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대책 논란

최근 편집: 2022년 12월 24일 (토) 12:03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에서 20172월 24일 '제13차 인구포럼: 주요 저출산대책의 성과와 향후 발전 방향'을 개최하였는데[1], 저출생의 원인으로 고학력/고소득 여성의 '하향선택 결혼' 관습을 지목하며 대중의 잘못된 관습을 음모론 수준으로 은밀하게 바꾸자고 제안하거나, 미혼자들이 교육에 투자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고스팩이 취업에 불리하다는 점을 알리자고 제안하는 등 황당한 내용을 담고 있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다.[2]

해당 연구원은 3일만인 2017년 2월 27일보직해임되었다.

개요

정부 산하 보건정책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에서 20172월 24일 '제13차 인구포럼: 주요 저출산대책의 성과와 향후 발전 방향'을 개최하였다. 포럼은 총 4개의 주제 발표와 5명의 토론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중 특히 논란이 된 부분은 원종욱 선임연구위원의 "결혼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결정요인 분석"이었다.

주제 발표의 주요 내용

공식 보도자료의 요약문에 따르면 해당 발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1]

  • 우리나라의 출산율 하락을 혼인율과 유배우자 출산율로 분해하여 살펴보면 혼인율 하락이 출산율 하락에 더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남.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저출산정책은 유배우 출산율 제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나, 혼인율을 올리는 것이 출산율 제고에 더 효과적
  • 혼인율 제고정책은 미혼자가 교육에 투자하는 기간(t1)을 줄여주는 정책과, 미혼남녀가 매칭되는 기간(t2)을 줄일 수 있는 정책, 결혼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계층(결혼시장이탈계층)을 줄일 수 있는 정책으로 구분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음
  • 교육투자기간을 줄이는 정책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불필요한 휴학, 연수, 자격증 취득 등이 채용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 시간을 합리적으로 투자할 줄 아는 인재를 뽑는다는 것을 고용시장에 알림으로써 불필요한 스펙 쌓기로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것을 막고 지원자와 기업 간 탐색과 매칭이 일어나는 연령을 낮출 수 있을 것임
  • 또한, 교육투자를 마치고 사회에 진출한 남녀가 서로 원하는 상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IT 기술과 연계하여 높여줄 수 있는 정책개발 필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을 이용하여 바쁜 일상을 대신하여 가상공간에서 자신을 대신하여 배우자를 탐색할 수 있는 정보기술을 개발하여 대학에 보급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음
  • 마지막으로, 여성의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하향선택결혼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관습 또는 규범을 바꿀 수 있는 문화적 콘텐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함. 이는 단순한 홍보가 아닌 대중에게 무해한 음모수준으로 은밀히 진행될 필요가 있음

문제점

교육 기회와 출산의 택일을 강요

해당 주제 발표는 저출생의 원인을 '혼인율'과 혼인 후 출산을 하지 않는 '유배우자 출산율'로 구분한 후, 이 중 혼인율을 개선하는 것이 저출생 문제 해소에 있어서 더 효과적이라고 분석한다. 혼인율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미혼자가 교육에 투자하는 기간'을 줄일 것을 제안하고 있는데 이 제안에는 다양한 문제가 있다.

첫째, 주제 발표의 다른 제안을 살펴보면 '교육 투자' 중에서도 특히 문제 삼는 것은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여성이 자신보다 교육 수준이나 지위가 낮은 남성과 결혼하지 않으려는 '관습', 소위 하향선택결혼 기피 관습이 생기는 점이다. 두 제안이 합쳐지면 특히 여성의 교육 투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혼인율과 유배우자 출산율이 낮아지는 이유를 환원적으로 나누고 각각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하는 방식은 더 근본적인 원인을 가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먹고 사는 문제와 같은 기본적 욕구가 해소되지 않으면 가정을 꾸리는 것과 같은 상위 수준의 욕구가 발현되기 어렵다. 사회적 안정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는 일을 기피하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서로 연결되어 있는 현상이다. 특히 기울어진 운동장유리천장이 강하게 존재하는 사회라는 점, 복지 제도가 열악한 사회에서 취업은 생존권과 직결된다는 점을 따져볼 때 여성들이 소위 '스팩 쌓기'에 집중하는 것은 어쩌면 자아실현욕구 이전에 생존욕구의 발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

셋째, 고등교육을 받는 것과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것 중 하나를 택하도록 강제하는 발상 또한 문제이다. 올바른 사회라면 고등교육을 받으면서도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줄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해야 할 것이다. 여성에게 가정과 교육, 가정과 사회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강요는 과거부터 꾸준히 있어왔던 가부장적 악습이다. 19세기 미국에서는 여성의 신체가 대학 교육을 견디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였으며, 여성에 대한 하버드 대학교 입학 허가를 반대한 일이 있었다. 또는 여성은 자신에게 투자할 것인지, 건강한 아이를 낳는 능력을 기를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며, 하나를 선택할 경우 다른 한 능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었다.[3] 기존의 '생물학적 협박' 대신 '채용에 불리하다'는 자본주의적 협박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개개인을 출산 기계로 보는 인식

렉(lek)을 이뤄서 짝짓기 상대를 탐색하는 산쑥들꿩(Greater Sage-Grouse) 개체군. '배우자 탐색의 효율성을 위한 가상현실 공간'은 렉을 연상시킨다.

해당 주제 발표는 또한 혼인율을 개선하기 위한 두번째 방안으로 '미혼남녀가 매칭되는 기간'을 줄여주기 위해 가상현실 기술을 도입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교육투자를 마치고 사회에 진출한 남녀가 서로 원하는 상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을 도입하면 바쁜 일상을 대신하여 가상공간에서 자신을 대신하여 배우자를 탐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제안 역시 근본적 원인을 망각하고 단지 배우자 탐색을 효율화하면 혼인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일차원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사회 구성원을 바라보는 인식이다. 행복추구권을 갖는 개개인의 인격체가 아니라 국가에 필요한 노동력이자 노동인구 증가를 위해 효율적인 출산을 해야 하는 출산 기계로 보는 것이다. 가상현실 공간에서 배우자를 효율적으로 탐색하게 하자는 제안은 일부 조류에서 번식기에 관찰할 수 있는 렉 메이팅(lek mating)을 연상시킨다.

사회관습을 음모수준으로 은밀히 바꾸자는 제안

공식보도자료에 의하면 여성의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하향선택결혼'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회관습 또는 규범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관련 문화적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특히 "음모수준으로 은밀히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1]

국가가 개인의 가치관이나 사상을 바꾸려 하는 시도는 독재 국가에서의 체제 유지 수단 등으로 시도되어 왔다. 특히 '음모수준의 은밀히 진행' 운운은 플라톤의 우생학적 품종계량 정책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국가(책)에서 수호자 계급(guardians)의 건강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우수한 남녀가 짝을 이뤄 아이를 낳도록 해야 하는데, 대중이 이를 알면 저항할 것이므로 '복권 추첨' 형식을 가장하여 '은밀하게' 시행되어야 한다고 적은 바 있다.

경과

보사연 홈페이지 '연구원에 바란다'에는 원 연구위원의 부적절한 발표 내용을 지적하는 글, 원 원구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쏟아졌고, 국민신문고 민원 넣기를 통해 원 연구위원 해임을 촉구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26일 공식 홈페이지에 '인구포럼 건에 대한 연구원 조치사항'이라는 글을 올려, 원종욱 연구위원이 인구영향평가센터장에서 자진해서 물러나기로 했으며(보직해임) 내일(27일)부로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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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