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우저 전쟁

최근 편집: 2022년 12월 15일 (목) 03:00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이 더 큰 역할을 가지게 됨에 따라 인터넷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IT 업계에서 있어왔다. 일부 업체들은 인터넷을 개별 집에 연결하는 망을 두고 경쟁하고, 일부는 사용자의 "시작 페이지"를 점유하기 위한 방법들을 동원한다. 이 중 사람들이 컴퓨터에서 에 연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프로그램 -웹 브라우저-를 점유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는데, 이를 두고 뒤돌아보며 브라우저 전쟁이라고 부른다.

1차 브라우저 전쟁

초창기에는 정말 많은 프로그램들이 웹에 접속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이 중 가장 널리 쓰인것은 NCSA 모자익이었다. 90년대 중반에 모자익을 라이센스 해서 경쟁 제품을 만든 회사 중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가 가장 크게 성공하고 브라우저 시장을 독점했다. 자체적인 브라우저를 가지고 브라우저 시장에 진입해서 사용자들의 인터넷 경험을 통제하고 싶어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모자익을 라이센스해서 인터넷 익스플로러 브라우저를 개발하고 도전장을 내민다.

1996년부터 2009년까지의 브라우저 전쟁 양상을 보여주는 차트.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익스플로러(파란색)이 넷스케이프(초록색)의 점유율을 압살하며 독점의 위치에 오르는 과정과, 곧이어 파이어폭스(빨간색)의 등장이 보인다. 파이어폭스와 2005년에 등장한 크롬 점유율이 함께 계산 된 듯.

90년대 후반 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점점 브라우저 시장을 잠식해갔다. 마소는 운영체제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해 윈도우 운영체제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내장하고 적극 사용자들에게 미는 승부수를 띄웠다. 여기에 미국 정부와 유럽연합 정부가 대응해 반독점 조사에 들어가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윈도우·오피스·익스플로러의 3개 팀으로 각각 별개의 회사로 분할하라는 극약 처방을 받기도 했다.[주 1] IT 업계는 이 전쟁을 주의깊게 살펴보았고, 사용자들은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브라우저를 밀어주려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자신의 웹사이트에 "이 웹사이트는 넷스케이프에서 제일 잘 보입니다" 등의 버튼을 다는 행위가 그것이다.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익스플로러는 HTML 언어 등 웹의 표준을 제정하는 업계 협회인 W3C의 권고안을 "너희들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뒤처져 있다"는 핑계를 대며 자사 브라우저에서만 돌아가는 전용 태그 또는 태그 신택스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네비게이터도 이런 것을 답습하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웹사이트는 상관없지만, 표에 고차원의 CSS를 적용하거나 좀 더 최신에 속하는 기술을 적용하니 한 브라우저에서는 잘 보이지만 다른 브라우저에서는 깨져보이는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당시 GeoCities 같은 플랫폼에서 웹사이트를 운영하던 사용자들은 "이 웹사이트는 넷스케이프에서 제일 잘 보입니다" "익스플로러에서 잘 보입니다"등의 문구를 달기 시작했다. "넷스케이프를 써라"라는 압력으로도 작용하지만, "내가 웹사이트를 만들 시간이 무한대로 있는 것도 아니고 웹사이트 디자인 테스트는 넷스케이프에서만 할거니까 님들은 알아서들 하셈"이라는 메세지도 있던 셈이다.

1차 브라우저 전쟁은 익스 3.0 버전 때 가장 치열했고, 이후 90년대 말 익스 4.0 을 고비로 익스플로러가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 네비게이터는 사장세에 접어들고 넷스케이프 진영 일부 개발진과 오픈소스 사람들이 파이어폭스 브라우저를 통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사람들은 익스로 운영하는 것에 익숙해져갔고 점점 더 많은 사이트들이 익스에서만 돌아가는 기능을 활용해 사이트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익스 편향도 이 때 자리잡았다.

동시에 익스 버전업이 느려지며 점점 잔고장이나 신기술 도입을 방치하기 시작했다.

2차 브라우저 전쟁

2008년 이후 브라우저 시장 추이: 수직하강하는 인터넷 익스플로러(파란색)과 대비로 상승하는 크롬 (초록색), 그리고 "브라우저"는 아니지만 스마트폰 환경의 대두를 보여주는 모바일 환경의 점유(빨간색)을 볼 수 있다. 점진적 하향세를 보여주는 주황색은 파이어폭스이다.

영원할 것 같던 익스플로러의 독점 판도는 2005년에 등장한 구글 크롬에 의해 산산조각 나고 만다.

구글은 크롬 브라우저를 내세우며 여러가지 장점을 앞세웠다:

  • 속도 중점: 제일 빠른 웹페이지 로딩 및 화면 출력 속도, 그리고 스크롤 속도
  • 최대한의 화면 사용: 상단의 프로그램 제목 창과 하단의 상태창을 아예 없애버리고 익스의 상징이던 덕지덕지 붙은 플러그인용 창을 주소창과 동일선상에 놓는 등 화면의 수직 공간 사용율 극대화
  • 구글이 자바스크립트로 구현한 각종 웹 애플리케이션 (구글 닥스, 구글 스프레드시트, 구글 슬라이드, 유튜브 등) 최적화. 이는 화면 사용 최대화와 시너지 효과를 냈다.
  • (많이들 쓰지는 않는 것 같지만) 브라우징 환경의 클라우드 화 - 크롬 브라우저 세션을 지메일 계정과 동기화하면, 세계 어디든, 어느 컴퓨터에서라도 크롬 브라우저 세션을 동기화하면 거기서 열어두었던 창, 저장해두었던 패스워드, 플러그인 등 모든 요소가 끊김없이 제공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들은 구글이 추진하던 개인 클라우드 환경 추구 전략과 맞물려 돌어가면서 대박이 났다. 익스 4.0만 해도 "버벅거리는 전용 프로그램에 들어가서 그 프로그램 내에서 천천히 살펴보는 것"의 개념이던 웹이 구글 크롬을 통해 그냥 "내 컴퓨터의 모든 것 - 마우스와 키보드를 통해 운영체제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웹과 직접 상호작용하고, 웹에서 모든 일을 처리한다"라는 개념으로 바뀐 것이다.

이 시기에 아이폰이 개인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하고, 그를 뒤이어 안드로이드가 진출해 스마트폰 시장의 양대 제품으로 자리잡은 것도 크롬에게 힘을 잔뜩 실어주었다. 모바일 인터넷 환경이 파이를 엄청나게 키우고, 모바일용 크롬이 안드로이드의 내장 브라우저로 제공되는 동시에 데스크탑용 크롬과 엄청난 seamless 전환 경험을 가져오면서 모바일 환경의 주요 브라우저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랜만에 인터넷 익스플로러 브라우저 주요 기능 업그레이드, 엣지 브라우저 출시 등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보았지만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윈도 XP 운영체제에서 윈도 7으로, 그후 다시 윈도 10으로 운영체제 세대교체를 추진한 것이 운영체제 시장에서는 이득이 되었을지 몰라도, 브라우저 시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점유율 하락을 부추겼다. 윈도 7/10에서 더 이상 기존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6 전용 솔루션 (말많은 한국의 액티브X 기반 온라인 금융 솔루션 등) 들이 작동하지 않게 되자, 더더욱 익스플로러를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2019년 현재 비대해진 크롬 브라우저가 램을 잡아먹는 괴물로 전문가들에게는 멸시를 받고 있지만, 간단하게(?) 램을 8GB-16GB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만으로 해결이 가능한 것이 현재 상태라서 크롬 브라우저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연 설명

  1. 미국에서는 무산된 것으로 보이지만, 유럽연합에서는 이것이 시행에 들어가, 오늘날도 유럽에서 판매되는 윈도우즈는 법 준수 관계상 일부 프로그램들이 포함되지 않는 버전으로 판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