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해방

최근 편집: 2023년 6월 16일 (금) 13:07

동물해방(Animal Liberation)공리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내용을 담은 책으로, 도덕철학자 피터 싱어의 저서이다. 가장 최근 판본은 2015년의 40주년 기념판이다.

개요

다른 동물들에 대한 인간의 폭정을 고발하고, 모든 동물의 권리를 동등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동물권 운동의 중요한 사상적 토대를 정립하고, 현대의 대중적 동물권 운동을 촉발시킨 계기가 된 책이다.

구성

서문

가장 최근 판본인 40주년 기념판에는 세 개의 서문이 있다. 40주년 기념 서문, 2009년 개정판 서문, 초판 서문. 초판 서문에서는 동물권 운동을 하는 것과 동물 애호는 무관하다는 점을 설명한다.

나는 동물을 "사랑"하는게 아니다. 나는 그저 동물들이 독립적이고 지각있는 존재로 취급되길, 그리고 동물들이 인간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를테면 돼지의 살덩이를 샌드위치 재료로 소비하기)으로 취급되지 않길 원할 뿐이다.

1장. 모든 동물은 동등하다

1장의 부제는 "평등의 기반이 되는 원리를 확장하면 다른 동물들의 권리에 대해서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싱어에 따르면,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인종 간 차이가 없거나 성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문구는 사실에 대한 선언이 아니라, 우리가 추구해야할 가치에 대한 호소이다. 차이가 없기 때문에 평등한 것이 아니라, 공리주의의 관점에서 평등이란 우리가 마땅히 추구해야할 가치이기 때문에 사람 사이에 차이가 있건 없건 간에 우리는 평등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장. 연구를 위한 도구

2장의 부제는 "당신의 세금은 이렇게 쓰입니다"이다. 사소하거나 무의미한 목적으로 동물들을 실험 목적으로 쓰는 잔혹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군사 목적 실험에서는 주로 원숭이 간혹 침팬지를 쓰는데, 지속적으로 전기충격을 가해서 동물이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훈련시킨다. 몇 주의 훈련이 끝나면 본격적인 실험을 시작한다. 본격적인 실험이란 예를 들면, 방사능이나 유독한 화학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훈련 받았던 행동을 얼마나 잘 유지하다가 죽는지를 측정한다.

민간에서 이루어지는 동물 실험도 매우 잔혹하다. 여러 심리학 교과서에서 소개하는 유명한 실험인 해리 할로우의 원숭이 실험(Harlow monkey experiments)에서는 어린 영장류를 어미로부터 강제로 분리한 후 바늘 등으로 찌르거나 전기 충격 주는 등 다양한 고문을 가하며 "본성"을 연구한다. 대부분의 교과서에서는 이 실험의 잔혹성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3장.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며

3장의 부제는 "육식을 하는 당신의 저녁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공장식 축산이 야기하는 필연적인 동물 학대의 사례들을 소개한다.

닭, 돼지, 송아지, 젖소, (소고기 생산용) 소의 사례를 각각 소개한 뒤에, 가축의 종류와 무관하게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학대들 - 운송 과정에서의 학대, 도축 과정에서의 학대, 뿔 제거/고환 제거/피부에 낙인 찍기 등 - 을 고발한다.

서문에서 밝히는 바에 따르면, 저자가 동물 실험공장식 축산만 소개하는 이유는 이 두 가지만 문제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 책을 사례집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두 가지 이외에도 비좁은 동물원, 동물 서커스, 동물 털이나 동물 가죽을 이용한 제품 등 수많은 학대 사례가 있음을 강조한다.

4장. 채식주의자 되기

4장의 부제는 "고통은 줄이고 식량은 늘이면서도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이다. 저자는 공장식 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채식은 또한 인류의 식량난을 해소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열대우림 파괴 및 수질 오염 등 다양한 환경 파괴를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인간은 계통 분류상 잡식성 동물이니까 채식만 하면 영양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역사적으로 간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레프 톨스토이, 조지 버나드 쇼 등이 채식을 했으나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며, 영양학적으로는 식물을 통해 섭취하기 어려운 유일한 영양소는 비타민 B12 뿐인데, 이 조차도 일부 발효 식품을 통해 섭취 가능하고 혹시 그게 어려우면 비타민 보충제를 먹으면 된다고 말한다.

5장. 인간의 정복

다음을 참고할 것 종차별의 역사

5장의 부제는 "종차별의 짧은 역사"이다. 현대 사회에 만연한 종차별적 사고의 기원을 추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유대교 경전의 종차별적 요소와 고대 그리스 철학 중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 전통에 내제된 종차별적 요소가 로마 제국 시대의 군사주의적 문화와 만나며 서구의 종차별적 사고 방식의 기초를 이루게 된다. 종차별적 사고는 이후 중세시대를 거치며 기독교적 세계관 안에서 강화된다. 르네상스-계몽주의 시기에 이르러서는 데카르트의 이원론이 종차별을 극도로 강화하는 사상적 기반을 제공한다. 데카르트에 따르면 세상 만물은 기계에 불과하고 다만 인간만이 영혼을 갖기 때문에, 인간이 아닌 모든 동물은 영혼이 없고 의식이 없으며 고통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찰스 다윈종의 기원은 모든 현생종이 하나 또는 소수의 조상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했고, 후속작인 인간의 유래에서는 인간도 예외가 아님을 보였으며,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 대하여에서는 인간과 다른 영장류 사이의 차이가 생각보다 매우 적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이러한 과정을 고치며 소위 "다윈주의 혁명"이 일어났으나 인간은 여전히 오랜 종차별적 사고와 관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6장. 오늘날의 종차별

6장의 부제는 "동물 해방에 대한 반론, 합리화, 방어, 그리고 이러한 저항을 극복한 진전들"이다. 주로 1장의 주장에 대한 논쟁을 소개하고 관련된 논리적/도덕철학적 논의를 소개한다.

주요 사상

공리주의

싱어는 제러미 벤담헨리 시즈위크를 인용하며 공리주의를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모든 고통을 느낄 수 있거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존재에게는 관심사 혹은 이익(interest)이 존재하므로 이 관심사/이익을 동등하게 고려해주어야 한다. 이 관점에 따르면 세상의 고통이 줄어들고 행복이 늘어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행동이 도덕적 행동이며, 인간의 사소한 이익(예를들면 기호에 맞는 식사)을 위해 동물의 이익을 심대하게 훼손하는 행위(예를들면 동물을 죽여서 먹는 행위)는 부도덕하다.

동등한 취급이 아닌 동등한 고려

저자는 동물권을 말할 때 항상 동등한 취급(equal treatment)이 아닌 동등한 고려(equal consideration)를 강조한다.

동등한 취급이란 예를 들어, 투표를 할 수 없는 개에게도 인간과 동일하게 투표권을 주자는 주장, 또는 임신을 할 수 없는 남성에게도 "스스로" 임신을 중절을 선택할 권한을 주자는 주장 등을 말하며, 이는 비상식적이다.

동등한 고려란 예를 들어, 닭이 원하는 재료로 만들어진 둥지에 알을 낳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제공하며 서로 간의 서열을 정하고 안정적으로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당한 개체수와 밀도를 유지(상당수의 조류는 서열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하게 밀집된 공간에 몰아두면 공격적 행동을 한다)하는 등의 노력을 하는 것을 말한다.

즉, 각자의 관심사나 이익을 동등하게 고려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공통점은 물론 차이에 대해서도 이해해야 한다. 이같은 주장은 킴벌리 윌리엄즈 크렌쇼가 "색맹 이론(color-blind theory of race)"을 비판하며 적극적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와도 통하는 면이 있다.

지각있는 존재

저자는 "고통을 느낄 수 있거나 행복/쾌락을 느낄 수 있는 모든 존재"를 지각있는 존재(sentient being)라고 부르면 좋겠다고 제안한다. 저자 스스로 아주 마음에 드는 용어는 아니지만 고민하여 선택한 단어라고 설명한다. "동등한 고려"를 말하면 비판자들로부터 식물도 먹지 말아야 하는게 아닌가 내지 돌맹이는 왜 동등하게 고려하지 않는가 등의 질문을 받곤 하는데, 저자는 공리주의의 원칙에 입각하여 동등한 고려의 대상을 지각있는 존재로 한정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싱어에 따르면 고통이나 쾌락을 느낄 수 없는 존재라면 관심사/이익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페미니즘과의 관련성

저자가 제안하는 "동등한 고려의 원리(the principle of equal consideration)"와 그 원리의 대상이 되는 "지각있는 존재(sentient being)"는 둘 다 그 범위가 굉장히 광범위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종류의 차별에 반대하는 근거로 쓰일 수 있다.

실제로 책에서는 페미니즘블랙 페미니즘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서문에서는 1792년에 메리 울스톤크래프트여성 권리의 옹호를 펴내자 당대의 저명한 철학자였던 토마스 테일러가 익명으로 "짐승의 권리 옹호"라는 패로디 저작물을 발표한 사례를 소개한다. 이 패로디 저작물에서 테일러는 "여성에게 권리가 있다면 마찬가지로 논리를 확장해서 짐승에게도 권리가 있다고 해야할 것이 아닌가? 하지만 짐승에게 권리가 있다는 결론은 터무니 없다. 따라서 그 논리는 건전하지 못하며, 여성에게 권리가 있다는 주장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싱어는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도 당연히 권리가 있으며, 따라서 메리 울스톤크래프트의 논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