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학 사회학과 학부생이자 야구팬인 헤테로 한남입니다.

엔젤하이로 시절부터 나무위키의 애용자(주로 눈팅과 몇몇 일본프로야구 관련 항목들 수정 정도만 하지만)이지만, 정치적인 부분에서 워낙 말도 안되는 내용이 많아지고 급기야 지금처럼 페미니즘과 인권의 문제를 터무니없이 왜곡하는 항목들이 너무 많아져서 이런 정보들이 넷상에 떠다니면 굉장히 유해하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페미나치'라는 항목이 원래는 '미국의 수꼴 라디오 진행자 러쉬 림보가 이런 식으로 비하발언을 했다, 이 사람은 ~~이래서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다' 같은 뉘앙스의 작은 각주였지만 지금은 아예 '한국 페미니즘'을 비난하는 독립 항목으로 확장되어버린 것처럼요.

여성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학교에서 있었던 청소노동자 노동조합의 활동에 학과 선배들이 참여하는 것을 따라다니면서였습니다. 억눌리고 무시받던 '아주머니' 들이 학교와 용역회사의 높으신 분들을 상대로 대등하게 말할 수 있는 주체로서 일어서고, 보일러실 구석에서 찬밥을 먹다가 제대로된 휴식공간과 임금인상을 얻어내고, 그러면서 보다 자존감과 보람을 가지고 일하게 되는 모습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 선배들과 함께 페미니즘 서적을 읽은 게 저와 페미니즘 이론의 첫 조우였습니다. 왜 외국계 무역회사의 커리어우먼이었던 어머니가 결혼 뒤 전업주부가 되었다가 다시 자식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 즈음부터 보육교사 일을 하시는지, 왜 그 일은 아버지가 하는 일의 절반 이하의 임금을 받는지를 이해하게 해주었고 그러한 현실을 보다 평등하고 정의롭게 바꾸는 데는 페미니즘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페미니즘 필요성에 대한 합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받아들여지던 것이었습니다. 과 학생회 운영에 참여하면서 계속 페미니즘적 관점, 남성중심적이기 쉬운 대학문화에 대한 성찰, 젠더와 인권 감수성 등을 강조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많은 친구들과 논쟁을 벌였고 때로는 감정싸움으로 흐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나이도 먹었고, 그 때 과 안에 만들어둔 끈도 거의 떨어졌고, 그냥 졸업을 목표로 매일매일의 수업을 듣는 잉여한 아싸 한 명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잡지식과 나름의 생각들이 어딘가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온라인 페미니즘의 전선(?)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남성중심적인 이 사회에서 '정상'범위 안에 들도록 사회화되었기에 아직도 모순덩어리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조금이나마 인터넷 환경을 덜 척박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페미니즘과 페미위키의 건승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