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질

도살장 앞을 찾아가 육식주의 사회에서 고통받는 동물의 현실을 목격하고 증언하는 활동. 도살장 앞에 찾아가 죽음 직전 12시간 넘게 물조차 마시지 못한 동물들에게 마지막 물과 먹이를 주며 그들의 건강 상태들을 살피고 기록한다. 유래는 '각성', '불침번'을 뜻하는 'vigilance'이다.

캐나다 동물권 단체 토론토 피그세이브(Tronto Pig Save)가 2010년 처음 시작한 이 활동은 현재 전세계적인 풀뿌리 동물 해방운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활동가들은 비질을 ‘진실의 증인 되기’라고 표현하곤 한다. 서울애니멀세이브는 비질을 “현재 육식주의 사회가 가리고자 하는 것을 도축장에서 목격, 기록하고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여 동물이 맞닥뜨린 폭력적 현실의 증인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가축으로 태어나 짧은 생을 살고, 고기가 되는 축산동물의 삶을 일반 시민에게 환기시키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는 설명이다.

확산

토론토 피그세이브의 활동 이후로도 비질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2016년에는 호아킨 피닉스, 루니 마라, 모비, 캣 폰 D 등 할리우드 스타들까지 철야 집회에 참석할 만큼 운동이 확산된 바 있다. 하지만 이 비질 활동이 더 급 물살을 탄 것은 2020년 두 가지의 큰 계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는 2020년 6월 20일 캐나다에서 비질을 하던 활동가 리건 러셀이 도살장 앞에서 돼지들로 꽉 찬 운송 트럭에 치여 살해당한 일이었다. 리건의 비극적인 죽음은, 축산업 입막음 법(ag gag)인 법안 156(Bill 156)이 온타리오에서 통과된 지 이틀 만에 일어났다. 법안 156은 "농장과 농장동물을 무단 침입 및 다른 방해로부터 보호하고 온타리오의 식량 공급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이라며 농장과 운송 중인 동물들에 대한 잔학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고안된 법안이었다. 이는 매일 Fearmans 앞에서 비질을 진행하던 활동가들에 대한 백래시 법안으로, "누구도 운전자의 사전 동의 없이 이송 중인 농장동물에게 개입하거나 그들과 상호작용할 수 없다"라는 금지조항을 담고 있다. 이 기만적인 입막음 법은 농장 책임자가 "금지조항"을 위반한 활동가들을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게 했다. 리건 러셀은 아마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살해되기 전 마지막으로 페이스북에 이 법안에 대한 우려와 분노를 담은 글을 올렸다. 그녀는 법안이 통과된 뒤 이를 염두에 둔 운송 기사나 농장주가 자신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끔찍이 살해당하는 동물들의 존재를 밝히는 것이 곧 자신과 동료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날도 나섰을 것이다. 리건은 죽었지만, 그녀의 죽음은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었다. 전 세계에서 동물권을 위해 투쟁하는 많은 활동가들의 정신적, 신체적 죽음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리건 러셀의 죽음보다 조금 앞선 1월 영화 <조커>의 남우주연상 수상자 호아킨 피닉스가 SAG 시상식 직후 식장에서 차로 15분 걸리는 거리의 도살장 앞 비질로 향했던 일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인터뷰를 남겨 비질 활동가들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우리는 이것에 대해 말하고, 이것이 진정 어떤 것인지에 대해 드러낼 도덕적 의무가 있다. 우리는 농장, 육류 제품의 포장과 식당에서 보이는 행복한 동물의 이미지에 세뇌 당해있다. 이것은 거짓이다. 나는 사람들이 진실을 알아야 하고 우리는 그럴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활동

한국

2019년 4월부터 한국에서도 매주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도살장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주로 책, 영상 등을 통해 축산동물의 현실을 알게 된 후 문제의식을 느낀 이들이 많다. 비질 활동을 이끌고 있는 주요 단체로는 서울애니멀세이브, DxE, 기본소득당의 동물권생태의제기구인 어스링스가 있다.

DxE는 경험이 없는 이들을 위해 비질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만들어 공동의 활동 감각을 열어가고 있다. 2023년 3월 기준 가장 최근 열린 프로그램은 2022년 10월 22일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