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왁

최근 편집: 2023년 1월 11일 (수) 00:57
루왁을 생산하는 사향 고양이 사진

사향고양이는 아시안팜시벳(Asian Palm Civet). 말레이사향고양이 등으로 불린다. 사향고양이를 이용해 만든 커피 상품이 '루왁(luwak)'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이 동물의 서식지인 인도네시아에서 사향고양잇과 동물을 부르는 이름이다.

루왁 커피

이 사향고양이가 들에서 따 먹은 커피 열매는 소화기관을 거치면서 위산과 효소의 작용으로 콩 단백질이 분해되어 배설된다. 이렇게 이렇게 배설된 커피콩으로 만든 커피가 루왁 커피이다. 쓴맛이 덜하고 독특한 향취가 난다고 고가에 팔린다. 진품 루왁은 kg 당 2만 원 가량이다. 450g에 100~600달러에 판매된다. 현지 농장주가 무역상에게 팔 때는 1kg에 130달러에 거래된다.

사향고양이가 열매 1kg을 먹으면, 루왁 원두가 30g 나온다. 루왁이 나오는 양이 적고, 영화 <버킷 리스트>에 죽기 전에 마셔야 할 커피로 소개되는 등 독특한 채취 방식이 인기를 끌어 고가로 책정된다.

역사

1696년 경,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에서 네덜란드인들이 커피 나무를 심어 커피 농장을 경영했다. 17세기 말 유럽, 아메리카에서 커피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인도네시아의 농장에서 생산된 대부분의 커피들이 유럽과 미국으로 보내졌다. 이곳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안 일꾼들은 농장에서 생산하는 커피를 금지당해, 주변에 떨어진 커피 열매를 이용해 대신 마셨다. 이 과정에서 사향고양이가 배설한 커피 열매가 섞였다. 업자들은 기존 커피보다 풍미가 좋다고 생각해 루왁 커피를 유럽과 미국 시장에 퍼뜨렸다.

그러자 1990년대 초에 이르러 따라서 자연스럽게 야생동물의 분변에서 채취해 커피를 내린 방식 대신 공장식 축산처럼 배터리케이지(battery cage:좁은 철창이 가로세로로 겹겹이 쌓여 있는 형태)에 가두고 강제로 커피열매를 먹이는 방식을 취한다.

사향고양이를 학대해 만든 커피

사향고양이는 베트남,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이다. 커피 열매를 포함해 곤충, 작은 포유류 등을 먹는 잡식성이다. 루왁 커피가 고가에 팔리고 인기가 좋자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필리핀, 베트남에도 200~300마리씩 사육하는 대규모 농장이 생겼다.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하루 종일 굶기다가 저녁에 겨우 커피열매를 먹인다. 대부분 좁은 케이지에 갇혀 다량의 커피 열매만 먹다보니 영양실조, 비만, 카페인 중독에 노출되었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정형행동과 이상자해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 같은 동물 학대는 2013년 영국 BBC 등을 통해 알려지게 된다. 넓은 지역에서 단독으로 생활하는 야생동물의 습성을 무시하고, 좁은 케이지에 가두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여론이 움직이자 루왁커피생산자연합은 사육장의 넓이를 2㎡, 높이를 2미터로 정하고 6개월 사육 후 방사하겠다고 밝혔으나 관련된 법적 규제가 없다. 심지어 최근에 이르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루왁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관람하는 루왁 커피 체험 농장으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농장에서 강제 사육당하면서 전시 동물로서도 학대 받고 있는 셈이다.


동물학대를 최소화하여 야생에서 수확한 루왁 커피를 인증하는 '케이지-프리(Cage-free)' 인증제를 도입 등이 대안으로 나오고 있으나, BBC에 따르면 시중에서 야생에서 채취되었다고 광고하는 루왁 커피 대부분이 농장에서 채취한 것이었다. 소비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인도적으로 생산했다는 마케팅을 쓰는 셈이다.

제2의 루왁 커피

루왁이 인기를 끌자, 사향고양이 대신 같은 방법으로 베트남에서는 족제비(Weasel)의 배설물을 이용한 '위즐 커피'를 상품으로 만들었다. 필리핀에서는 토종 사향고양이를 통해 만든 '알라미드(Alamid) 커피'를 개발했고, 태국과 인도는 코끼를 이용해 '아이보리 커피'를 만들었다. 예멘의 '원숭이똥 커피', 에티오피아의 '염소 커피', 서인도제도의 '박쥐커피'까지 계속해서 동물을 학대해 커피를 생산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생산된 커피는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등 아시아국가로 수출된다.

참고

  •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이형주, 책공장더불어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