자동차 시동을 걸어놓고 키도 꽂아두고 문도 잠그지 않은채로 못된 이웃이 사는 집 앞에 차를 세워두었다가 도난당한 사람과 같은 수준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 이런 여성들은 강간을 해달라고 요구하는걸까? 아니, 요구하는게 아니야. 제발 강간을 해달라고 빌고 있는 것이지(They are freaking begging for it).[주 2]

영화는 이러한 배경을 전혀 설명하지 않고, 평화로운 남성인권단체들이 과격한 페미니스트 단체의 반대로 인해 발언권을 얻지 못하고 억울해하는 모습만 강조하여 보여주고 있다.

편파적 인용

유튜버 Knowing Better 가 영화의 주장을 반박하고 편파적 통계를 지적하는 영상

또 다른 편향의 사례를 살펴보자. 영화는 배우자나 연인에 의한 폭력 중 물리적 폭력의 경우 남성 피해자가 더 많다고 주장하며 CDC(미국질병관리본부)의 통계를 인용하고 있다. 하지만 CDC의 웹사이트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보면 여성의 1/4, 남성의 1/9이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폭력을 경험하며, 18세 이전 여성의 850만명, 남성의 150만명이 강간 피해를 입으며, 피해자가 겪는 심리적 문제 또한 여성이 훨씬 심각하다고 밝히고 있다.[2] 전형적인 편파 인용이다.

불가피한 생물학적 차이를 여성들의 차별적 권리로 포장

영화에서는 생식권(reproductive rights)과 관련하여 남자에게는 성욕 참기, 콘돔, 정관 수술 등 총 세 가지 선택권만 있는데, 여성에겐 16가지 선택권이 있다고 말하며 이것이 불평등하다고 주장한다. 영화에서는 여성이 가지는 긴 선택권들을 빠르게 보여주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서 그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기가 어려운데, 일시정지하여 그 목록을 확인해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적혀있다.

  • 피임약
  • 여성용 콘돔
  • 피임컵 (diaphragm)
  • 피임스폰지 (sponge)
  • 피임패치 (patch)
  • 피임링 (ring)
  • 피임용 호르몬제
  • IUD(삽입형 호르몬 투여기기)
  • 호르몬임플란트(피부에 삽입하면 몇 년간 작용하는 호르몬제)
  • 가임기 피하기
  • 불임수술
  • 사후피임약
  • 임신중절

그러나 이는 어쩔 수 없는 생물학적 차이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정자를 사정하는 쪽보다 정자를 받아들여 수정하게 되는 쪽에서 (사용/복용자의 신체에 지나친 부작용을 미치지 않으며) 임신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더 많은 것을 차별적 권리라고 할 수 없다.

더불어 애초에 피임의 선택권을 피임 방법의 가짓 수로 따지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논리라고 볼 수 있다. 피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으로 피임하냐가 아니라 그 방법을 사용했을 때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 여부와 편리성, 그리고 피임 성공률이다.

남성 피임법 중 가장 흔히 사용되는 것은 콘돔인데 콘돔의 가격이 비싸거나 구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며, 인체에 무해하고, 손상 여부를 확인하고 올바르게 사용한다면 피임율이 98%에 달하는 편리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영상은 남성에게 주어진 피임 방법의 수가 적다는 이유로 남성의 피임권은 아주 열악한 것처럼 묘사하지만 이는 틀린 논리에서 접근한 틀린 결론이며 남성은 조금만 신경 쓴다면 편리하고 효과적이면서도 인체에 무해한 최고의 피임권을 가지고 있다.

구매하기

비메오에서 유료로 대여 또는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다만 넷플릭스에서는 스트리밍을 거부하였기 때문에 볼 수 없고, 유튜브아마존에서는 해당 영화를 한국에 판매하지 않고 있다.

부연설명

  1. 실제로 대한민국이나 영미권에서도 사회주의를 기반으로 둔 강성 좌파 계열이나, 마르크스주의 여성해방론(페미니즘)을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이 래디컬 페미니즘을 비판할 때 주로 쓰는 말이다.
  2. 의외로 저런 고정관념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많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다. 성폭력에 대한 2차 가해의 대부분이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아닌데, 이는 성폭력 문서를 참고하면 된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