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뽑기장애

최근 편집: 2023년 7월 19일 (수) 22:47

모발뽑기장애(trichotillomania)는 스스로 반복적으로 체모를 뽑는 질환이다.


명칭

어원

영문명 ‘Trichotillomania’는 그리스어 thrix(모발hair), tíllein(뽑기pulling), 그리고 mania(장애madness), 세 단어의 조합으로 탄생한 용어이다.

다른 이름

흔히 발모벽이나 발모광으로 불리지만, 최근에는 순화하여 모발뽑기장애라고 부르기도 한다.

분류

과거에는 충동조절장애에 속했으나 DSM-5(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5)에서는 ‘강박관련장애’로 분류된다. 강박관련장애에 속한 장애들과 증상·원인이 유사하고, 가족유전성과 기질적 특성, 약물치료 반응들을 공유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1]

원인

정서적 기능

체모를 뽑기 전 환자는 주로 긴장하거나 불안한 상태이며, 뽑은 후에는 기쁨, 즐거움, 쾌감, 안도감, 만족감, 희열, 시원함 등을 느끼며 마음이 편해진다. 즉, 환자는 모발을 뽑는 행동 자체에서 큰 위안을 얻기 때문에 이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미용과는 전혀 무관한 이유이다.

양상

머리카락을 뽑는 경우가 제일 흔하지만 눈썹, 속눈썹, 수염, 손가락, 다리, 음모 등 신체 어느 부위라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손으로 뽑을 수도, 쪽집게 같은 도구를 사용할 수도 있다. 뽑는 모발의 양 또한 사람마다 다르다. 아예 탈모가 되는 경우도 있고, 숱이 줄어든 정도일 때도 있다. 손가락처럼 원래 체모가 숱이 옅은 부위일 경우 주변인이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정도일 때도 있다.

동반되는 질환

때로는 피부뜯기장애, 입술씹기, 손발톱 뜯기 등 다른 반복행동들이 동반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매몰모가 육안으로 보이는 경우 피부뜯기장애가 동반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모발을 뽑아 삼키는 경우도 있다. 모발 삼키기가 지속될 경우 뭉쳐진 머리카락이 덩어리 채로 위장에 달라붙어 소화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대체로 내시경을 통해 위석을 제거하는 시술 선에서 해결 가능하나, 소아의 경우 내시경적 제거술이 힘든 경우가 많아 위석의 크기가 크면 바로 외과적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2] 소아 환자는 스스로 발모 행동을 하면서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아동이 머리카락을 먹는 걸 본 경우 반복되는 행동인지, 그리고 식욕부진이나 복통은 없는지 유심히 지켜보도록 하자.

유병률

모발뽑기장애를 앓고 있음을 드러내고 거리낌없이 이에 관해 이야기하는 환자는 드물다. 보통은 스스로도 이러한 행동을 하고 있음을 무시한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까지 질환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유병률은 1-2% 정도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아동기에서는 1000명당 2~3명 정도로 매우 드문 병[3]이며, 소아청소년기의 성비는 동일하다. 아동기에 발발한 장애가 청소년기까지 이행된다는 보고는 아직 없으나, 청소년기 이후 발병한 경우에는 만성적이며 생활에 많은 지장을 주는 편이다.[4] 성인 환자의 약 90%가 여성이다.[5]

환자의 고통과 자기 돌봄

모발뽑기장애를 방치하면 영구적인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 반복적으로 머리카락을 뽑다 보면 모낭의 재생 능력이 소진되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이 자연스럽게 빠지면 3개월의 휴지기가 지난 후에 그 자리에 다시 나지만, 이 경우에는 머리카락이 점점 가늘어지다가 사라지게 된다. 그러므로 발모 행동을 교정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탈모 치료가 어렵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탈모 치료나 약 바르기를 비롯한 일련의 케어가 무용한 것은 아니다. 케어를 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모발뽑기장애나 탈모로 인한 심리적·사회적 어려움은 계속해서 지속되고 때로는 가중될 것이다. 탈모 증상이 대인 관계와 사회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기 쉽기 때문이다. 환자는 이런 어려움과 고통을 겪으면서도 멈출 수 없는 자신의 모발 뽑기 증상을 마치 자해처럼 느끼기도 한다. 스스로는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자해 같고, 그로 인해서 모든 케어가 불가능하고 무용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아래에 적힌 목록들, 셀프 케어와 내원 치료 등을 그만두고 싶어질 때에는, 자해로 인한 신체적 손상을 치유하고 예방하기 위해 스스로 일종의 애프터케어를 함께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보자. 덧없지 않다. 환자는 스스로를 상처 입히는 만큼 치유 행위도 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환자는 모발을 뽑는 행동을 그만두려 시도하고 실패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시도하는데도 반복행동을 그만두지 못하거나, 탈모 증세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가 되면 모발뽑기장애를 진단받는다. 이때 환자는 자신의 행동이나 외모를 부끄러워하거나 창피해할 수도 있다. 또한 모발 뽑기를 자제할 수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가발이나 스카프, 데일밴드, 장갑, 화장 등으로 탈모나 모발을 뽑는 도중에 생긴 상처를 감추려 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타인이 모발을 뽑는 행동이나 탈모를 보게 되는 상황을 기피한다. 하지만 행동을 자제할 수 없기에 상대방이 그다지 신경쓰지 않을 거라고 여기거나 그렇기를 바라면서 다른 사람이 있어도 개의치 않고 모발을 뽑을 수도 있다. 질환을 숨기기, 혹은 숨기기를 포기하기, 어느 쪽이든 자연스러우므로 모발뽑기장애 환자는 자신의 창피함과 부끄러움, 민망함과 계면쩍음, 그리고 뻔뻔함을 스스로 잘 이해해주도록 하자.

환자의 주변인

환자의 보호자나 주변인은 질환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환자가 발모 행동을 숨기기 때문에, 보호자·주변인은 탈모증인 줄 알고 함께 피부과에 갔다가 모발뽑기장애임을 알게 되곤 한다. 잘 알려진 질환이 아닐 뿐더러, 환자가 자신의 질환을 숨기면 탈모의 원인이 무엇인지 주변인은 알 수 없는 것이 당연하므로 뒤늦게 알았다고 해서 자책하지 말자.

치료

모발을 뽑다가 피부에 손상이 생기거나 탈모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게 정신과와 피부과에서 함께 치료에 참여한다. 정신과에서는 주로 인지 행동 치료(CBT) 모델에 기반한 습관반전기법을 통해 치료한다. 이 치료는 1)모발을 뽑으려는 충동이 들 때 그것을 인지하고, 2)충동을 제대로 인식하게 되면 손이 모발로 가지 않도록 방지하는 다른 행동으로 대체하기를 목표로 한다. 약물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정신과에서는 항우울제 계열 등을, 피부과에서는 탈모약이나 연고 등을 처방한다.

인지 행동 치료[6]

인지 행동 치료의 구체적인 방안과 치료에 필요한 자원은 아래와 같다.

  • 관찰 일기 쓰기: 언제 모발을 뽑게 되는지 감정, 상황, 환경 등 트리거를 파악하고, 트리거를 피할 방법 생각해보기
  • 털을 뽑고 있음을 인지할 때: 양손으로 주먹을 꽉 쥐며 멈췄다가 풀기, 손을 엉덩이로 깔고 앉았다가 충동이 가라앉고 조금 차분해지면 풀기.
  • 손으로 하는 다른 행동으로 대체하기: 피젯토이나 스트레스 볼 가지고 놀기, 부드러운 밴드 만지기, 뜨개질, 뽁뽁이(에어캡) 터뜨리기 등
  • 주변에 밝혔을 경우: 가까운 사람들의 지지와 격려

그 외의 방법

  • 비니처럼 머리에 꽉 끼는 모자 쓰기
  • 머리카락을 만지기 어렵도록 끈적한 왁스나 헤어크림을 머리에 바르기,
  • (헤어스타일이 자유로운 환경에 있다면)삭발이나 반삭
  • 충동이 가라앉을 때까지 심호흡하거나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속으로/크게 말하기
  • 스트레스나 걱정·불안이 가시도록 따뜻한 물에 목욕하기
  • 운동 등도 시도해 봄직하다.
  • 장갑 착용하기
    • 해외에서는 엄지, 검지, 중지의 세 손가락 장갑을 착용하여 행위를 억제하기도 한다. 장갑은 ‘trichotillomania gloves’라고 검색하면 나온다.

이러한 방법들이 습관적 행동을 근본적으로 없애주지는 못하더라도, 모발을 뽑으며 보내는 시간과, 반복행동을 그만두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계속하고 싶은 데서 느끼는 내적 갈등을 효과적으로 줄여준다. 각자 자신에게 유효한 방법이 다를 것이므로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방법을 시도하고 찾아보자.

모발 이식

모발뽑기장애가 완전히 나은 후에는 모발 이식도 가능하다. 장애가 완전히 낫지 않았을 때는 모발을 이식해도 소용이 없다. 다시 뽑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자신이 머리 뽑는 습관을 고쳤다고 말하지만, 발모 행위는 무의식 중에 일어난다. 따라서 머리를 살펴 보면 아직 모발뽑기장애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모발뽑기장애 치료부터 잘 받은 후, 모발 이식을 고려하는 것이 순서다.[7]

각자의 방법들

각자 효과를 보고 있는 방법들을 적어보자. 꼭 완치를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일상을 덜 방해받도록 돕는 방법 또한 기술할 수 있다.

  • 타이머 기능이 있는 전자 시계로 한 번에 n분, 하루 최대 n번 이내로 모발을 뽑도록 제한하는 방법.
    • 모발을 뽑다가 30분, 1시간씩 훌쩍 가기도 해서 그 시간을 줄이는 데에 목표를 둔 방법. 완치보다는 관리 목적이며 통제감 느끼기를 목표로 한다.
    • 시간과 횟수는 본인이 정한다. 예) 한 번에 3분, 하루 최대 10번.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간을 너무 길거나 짧지 않게, 횟수를 너무 많거나 적지 않게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 한 번 알람이 울렸을 때 알람을 끄고, 최대 횟수 한 번을 지운다. 연속으로 횟수를 사용해도 되지만 최대 횟수는 지키려고 노력한다.
    • 약속을 잘 지켰을 때 스스로에게 적절한 칭찬과 보상, 피부에 약 바르기 등을 해주자.
    • 처음에는 nn번으로 시작해 줄여가는 것도 방법이다. 때로는 리미트가 풀리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관리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자신을 칭찬해주자.
  • 손가락 피부를 입으로 물어 뜯고 털을 뽑는 사람: 손에 롤온 향수를 발라주자, 입으로 손을 가져올 때 좋은 향기 때문에 기분이 이완되어 털을 뽑으려는 충동이 상당히 사라짐.
  • 드러나는 곳에 두드러지는 탈모나 상처가 생겼으나, 습관을 없애지 못하는 경우 겨드랑이나 음모처럼 타인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옮겨보면 어떨까?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얻는 고통을 상당히 감소시킬 수 있다. 물론 위생 관리를 잘하며 해야 한다. 샤워를 한 후에 음모를 뽑도록 한다. 쪽집게 같은 도구를 쓸 경우 그 또한 잘 세척해야 한다. 또한 매몰모가 생기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스크럽해주며, 만일 상처가 생겼을 경우 연고를 잘 발라준다.

출처

  1. 천근아 (2021년 2월 27일). “화나면 머리카락·눈썹 뽑아, 부모가 아이 감정 알아줘야”. 《중앙SUNDAY》. 2022년 12월 15일에 확인함. 
  2. 박상희·문진수·허태길 (2009년 10월). “내시경적 이물 제거술 시도 중에 식도에 박힌 모발위석(trichobezoar) 1예”.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2022년 11월 17일에 확인함. 
  3. 천근아 (2021년 2월 27일). “화나면 머리카락·눈썹 뽑아, 부모가 아이 감정 알아줘야”. 《중앙SUNDAY》. 2022년 12월 15일에 확인함. 
  4. 서울아산병원. “발모벽(Trichotillomania)”. 2022년 11월 17일에 확인함. 
  5. “발모광(발모벽)”. 《MSD매뉴얼 일반인용》. 2021년 6월 4일. 2022년 11월 17일에 확인함. 
  6. “Trichotillomania (hair pulling disorder)”. 《NHS》. 2023년 1월 1일에 확인함. 
  7. 엄채화 (2021년 7월 14일). "자꾸 머리카락 뽑는 사람?"...이것도 '병'이다”. 《하이닥》. 2022년 11월 20일에 확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