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감수성이란 젠더에 기반해서 배제와 차별이 일어나게 되는 사회적 문화적 요인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1]
실태
성인지감수성이 부재한 법제정과 법집행이 여성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지난 10년간 전체 성범죄 판결의 41.4%는 집행유예를 받았고, 전체의 71.6%는 실형을 면했다.
성범죄 가해자들의 형량을 감경하는데 가장 큰 요소는 피해자와의 합의다.[2] 이를 위해 범죄자들은 피해자를 협박하고 집요하게 합의를 요구하는 등 인면수심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범죄자들은 정신과 진료 기록 등 더 창의적인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다. 진지한 반성은 판사들이 감형의 이유로 판시할 때 빼놓지 않는 필수 요건이지만, 반성의 대부분은 피해자가 아닌 재판부를 향한다.[2]
성범죄 판결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재판을 모니터링하는 활동가와 시민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활동가는 피해자에 대한 배려와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성범죄전담재판부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2]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현실을 인식하고 2020년 12월까지 더 높은 양형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2] 그러나 형량을 더 준다고 해서 성인지감수성이 부재한 법기관의 여성혐오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양형기준이 높다고 해도 여전히 판결의 재량은 판사에게 있고, 판결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역시 빈번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권인숙 의원은 평소 여성에 대한 재판부의 생각이 판결을 좌우하는 열쇠라고 말했다.[2]
2020년 6월 23일 이에 대해 방영한 PD수첩은 근본적인 문제는 사법부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 있고, 사법부가 시대의 조류에 맞게 한 걸음 더 나아가길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다.[2]
관련 사례
웰컴투비디오
최근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 동영상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했던 손정우는 1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가 2심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되어 복역했다.[3] 미국이었다면 최소 15년 이상의 형을 받는다.[2]
미국 국토안보수사국, 영국 국가범죄청 등 32개국 수사기관이 2년 8개월간 유례없는 국제공조수사를 거쳐 웰컴투비디오 사이트를 적발했다. 각국 수사기관은 이 사이트에 접속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내려받은 유료 이용자들을 각자의 법을 적용해 처벌했다.[4] 12개국 이용자 337명은 체포·적발되었고 미 법무부가 공개한 이용자 적발 사례는 다음과 같다(일부).[3]
- 텍사스주 전직 국토안보부 수사 요원인 리처드 그래코프스키(40)은 1회 다운로드와 시청 목적의 1회 접속 혐의로 징역 70개월, 보호관찰 10년형과 7명의 피해자에게 3만 5000달러 배상을 선고받았다.[3]
- 영국의 카일 폭스(26)는 다섯살 소년을 강간하고, 3살 여자아이를 성추행하는 장면을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에 공개하여 아동 강간, 성폭행 및 아동 포르노 공유 등 혐의로 2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3]
- 아동 음란물 1개를 다운로드받은 미국인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4]
- 네이버 카페 파일공유 웹하드토렌트,아청법 저작권 단속관련 네티즌 대책토론의 회원들은 경찰 조사를 받는 진위 불명의 팁을 공유하였는데 예를 들어 '탄원서, 반성문 등 양형자료 준비하는 법', '변호사 상담받기' 등이고 반성문을 서로 첨삭해주거나[5] 처벌이 어느정도 나올지 등을 예상해 주기까지 하였다.[6]
- 한 회원에 따르면 2018년 3월 16일을 기점으로 적발 사례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7] 다른 회원에 따르면 웰컴 투 비디오의 구매자로 걸린 경우 보통 벌금 200만원이 나왔다고 한다.[8]
- 한 회원은 아동음란물 30개 소지죄로 공판을 받았으며 벌금 500만원 구형이 나왔다며 판사가 '외국에선 굉장히 엄벌에 처해지는 벌이니 벌금형 구형에 감사하게 생각하라'고 말했지만 자신은 500만원은 너무 과한 거 같다고 생각한다고 한다.[9]
위에 미국인이 낸 벌금은 한화 약 4000만원인데 너무 과하다고?심지어 구형이라 판결은 어떻게 내려졌을지도 모른다. 기사에 따르면 유료이용자에게 많아야 300만원이 선고되었다고[4] 했으니 500만원 그대로 판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 청와대 국민청원 "아동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모씨와 사이트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합니다."[10]이 게시되었다.
- 우리 법원은 웰컴 투 비디오의 유료이용자였던 한국인들에게 많아야 벌금 300만원 정도를 선고했다. 599건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다운로드한 경우도, 968회 내려받은 경우도 모두 '벌금 300만원'이었다. 미국과 비교했을 때 너무도 가벼운 처벌이었다.[4]
심지어 2020년 7월, 손정우의 미국 송환이 불허되면서 그는 즉각 석방되었다. 해당 건을 심사한 서울고법 형사 20부 강영수 부장판사는 불과 며칠 전인 6월 29일에 10년 전 미국에서 음주 뺑소니 후 한국으로 돌아온 범인에 대한 미국 송환을 허가했다.
오덕식 판사
2018년 9월 최종범은 피해자와 다투는 과정에서 팔과 다리 등에 타박상을 입히고 “함께 찍은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가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사건을 담당한 오덕식은 2020년 8월 협박, 강요, 상해, 재물손괴 등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지만, 최씨의 범행이 계획적이라기보다는 우발적이었다는 점과 문제의 동영상이 촬영된 경위, 실제로 이를 유출·제보하지는 않았다는 점 등을 참작해 성폭력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이용)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11]
오덕식은 2019년 8월 고 장자연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직 조선일보 기자 조희천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오덕식은 조희천이 경찰 조사 당시 진술을 번복한 정황을 봤을 때 그가 피해자를 추행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혐의를 뒷받침할 유일한 증거인 윤지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11]
그 외
스태프 성폭행,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배우 강지환은 피해자와의 합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데, 합의가 진행됐음에도 강지환 측은 항소심에서 성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당시 합의가 사죄의 의미긴 하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의미는 아니라는 주장이다.[2]
30년 만에 드러난 한 마을의 교회 목사의 성추행과 성폭행 사건 재판 1심에서 목사는 8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는 가해 목사의 아내로부터 집요한 합의 요구를 받았는데, 피해자와의 합의가 불발되자 가해 목사 측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2]
심지어 여성이 술 마시고 성관계를 맺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본인의 가치관을 재판 중에 공공연하게 피력한 판사도 있었다.[2]
PD수첩의 방송
2020년 6월 23일, MBC ‘PD수첩’이 N번방 사건을 비롯, 세간에 화제가 된 성범죄 판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함께 국민의 법 감정과는 상반된 성범죄 판결들과 성범죄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다뤘다.[2]
대한민국 국회 성인지감수성 실태
21대 국회의원 3명 중 1명은 지난 3년 동안 법정의무교육인 ‘4대폭력(성폭력·성희롱·성매매·가정폭력) 예방교육’을 단 한 번도 듣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회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발언이 많이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가 될 수 있다.
〈한겨레〉가 2023년 22일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확보한 ‘2020년~2022년 연도별 21대 국회의원 4대폭력 예방 교육 미이수자 명단’을 분석해보니, 전체 의원 299명 가운데 98명(32.7%)이 이 교육을 한 차례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교원·공무원은 성희롱·성매매·성폭력·가정폭력 등 이른바 4대폭력에 대한 예방교육을 매년 이수해야 한다. 다만 의원들이 이 법정 의무교육을 이수하지 않더라도 강제할 수단은 없다.
3년 동안 예방교육을 단 한번도 받지 않은 의원이 가장 많은 정당은 국민의힘이었다. 국민의힘은 전체 의원 115명 중 절반인 55명(47.8%)이 미이수 명단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원 169명 중 42명(24.8%)이 단 한번도 이 교육을 받지 않았으며, 무소속 의원 1명도 미이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3년 동안 예방교육을 모두 이수한 의원은 27명(9.03%)에 불과했다. 정당별로 보면, 민주당 의원이 18명, 국민의힘 6명, 정의당 2명, 무소속 1명이었다.
국회의원 상당수가 법정의무교육인 성폭력·성희롱 등 예방교육조차 이수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이 나온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국회의원들의 성차별 발언 등이 종종 문제가 됐던 점 등을 들어 “의원들부터 법정의무교육을 성실히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21대 국회에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의 중 성희롱 발언을 해 징계를 받았고 무소속 박완주 의원은 보좌관을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완주 의원은 3년 연속 4대폭력 예방교육을 이수하지 않았다.
국회 여성 페미니스트 노동자모임 ‘국회페미’는 “교육 이수를 자율에 맡겨 미이수 시 페널티를 주지 않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교육 미이수 시 불이익을 주는 등 당 차원의 강제성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의 예방교육 이수율을 높이기 위해 이수 현황을 공표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용역을 받아 젠더법학연구소에서 수행한 ‘국회 인권교육 실태조사’ 보고서는 “인권교육을 이수하지 않더라도 별도의 불이익이 없는 것이 인권교육 이수 비율이 낮은 이유가 되고 있다”며 “‘국회법’에 본회의 및 상임위원회 출석현황을 공개하도록 하는 조항을 참조해 국회의원의 법정의무교육 이수현황을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12]
출처
- ↑ 권김현영 (2019년 2월 12일). “[세상 읽기] 성인지감수성과 두개의 점”. 《한겨레》.
- ↑ 2.00 2.01 2.02 2.03 2.04 2.05 2.06 2.07 2.08 2.09 2.10 박세연 기자 (2020년 6월 24일). “故 구하라 전남친 무죄 선고 판사, N번방 사건 맡았다 결국…(`PD수첩`)”. 《매일경제》.
- ↑ 3.0 3.1 3.2 3.3 정효식 기자 (2019년 10월 18일). “아동음란물 다크넷 비밀사이트 이용자 337명 적발 223명은 한국인”. 《중앙일보》.
- ↑ 4.0 4.1 4.2 4.3 엄보운 기자, 박선우 기자 (2020년 3월 23일). “[단독] 아동 성착취물에 관대한 사법부, n번방 사건을 '더 악랄하게' 만들었다”. 《로톡뉴스》.
- ↑ 노동학개론 (2018년 7월 11일). “반성문 입니다 한번만 확인해주세요ㅠ”. 《파일공유 웹하드토렌트,아청법 저작권 단속관련 네티즌 대책토론》. 2019년 10월 20일에 확인함.
- ↑ 엘로 (2018년 3월 23일). “18일(일요일) 압수수색해갔습니다.”. 《파일공유 웹하드토렌트,아청법 저작권 단속관련 네티즌 대책토론》. 2019년 10월 20일에 확인함.
- ↑ Atair (2018년 3월 19일). “딥웹적발 정리(수정중...)”. 《파일공유 웹하드토렌트,아청법 저작권 단속관련 네티즌 대책토론》. 2019년 10월 20일에 확인함.
- ↑ 판데고 (2019년 6월 4일). “웰컴투 건으로 경찰 연락이 왔습니다”. 《파일공유 웹하드토렌트,아청법 저작권 단속관련 네티즌 대책토론》. 2019년 10월 20일에 확인함.
- ↑ 와따빠 (2018년 7월 9일). “공판 받고왔습니다..”. 《파일공유 웹하드토렌트,아청법 저작권 단속관련 네티즌 대책토론》. 2019년 10월 20일에 확인함.
- ↑ “아동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모씨와 사이트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합니다.”. 《청와대》. 2019년 10월 21일. 2019년 10월 21일에 확인함.
- ↑ 11.0 11.1 오연서 기자 (2020년 3월 28일). ““n번방 사건 재판 오덕식 판사 배제” 국민청원 하루 만에 30만 넘겨”. 《한겨레》.
- ↑ “[단독] 국회의원 98명, ‘4대폭력 예방교육’ 3년간 한번도 안들어”. 2023년 3월 22일. 2023년 4월 15일에 확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