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교차성 페미니즘

최근 편집: 2023년 1월 4일 (수) 02:12

상호교차성 페미니즘 또는 교차성 페미니즘(intersectional feminism)은 상호교차성을 강조하는 페미니즘의 한 갈래이다. 교차 페미니즘,제 3물결 페미니즘이라고도 하며,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서는 줄여서 '교차 페미', '교차페미'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트위터에서는 🔀아이콘도 사용하는 듯 하다.

상호교차성이란

상호교차성 또는 교차성(intersectionality)은 최근 약 20년 사이에 급부상한 이론이자 방법론, 또는 패러다임으로, 상호교차적인(intersecting) 또는 겹치는(overlapping) 사회 정체성 및 이와 관련된 억압, 지배구조, 차별을 연구한다.[1] 1989년에 미국의 비판적 법 인종 이론(critical legal race) 연구자 킴벌리 윌리엄즈 크렌셔(Kimberlé Williams Crenshaw)에 의해 고안되었다. [1]다음을 참고할 것 상호교차성

상호교차성 이론은 한 사람의 사회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범주는 단일하지 않으며 젠더, 인종, 사회 계급 등 다양한 측면이 상호교차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한 사람에게 작용하는 억압, 지배구조, 차별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과 창발적 속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관점에 의하면 여성이 받는 차별과 흑인이 받는 차별을 개별적으로 나누어 분석한 후 이 둘을 취합하는 방식으로는 흑인이면서 동시에 여성인 사람이 받는 차별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없다.

역사

상호교차성 이론은 블랙 페미니즘과 깊은 관련을 갖는다.

1960년대에 벌어진 흑인 민권 운동은 주로 남성 위주였으며 많은 흑인 여성들은 여러 민권 운동 집단 내에서 심각한 성차별을 겪고 있었다.[2] 또한 '흑인'이기 때문에 겪는 인종차별 문제와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성차별 문제가 만나면 둘 중 더 중요한 문제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강요받게 되는데 단체 내의 주요 의사결정권은 남성들에 의해 독점되기에[3] 대체로 성차별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되곤 한다.[4] 카샤 글로리아 헐 등은 1982년에 펴낸 책에서 "모든 여성은 백인이고 모든 흑인은 남성"이라는 말로 이러한 상황을 표현하였다.

레즈비언 흑인 여성 단체인 콤바히 리버 컬렉티브는 성적 지향성으로 인해 흑인 여성 인권 단체 내에서도 소수자의 위치에 있었다. 카샤 글로리아 헐의 표현을 응용하자면 '모든 여성은 백인이고 모든 흑인은 남성이며 모든 흑인 여성은 이성애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들이 삶을 통해 겪어온 문제를 체계화하는 과정에서 상호교차성의 주요 원칙들이 만들어진다. 위에서 설명한 상황과 관련된 원칙들을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 한 인간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범주는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등 다양하다.
  • 다양한 범주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선택할 것을 강요하거나 나머지를 부차적인 것, 주변적인 것으로 취급해서는 안된다.
  • 다양한 범주는 서로 엮여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각 범주를 분리하여 분석한 후 합치는 방식(더하기 모델; additive model)으로는 문제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없다.

한국에서의 상호교차성

1960년대 미국의 흑인 민권 운동 조직에서 벌어진 문제는 현재 한국의 운동권과 진보주의 정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 차별 문제[주 1]나 여성 문제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유사하다.

즉 여성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인정한다 하면서도 가정폭력의 원인을 군사독재 폭력 문화의 산물로 규정한다거나, 성매매와 성폭력을 '외세 타락 문화'의 결과라고 보는 것 등은 계급이나 민족을 여성 문제에 비해 더 중요한 의제로 간주하고 여성 문제를 계급 문제나 민족 문제로 환원하고 주변화하는 것이다.[5] 사회운동 진영에서 여성 활동가가 동료 남성 활동가에게 성폭력/차별/무시당하는 것은, 기존의 진보 개념으로 치자면 사소한 문제이고 전체(즉, 남성)를 위해 덮어두어야 할 문제다.[6]

사실 상호교차성 접근에 의하면 사회 문제를 분석함에 있어서 특정한 문제 범주나 구조의 중요성은 미리 선언될 수 없으며 문제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발견될 수 있을 뿐이다.[1] "해일(2002년 대선)이 밀려 오는데 조개나 줍고(개혁당 내 성폭력 사건) 있다"[주 2] 같은 인식은 무엇이 해일(일차적 문제)이고 무엇이 조개 줍기(부차적 문제)인지에 대한 확고한 기준이 정해져 있다는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한다.

상호교차성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

분리주의 페미니즘 성향을 띠는 사람들은 상호교차성 페미니즘도 분리주의의 영향 하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왕왕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예를 들어 그들은 상호교차성 페미니즘이 남성 소수자는 배제하고 여성 내의 소수자만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페미니즘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상호교차성의 정의에만 비춰 보아도 쉽게 틀렸다는 걸 알 수 있다. 상호교차성 페미니즘은 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계급, 인종이나 성지향, 성정체성, 빈곤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며, 사회에서 배제된 비주류를 단지 비주류란 이유로 포용한다. 즉 당연히 비주류인 남성 성소수자/남성 장애인/남성 저소득층/남성 일용직 등도 적극적으로 포용한다.[주 3]

매체에서 주목받은 사례들

엠마 왓슨의 언급

HeForShe 캠페인이 '화이트 페미니즘'(백인 여성 위주의 페미니즘)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엠마 왓슨은 다음과 같이 답하며 상호교차성 페미니즘을 언급한다.[7]

이 질문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했었어요.

화이트 페미니스트라는 말은 흑인 여성을 배제한다는 뜻을 함축할텐데, 이런 말을 들으면 놀라워요. 제 보스 두 분이 모두 흑인 여성이거든요. 화이트 페미니스트는 또한 제가 스스로의 특권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도 담고 있을텐데, 저는 UN 연설에서 한 다섯번 쯤 제 자신의 운과 특권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여성들도 제가 가졌던 기회를 갖게 되길 기원합니다. 화이트 페미니스트는 또한 제가 의도적으로 상호교차성과 관련된 이슈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뜻도 담고 있어요. HeForShe 캠페인의 제안자이자 UN 여성 대사로써 제 요구는 젠더 평등 논의에 남성들 참여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그게 제 주된 관심사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대화에 있어서 상호교차성이 극도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어요. 제가 상호교차성 페미니스트를 직접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이 스스로의 경험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제가 가진 기반을 제공할 수는 있습니다.

저 스스로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다른 이들의 경험을 알리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믿어요. 대학 투어를 다니는 이유, 방글라데시, 잠비아, 우루과이를 여행하는 이유입니다. 내년에도 더 많은 투어를 할 계획입니다. 최대한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고,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것은 보편적이며 세계적인 운동입니다.

관련 논의

  • 페미니즘 판의 대립구도와 혐오 혐의론에 대하여[주 4]

[2]

  • 페미니즘, 젠더 정치 그리고 책임[3]

함께 읽기

부연 설명

  1. 대표적인 게 정의당 여성주의 논쟁이 있다.
  2. 2002년 대선 기간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지던 시기에 발생한 개혁당 성폭력 사건에 대해, 당시 개혁당 집행위원이었던 유시민 작가가 한 발언이다.
  3. 참고로 이것이 TIRF와의 차이점이다. 물론 TIRF인 경우도 이들과 연대하는 경우가 있긴 있지만, 상호교차성 페미니스트와 달리 성소수자를 제외한 나머지 집단에 대해선 남성 기득권이라 여겨서 소극적이거나 반감을 띄는 경우가 많다.
  4. 처음 게시될 당시의 제목은 “젠더 퀴어와 TERF 간의 논쟁에 대하여”

출처

  1. 1.0 1.1 “Intersectionality 101” (PDF). 《Simon Fraser University》. 
  2. SNCC position paper: Women in the Movement, Anonymous.
  3. Fairclough, Adam (2002). 《Better Day Coming: Blacks and Equality, 1890–2000》. Penguin. 
  4. Women & Men in the Freedom Movement ~ Civil Rights Movement Veterans.
  5. p136, 페미니즘의 도전
  6. p136, 페미니즘의 도전
  7. “Emma Watson Gives Smart Answer When Asked If She’s A ‘White Feminist’”. 《허핑턴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