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실험

최근 편집: 2023년 5월 11일 (목) 09:51

동물실험은 인간에게 쓸 상품의 안전성을 시험하거나 교육, 실험, 연구 등 과학적인 목적을 위하여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이다. 넓은 의미로 실습(exercise), 시험(testing), 실험(experiment) 모두를 포함해 말한다.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종이 화장품, 의약품, 식품 산업을 포함해 생물학, 의학에까지 다양하게 실험된다.

동물실험은 동물학대의 한 종류인데, 실무자들이라고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실험에 쓰이기 위해 길러지는 동물들에게 개인적으로 잘 대해주는 연구자들이 많으며, 동물실험을 실시하는 기관에서는 정기적으로 실험으로 희생된 동물들을 위한 위령제를 지낸다.[주 1]

동물실험의 원칙

WHO가 규정한 동물실험에 대한 3R 원칙은 동물 실험 과정에서 실험동물이 받을 고통과 그 개체수를 최소화하자는 구체적인 의지이다.

  • Replacement: 실험에 앞서 연구자들은 동물 실험이 아닌 다른 대안은 없는지 살핀다.
  • Reduction: 대안이 없다면 실험동물의 개체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 Refinement: 실험동물의 고통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실험 과정을 명료히 해야 한다.

실험 동물군

대표적인 실험동물로는 쥐, 토끼, 비글, 햄스터, 기니피그 등이 있다. 동물 실험이 팽배해지면서 유전적으로 동일한 실험동물(laboratory animal)군을 인위적으로 조성하기도 한다.

  •  : 실험실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집단 사육이 가능하며, 번식력이 빠르고 개체 간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쥐를 선호해왔다. 어쩌면 영장류처럼 인간종과 유사해보이는 비인간동물종을 실험할 때 오는 윤리적 부담감 때문에 거리감이 있어보이는 쥐를 택해 실험을 해온 것일 수도 있다. 최근에는 '아바타쥐'가 개발되었는데 인간의 뇌파로 동물의 행동을 제어한다고 해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재난 현장 등 사람이 닿기 어려운 곳에서 인명 구조를 시키는 등 활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특정 행동을 유발하는 전기자극을 가하는 것은 동물의 의지에 반하는 일이므로 매우 우려스럽다.

실험법

  • 토끼 눈 점막에 화학물질 투여하는 드레이즈 테스트(Draize test).
  • 반수치사량실험(LD50) : 실험 대상 동물 절반이 죽는 데 필요한 화학물질 농도 측정법.

동물 실험의 역사

동물실험은 고대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의 문헌에 언급될 정도로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 2세기에는 외과의사인 게일런(Galen, 129-200)이 돼지와 염소로 생체실험을 했다. 그는 동물 생체 실허의 아버지로 불린다. 12세기, 아랍의 외과의사인 아벤조아르(Avenzoar, 1091-116)가 새로운 의과 기술을 사람에게 사용하기 전 동물에게 먼저 테스트해볼 것을 주장했다. 이 시기의 동물 실험은 누구도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 인간은 비인간동물종을 당연히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실험자체도 제한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근대 이후부터 서양에서 동물실험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졌다. 의료전문가들은 동물을 연구하기 위해 더블린 동물원(1831년)을 설립했다. 비슷한 시기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는 푸이 르포르 목장에서 양, 염소, 소에 탄저병 백신을 접종했고, 1890년에는 파블로프가 조건반응에 대한 이론을 제시하며 개를 이용했다. 1922년 밴팅(Frederick Grant Banting)은 개의 췌장에서 분리된 인슐린을 추출해 당뇨병 치료에 활용한 바 있으며 1957년 소련은 인공위성 스푸니크에 라이카(Laika)를 태워 보내 우주실험에 동원했다.

1974년 루돌프 제니쉬(Rudolf Jaenisch)는 생쥐의 게놈에 SV40 바이러스의 DNA를 융합해 최초로 유전자 이식 동물을 생산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1996년 윌머트(Wilmut)는 성체 세포로 복제한 최초의 포유류인 복제 양 돌리를 탄생시켰다.

동물 실험 반대

역사

17세기부터 동물 실험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1641년 미국 메사추세츠 주의 식민지 청교도들은 권리장전(the Body of Liberties)에 "인간이 이용하기 위해 기르고 있는 가축에 대한 잔인한 행위나 학대 행위"를 금지하자고 최초로 동물복지와 관련한 조항을 명문화했다.

1655년 동물생리학자인 E. 오미라(Edmund O'Meara)는 "동물생체실험과정에서 동물은 불가피하게 고문에 가까운 고통을 받게 된다. 그 결과 동물실험을 거쳐 나타난 연구결과는 실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실험의 무용함을 지적했다. 비인간동물종이 인간보다 열등하다고 주장해 실험이 무의미하다고 지적한 학자들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현대 비거니즘의 시각과 매우 유사하게, 동물 실험이 인간중심주의에 근거한 이기주의라는 주장을 펼치는 학자도 있었다. 즉, 인간의 이익이 동물의 고통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1876년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은 최초로 동물 실험을 규제하는 동물학대법(Cruelty to Animals Act)을 주도해 제정했다. 그는 동물 실험의 유용성은 인정하나 동물실험의 끔찍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동물 실험의 유용함을 주장하던 프랑스의 생리학자 클로드 버나드(Claude Bernard, 1813-1878)는 "동물에 대한 실험은 독성학과 인간 위생학에 확실한 증거로 작용할수 있으며, 미치는 영향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동물에게나 사람에게나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조수와 가족들은 열성적으로 동물 실험에 반대했고, 그의 아내인 마리 프란시스 마틴(Marie Françoise Martin, 1819-1901)는 1870년 버나드와 결별 후 1883년 파리에서 최초로 동물실험 반대 단체, '동물생체해부 반대 협회(Anti-vivisection society)'를 설립했다.

글씨가 빼곡히 적혀있는 원기둥 모양 위에 분수대 그릇같은 검은 그릇이 올려져 있으며, 그 위에 또 글씨가 적힌 원기둥이, 그 위에는 개 모양의 동상이 올라가 있다.
갈색 개 사건(brown dog affair)로 인해 세워진 동상.

1903년 2월, 런던 대학의 윌리엄 베일리스(William M. Bayliss) 교수는 60여 명의 의대생 앞에서 갈색 테리어개를 해부했는데, 이 '갈색개 사건(brwon dog affair)'으로 동물 실험의 윤리성이 대중적으로 문제가 되었다. 개 해부의 합법성을 두고 의대생, 동물생체해부 반대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고, 트리팔가 광장에 3,000여 명이 모여 시위도 벌어졌다. 이후 동물생체해부 반대자들은 실험 개의 동상을 세웠다.

20세기, 피터 싱어는 <동물 해방>에서 공리주의 관점으로 동물 실험을 반대했다. 동물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받기 때문에 똑같이 윤리적 고려의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건(T. Regan)도 동물권을 옹호하며 싱어의 주장에서 더 나아가 동물에 대한 인간의 의무를 주장했다.

동물 실험 반대 운동

단체

국가

  • 유럽연합(EU) : 2013년, 화장품 동물실험 전면 금지법 시행. 동물 실험 거친 화장품 수입 중단.
  • 인도 : 2013년, 6월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법안 통과.
  • 이스라엘 : 2013년, 동물 실험 금지
  • 노르웨이 : 2013년, 동물 실험 금지
  • 한국 : 2017년 2월 화장품법 개정안 통과. 동물실험을 실시한 화장품의 유통, 판매를 금지. (단, 국민 보건상 동물실험 필요한 경우, 대체실험 존재하지 않는 경우 등 예외)
  • 브라질 : 2014년, 상파울로시에서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기업

  • 러쉬(Lush)
  • 더바디샵
  • BWC
  • 유니레버(Unilever) : PETA의 캠페인을 통해 립톤(Lipton)과 피지팁스(PG tips)과 같은 브랜드를 만든, 세계적인 티 생산업체 유니레버는 2011년 "티, 티 베이스 음료에 즉각적으로 동물 실험을 중단한다."는 메세지를 올리면서 크루얼티프리 티 브랜드에 합류했다.

소비자

  • #boycottnars :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나스가 중국 수출을 감행하고 동물실험 반대를 철회함. 나스를 보이콧하자는 해시태그가 돌았으나, 해당 브랜드에서 여전히 중국 수출을 진행키로 함.

대체방안

  • 기존의 전통적인 성분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인공피부조직에 테스팅
  • 미량 약용량 : 사람에게 극소량 투여 후 세포의 반응 체크
  • 영상 의학 : MRI, X-ray, 컴퓨터 시뮬레이션
  • 칩 위에 인공적으로 배양한 세포
  • 오가노이드

하지만 어느 것도 동물실험을 확실히 대체할 수는 없다. 세포, 조직, 기관, 개체 단위로 올라갈수록 복잡함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데, 가장 중요한 개체 단위에서의 효과를 알아보는 데에는 대체재가 없다. 이 때문에 인간의 생명과 관련이 없는 화장품, 기호식품 등의 동물실험 금지들이 먼저 활발하게 이뤄지는 중이다.

참고로 사람은 실험동물로 삼기에는 수명이 길고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개체 편차가 크다.

동물실험의 성편향

1997~2000년 미국에서 심한 부작용으로 판매 중단 조처된 약물 10개 중에서 대다수인 8개가 여성에게 더욱 위험한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조사결과에서는[1] 연구자들이 동물 실험에서 대부분 수컷 쥐를 사용한 것이 그 원인이었다. 월경 등으로 인해 주기적으로 호르몬 변화가 일어나는 여성의 신체 특성이 고려되지 않아 부작용으로 이어진 것이다.[2]

신약 개발 초기 단계인 동물실험에서 대부분 수컷 동물을 사용하고 의약품 임상시험에서 남성 환자가 다수로 참여해 성별 불균형이 생기는 경우는 여전히 많다.[1] 이런 불균형이 나중에 약물 부작용이나 효능의 성별 차이로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에는 실험동물의 성별을 밝혀야 하고 될수록 암컷·수컷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는 연구 가이드라인도 유럽, 캐나다, 미국 등에서 생겨나고 있다. 미 국립보건원(NIH)은 2016년 척추동물 이상의 동물을 대상으로 연구할 때에는 암수컷을 모두 포함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때는 그 근거를 밝히도록 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1]

사례

크루얼티(tea)

밑에는 글자 Nestle가 써져 있으며, 위에는 나뭇잎이 달린 나뭇가지 위에 새 둥지가 있고, 둥지에 아기 새와 큰 새 한마리, 바깥에 큰 새 한 마리가 있다.
차 브랜드 네슬레의 로고이다.

차(tea) 브랜드도 동물실험을 한다. 네슬레(Nestlé)가 유명한 크루얼티 차 브랜드이다. 동물 실험을 하며, 관련 연구에 지원을 한다. 동물실험을 하기로 유명한 로레알의 오너답게 네슬레도 불필요하게 동물실험을 진행 중이다. 여전히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네스티크루얼티

  • 가령 독성 화학물질을 주입해 실험쥐가 당뇨에 걸리게 한다. 죽이기 전까지 강제로 차 성분을 먹여 효과를 확인한다.
  • 다른 실험에서는 실험쥐에게 차 추출물을 강제로 먹이고 목을 자르기 전 다리 근육을 절개한다. 또한 뇌가 손상되고 노화가 빨리 오도록 길러진 실험쥐를 어두운 실험실에 가두고 아주 민감한 발에 고통스러울 정도로 쇼크를 줘 죽음에 이르게 한다.

법률

대한민국 화장품법

2017년 2월 3일 공포되어 4일부터 시행된 화장품법 일부 개정안에서 제15조의2(동물실험을 실시한 화장품 등의 유통판매 금지)가 신설되었으며 제40조에서는 이를 위반했을 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함께 보기

서적 및 문서

기사

부연설명

  1. 필요에 의해 동물을 해칠 일이 많은 직업의 종사자가 PTSD를 앓는 일은 꽤 흔하다. 육식 위주의 문화권인 몽골, 아랍권에 전례화된 도축 문화가 존재하는 것이 잦은 도축에 따른 트라우마를 감쇄하기 위해서이다. 실험동물 위령제도 같은 맥락이다.

같이 보기

출처

  1. 1.0 1.1 1.2 오철우 선임기자 (2019년 6월 8일). “같은 항암제인데 왜 여성에 부작용 더 많을까”. 《한겨레》. 
  2. 신경은 (2015년 1월 21일). “남성 편향 과학기술계…'성 혁신' 추진”. 《YTN사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