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이론/착오

최근 편집: 2024년 2월 12일 (월)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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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을 한 자에게 뭔가 착오가 있어 의도와 결과가 다르게 된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한 학설들이다.

참고로, 존재하지 않는 형벌법규를 존재한다고 믿어 나름의 범행(?)을 한 것은 '환각범'이라 하며, 불가벌이다.

구성요건적 착오(사실의 착오)

대부분의 범죄는 고의의 범행을 구성요건적 행위로 규정하는데, 행위자가 당초 품었던 고의가 범죄사실과 다른 경우가 있다. 구성요건의 착오론이란, 이런 경우에 어디까지를 기수범의 고의와 같다고 평가할 수 있을지를 따지는 이론이다.

착오의 종류는 다음의 두 범주로 나눌 수 있고, 그 안에서 다시 두 가지로 나뉜다.

  • 객체/방법
    • 객체의 착오: 범행의 대상을 착각하여 의도와 다른 대상에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 방법의 착오: 잘못된 행위방법으로 인해 의도와 다른 대상에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 구체적 사실/추상적 사실(법적 효과)
    • 구체적 사실의 착오: 인식과 결과가 동일한 법률효과를 가진 착오이다.
    • 추상적 사실의 착오: 인식과 결과가 다른 법률효과를 가진 착오이다.

이에 따라 착오의 가능한 경우의 수는 '객체와 구체적 사실의 착오', '객체와 추상적 사실의 착오', '방법과 구체적 사실의 착오', '방법과 추상적 사실의 착오'로 4가지가 되는 것이다.

부합설이론

상기한 4가지 경우의 수에서 어디까지를 구성요건적 사실과 동일하다고 평가할지 판단하는 이론이 부합설이론이다.

  • 구체적 부합설
    행위자의 인식과 발생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부합하여야 고의로 친다.
    이에 따라 구체적 사실과 객체의 착오만을 발생사실의 고의기수로 인정하고, 그 외에는 의도의 미수와 결과의 과실의 상상적 경합[주 1]으로 한다.
  • 법정적 부합설 (판례설)
    행위자의 인식과 발생한 사실이 구성요건상 부합하면 고의로 친다.
    이에 따라 구체적 사실의 착오는 모두 발생사실의 고의기수가 되고, 추상적 사실의 착오는 의도의 미수와 결과의 과실의 상상적 경합으로 한다.
  • 추상적 부합설
    가벌성이 겹치는 범위에서 가벼운 죄만큼의 고의를 인정한다.
    이에 따라 구체적 사실의 착오는 모두 발생사실의 고의기수가 된다. 추상적 사실의 착오일 경우 인식과 결과 중 가벼운 쪽의 기수, 무거운 쪽의 과실이 되어 상상적 경합이 된다.

부합설이론의 예시

넷플릭스 영화인 <Calibre>에서는 사냥을 나간 주인공 일행이 사슴을 쏘는 순간 사슴이 움직이며 뒤에 가려져 있던 마을 아이를 쏘아 사살하고 만다. 
이는 사슴을 쏘려다 잘못하여 아이를 쏘았으므로 방법의 착오이며, 사슴을 쏜 것과 아이를 쏜 것의 법적 효과가 다르므로 추상적 사실의 착오이다.
구체적 부합설에 따르면 이는 사슴 사살 미수와 아동 사살 과실의 상상적 경합이 된다.
법정적 부합설에 따르면 위와 같이 사슴 사살 미수와 아동 사살 과실의 상상적 경합이 된다.
추상적 부합설에 따르면 법적 결과가 가벼운 사슴 사살의 기수, 법적 결과가 무거운 아동 살해의 과실의 상상적 경합이 된다.
그 상황에서 주인공 일행은 합법적으로 사냥을 하고 있었으므로, 결국 세 관점 모두 아동의 과실치사범을 인정하게 된다. 다만 이 결과를 도출하는 법리가 각기 다른 것이다.
만약 해당 사냥행위가 밀렵이었다면?: 앞의 2설은 밀렵의 미수범이 성립하여 아동의 과실치사와 상상적 경합을 하지만, 추상적 부합설의 관점에서는 밀렵의 범죄가 이루어진 것이 된다.
만약 늦은 밤에 아동을 사슴으로 잘못 알고 쏜 것이라면?: 행위의 대상을 착각했으므로 추상적 사실과 객체의 착오가 된다. 세 관점 모두 아동의 과실치사범이 된다.

면책조항

  • 제15조(사실의 착오)
    특별히 무거운 죄가 되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무거운 죄로 벌하지 아니한다.
    결과 때문에 형이 무거워지는 죄의 경우에 그 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없었을 때에는 무거운 죄로 벌하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형법에서는 구성요건적 착오의 경우에서 예견가능성설을 추가하여, 예견하지 못한 결과에 대해 행위자에게 그 책임을 지우지 않는 입장을 취한다.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

위법성조각사유가 될 만한 사실이 없는데 이를 있다고 믿고 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즉, 밤중에 찾아온 택배 배달원을 강도로 오인하고 방위의사로써 폭행한 것이나(오상방위), 개가 자기에게 덤벼들지 않는데 덤벼드는 것으로 오인하여 남의 가게 창문을 깨고 뛰어든 것(오상피난) 등이다. 이에 대한 법률적 평가를 어떻기 할지에 관한 학설이다.

  • 엄격고의설: 위법성의 인식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고의의 성립이 배제되고, 착오에 과실이 있다면 과실범으로 친다.
  • 제한고의설: 위법성의 인식가능성을 고의의 성립요소로 보아, 위법성의 인식가능성이 있었다면 고의를 인정하고 인식가능성이 없었다면 아무 법적 효과가 없다.
    (고의설은 고의를 책임요소로 보므로 범죄체계이론상 부당하며, 법적대성이 높은 자에게 유리하다는 결점이 있다)
  • 소극적 구성요건 표지이론: "2단계 범죄체계론"에서 주장하는 견해이다. 구성요건적 착오가 되어 고의를 조각하고, 착오에 과실이 있다면 과실범이 된다.
    (위법성조각사유가 없다는 인식을 고의에 포함시킨 것은 부당하며, 3단계론을 채택하는 현행 형법과 맞지 않는다)
  • 엄격책임설: 위법성의 인식을 독자적인 책임요소로 보아, 구성요건고의는 일단 인정한다. 착오할 수밖에 없었다면 책임이 조각되고, 착오를 회피할 수 있었다면 고의범으로 친다. 결과적으로 법률의 착오와 같이 취급하게 된다.
    (회피할 수 있던 착오의 경우를 고의범과 똑같이 보는 것이 이상하고, 행위상황의 인식여부와 행위 자체의 허용여부에 대한 평가가 다른 층위의 것임을 간과하는 결점이 있다)
  • 제한책임설: 오상방위를 금지착오의 유형으로 보지 않는다.
    • 사실의 착오 유추적용설: 구성요건적 착오를 유추적용하여 고의를 조각하자는 견해이다.
      (범죄체계이론상 부당하고, 악의의 가담자가 있을 경우 과실범인 정범의 공범이 성립하지 않아 처벌하지 못하게 되는 결점이 있다)
    • 제한책임/법효과제한적책임설: 구성요건적 고의는 인정하지만 책임고의가 탈락되어 고의가 부정되고, 착오에 과실이 있으면 과실범으로 친다. 학계 다수설이다.
      (구성요건 단계에서 고의를 인정했다가 책임단계에서 고의를 조각하는 체계모순이 있는 것이 결점이다)[주 2]

한편 대한민국의 판례는 "여우고개 사건"에서 위법성을 오인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판례

여우고개 사건 [대판86도1406]
❝ 위법성을 오인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위법성이 조각된다.
군대 당번병이 중대장 가족의 부당한 지시를 수행하러 근무지를 이탈하였고, 그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하였다. 법원은 당번병의 관사이탈 행위가 중대장의 직접적인 허가를 받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당번병으로서의 그 임무범위 내에 속하는 일로 오인한 행위로서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하였다.
[대법원 2023. 11. 2. 선고 2023도10768 판결]
피고인이 복싱클럽 관장과 회원인 피해자(17세)의 몸싸움을 지켜보던 중 피해자가 왼손을 주머니에 넣어 휴대용 녹음기를 꺼내어 움켜쥐자 이를 흉기로 오인하여 피해자의 왼손 주먹을 강제로 펴게 함으로써 피 해자에게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혔다.
법원은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움켜진 물건을 육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것이 공소외 1에게 치명적인 손상 을 가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에 해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의 행위는 적어도 주관적으로는 그 정당성에 대한 인식하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에 충분하므로,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였다.

금지의 착오

  • 제16조(법률의 착오)
    자기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

책임비난에 필요한 위법성의 인식이 없는 경우이다.

  • 직접적 착오(금지규범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여 자기의 행위가 허용된다고 오인한 경우)
    • 법률의 부지
      법규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경우이다.
      판례는 이를 형16조에 해당하는 착오로 인정하지 않는다.(대판2003도6282)
    • 효력의 착오
      어떤 법규정이 무효라고 오인한 경우이다.
      자신이 위반한 형법 규정이 위헌판결을 받은 바 있다고 오인하였다면 여기에 든다.
    • 포섭의 착오
      구성요건적 사실을 인식하였으나 금지규범을 너무 좁게 해석한 것이다.
      애완동물이 손괴죄의 객체인 재물이 아니라고 생각한 경우 등이다.
  • 간접적 착오(금지규범의 존재는 인식했으나 자신의 행위에 위법성조각사유가 개입한다고 착각한 경우)
    • 위법성조각사유의 존재에 대한 착오
      없는 위법성조각사유를 있다고 생각한 경우이다.
    • 위법성조각사유의 한계에 대한 착오
      위법성조각사유의 법적 한계를 오인한 경우이다.
      일반인의 현행범체포가 범인에 대한 주거침입을 허용한다고 오인하였다면 여기에 해당한다.
    •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대한 착오
      위법성조각사유의 객관적 요건이 되는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데 존재한다고 착각한 경우이다.
      가스 검침원을 강도로 오인하고 방위행위를 하였다면 여기에 든다.

금지의 착오에 대하여 어떠한 효과를 인정할지는 위법성인식의 체계적 지위에 따라 달라진다.

  • 위법성인식불요설: 고의의 성립에 위법성의 인식을 요하지 않으므로 금지의 착오는 고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 고의설: 위법성의 인식은 고의의 내용이므로 금지의 착오라면 고의가 조각되고, 과실이 있으면 과실범이 된다.
  • 책임설(통설): 위법성의 인식은 고의와 독립된 책임요소이므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책임이 조각된다고 본다.

다음을 참고할 것 판례/금지의 착오


부연설명

  1. 하나의 행위가 여러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상황을 말한다. 해당하는 범죄 중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것에 따라서 과형한다.
  2. 학계는 이에 대해 위법성의 착오를 구성요건착오·금지착오와는 다른 제3의 착오유형으로 취급하여 입법하여 해결할 것을 주장한다. 오스트리아 형법 제8조가 그렇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