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손

최근 편집: 2020년 11월 30일 (월) 17:42

비손은 병을 낫게 하거나 소원을 이루게 할 목적으로 두 손을 비비면서 신에게 비는 일이다. 간단한 제물을 차려 놓고 그 앞에서 양손으로 비비는 행위를 통해 신을 섬기는 의례의 일종이다.

‘비손’의 ‘비-’는 ‘빌다’에서 파생된 말로 ‘비(-는) 손’ 혹은 ‘비(-ㄹ)손’이란 의미에서 왔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방언으로는 비념이라고 하며, ‘손으로 빌다’라는 뜻에서 손빔이라 하는 곳도 있다. 자연 앞에서 무력한 인간이 신성한 무엇엔가 의존하여 인간의 약함을 하소연함으로써 목적한 바를 이루려 한 데서 비손이 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장구·북·징·피리 등의 악기와 노래·춤·공수 등의 복잡한 형식이 뒤따르는 의례로 발전한 것이 굿이고, 복잡한 절차 없이 손을 비비는 간단한 정성만 올리는 것으로 발전한 것이 비손이다.


집안의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 행하는 정초의 안택(安宅), 농사의 풍년을 감사하기 위해 집안의 여러 가신(家神)에게 햇곡식과 햇과일을 천신(薦新)하는 음력 시월의 상달고사 등에서 비손을 한다. 그 밖에도 가족 중에 병에 걸린 사람이 있을 경우, 가족 중에 집을 나가 소식이 없는 사람이 있을 경우, 관재수(官災數)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경우, 부부의 불화로 위기에 처한 경우 등에도 비손을 한다. 상차림은 매우 간소한데, 해당되는 가신 앞에 청수 한 그릇을 떠 놓거나 시루떡을 조금 준비하여 빈다. 또 안방의 윗목에다 떡, 나물, 과일 등을 간소하게 차리고 손으로 빌면서 가끔 신에게 고하는 소리를 하는 식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비손은 악기 반주 없이 빌기만 하기 때문에 입담 좋고 경험 많은 마을의 할머니나 해당 가정의 주부가 직접 행하기도 한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중탑)의 경우 터줏가리를 모실 때, 집안의 여자들이 고사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남자들이 터줏가리를 새로 단장한다. 이때 터줏가리를 모시는 제의의 주체는 주부이다. 즉 집안의 여성으로 가장 어른인 시어머니가 비손을 하면서 기원의 말을 읊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1]

같이 보기

푸닥거리

출처

  1. “비손”. 《한국민속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