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녀 동물원

최근 편집: 2023년 8월 15일 (화) 22:02

미소녀 동물원은 만화 또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설명하는 장르 또는 특징의 하나로, 미소녀들이 잔뜩 나와 “미소녀스러운” 활동을 하는 작품을 뜻한다. 영어로는 “cute girls doing cute things”라고 한다. 갈등이 없거나 있어도 쉽게 해소되고, 남자 캐릭터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큰 비중이 없다. 미소녀 동물원은 남성 등장인물은 최대한 배제하고 여성 등장인물만 대거 등장한다. 주로 특별한 갈등이나 서사가 없는 일상물이 많은 편이다. 2009년경 애니메이션 감독 야마모토 유타카(야마칸)이 자신의 블로그에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1] 한국에는 2010년 블로그 '전파만세 - 리라하우스 제 3별관'를 통해 알려졌다. [2]

역사

예전부터 이성애자 남자들이 연애, 혹은 단순히 여자에 대해 느끼는 갈망을 현실에서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난 수요에 부응하는 장르의 출현이 종종 있었다. (이는 다른 수요층에서도 보이기도 하긴 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작중 등장하는 거의 모든 여자들이 남자 주인공에게 관심을 가지는 하렘물이 있다. 여기서 아예 남자 주인공을 배제한 것이 미소녀 동물원이라는 해석이다. 이는 수요층의 욕구가 점점 실제의 연애, 여성과 멀어짐을 보여주기도 하고 등장인물을 입체적으로 보기보다는 몇 개 특징의 조합으로 단순화시킨 모에의 등장과 유행과도 연관지어서 해석할 수 있다.

만화 <아즈망가 대왕>을 그 시초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 <러키 스타>, <케이온> 등이 대표적인 미소녀 동물원으로 불린다. 기존의 '하렘물'의 변형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남자 주인공 한 명에게 여러 여성 등장인물이 구애하는 하렘물과 달리, 미소녀 동물원으로 불리는 작품들은 그저 여성 등장인물들의 생활을 바라볼 뿐이다.

특징 및 비판

가장 큰 특징은 작품 구성에 있는데, 갈등과 제대로된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가 없기 때문에 일상물 혹은 다른 장르이더라도 일상물의 특징을 크게 띈다. 미소녀 위주의 일상물이 많이 연재되는 망가타임 키라라 매거진에 미소녀 동물원에 부합하는 작품이 많다.

등장 인물의 구성, 특징이 굉장히 비슷하다. 이는 미소녀 동물원 일상물들이 인기를 끌며 주제만 바꿔서 양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카페 알바, 낚시, 재수, 천문학, 등 주제는 바뀌지만 큰 틀은 비슷하다는 것)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로는 천진난만하고 항상 밝은 주인공, 어른스럽지만 실제로는 겁이 많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캐릭터, 쿨한 캐릭터, 츳코미 담당 캐릭터, 사차원, 개구쟁이, 보이시한 캐릭터 등.

등장 캐릭터들은 보통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갈등이 있더라도 사소한 오해가 계기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대부분 매우 긍정적이고, 문제에 직면하거나 의견의 불일치가 있어도 원망하게 해결하는 성격이 대부분이다. 가끔 악하거나 자주 삐치거나 불만을 내비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이는 개그 요소로 사용되거나 “사실은 친구를 굉장히 아끼는데 부끄러워서 솔직하게 표현을 못하는 것”으로 연출되며 훈훈한 마무리를 이끄는 경우가 대부분. 갈등을 피하며 인물들의 성격과 행동, 취향이 인물의 나이와 관계없이 유아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것에 엉엉 운다든가, 고등학생 혹은 성인이 매일같이 친구와 함께 목욕하거나, 서로 밥을 먹여주는 등. 물론 특정 나이가 되면 이러면 안된다는 법은 없지만, 이러한 장면이 훈훈함, 시청자 (대부분 남자 어른)의 만족감을 위해 너무나도 자주 연출되는 것은 이게 여성의 유아화, 여성혐오의 일종임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이런 작품은 남자 수요자 사이에서 인기가 많기 때문에 캐릭터들의 매력을 강조하는 연출이 자주 나온다. 이는 성적이든 아니든 미소녀 동물원 작품의 특징이자 비판받는 점을 잘 나타낸다. 우선 성적인 부분이 전혀 없어도, 스토리보다는 인물, 캐릭터성이 중시되기 때문에 각 캐릭터에게 인기 있는 모에요소를 부여하는 식으로 캐릭터가 단순해지는 경우가 다수이다. 이는 안그래도 서사의 도구, 남자 주인공의 트로피 혹은 파트너, 단순한 고정관념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 여자 캐릭터들엑 다시 한 번 이차원적인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여기에 성적인 부분이 가미되면 할 말이 더 많아진다. 우선은 “서비스 씬”이라고 불리는 불필요한 노출, 성적인 연출 등이 있다. 이는 “서비스 씬”이라는 명칭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성적 대상화이며, 작품이 어떤 소비자를 위해, 그 소비자의 어떤 요구를 반영해 만들어진 것인지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또한 일본 만화/애니메이션계 전반적으로도 그렇지만, 미소녀 동물원 작품에서는 인물들의 실제 나이에 관계없이 굉장히 어린 외형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캐릭터들의 성적인 매력을 내세우는 것은 캐릭터가 성인이라고 하더라도 소아성애적 연출이다. 특히, 이런 노출은 캐릭터의 의사에 반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넘어지거나 바람 때문에 특정 상황이 연출되거나 동성 친구가 질투심에, 혹은 장난으로 옷을 들추거나 가슴을 만지는 경우 등이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성적인 연출이 아니라 여성의 성적 주체성이 철저히 배제된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동성끼리의 성추행, 성희롱을 일반화/장난으로 치부하고 (심지어 작품 내에서 이 행동을 성희롱이라고 지적하며 츳코미를 거는 대사가 나오는 경우도 꽤 많은데, 이런 츳코미조차 비판이 아니라 개그 연출의 일부일 뿐이다) 여성, 그리고 여성 사이의 우정을 유아화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커가면서 자기 신체, 자기 영역에 대한 개념을 배우고 상대방의 영역을 함부러 침범하는 것이 실례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백델 테스트를 들먹이며 이 현상을 긍정으로 평가하려고 하는데, 이는 미소녀 동물원물에 등장하는 인물이 대부분 여성이지만, 여자더라도 거의 온전히 고정관념, 욕구, 환상에 기반해 소비자가 원하는 “여자”인 미소녀라는 것을 망각한 성급한 결론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벡델 테스트나 마코 모리 테스트 같은 페미니즘을 진단하는 테스트는 쉽게 통과한다. 그러나 여성 등장인물이 대거 등장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주 타겟층인 남성 독자·시청자의 관음적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 소위 말하는 '서비스 씬' 같은 노출 장면이 없더라도 성립된다.

독특한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대부분 만담을 주고 받거나 시트콤처럼 이야기를 진행할 뿐, 인물간의 욕망이나 갈등, 서사 등은 빠져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등장인물의 외형적·청각적 매력에 최대한 의지해야 하기 때문에 캐릭터 상품이나 음반 같은 굿즈(Goods)를 통한 수익 극대화가 가능하지만, 오래 진행될수록 이야기가 얄팍해지는 한계가 있다. 주 타겟층인 남성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것이 특징이며, 상기했던 야마모토 유타카의 발언도 이를 지적한 것이다.[1]

미소녀 동물원의 변형인 '미소녀 고시엔'은 스포츠물을 결합시킨 형태로 목표를 향한 도전, 경쟁과 우정이라는 요소가 들어간다. 미소녀 동물원과 달리 인물의 욕망·갈등과 서사를 다루지만 역시 남성 등장인물을 최대한 배제하고 여성 등장인물의 매력(모에)를 부각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파이팅! 대운동회>, <걸즈&판처> 등이 있다.

목록

미소녀 동물원이라는 단어는 공식적이거나 학문적으로 정의된 단어가 아니므로 어떤 작품이 미소녀 동물원인지는 개개인마다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정확히 부합하지는 않지만 특징을 공유하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