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노

최근 편집: 2023년 5월 25일 (목) 13:26
일본 황실의 문장인 국화문양

천황(天皇(てんのう), 영어: Emperor of Japan)은 일본군주이다.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황제/엠퍼러(Emperor) 호칭을 쓰는 군주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에서는 낮잡아서 일왕(日王)으로 불리기도 한다. 현재의 천황은 2019년에 즉위한 나루히토(徳仁) 천황. 현재에는 국정 전반에 관한 실권은 쥐지 않으며 일본 역사를 통틀어도 천황이 실권을 쥐었던 시절은 길지 않다. 다만 조정에 반기를 든다거나 전쟁시에는 신격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칭호 문제

일본에서

일본에서 천황을 덴노라고 발음하는데 덴노라고 본격적으로 불리기 시작한 역사도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메이지 유신 이후에나 정착되었다. 그 전에는 미카도(帝)라던가 스메라미코토(天皇, スメラミコト)라고 불렸다. 메이지 유신 이후 비로소 天皇이라 쓰고 '덴노'라고 발음한다고 확정하기 전에는 덴노는 여러 명칭 중 하나였다.

대한민국에서

대한민국에서는 나쁜 대일감정으로 인해 자주 '일왕'으로 호칭되었으나, 국민의 정부 시절 한일 파트너십 선언으로 공식적으로는 천황만을 사용하게 되었다. '천황'은 '샤한샤'나 '차르', '카이저', '술탄', '파라오' 등과 같이 왕을 지칭하는 고유명사이므로 '천황' 내지는 '덴노'라고 호칭하는 것이 적절하다. 만화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편에서 이원복 교수는 짜르파라오와 같은 고유명사라는 측면에서 '덴노'라고 부르는 것을 주장하였고, 대한민국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나루히토 "천황"이라고 칭한 바 있다. 다만 언론에서는 여전히 '일왕'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권한

일본국 헌법

  • 第四条
    天皇は、この憲法の定める国事に関する行為のみを行ひ、国政に関する権能を有しない。
    ○2 天皇は、法律の定めるところにより、その国事に関する行為を委任することができる。
    천황은 이 헌법이 정하는 국사(国事)에 관한 행위만을 하며 국정에 관한 권한은 가지지 아니한다.
    천황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사에 관한 행위를 위임할 수 있다.
  • 第七条
    天皇は、内閣の助言と承認により、国民のために、左の国事に関する行為を行ふ。
      憲法改正、法律、政令及び条約を公布すること。
      国会を召集すること。
      衆議院を解散すること。
      国会議員の総選挙の施行を公示すること。
      国務大臣及び法律の定めるその他の官吏の任免並びに全権委 任状及び大使及び公使の信任状を認証すること。
      大赦、特赦、減刑、刑の執行の免除及び復権を認証するこ と。
      栄典を授与すること。
      批准書及び法律の定めるその他の外交文書を認証すること。
      外国の大使及び公使を接受すること。
      儀式を行ふこと。
    천황은 내각의 조언과 승인으로 국민을 위하여 다음의 국사에 관한 행위를 한다.
     1. 헌법 개정, 법률, 정령 및 조약의 공포
     2. 국회의 소집
     3. 중의원의 해산
     4. 국회의원 총선거 시행의 공시
     5. 국무대신 및 법률이 정하는 기타 관리의 임명, 전권위임장 및 대사, 공사 신임장의 인증
     6. 사면, 특별사면, 감형, 집행의 면제 및 복권의 인증
     7. 영전의 수여
     8. 비준서 및 법률이 정하는 기타 외교문서의 인증
     9. 외국 대사 및 공사의 접수
     10. 의식의 행사

역사적으로 실권이 없었다. 일본 역사에서 실권을 쥔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헤이안 시대에는 천황에서 상황(上皇) 혹은 출가해 법황(法皇)이 되어야 실권을 가지는 등 한때는 황태자 비슷한 신분을 말하던 시기도 있었고, 무사정권이 시작된 가마쿠라 막부 이후엔 정말 상징뿐인 존재가 되었다. 남북조 시대에는 천황이 2명이 된 적도 있다. 현재 일본 천황은 거부권도 없다.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현인신이자 국가의 주인으로 대우받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명목적인 것이었다. 물론 총리 임명권이나 각종 고위직 임명권, 그리고 군통수권을 쥐고 있었고 국가신토의 주인으로 여겨졌기에 명백히 당시에는 일본의 국가원수로 인정을 받았다. 그래서 히로히토 천황에 대해 실권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극우들이 쉴드를 치고는 있지만, 엄연히 전쟁을 승인하였던 군통수권자였으므로 전쟁 책임이 명백히 있다. 다만 대조적으로 현재 천황인 나루히토와 상황인 아키히토는 평화헌법을 존중하고 과거사를 반성, 기억해야 한다는 개념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한국이나 중국에서도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천황의 절대권력을 명시한 일본 제국 시절에도 정말 천황이 절대권력을 가졌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지만, 또 그렇다고 천황을 단순한 허수아비로 보기에도 의문이 남는다. 쇼와 천황이 전쟁 수행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1] 사실 일본 제국 시절이라고 과거 일본 귀족들이 모두 망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수장이라 볼 수 있는 천황은 단순한 허수아비는 아니었다. 민간인 자살을 명하기도 했고 일본군도 이것을 수행했다.[2]

상징성

일본국 헌법

  • 第一条
    天皇は、日本国の象徴であり日本国民統合の象徴であつて、この地位は、主権の存する日本国民の総意に基く。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고 일본국민통합의 상징이며 이 지위는 주권을 가지는 일본국민의 총의에 기반한다.

평화헌법에서는 "국가원수"가 아닌 "국가의 상징"이라는 애매한 서술로 남아있기에 천황을 국가원수로 대우해야 하는지는 일본 법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본 신화, 그중에서도 기기신화(記紀神話)[주 1]에 따르면 천계 다카마노하라(高天原)에서 주신의 명령을 받아[주 2] 아마테라스의 손자인 니니기가 하계로 내려왔으며, 니니기의 혈통이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번도 끊어진 적이 없는 만세일계(万世一系)라고 여겨진다. 1889년에 발표된 메이지 헌법에서 "대일본제국은 만세일계의 천황이 통치한다(大日本帝国ハ万世一系ノ天皇之ヲ統治ス)라는 구절이 등장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패전하고 쇼와 천황이 인간 선언을 하기 전까지는 정말 현인신(現人神)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신의 현신'이라는 공개적인 프로파간다를 믿지 않는다고 해도, 이를 표출하지는 않았다.[주 3]

일본 제국 시절에 교과서 등에서 강조하였고, 또 역사적으로도 자주 언급된 이른바 천양무궁의 신칙(天壤無窮の神勅)이 있다. 《일본서기》 권2 9-1에서, 아마테라스는 지상이 복속되었다는 소식과 손자(니니기)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말하였다고 한다.

아시하라노 치이호아키노 미즈호국(葦原千五百秋之瑞穗國)[주 4]은 나의 자손이 왕이 되어야 할 땅이다. 황손이여, 지금부터 가서 다스려라. 가거라, 왕통이 융성하여 천지와 함께 영원히 계속되어 다함이 없을 것이다.(葦原千五百秋之瑞穗國, 是吾子孫可王之地也. 宜爾皇孫, 就而治焉. 行矣. 寶祚之隆, 當與天壤無窮者矣.)

부연 설명

  1. 고사기》(古事記)와 《일본서기》(日本書紀)에 수록된 신화를 총칭하여 기기신화라 부른다. 기기신화의 특징은 노골적인 정치성이다. 기존에 있던 신화소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조립하고 일부 요소는 창작하기도 하였다.
  2. 명령을 내린 주체가 시대에 따라 변화가 있었다. 초기에는 다카미무스히였다가, 중기에는 다카미무스히와 아마테라스 공동명령이었다가, 후기에는 아마테라스 단독으로 바뀌었다. 《일본서기》에서는 이 전승을 모두 기록하되 '다카미무스히와 아마테라스' 공동명령을 본문으로 하였다. 하지만 일본 제국 시절에는 아마테라스의 단독명령이라는 전승을 표준으로 삼아 교과서로 가르쳤다.
  3. 쇼와 천황이 황태자 시절에 있었던 암살 시도에 대한 재판 때 일이다. 범인은 재판석에서 재판장에게 "당신은 정말로 천황이 현인신이라고 믿는가?"라고 물었으며 재판장은 대답하기를 거부했다. 범인은 이런 반응을 보고 재판을 비웃었다.
  4. 기기신화에서 일본을 가리키는 말이다. 비슷한 표현이 여러 번 등장한다. 의미를 직역해본다면 '갈대밭의 천오백 년간 이어질 물이 풍부한 나라'라는 뜻이지만 적극적으로 풀이하면 '오랜 세월에 걸쳐 벼농사가 잘 되는 물이 풍부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갈대밭'(葦原)이라는 말은 기기신화에서 아직 천손의 덕화가 미치지 못한, 비문명적이고 원시적인 곳'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출처

  1. 허버트 빅스 『히로히토 평전: 근대 일본의 형성』 등
  2. 사이판 전투 3 (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