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희붕

최근 편집: 2023년 2월 18일 (토) 11:47

제로의 예술 프로젝트

‘제로의 예술’ 속 프로젝트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다. 차가운 네모로 이뤄진 전형적인 전시 공간을 벗어나 새롭고 다채로운 장소에서 시각 중심화된 예술을 허무는 듣기와 움직임 워크숍을 진행하고, 예술 워크숍 참여에 있어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는 중년 여성을 위한 별도의 프로젝트를 마련했으며, 서울 외 지역에서 하는 오프라인 워크숍을 기획한다든지, 건축학, 정치철학, 생태학, 퀴어이론 분야 연구자들과의 연결과 협업을 도모한 일. 프로젝트와 동명의 이름을 가진 책 <제로의 예술>을 출판함에 있어서도 시각적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와 종이 자원의 활용에 대한 윤리적 고려를 우선시했다. 관심 있는 모두가 손쉽게 다운받아 이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화한 PDF 안내서 ‘비거니즘 전시 매뉴얼’의 제작 역시 동일한 프로젝트 아래에서 이루어졌다.

이 작업들은 단지 누가 작업 재료의 구성성분을 더 잘 알고, 덜 사용하고, 잘 버리거나 효과적으로 재활용하는가 하는 것만이 기후생태를 고려하는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의 기후생태위기가 숲과 바다, 광물 등의 자연자원뿐 아니라 비인간 동물, 사회적 취약계층, 가난하고 힘없는 국가에 대한 타자화 논리에 기반한 착취와 채굴로 인한 것이라고 할 때, 생태적 감수성을 담지한 예술 또한 이 이야기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것임에 분명하다. 아주 오랫동안 이 보편의 역사와 지배적인 체제가 마음껏 착취하거나 삭제해온 얼굴들의 이름을 다시 기억하고 다시 부르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