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이

최근 편집: 2023년 8월 17일 (목) 21:23

사순이는 대한민국 경북 고령군 덕곡면의 사설 목장에서 살던 스무 살 여성 사자이다. 2023년 8월 14일 오전 7시 20분 경 탈출해 탈출 1시간 여만에 발견, 사살되었다.

정황

8월 14일 오전 7시 24분 경 사순이가 한 민간 목장 내 우리를 탈출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시멘트 바닥에 나무 하나가 있는 54제곱미터 크기의 우리였다. 사순이는 관리인이 청소를 하러 들어왔을 때 열린 문 틈으로 탈출했다. (관리인이 전날 저녁 사료를 준 뒤 문을 잠그지 않았다는 보도[1][2]도 있다.)

이에 경찰 127명, 소방관 26명, 군청 관계자 6명, 환경청 관계자들과 고령군 소속 엽사들로 구성된 포획단이 출동했다. 고령군과 성주군은 재난 문자를 통해 사자 탈출 소식을 알렸고, 특히 목장과 직선거리로 300m에 있는 야영장에서는 70여명이 마을회관으로 긴급대피했다. 사순이가 경남 합천군 가야면 북두산 방면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지며 관계 당국은 한때 북두산 입산 금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풀숲에 사자 '사순이'가 앉아 있다.
풀숲에 앉아 있는 사순이. (경북소방본부 제공)

포획단은 합동 수색 한 시간 여만에 농장에서 불과 4~5m 떨어진 계곡 풀숲에서 사순이를 발견했다. 사순이는 20여 분 간 숲속에 가만히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듯 하였으며,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에 따르면 사순이의 표정이 편안해 보였고 사람이 모여들어도 도망가거나 저항하지 않았다고 한다.

8시 39분 사순이는 엽사 2명에 의해 사살되었다. 총에 맞은 사순이는 탈출한 지 1시간 10분 만에 즉사했다. 포획과 사살의 선택지 중 사살 결정에 관해 한 경찰관은 이렇게 설명했다. "탈출한 암사자가 나무 뒤쪽에 있어 마취총이 오발 날 가능성도 있었다. 마취총에 맞더라도 바로 쓰러지는 것도 아니어서 사자가 도주했을 경우 민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3]

사순이 포획에 동원됐던 한 소방대원은 "(사순이가) 마지막 여유를 즐기는 것 같았다. 사살 결정을 내릴 때까지도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 표정이 편안해 보였다. 인명피해 우려로 사살 결정이 내려졌지만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한 경찰관은 사순이가 더위를 피해 인근 계곡으로 간 듯하다고 했다. 사순이 우리는 햇볕을 피할 곳이 없었는데, 때마침 열린 문을 통해 시원한 그늘을 찾아간 것으로 추측된다.[4]

사살된 사순이는 환경시설관리 고령사업소 냉동실에 보관 중이며 사체 처리는 대구지방환경청과 논의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해졌다.[5]

분석

사순이의 탈출과 사살 소식이 알려진 후 언론과 SNS 상 이어진 질문은 크게 다음 두 가지이다.

사순이는 사살되었어야만 했나?

앞서 사순이가 탈출 후 도망가거나 저항하지 않은 모습처럼, 사순이는 평소에도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에게도 인기가 많았고, 농장 인근 캠핑장 방문객들도 사순이를 보러 와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다. 목장주 강모씨는 사순이가 "사람이 쓰다듬어도 될 정도로 유순했다"고 말했다.[2]

그럼에도 사순이의 사살을 결정한 것은 '관리 편리주의' 때문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6] 사살 방식이 생포 작전보다 손쉽다는 점에서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사순이가) 오랜 기간 인간의 관리 아래 있었다는 특성과 발견 당시 공격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정황을 고려할 때 바로 사살하는 것이 필요한 조처였는지 의구심이 든다. 사살 결정을 내리기 전에 동물 전문가의 자문을 구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역시 "바로 사살할 정도로 인명 피해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면 사전에 야생동물의 탈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관리당국의 관리가 필요했었다는 뜻 아니겠느냐"면서 "관리를 제대로 안 해서 문제를 일으키고선 막상 사고가 나니 바로 사살하는 것은 편의주의에 불과하다"고 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단기적으로는 전문대원들이 탈출 동물을 생포할 수 있는 고도화된 포획방식 시스템과 매뉴얼을 갖추는 것,"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동물을 관리감독 할 수 없는 개인이나 동물원 등은 폐쇄시키는 강력한 조치"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사순이 관련 기사에 '충분히 포획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마취총 두고 왜 사살하느냐' '평생 갇혀 살다가 총 맞고 죽게 돼 불쌍하다' '인간의 이기심이 낳은 비극' 등의 댓글이 달렸다.[7]

사순이는 누구였나?

멸종위기 동물

사순이는 국제멸종위기종 2급인 판테라 레오 종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해당했다. 판테라 레오는 서아프리카, 중앙아프리카 북부, 인도 등에 서식하는 사자의 아종으로 개체수는 250 미만으로 극소수다.[5]

현행 대한민국 야생생물법은 CITES 해당 종 중 포유류 및 조류(앵무새 제외)는 개인의 사육을 금지하고, 동물원 등 전시를 목적으로만 사육을 허가한다.

그러나 이 법은 2005년에 제정됐다. 그전부터 사육되었던 사순이에게는 적용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목장주는 "지금은 법이 개정돼 맹수를 못 키우지만 20여년 전 새끼를 들여와 키울 때는 애완용으로 허용된 것 같다"[8]고 설명했다.

사각지대 속 동물

등록 및 신고

사순이에 관한 첫 공식 기록은 2008년 11월 경북 봉화군에서 지금의 고령군 농원으로 수사자 한 마리와 함께 옮겨졌다는, 당시 목장주의 양도신고다. 수입허가 용도는 '관람용'으로 기재됐다.[9] 이후 사순이는 현 목장주가 목장을 인수하면서 주인이 최소 3번 바뀌었고, 약 20여년간 사람 손에 길러져 왔다.

현 목장주는 노후 준비를 위해 1년 전 한우 방목을 목적으로 농장을 인수했는데, 와 보니 사자가 있어 키우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인수 당시 그는 사순이를 키울 생각이 없었다. 비용이 많이 들고 관리가 어려워 환경청에 동물원으로 기부나 대여 등의 처리를 문의했으나,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거부 이유는 사순이가 나이가 많고, 맹수 특성상 새로운 개체가 들어오면 서열 다툼이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사순이는 개인 목장에서 살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양도 과정에서 현 농장주는 대구환경청에 사순이에 관한 양도·양수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2]

사육 환경
사순이의 생전 모습. (출처: 한국일보, 온라인 캡쳐)

사순이는 생전 매우 마른 모습이었고, 생활 공간 역시 "행동풍부화 도구 등 사순이의 최소한의 복지를 위한 어떤 사물도 없이 시멘트 바닥뿐"이었다.[10]

그러나 이러한 환경은 합법이었다. 해당 농원은 2015년 사육시설로 등록됐고 지난해 2월엔 군청에서 관광농원으로 지정해 관광객도 받았다. 환경청이 매년 1회씩 사육 환경도 점검했다. 현행법상 맹수 사육장은 방사장과 합해 한 마리당 14㎡ 면적에 2.5m 높이 펜스만 갖추면 된다. 2022년 사순이의 사육 환경을 점검했던 환경청 관계자는 "해당 농원은 전국에 마지막으로 남은 사자·호랑이 개인 사육장"이었다며 "위법 사항은 없었지만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았으면 어땠을까 싶어 안타깝다"고 전했다.[9]

법·제도의 사각지대

야생생물법 제정 전부터 길러졌고, 양도 신고도 (한때) 되었으며, 환경청 점검을 통과한 사육장에서 살았다는 점에서 사순이의 삶이 위법은 아니었다. 그러나 사순이의 우리에서의 삶과, 사살을 통한 죽음이 과연 존엄하였는지에는 의문이 따른다. 즉, 사순이는 법이 보장할 수 없는 사각지대를 드러낸다.

2023년 12월에 시행되는 동물원수족관법과 야생생물법 개정안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12월부터는 사순이가 살던 농원과 같은 시설에선 더 이상 야생동물을 기를 수 없고, 동물원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뀌며, 동물별 사육기준도 더욱 세밀해진다. 그러나 사순이처럼 대형 동물원이 아닌 개인 사육장이나 소규모 사육시설에 갇힌 동물들은 계속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나아가 법이 시행된다 해도 당장의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 이미 운영 중인 동물원·수족관에는 유예기간 5년이 주어지며, 야생동물 전시 시설에는 4년 동안 신고한 보유동물에 한정해 살아 있는 야생동물을 전시할 수 있게 돼 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동물의 입장에서는 매우 긴 시간"이라며 "법만 만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청과 지자체가 철저히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11]다”고 강조했다.

반응

  • 동물권행동 카라는 사순이의 명복을 빌며 사순이와 같은 (대형) 야생동물을 위한 보호시설이자 교육시설 '생추어리(sanctuary)' 건립을 주장했다.[10]
  •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최태규 대표는 철저한 야생동물 사육시설과 동물복지 현황의 조사, 관리, 공개를 요청했다.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 역시 8월 16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개인이 야생동물을 기르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지자체가 어디에서 어떤 동물을 기르고 있는지 파악하고 촘촘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12]
  •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관리당국의 관리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며 관리 미흡에 따른 사살 조치는 편의주의에 불과하고, 따라서 포획 시스템의 재정비와 매뉴얼화 및 불충분한 시설의 폐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는 사살의 필요성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며, 사살 결정에 동물 전문가의 자문을 구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 한승연 카라 멤버, 가수 및 배우는 SNS에 8월 15일 "최선이었나요? 그래요? 20년을 가둬두고···"라는 글과 함께 사순이 관련 기사를 캡처해 올렸다.[13]

비교

사순이의 이야기는 다른 동물들의 동물원 및 민간 시설 탈출 이야기들과 비교해 볼 수 있다.

2023년에만 해도 1월 강원 강릉시 옥계면 동물농장에서 먹이 구멍을 통해 우리를 탈출했다가 생포된 새끼 사자 둘, 3월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부서진 울타리를 통해 탈출했다가 포획된 얼룩말 세로, 8월 11일 대구 달성공원에서 청소하러 들어온 사육사를 밀치고 탈출한 침팬지 루디와 알렉스의 이야기가 있다. 이중 루디는 마취총을 맞고 마취총을 맞고 회복하던 중 기도가 막혀 숨졌다.

또한, 사순이가 사살되었다는 점에서 2018년 9월 18일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탈출 후 4시간여만에 사살된 퓨마 뽀롱이의 이야기와 비교되었다.

다만 사순이의 경우, 대전 오월드 동물원의 뽀롱이, 서울 어린이대공원의 세로, 대구 달성공원의 루디와 알렉스와 달리, 개인이 운영하는 목장에서 살고 있었기에 더욱 관리가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6]

출처

  1. 김재산 (2023년 8월 15일). “암사자 ‘사순이’ 탈출 소동… 캠핑족 급거 대피”. 《국민일보》. 2023년 8월 17일에 확인함. 
  2. 2.0 2.1 2.2 이승규 (2023년 8월 14일). “개인이 키운 암사자… ‘사순이’의 슬픈 탈출”. 《조선일보》. 2023년 8월 17일에 확인함. 
  3. 김현수 (2023년 8월 14일). “철창 밖 넓은 세상 보고 싶었나…탈출한 암사자 1시간 만에 사살”. 《경향신문》. 2023년 8월 17일에 확인함. 
  4. 김유민 (2023년 8월 16일). “좁은 우리에서 20년…‘사순이’의 처음이자 마지막 휴식 [김유민의 노견일기]”. 《서울신문》. 2023년 8월 17일에 확인함. 
  5. 5.0 5.1 박효주 (2023년 8월 16일). “좁은 우리서 20년 있던 사순이…"얌전히 있었는데, 꼭 죽여야 했나". 《머니투데이》. 2023년 8월 17일에 확인함. 
  6. 6.0 6.1 김송이 (2023년 8월 15일). “암사자 사순이는 죽어야만 했을까···반복되는 탈출 동물 사살”. 《경향신문》. 2023년 8월 17일에 확인함. 
  7. 김현수 (2023년 8월 14일). “관리인이 문 잠금 ‘깜빡’···세상구경 나왔다 하늘로 간 ‘사순이’”. 《경향신문》. 2023년 8월 17일에 확인함. 
  8. 현화영 (2023년 8월 16일). “카라 “암사자 ‘사순이’는 국제멸종위기종 2급… 20년 갇혀있다 풀숲서 짧은 휴식 끝 사살 당해””. 《세계일보》. 2023년 8월 17일에 확인함. 
  9. 9.0 9.1 장수현. “규정, 허술한 관리 안 고치면 '사순이의 비극' 계속된다”. 《한국일보》. 2023년 8월 17일에 확인함. 
  10. 10.0 10.1 동물권행동 카라. “사살로 끝난 '개인 사육 사자' 사순이의 산책”. 2023년 8월 17일에 확인함. 
  11. 고은경 (2023년 8월 15일). “동물원 세로·루디·사순이의 잇따른 탈출과 죽음, 왜?”. 《한국일보》. 2023년 8월 17일에 확인함. 
  12. 김민지 (2023년 8월 16일). “‘사순이’만이 아니다…“박쥐·하이에나도 민가에서 키워””. 《서울신문》. 2023년 8월 17일에 확인함. 
  13. 강주일 (2023년 8월 15일). ““이게 최선?” 암사자 사살에 분노한 한승연”. 《스포츠경향》. 2023년 8월 17일에 확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