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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편집: 2019년 5월 1일 (수) 12:06
  • 연은 연이에요.(凧は凧です。)
  • 누구도 연을 연이라 부르지 않지만, 저는 제 자신을 연이라 부르기로 했어요. 법이 제 이름까지 정할 수는 없으니까요.(誰も凧を凧とは呼ばないが、私は自分を凧とは呼ぶことにしました。法が私の名前まで決めることはできませんから。)
  • 감수성이 부족한 사람이에요. 그러니 여러분의 감수성을 입혀주세요!(感受性が足りない人です。だから皆さんの感受性を負わせてください!)

활동내용(活動内容) 

  • 고전보드게임(古典ボードゲーム)
  • 역사(歴史)
  • 법(法)

문서(文書) 

철학(哲学)

평등에 관한 이야기(平等に関する話)

한국어

이름 그대로의 평등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룩한 오늘의 평등은 과거의 큰 사건으로 발생했지만 지금은 작은 사건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日本語

名前通りの平等は存在できません。私たちが築いた今日の平等は過去の大きな事件で発生したが発生したが今は小さな事件でたくさん発生しています。

세월호, 어른을 위한 이야기(セウォル号、 大人のための話)

한국어

2014년 2월 16일, 제 평생을 있어 잊지 못할 일 중 하나입니다. 세월호가 뒤집혔고 말 잘 듣는 아이들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대한민국 교육은 대체로 안전에 관심이 없습니다. 안전교육은 형식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아이에겐 생각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배가 한참 가라앉던 때에 선내에 이런 방송이 나왔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진정하시고 자리에 앉아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선장은 이 방송을 마지막으로 배에서 탈출했습니다. 배가 기울기 시작하면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50명의 학생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12명의 선생님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른의 말은 언제나 옳지 않습니다. 어른은 세월을 겪으며 자신만의 노하우로 오늘까지 버텨온 한 명의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이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아래는 한 강연에서 들었던 말입니다.

"평소에 주변 사람들에게 딸아이가 말을 잘 들어서 부럽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 부모 입장에선 최고의 칭찬이지. 그런줄로만 알았어. 그날 집에 돌아가서 티비를 틀었는데 세월호는 침몰하고 있었고 그 안엔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거야. 그리고 그 원인을 듣고선 생각했어. 만약 저 배에 우리 딸이 탔으면 죽었겠구나."

日本語

2014年2月16日、永遠に忘れられないことの中の一つです。セウォル号が転覆し、言うことをよく聞く子供たちがこの世を去りました。

大韓民国教育はおおむね安全に關心がありません安全教育は形式的に行われます。

子供には考える機会が与えられませんでした。船が沈んでいた時に船内にこんな放送が出ました。

「乗客のみなさんはおとなしくお座りになってお待ちください。」

船長はこの放送を最後に船から脱出しました。船が傾き始めると,再び立ち上がることができないという事実を知っていたからです。

それで250人の学生がこの世を去った。 それで12人の先生がこの世を去った。

大人の言葉はいつも正しくないです。大人は歳月を経て自分だけのノウハウで今日まで堪えてきた一人の人です。そうだから私たちは子供たちに考える機会を与えなければなりません。

ある講演で聞いた言葉です。

「普段、周りの人に娘が言うことをよく聞いて羨ましいという話をよく聞いた。両親の立場では最高の褒め言葉である。そんなものかと思った。その日、家に帰ってテレビをつけたが、セウォル号は沈没し、その中には依然として多くの子どもたちがいるということだ。そしてその原因を聞いて考えたの。もしあの船にうちの娘が乗ったら死んだかも。」

진보보수 이야기

진보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고, 보수는 지금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정답을 알 수 없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별도의 조직을 결성하였고 그것들의 현상태를 쉽게 부르기 위해 진보와 보수라는 단어가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대한민국광복 이후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 어려움은 세계적인 분위기에서 온다기보다는 국내 정치의 특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정당정치로 봤을 때 진보와 보수는 하나의 맥을 유지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이 대표적인데 양당 모두 시대에 따라 이름이 바뀌었지 본질은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습니다.

필자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자유한국당은 보수정당으로도 규정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 보수정당으로 보이고 정의당 정도가 진보정당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진보와 보수는 절대적인 게 아닙니다. 시대에 따라 바뀌고 국민의 요구에 따라 바뀌어야 합니다.

이제 71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이념이 뒤집힐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에 관한 신뢰 가능한 정보에 대한 고찰

정치SNS로 보는 게 아니다. SNS를 쓰는 주체는 주관을 지닌 사람이고, 그 내용은 제3자에 의한 검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신뢰가능한 정보를 얻기 위해 언론에 의지하거나 직접 사실을 찾아아 한다. 그런데 정보를 직접 얻는 건 무리가 있다. 개인이 언론 같은 거대집단과 동일한 일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남는 건 언론에 의지하는 것이다.

언론은 주관이 없을까? 아니다. 언론 역시 고유의 주관을 지니고 있다. 흔히 이를 놓고 편향성의 차이라 한다. 그 예에는 한겨레조선일보 사이의 이념의 골이 있다. 한겨레가 보도하는 내용 중 조선일보엔 없는 게 있고, 반대로 조선일보가 보도하는 내용 중 한겨레엔 없는 게 있다. 뿐만아니라 한 논제를 말하는 관점 역시 다르나. 심지어는 정권마다 말이 바뀌기도 한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정부 당시 '통일은 대박이다.'란 말과 함께 통일의 이점을 나열한 반면 문재인 정부에 들어 비판을 나열한 기사를 낸 적이 있다. 슬프게도 이것이 언론이 말하는 방법이다.

이런 편향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를 뽑기 위해선 정보를 가려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만약 단일 언론이나 그러한 분파의 주관이 좋다고 여긴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소설을 읽으라 권할 것이다.) 나는 그 능력을 크게 4가지로 본다.

  • 첫째, 자극적인 제목을 피할 것. 자극적인 제목에 우리는 자연스레 이목이 끌린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쉬이 말해 과장에 엮여 전체를 보지 못할 가능성은 애초에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 둘째, 기자의 주관을 배제한 사실만을 흡수해 직접 판단하려 노력할 것. 언론에 의지하는 건 사실의 전달이어야지 판단까지 맏기면 안 된다.
  • 셋째, 같은 내용의 다른 신문사 기사를 보며 내용이 온전한지 확인할 것. 누락된 내용은 없는지 사소한 것 하나까지 확인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 언론이 말하는 방법에 휩쓸리면 안 된다.
  • 마지막으로, 인용자료의 출처를 확인할 것. 흔하진 않지만 기삿거리 중 출처 자체가 불분명한 것들이 있다. 가짜뉴스부터 시작한 기사도 있고, 통계자료를 과장(수치 변화가 아니다)하는 경우도 있다.

귀찮겠지만 이 4가지만 준수하며 보더라도 세상을 가리던 안개가 사라진 듯 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언론권력시민권력보다 한참 약하기 때문이다.

어원

연이라는 이름의 어원은 다양하다. 이름을 떠올릴 때부터 하나의 의미로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인연설과 연설이 있는데 지금은 혼합하여 InKite를 채택했다.

인연설 

연의 유력한 어원 중 하나는 연을 맺다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스치기만 해도 인연

연설

그 연설이 아니지만, 하늘을 나는 연에서 따왔다는 것이 또 하나의 유력한 설이다.

혼합연설

인연설과 연설의 혼합형태이자 연 안의 연(InKite)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 현재 채택중인 설이지만 조만간 바뀔지도 모른다.

닉네임 변천사

동이

이름에 들어가는 글자를 느낌대로 수정해 명사만드는 '-이'를 붙인 형태다. 네이버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무렵 사용했던 이름으로 이 별명을 아는 사람은 이제 없다.

큐마

마인크래프트를 하며 만든 별명으로 휴마라는 다른 이의 별명에서 초성 하나만 바꿔 만들었다. 그 뒤로 의미를 부여하고자 Cute Minecraft의 초자를 딴 것처럼 꾸몄다.

유이 

유이는 네이버 블로그를 하다 변경한 수많은 이름 중 하나로 여러가지 설이 있다.

있다설

있을 유(有)에 명사 만드는 이(사실 어법상 불필요하다)를 붙였다는 설이다.

두개설 

있을 유(有)에 두 이(二)를 붙였다는 설로 유일무이하다에서 나왔다.

너와나설

You and I의 초자와 종자를 따왔다는 설이다.

치이

치이는 네이버 블로그에사 사용하던 이름 중 하나로 의미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치잇설 

흔히 삐진 상태나 아깝다는 표현에 사용되는 치잇에서 ㅅ을 탈락(근거 없음)시켰다는 설이다.

치이설 

흔히 아쉬움의 표현에 사용되는 치이를 채택했다는 설이다.

세희

블로그 하다 검다는 의미에서 사용한 이름으로 옛 친구의 이름이기도 하나 이 이름에는 어원이 없다.

테토

블로그 하다 사용했던 이름으로 정말 많은 설이 있다.

무의미설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설이다.

어린아이설

테토를 어느 외국어로 번역하면 어린아이의 별칭으로 쓰는 말이 된다고 한다. 그런 설이다.

태초설 

태초를 이상하게 가지고 놀다가 테토가 되었다는 살이다.

틱텍토설

그때가 한참 틱텍토라는 고전보드게임과 함께했을 시기이기에 거기서 따왔다는 설이다.

인터넷 활동

연은 정말 다양한 곳에서 활동한다. 이들은 대부분 연을 이곳으로 이끌어준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네이버 블로그

접었다.

솔직히 좋은 사람 많고 빻은 사람 많았지만 가장 온전했던 곳이다. 이때가 한참 감정기복 심힐 무렵이라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주로 일상에 치중했지만 게임 강좌(초창기 마인크래프트 레드스톤, 레이튼 교수 수수께끼 공략 등)나 헌법 분석 등을 올리기도 했다. 지금은 방치하고 있다.

트위터

연의 메인 광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활발히 활동 중이지만, 정말 이상한 공간이다. 자신의 감정에 가장 솔직한 곳이라고 평가한다. 그 탓에 빻은 지뢰도 찾기 쉽다. 주로 일상계지만 수수께끼나 게임 등에 관한 트윗도 적는다.

페이스북

정치나 무거운 철학에 관한 주제를 주로 다룬다. 그 외로 학생회 계정을 제외하곤 잘 사용하지 않는다.

취미

글짓기

미신을 벗는 날

하나. 봄꽃처럼 사라지는 마음

모든 것에는 무언가 깃들어있다. 소원은 그렇게 믿었다.
창 너머로 춘기가 가득하다. 세상은 녹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간간히 봄꽃도 흩날리고 있다. 어린 아이들은 그 속에 어우러져 즐겁게 놀고 있다.
여느 아파트 단지에나 있는 인위적인풍경이지만, 말로 풀어낼 수 없는 무언가 깃들어있기에 아름다운 게 아닐까? 그녀는 그리 생각했다.
작은 나무가 쓰러진 정도로 작은 집. 유일한 창가에는 침대와 책상이, 맞은편 입구에는 부엌과 옷장이, 좌측 벽면에는 화장실과 작은 냉장고가, 우측 벽면은 거대한 책장으로 가득 차있다. 책장에는 다양한 골동품들로 진열되어 있는데, 유독 원고지 뭉텅이와 젖소 저금통, 그리고 붉게 물든 편지 칼이 눈에 띄었다.
“이걸로 충분해?” 하얀 신발이 말했다.
“응. 이정도면 괜찮아.”
“정말?”
소원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원고지를 집어 들고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는 묵묵히, 같은 문장을 반복해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둘. 보이지 않는 카페

소원은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젊은 남자가 말했다.
“오늘도 영업하시네요.” 소원은 몇 없는 테이블 중 주문대와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았다. “일요일에 영업이라니. 창호 씨는 성실하시네요.” 
“소원 씨였군요.” 창호는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오늘도 따뜻한 우유인가요?”
창호는 ‘티타임’이라는 카페를 올 1월에 막 개업한 초보 사장님이다. 그는 가게 꾸미기를 좋아하는데, 특히 정원 쪽에는 소질이 있다. 실제로 카페를 방문하는 손님 중에는 예쁘게 꾸며진 화분을 사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왕복 2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만큼 작은 카페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전부 짙은 나무로 꾸며져 있다. 나무가 아닌 곳을 찾아보라면 입구 쪽에 있는 작은 창문 하나가 전부일 것이다.
“아니요. 오늘은…….” 소원은 잠시 고민하더니 살짝 웃으며 말했다. “시원한 우유로 주세요.”
소원은 우유를 고집한다. 그러나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소원이 커피나 녹차를 싫어하는 것도 한 몫을 하겠지만, 키가 작은 탓에 어렸을 때부터 우유를 마셔온 것이 버릇이 된 점도 없지 않았다.
“단지 그것뿐일까?” 하얀 신발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시끄러워.’ 수원은 혼자 생각했다.
“차가운 우유라니. 조금 의외인걸요?” 창호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금방 가지고 나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창호는 옆에 놓인 지팡이를 집고 바닥을 저으며 창고로 들어갔다. 창호는 어려서부터 앞이 보이지 않았다. 언제였을까. 그는 예쁜 정원과 그곳을 돌아다니던 앳된 소녀를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소원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비로소 가게에 혼자 남겨진 것이다. 그녀는 혼자 남겨진다는 것 자체를 싫어하지만, 지금만큼은 너무나도 절실했다. 요컨대, 아무것도 아닌 것에 위안을 받고 싶었을 것이다. 소원 앞에 수많은 잔상이 일었다. 소원을 향해 미소 짓는 얼굴, 따스한 손으로 건네주는 무정한 물건, 그리고 모든 것을 관통하는 느낌까지.
소원은 알지 못한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부탁을 들어준 자신은 더욱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소원이 크게 소리쳤다. 비명에 가까운 소리였다.
창호는 그 소리를 들었는지 창고에서 급하게 뛰쳐나왔다.
“무슨 일인가요?” 한 손에는 의료함이, 다른 한 손에는 우유 각이 들려있다. 지팡이는 놓친 모양인지 보이지 않았다. 그의 다리에는 작은 상처가 나있었다.
“괜찮아요. 파란 장미가 예쁘기에 만져보다가 가시에 찔린 것뿐이에요. 그나저나 다리는 괜찮으신 건가요?”
“소독하고 반창고 붙이면 괜찮을 거예요. 늘 있는 일이니까요.”
창호는 갑자기 얼굴을 찌푸리더니 말을 이었다.
“피 냄새가 많이 나는데 괜찮으신 거 맞나요?”
소원은 자신의 옷을 들여다봤다. 하얀 도화지 사이로 피어오른 붉은 장미 몇 송이가 그려져 있었다.
“아침에 옷에 뭘 잘못 흘렸는데 그것 때문인가 봐요.”
“다행이네요.” 창호가 의료함을 건넸다. “들어있는 집게로 가시 뽑으신 다음에 소독약과 반창고 좀 꺼내주시겠어요?”
소원은 말없이 집게를 꺼내 박힌 적 없는 가시를 빼냈다.
“이쪽으로 넘어 와보시겠어요?” 소원이 말했다.
창호는 손으로 더듬으며 주문대 밖으로 나왔다.
“조금 따가울 거예요.” 소원이 창호 앞으로 가서 말했다.
소원은 상처에 소독약을 바르고 반창고로 마감시켰다.
“대우가 이렇게 달라도 되나?” 하얀 신발이 말했다. 그러나 소원은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신발에도 붉은 꽃이 피어있다.
“끝났어요.”
“고마워요.” 창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우유 금방 해드릴게요.”
창호는 다시 주문대 너머로 넘어갔다.
창호는 작은 대아에 수돗물과 얼음을 담았다. 그리고 우유를 담은 컵을 그 대아에 넣었다.
“창호 씨.”
“네?”
“살아있는 것과 죽어있는 것의 차이는 뭘까요?”
창호는 우유를 휘저으며 생각하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것. 왜? 목적? 어느 것이 이유. 그것은 사고. 생각한다. 움직인다. 그리고 변한다. 여전히 차가워진다. 사람은 세상의 주체? 세상은 사람의 주체?’
우유가 완전히 차가워졌을 때 창호는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
“식는 중인 것과 식어버린 것이 아닐까요?” 창호는 차갑게 식은 우유를 소원에게 건네었다.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소원은 컵을 두 손으로 꼭 쥐었다.
‘차갑다.’
소원은 냉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차분하게 물었다.
“그렇다면 이 우유는 죽은 건가요?” 소원이 물었다.
“글쎄요.”
“식었잖아요.”
“그건 소원 씨가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창호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소원의 손에는 싸늘하게 식은 우유가 있다.
“후으……. 역시 마시기 싫어진 것 같아요.” 소원이 컵에서 손을 땠다.
“엄살은.” 신발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약속 없으신 모양이네요.” 창호는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아셨어요?” 소원은 조금 놀란 투로 말했다.
“평소와 다르게 운동화 소리가 나고 목소리도 엄청 차분하니까요. 평소의 소원 씨라면 이미 하늘로 날아갔을 시간인걸요?”
“역시 대단하시네요. 그런 걸 전부 기억하시는 건가요?”
“그렇게 되네요. 손님이 거의 없으니까요.” 창호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면 오늘은 저와 함께 산책이라도 가실래요? 기분 전환도 할 겸 해서.”
“저는 괜찮은데 가게는요?”
“나는 안 괜찮은데?” 신발이 말했다.
‘너는 가만히 있어.’ 소원이 제자리에서 콩콩 뛰며 생각했다.
“손님도 없는데요, 뭐.” 창호는 웃으며 말했다. “무엇보다도 제 가게인걸요?”
대단한 배짱이다. 창호의 표정에는 결점이 없었다. 케케묵은 고정관념이지만 보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 많은 모양이다. 소원은 그리 생각했다.
“그러면 바로 가는 건가요?” 소원이 말했다.
“네. 가게 문만 닫고요.” 창호는 멋쩍게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창고에서 제 지팡이를 찾아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소원은 주문대 너머 창고에 들어갔다.
창고는 고풍스런 카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어느 곳 하나 철제가 아닌 것이 없었다. 창문도 없다. 온통 은빛. 생명력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철저하게 계산된 공간인 것 같았다.
창고라고 불린 공간은 카페와 관련 없는 잡동사니들로 가득하다. 이곳저곳에 마네킹이 서있었고 천장에는 레고로 만든 거꾸로 된 도시가 붙어있다. 심지어 방의 한 구석에는 벽돌이 이유 없이 쌓여있기도 하다. 창호는 이 공간을 주거 겸용으로 사용하는 모양인지 싱크대와 화장실, 침대 등 살림도 있었다.
소원은 잡동사니들 사이에서 창호의 지팡이를 찾아냈다. 그녀는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나무의 두꺼운 가지를 제멋대로 꺾어 만든 모양인지 일자로 고르지 못하고 나뭇가지도 삐져나와있다. 심지어 그 나뭇가지는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유심히 살펴보니 손잡이 부분에는 작은 버튼이 있고, 삐져나온 나뭇가지는 금속제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다. 흔들어보니 속에서 달그락 소리도 났다.
“소원 씨, 멀었나요?” 창호의 목소리가 초조하게 들린다.
“방금 찾았어요!”
소원은 창고를 빠져나오다 한 구석에 놓인 사람 크기의 밀랍인형을 발견했다. 세워진 여느 마네킹과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하지만 인형인 건 틀림없다. 그러나 제대로 살펴볼 겨를은 없었다.
“아까 그 인형 손가락이 하나 없었어.” 신발이 말했다.
“소원 씨, 지팡이는요?”
“아, 여기 있어요.” 소원은 지팡이를 건네주며 말했다. “견고한 지팡이네요.”
“보셨나요?”
“조금은요.”
소원은 몸에 지니고 있던 편지 칼을 카페 구석에 버렸다.


셋. 추억처럼 멈춰버린 시계

똑딱거리는 시계 소리가 들린다.
소원을 부른 그 소녀는 한참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이른 시간이다. 창밖으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책상 위에 놓인 젖소 저금통만이 소원을 위로해주는 유일한 친구였다.
“생각보다 많이 늦네.” 신발이 말했다.
“그러게. 슬슬 올 때도 된 것 같은데.”
그때였다. 입구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영서야?”
“응. 나야.”
영서는 신발을 벗지도 않고 집에 들어왔다. 그것은 소원도 마찬가지였다.
영서는 소원과 키가 비슷하고 단발에 동그란 안경을 쓴 소녀이다. 생글생글 웃으며 발음을 뭉개 말하는 게 특징인데, 그 덕에 조금 무른 이미지로 굳어졌다. 그러나 그런 인식과 다르게, 그녀는 사고와 계산 방면으로 매우 뛰어난 사람, 소위 말하는 천재다.
영서는 손에 들고 있던 하얀 봉지를 옆에 던지고 곧장 소원에게 안겼다. 소원은 피하려고 노력했으나 좁은 방에서, 더군다나 철저하게 소원에 맞춰 계산한 움직임을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보고 싶었어, 소원.”
“나도 보고 싶었어. 그런데…….” 소원은 최대한으로 버둥거리며 말했다. “이건 좀 놔주면 안 될까?”
영서가 팔과 함께 너무 꽉 끌어안아 조금 아픈 모양이다. 영서는 팔에 힘을 조금 풀고 소원의 볼에 몇 번이고 키스를 한 후에야 놓아줬다.
영서는 레즈비언이다. 어쩌면 양성애자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남사스럽네.” 소원의 하얀 신발이 불만스러운 듯 말한다.
“응? 뭐가요?” 영서가 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하얀 신발이 기가 죽어서 말했다.
“소원, 아무래도 새 신발을 살 때가 온 것 같네요.” 영서가 말했다.
소원은 대답 대신 밝은 웃음을 날리고는 영서가 가지고 온 비닐봉지를 열어보았다. 원고지 수십 뭉텅이와 고급스러운 식료품들, 그리고 날이 잘 들어있는 은빛 편지 칼이 들어있다.
갑자기 소원의 안색이 바뀌었다.
“오늘이 네가 말한 그 날이야?” 소원이 불안한 듯 물었다.
“응. 내 스물한 번째 생일 하루 전날. 오래 전부터 얘기했잖아.”
영서는 순수하게 웃었다. 그러나 소원이 보기에 이 웃음은 결코 행복해보이지 않았다. 소원은 끝내 알 수 없을 문제이기 때문이다. 소원은 영서의 사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면, 우리 소원이 울기 전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아침밥을 만들어볼까?”
“즐거워 보이네.” 신발이 말했다.
영서는 작은 볼에 우유와 날달걀, 팬케이크 가루를 넣었다. 그리고 휘휘 저어서 질게 반죽한다. 프라이팬에 버터를 녹이고 반죽을 한 국자 넣는다. 그렇게 적당히 익힌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접시에 올려놓는다. 다음으로 냄비에 물과 설탕을 1대 1 비율로 넣고 잘 섞어주고 갈색 빛깔을 띨 때까지 졸인다. 완성된 시럽을 팬케이크 위어 부워준다.
소원은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오래 전부터 계획해왔던 당사자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자신은 그러지 못한 것이다.
“소원, 안 먹을 거야?” 영서는 어느 사이에인지 좌식 식탁에 앉아있었다.
“슬슬 나도 아픈 것 같은데.” 신발이 불평한다.
소원은 영서 앞에 앉았다.
“자, 먹자!”
무기적인 빛이 시럽을 투과한다. 그래서 빛나지 않는다. 에너지의 손실. 무지개조차 에너지의 손실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소원은 이해할 수 없었다.
팬케이크를 노려보는 소원의 모습이 웃긴지 영서는 웃음을 터뜨렸다.
“거의 다 왔어.” 영서는 소원의 속을 들여다보듯 말했다. “눈에 보이는 건 모두 거짓말이야. 애초에 보인다는 것 자체가 자연스럽지 않아.”
따뜻한 팬케이크의 향기가 퍼져나간다.
“그렇지만 보지 못하면 의미가 없잖아.” 소원이 말했다.
“일반적이라면 그럴지도 몰라. 우리는 배우기 위해서 보고 듣고 맡고 만지고 맛봤어. 모든 사고는 그것으로부터 시작돼. 그렇지만 지금에 이르러서 그것들은 우리를 편견으로 감싸고 객관적인 사고를 불가능하게 해. 우리의 모든 감각은 거짓말이야. 그저 ‘그곳에 있다’라는 것만 인식하면 충분해.”
“왜 스물한 살이야?” 소원이 조용히 물었다. “꼭 지금이어야 하는 거야?”
“저 시계 아직 잘 돌아가고 있네. 다행이다.” 영서가 시계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조금 큰 벽걸이 시계. 선풍기 같은 크기에 아래는 커다란 추가 흔들리고 있다. 소원은 힘겹게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니 머지않아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결코 미화될 수는 없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건 알잖아.” 소원이 화내듯 말했다.
“진정하고 말해.”
신발이 소원을 진정시켰으나 그렇게 풀릴 소원은 아니었다.
“시끄러워! 이럴 거면 시간의 의미 같은 건 없잖아…….” 소원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더니 이내 작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의미 같은 건…….”
애석하게도 팬케이크 위에 얹은 갈색 빛깔의 시럽이 점점 묽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영서는 오히려 더 활짝 웃어 보인다.
“그러면 마지막이야.” 영서가 소원 옆으로 가서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사실 아무 이유도 필요 없어. 그저 내가 즐겁기 때문이니까. 우리 소원이는 아무 걱정 하지 않아도 괜찮아.”
팬케이크가 마침내 적당히 식었다.
영서는 제자리로 돌아가서 팬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더 없이 행복해 보인다.
소원도 팬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불쾌한 단맛이다. 소원은 그렇게 생각했다.
더 이상 빛은 사라지지도 산란되지도 않는다.
새벽 6시. 하늘은 머금은 어둠을 뱉고 점점 맑아지더니 어느새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시곗바늘은 느리게 돌아갔지만 시계에 달린 추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영서는 팬케이크를 담았던 그릇을 깨끗하게 씻었다. 사온 물건들도 진열해두고 신발장도 가지런히 정리하고 바닥 걸레질도 했다. 그러다 원고지 한 뭉텅이를 꺼내더니 무언가 열심히 적고서는 소원에게 신신당부를 하는 것이다.
“일이 끝나기 전까지는 절대로 확인하지 말 것!”
소원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고, 신발은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내가 꽉 붙들고 있을게.”
그리고 마침내, 영서는 편지 칼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긴장되는 기색은 없고 오히려 함박 웃으며 즐거워하는 것이다.
“소원, 준비 됐어?” 영서가 물었다.
소원은 생각했다.
‘눈앞에 날카롭고 무정한 것이 반짝거린다.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괜찮은 건가? 극도의 불안감과 슬픔과 이상한 희열이 마구 섞이고 있다. 자연스럽지 않다. 존재한다는 사실만 알면 된다. 모든 것은 손실이다. 그렇지만 무언가 이상해. 부족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그러나 정작 입에서 나오는 건.
“응. 괜찮아.”
영서는 소원에게 칼을 쥐어줬다. 그리고는 손을 조정해 자신의 심장을 조준했다.
“앞으로 30초.” 영서는 맑은 웃음을 지었다. “정말인지 즐거웠어. 고마워, 소원.”
소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속으로 그저 깊은 눈물을 흘릴 뿐이다.
“지금의 따뜻함을 잊지 말고, 물들지 말고. 다음에는 어디서 볼까?”
소원의 입이 파르르 떨렸다.
“그래. 아파트 앞에 있는 공원에서 보자. 앗, 지금이야!” 영서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얼굴로 외쳤다.
영서가 칼을 내려놓으려는 소원의 팔을 꽉 잡고 자신의 가슴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는 소원을 꽉 안는다.
‘따뜻해.’
영서의 심장소리가 소원에게 전해졌다. 소원은 그제야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도대체…….”
“즐거우니까…….” 영서는 고통스러워하며 말했다. 그러나 결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영서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시계소리는 영서와 함께 멈췄다.
소원은 영서였던 것을 바닥에 눕히고 영서가 남겨둔 원고지를 살펴봤다.
(어제는 사랑했고 오늘은 사랑하고 내일은 사랑할 거야. 사랑해.)
소원은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영서의 몸에 박힌 편지 칼을 뽑고 책장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았다.
“이걸로 충분해?” 하얀 신발이 말했다.
“응. 이정도면 괜찮아.”
“정말?”
소원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소원은 원고지를 집어 들고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는 묵묵히, 같은 문장을 반복해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넷. 미신을 벗는 날

넓은 공원에 푸른 잔디가 깔려있다. 그 가운데에는 작은 호수가 자리 잡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인위적이다. 소원은 그렇게 생각했다.
옆에는 창호가 한가로이 걷고 있다. 어쩌면 그가 소원보다 편견이 없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떨어지는 봄꽃 잎을 잡으러 뛰어다니기도, 호수 앞에서 물수제비를 하기도, 돌 위에 꽃잎을 으깨어서 손톱에 바르기도 한다.
“따뜻하네요, 날씨. 기분 좋게 선선해요.” 창호가 말했다.
“우리 사담은 나중에 하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갈까요?” 소원이 날카롭게 말했다.
“간만에 날 섰네.” 신발이 말했다.
창호가 바람에 날려 온 꽃잎을 잡았다.
“나중에는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을 텐데요.”
찬호가 꽃잎을 소원에게 건냈다.
“그런 건 상관없어요. 어차피 다시 만나게 될 테니까요.” 소원은 창호가 건네준 꽃잎을 주머니에 넣었다. “언제부터 알았나요?”
“일요일에 카페에 나왔고, 운동화를 신고 있고, 피비린내가 엄청 풍기는데 모르기가 더 어려웠겠네요.” 창호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소원 씨가 직접 죽이지는 못했을 거예요.”
“어떻게 아셨나요?”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당신에게는 그럴 용기가 없거든.” 그러나 창호는 언제 웃었냐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그거 봤겠네요, 밀랍인형.”
“그거 밀랍인형 아니야.” 신발이 말했다.
소원은 작게 침을 한 번 삼켰다. 온 세상이 밝은데 유독 그곳만은 그러지 못했다.
“그거 밀랍인형 아니잖아요.” 소원이 말했다.
“아뇨. 밀랍인형입니다.”
소원과 창호는 가운데 호수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거짓말. 그러면 지팡이 속에 든 건 뭔가요.”
“세상에 자연스러운 인형도 없지만, 자연스러운 시체도 없습니다.” 창호의 입고리가 올라갔다. “제 최고의 작품이에요, 그 인형은. 사람을 완벽하게 본떠 만들었으니까요.”
마침내 작은 호수에 도착하고 사람들 사이로 들어간다. 그러나 그 둘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돌연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설마, 정말로 옷을 갈아입지 않은 건가요?” 창호가 물었다.
영서와의 마지막 포옹에서 피가 잔득 묻은 것이다.
“애초에 숨길 마음도 없었어요.” 소원은 창호가 들을 수 있도록 소리 내어 웃었다.
“대단하네요.” 창호가 말했다.
소원과 창호는 호수 앞 의자에 앉았다.
“그 인형, 어떻게 만든 건가요?” 소원이 물었다.
“알잖아.” 신발이 말했다.
‘직접 듣고 싶어서 그래.’
소원은 허공에 발길질을 몇 번 했다.
“뻔하지 않나요? 시체로 틀을 짜서 만든 거예요.”
“그렇지만 당신, 눈 안보이잖아.”
“네. 지금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보였었어요. 한 3년 전까지는.”
시간이 정오로 바뀌자 호수에서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잔인하네요.” 소원이 말했다.
“그런가요?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창호는 조금 마음이 놓인 듯 말했다. “그러면 하나 물어볼까요?”
“네?”
“당신은 왜 다시 덥히지 않았나요? 차갑게 식힌 우유를”
평상시라면 아무 생각도 없이 넘겼을 말이지만, 소원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었다. 정확히는 이제 깨달았다.
“이제 끝내려고요.”
저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여전히 사랑하기 때문에?” 창호가 말했다.
“당신이 그녀의 손가락을 버리지 못한 이유와 같아요.”
그들의 멀지 않은 뒤에서 경찰이 다가온다.
“그러면 이제 던질까요?”
"좋아요."
소원은 자신이 신고 있던 신발을 벗고, 창호는 지팡이의 가지를 부러뜨려 손가락을 꺼냈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호수 가운데로 던졌다.
더 이상 분수가 나오지 않았다.
“귀하는 살인죄를 범한 혐의로 형사소송법 212조에 의해 영장 없이 체포합니다. 변호인 선임 및 체포 적부심을 청구할 수 있으며, 변명할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