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성주의

최근 편집: 2023년 5월 20일 (토) 02:49

반지성주의(反知性主義, 영어: Anti-intellectualism) 또는 반주지주의(反主知主義)는 지성, 지식인, 지성주의를 적대하는 태도와 불신을 말하며, 주로 교육, 철학, 문학, 예술, 과학이 쓸데없고 경멸스럽다는 조롱의 형태로 나타난다.

정의

호프스태터의 반지성주의

반지성주의라는 말을 처음으로  쓴  호프스태터(Hofstadter)가 쓴 <미국의 반지성주의>라는 책에 의하면, 반지성주의란 “정신적  삶과  그것을  대표한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의심이며, 또한 그러한 삶의 가치를 언제나 얕보려는  경향”을 뜻한다. 그가  말하는  반지성주의는  지식인에  대한  경멸과  증오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는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이자 배경인 매카시즘의 지식인관과 정확히 일치한다. 호프스태터는 주로 1950년대에 미국 사회를 휩쓸었던 매카시즘의 광풍을 고발하기 위한 역사적 분석의 목적으로 반지성주의라는 개념을 썼기 때문에 그런 수준의 정의만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개념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널리 사용되면서 ‘지식인에 대한 경멸과 증오’라는 단순한 정의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한국의 현실을 보자. 반지성주의라는 비판을 받는 사람이 반지성주의를 비판하고, 진보와 보수는 각각 상대편을 반지성주의라 비판하고, 페미니스트들과 그 비판자들도 각각 상대편을 반지성주의라 비판하고, 감성주의를 반지성주의로 간주하는 등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1]

리그니의 3대 반지성주의

리그니(Rigney 1991)가 <미국의 반지성주의>를 토대로 추출해낸 반지성주의의 3대 유형은 오늘날 반지성주의에 관한 연구의 기본 지침으로 활용되고 있다.[1]

종교적 반합리주의(religious anti‐rationalism)

주로 종교 분야에서 드러나는 반지성주의로, 이성보다 신앙을 우위에 두는 ‘종교적 반합리주의(religious anti‐rationalism)’

인민주의적 반엘리트주의(populist anti-elitism)

주로 정치분야에서 드러나는 반지성주의로, 기득권 세력과 지식인의 반평등 우월의식에 비판적인 ‘인민주의적 반엘리트주의(populist anti ‐elitism)’ 

무분별한 도구주의(unreflective instrumentalism)

주로 기업 분야에서 드러나는 반지성주의로, 친자본주의적이면서  실용적  지식을  선호하는 ’무분별한  도구주의(unreflective instrumentalism)‘

반기업주의 정서가 강했던 호프스태터는 “미국의 생활문화에서는 실용성이 압도적으로 중시되어왔고, 기업가는 19세기 중반 이후로 가장 강력한 반지성주의 세력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용주의의 거두인 존 듀이를 비판하면서 실용주의를 사실상 반지성주의의 온상으로 간주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학교가 ‘아이들의 지성을 키우는 장이 아니라 아이들을 시민으로 훈련시키는 장’이 되었다고 개탄하는 동시에 직업교육을 ‘강력한 반지성주의 운동’으로 비판했다. “직업교육 중시 경향은 지성보다 인성(또는 인간성)을 중시하는 경향이나, 개선과 재능보다 순응적이고  부리기  쉬운  태도를  선호하는  경향과  연결된다.”는  이유에서였다(Hofstadter 1963/2017, 329-456).

아도르노는 1969년 반지성주의를 지성 전반에 대한 증 오로 기존 사회의 원리에 순응하는 ‘관료국가적 사고의 산물’로 정의했는데(한상원 2018, 30), 바로 이 지점에서 호프스태터와 아도르노가 만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반지성주의를 이렇게까지 확장시키면 이념성이 농후한 개념이 되면서 ‘좌파 반지성주의’는 존재하기 어렵다는 문제에 봉착한다. 아도르노는 파시즘의 권위주의를 논하면서 좌파의 권위주의는 존재할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펴 스스로 논란을 자초했었는데(Lasch 1991/2014, 527-528), 반지성주의 역시 그런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호프스태터는 공산주의자에서 전향해 미국 사회의 합의를 중시하는 이른바 ‘합의사학파’의  일원이  되었지만  강한  진보성은  여전히  갖고  있었다(Jacoby  1987,  78-85). 그가 ‘우파 반지성주의’에만 몰두한 것은 그의 출신 배경과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이해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반지성주의 개념을 시공을 초월해 사용하고자 한다면 이념성의 문제는 걷어내는 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준만의 반지성주의

반지성주의를 지성의 유무나 정도가 아니라 지성의 작용방식을 기준으로 “이성적‧합리적 소통을 수용하지 않는 정신상태나 태도”로 정의한다.

이성적‧합리적 소통을 수용하지 않는 3대 요소로 신앙적 확신, 성찰 불능, 적대적 표현을 제시한다. 신앙적 확신은 이미 어떤 사안에 대한 움직일 수 없는 ‘정답’을 갖고 있는 상태, 성찰 불능은 그로 인해 성찰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소통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상태, 그리고 적대적 표현은 자신의 ‘정답’을 실천하기 위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적대적으로 대하면서 욕설과 인신공격도 불사하는 공격적 태도를 말한다. [1]

  1. 1.0 1.1 1.2 Kang, Joon Mann (2019년 2월 28일). “Why the Public Is Captivated by Anti-intellectualism? : Anti-intellectualism from the Perspective of Persuasive Communications”. 《The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 Communication》 22 (1): 27–62. doi:10.15617/psc.2019.2.28.1.27. ISSN 1229-8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