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개념
생태주의
생태주의(ecology)는 산업 자본주의의 진전으로 인해 지구 자연이 급속도로 오염되고 파괴되는 상황 속에서 인류가 범해 온 잘못과 미래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일어난 일군의 생태 중심적 흐름을 의미한다. 생태주의 자체가 어떠한 이론적 중심을 두고 형성된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에 있어서는 현대 사회의 자연파괴와 인간 소외 문제 등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근본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본래 ‘생태’라는 용어는 19세기 독일에서 형성된 생태학에서 유래된 개념이다. 생태학은 생명체가 자연계 속에서 자기유지와 증식을 이루어내는 과정을 연구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였다. 생태계는 자연계 속에 존재하는 생물들 간의 상호관계를 중심으로 한 개념인데 20세기 이후의 생태학은 인간 또한 생태계의 일부로 포함시켜 새로운 생태학의 흐름을 이어갔다. 생태주의 혹은 생태론은 이와 같은 생태학의 이론을 수용하여 이를 현대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로 확장시켜나갔다.
생태주의의 대두는 근대 이후의 자본주의 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성찰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자본주의는 몇 차례의 불황과 공황을 겪으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성장하였지만, 그 결과 지구 전역에서 심각한 자연 파괴가 빚어졌고 거대 산업 중심의 생산 체제는 지구에 존재하는 화석연료를 급격히 줄어들게 하여 미래에 대한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일부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과학기술의 진보와 효과적인 자연 환경 제어 기술의 발달을 통해 극복 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하였지만 계속되는 자연 파괴와 지구기후의 변화, 그리고 거대 자본에 의해 피폐해져 가는 약소국 국민들의 삶은 이들의 주장이 현실성이 없는 것임을 입증하게 되었다.
생태주의는 지금까지 근대 문명이 일관해 온 인간 중심의 사고로부터 오늘날의 거대한 재앙이 비롯되었다고 파악한다. 생태주의는 그동안 인간과 자연을 철저하게 분리하여 인간의 자연 지배를 정당화시켰던 기존의 이성·인간 중심적 사고를 거부하고 인간 또한 생태계의 일부로서 자연과 상호관계를 맺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생태주의는 비단 자연과 인간의 조화뿐만이 아니라 인간·이성 중심의 지배 구도에서 배제되거나 억압되었던 소수자들의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2. 확장 개념
생태주의의 흐름
20세기 중반부터 본격화된 생태주의는 내부적으로 여러 흐름으로 분화되는데 크게 보아 근본 생태주의와 사회 생태주의로 나눌 수 있다.
근본 생태주의는 모든 생명체가 고유한 생명의 권리를 지니고 있다는 생물 평등주의의 입장에서 인간의 자연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부정하고 인간과 생태계를 상호 의존적인 것으로 파악한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의 인간에 의한 자연 지배는 철저히 비판받게 되고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는 그 무엇보다도 큰 죄악으로 여겨진다. 근본 생태주의는 인간도 다른 생태계 안의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며 전체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경향은 인간이 이룩한 문명에 대한 거부로 이어져 극단적인 근본 생태주의자들은 인간의 인위적인 생산과 소비 활동을 모두 혐오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근본 생태주의는 지금까지의 근대 문명이 추구해 온 인간중심적 가치관이 지닌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비판하면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공존을 모색하였다. 특히 근대 이후 서구사회를 지배해 온 이성 중심의 사고 체계를 논의의 대상으로 하여 생태 문제를 단순한 윤리적 문제가 아닌 서구의 형이상학과 인식론, 정치 철학 등의 사유체계와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로 파악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그러나 인간의 이성과 문명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감으로 인해 인류가 이룩한 문화적 발전의 결과물들을 모두 거부하는 경향이 강해 이에 대한 비판 또한 적지 않은 편이다.
근본적 가치관의 변화를 추구하지만 실제 사회의 복잡한 단면들을 현실적으로 파헤쳐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와 같은 한계를 문제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근본 생태주의는 생태계 파괴에 대한 책임을 모든 인간에게 부여하여 실제 현실에서 선진국과 후진국, 부자와 빈자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없애버린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사회 생태주의는 생태계 파괴의 원인을 단순히 인간 대 자연의 이분법적인 대립 구도로 보지 않고 현실 사회에 존재하는 사회 집단 간의 역학 관계를 고려하여 무엇이 실제로 인간성을 파괴하고 나아가 생태계를 어지럽히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사회 생태주의에서 문제의 핵심으로 삼는 것은 불평등한 사회 구조이다. 특히 경쟁과 지배의 원리가 중심이 되는 자본주의적 경제 구조와 이러한 논리를 강력하게 실천해 나가는 거대 자본, 국가가 주된 비판의 대상이 된다. 사회 생태주의도 인간의 자연에 대한 지배 구조를 근본적인 문제로 바라보는 점에서는 근본 생태주의와 맥락을 같이하지만, 이 지배 구조가 사회적으로 편차를 보이며 그 중에서도 사회적 강자들에 의한 과도한 개발, 경쟁이 자연 파괴의 원인임을 강조한다.
사회 생태주의의 대표적인 이론가이자 실천가인 머레이북친은 ‘인간에 의한 자연지배는 인간에 의한 인간지배로부터 비롯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사회 속에 존재하는 인간 개개인 간의 편차를 무시한 채 모든 문제의 원인을 인간 자체에게서 찾는 근본 생태주의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억압적인 사회 구조의 변화야말로 문제의 본질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인간 이성이 저지른 파괴행위를 비판하면서도, 기술 문명의 발달로 인해 도구화된 이성과 사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성찰할 수 있는 비판적 이성을 엄격히 분리하여 인간의 이성적 능력에 대한 믿음을 져버리지 않은 점도 근본 생태주의와 차별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3. 관련 지식
환경주의
원래 ‘환경(environment)’이라는 단어는 인간을 중심으로 그 주변을 둘러싸고 존재하는 자연과 사물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여기서는 인간이 중심·주체의 자리를 차지하고 이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사물은 주변적·대상적 존재로 머문다. 환경주의(environmentalism)는 ‘환경 관리주의’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명칭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에 대해 주변적 존재인 환경을 관리하고 조정하는 방법으로 인류가 당면한 생태적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입장이다.
환경주의는 발달된 과학 기술이나 환경 정책, 생활 방식의 변화와 같은 방식을 통해 생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환경주의의 입장에 있는 이들은 지금의 과학 기술로는 ‘환경 오염’을 과학적으로 완전하게 해결할 수 없지만 미래에 보다 발달한 기술이 개발되면 오염물질의 발생 자체를 근본적으로 막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기존의 인간, 이성 중심의 서구적 사고를 그대로 유지하는 입장으로 산업문명의 부정적 요소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기보다는 효율적인 관리와 발달된 기술을 통해 수정이 가능하다고 본다.
환경주의의 변화된 형태는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모토로 나타났다. 이는 1987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래된 명칭으로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국제연합 환경 개발회의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지속 가능한 개발’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산업 개발과 환경 보호가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이 가능함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성장과 개발이라는 자본주의적 가치를 우선시하고 있으며 환경을 인간의 지배 구조 아래에 존재하는 것으로 본다는 점으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