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성형수술

최근 편집: 2023년 5월 21일 (일)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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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성형수술(Cosmetic surgery)이란 재건성형수술(Reconstructive surgery)과 달리 신체 기능상의 치료가 아닌 얼굴이나 체형을 보기 좋게 만드는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성형외과 수술이다. 최근에는 두 분야를 접목시키기도 하며 인위적인 구분이 없어지는 추세다. 주사 시술 등 비수술적 요법과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미용성형은 물리적 실체로서의 육체 표면에 아름다움이나 젊음, 사랑스러움, 멋짐 등과 같은 이미지를 구성(construction)하는 의료기술[1]이다.

통계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2014년 기준 수술적 및 비수술적 조치 건수가 98만313건으로 미국, 브라질, 일본 다음으로 높은 순위였다.[2]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는 성형수술은 가슴확대수술로 매년 증가세이며 연령층은 점점 낮아졌다.[2]

200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형외과는 2000년대에 들면서 38.6% 늘어나 전체 의료분야 중 증가율이 1위였고, 성형시장 규모는 한 해 5조에 이르렀다.

한국의 특수성

역사

한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강남 일대의 성형외과들과 미용성형의 대중화로 주목받았다. 여성=몸=외모(=권력)이라는 가부장적 규율과 함께 나날이 성장하며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에서 미용성형 관광객이 한국으로 오는 경향도 생겼다.

1972년 국제 미용외과학회가 탄생하면서 미용성형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이것은 한국의 경제 성장 및 소비주의, 여성의 외모 지향성과 맞물려 바야흐로 성형시장의 활황기를 맞이하게 되었다.[3] 1990년대 전반까지만 해도 여성잡지에 미용성형을 다룬 기사나 광고 수는 많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성형의 긍정성을 언급하면서 그것을 장려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미용성형 광고량은 큰 폭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4] 한국의 미용성형은 의료 기술의 발달, GDP의 성장, 외모주의 문화가 합쳐져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쌍커풀 수술, 융비술, 양악수술, 콧대·콧볼 수술, 지방흡입, 주름제거(리프팅), 가슴성형, 얼굴윤곽술 등 미용성형의 다양한 종류 안에서도 날이 갈수록 세분화되어서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이름의 수술들이 판매 상품처럼 등장한다. 강남 일대의 성형외과에서는 '윤곽3종' 등 세세한 수술 방식들을 다시 묶어 안면윤곽이나 몸매를 전반적으로 향상시킨다는 새로운 상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다음을 참고할 것 신자유주의

한국에서 특히 여성이 미용성형수술을 결정하는 과정에는 사회적 네트워크 역시 크게 개입하고 있다. 미용성형에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얻는 것부터 결심과 실행, 이후의 변화에 대응하는 일련의 과정에 사회적 연결망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여성 스스로 미용성형에 대해 이해하는 방식에 실제적인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는 여성들 간의 관계가 밀접하게 관련된다. 주로 가까운 지인 관계에서 형성되던 이 네트워크를 상업적인 플랫폼 형식으로 변형해 한국의 미용성형 산업에서 이용하는 것이 '강남언니', '바비톡' 등의 미용성형 정보 어플리케이션이다. ‘강남언니’는 미용성형 후기와 병원 평가 등 정보를 공유하는 서비스로, 2015년 출시 후 전국 3분의 1에 이르는 성형외과를 입점시켰다. 병원 광고가 아닌 소비자가 직접 공유하는 정보를 얻고자 하는 이들이 지인 간의 정보 연결망을 넘어 이런 서비스에 가입한다. 2021년 현재 크게 성장한 미용성형 정보 플랫폼들은 병원과의 상담도 대거 연결하고 있다.

한국의 미용성형은 서양의 기술을 수입해오는 방식으로 시작되었기에 서양의 백인 여성을 기준으로 고안된 의료기기와 시술방법에 의존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의 성형의료 현실은 자생적인 미의식에 근거한 기술의 발전이 아니지만 수입된 의료기술 및 수입된 이상형의 틀로만 파악하기는 어려운 특징이 있다. 예를 들면 서구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면서도 도전적이고 파격적인 이미지는 부정되고 어리고 귀엽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선호한다. 한국의 성형수술은 서구적인 바탕 위에 전통적으로 미화되어온 여성성과 관상론이 접합됨으로써 독특한 이미지를 창출한다.[3] 한국에서 초기의 미용성형수술인 쌍커풀 수술이나 코수술 등이 큰 눈이나 높은 코 등과 같은 서구 백인의 얼굴을 표준으로 하는 얼굴을 지향했다면 최근의 양악수술이나 안면윤곽시술 등은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얼굴’을 목표로 한다.[5]

전문의와 일반의 갈등

성형외과는 전공선택 과정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전공이기 때문에 일반의를 따고 레지던트 과정을 밟지 않은 채로 로컬에 나와 페이닥터로 일하는 의사들이 많다. 의사 면허가 있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지만, 성형외과 시술에 큰 의학적 지식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전문의가 발에 채이도록 많은 한국에서 전문의와 일반의 사이의 갈등이 두드러지는 분야가 바로 성형외과이다.

게다가 한국은 의료수가 문제 때문에 바이털과에서 펠로우쉽 수련까지 끝낸 전문의가 성형외과에서 일하는 일반의 페이닥터보다 급여가 현저하게 낮아 전문의와 일반의 사이의 갈등이 팽팽하다.

그러나 성형외과 수술은 현대의학화된 역사가 짧고 특히 한국에서는 성형외과 수련 과정에서 로컬 성형외과에서 시행하는 수술을 하지 않는다. 성형외과 의사가 수련 과정에서 배우는 것은 안면윤곽 수술이나 쌍꺼풀 수술이 아니라 손가락의 신경을 잇는다거나 하는 일반 외과적 수술이다. 따라서 성형외과는 '의사 바이 의사' 경향이 크고 위험도가 높다.

또한 오히려 이 때문에, 성형외과에서 위험성을 결정하는 것은 내원한 환자가 의사를 제대로 선택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고, 보통은 여성이 피해자가 된다.

문제점

관리체계 미비

미용성형수술은 비급여 의료이기에 관리체계가 뚜렷하지 않고 현황 파악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많은 부분에서 여타 서비스 상품의 시장 거래처럼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의 미용성형 상품에는 보톡스와 필러 등 ‘수술이 아닌 시술’이라 여겨지는 기술이 대거 보급되고 있다. 비수술적 주사 시술 개념으로, 이들 역시 브랜드를 달고 미국 FDA 승인 등 과학적 수사로 홍보된다. 이들은 수술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는 기술들로 제시된다.[6]

기술

  • 앤 발사모(Anne Marie Balsamo)는 미용성형수술과 새로운 이미지화 기술들에 대해 논한 바 있다. 발사모는 이 시각화 과정에서 미에 대해 조립라인의 논리가 실행된다고 서술한다. 새로운 시각화 기술들은 첫째,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고, 둘째, 여성의 몸을 규범적인 감시의 시선에 종속시키는 효과를 갖는 새로운 형태의 과학적 생체권력을 행사한다. 발사모의 논의에서 미용성형외과의 의사들이 사용하는 기술적인 이미지화 장치들은 여성의 몸을 이상적인 여성의 미의 기표(signifier)로 재구축한다.[7] 종양을 제거하거나 어긋난 뼈를 맞추는 등 수술의 성공과 실패가 명확한 일반적인 수술과 달리, 미용성형은 환자의 주관적인 몸 이미지가 ‘아름다워졌다’고 만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수술 결과에 대한 판단은 일종의 합의로 결정된다. 그렇기에 미용성형에는 수치와 차트가 아니라 환자의 몸을 평면적으로 보기 위한 기술이 동원된다. 미용성형수술은 “수술 전후 사진”으로 대표되고 검증된다. 강남의 성형외과에서 진행된 참여관찰 연구에서 미용성형 상담의 단계에도 첨단 시각화기술이 동원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상담 과정에서 의사와 환자가 집중하는 것은 환자의 얼굴이 아니라 컴퓨터 화면이다. 얼굴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도록 사진을 찍고 컴퓨터에서 이를 도식적인 비율로 표현한다.[8]

젠더

미용성형수술은 과학, 기술, 의료 실천과 젠더가 연결되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여성의 미용성형 행위가 늘어나는 것에는 성차별적인 외모주의와 의료기술자본과 자본주의의 공모가 배경이 되고 있다. 미용성형을 받는 이들은 이런 구조의 억압을 받으며 자신의 상황 속에서 무엇이 최선일지 현실 인식을 통해 결정하고 그 선택과 과정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는 주체로 행위한다.

미용성형 산업에는 의료기술, 사회·문화적 구성, 의료 권력과 연결된 자본과 여러 경제 주체들 그리고 미용성형의 과정을 거치는 몸이 있다. 발사모에 따르면 성형수술은 각인, 감시, 고백 기법의 적용을 통해, 젠더화된 몸의 기술적인 재생산을 검토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적인 장소가 된다. 이러한 기법들의 일차적인 효과는 남성의 몸과 여성의 몸에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는 기법들, 즉 몸에 대한 젠더화된 정체성을 쉽게 생산하는 것이다.[7]

미용성형수술 담론에서 여성의 몸은 파편화되고 의학적인 수사들을 경유하여 상상되거나 평가된다. 이러한 대상화를 통해 여성은 '결핍된 몸'을 지녔으면서도 이를 개선할 책임을 짊어진 자아를 지닌 이중적 위치에 처한다. 다시 말해 여성들은 '좋은 환자'의 자격을 갖추도록 요구받는다.[9]

국가별 안전규제

  • 오스트리아는 2013년에 미용성형수술법을 제정해 침습의 허용 연령 제한, 의사의 설명과 동의 사이의 숙려 기간 의무화, 환자 보호를 위한 광고 제한 등을 포함했다.[2]
  • 프랑스는 2003년 미용성형 관련 법령을 제정해 마취 관련 전문가와 상담 및 필요한 조치 보장을 하고 있다.[2]
  • 호주는 관계 법령에 의거해 규제책을 마렸했는데 여기에는 미용성형 수술에 따른 감염병 파악을 위한 통계 및 표준화된 시술/수술 규정도 포함했다.[2]
  • 이스라엘은 텔레비전 등 미디어 광고에서 지나치게 마른 모델이 주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명 포토샵 법을 제정했다.[2]

출처

  1. 박혜경 (2011). “성형기술의 몸 결정 요인”. 《사회과학연구, 22(3)》: 137-167. 
  2. 2.0 2.1 2.2 2.3 2.4 2.5 진혜민 기자 (2020년 3월 6일). '코르셋' 강요에 엉덩이 성형까지... 한 해 미용성형 98만건”. 《여성신문》. 
  3. 3.0 3.1 우경자 (2002). “여성의 외모주의와 성형의료산업”. 
  4. 임인숙 (2002). “한국사회의 몸 프로젝트”. 《한국사회학, 36(3)》: 183-204. 
  5. 임소연 (2017). “성괴를 위한 변명: 사이보그 프로젝트로서의 성형수술”. 《한국과학기술학회 학술대회》: 88-98. 
  6. 태희원 (2012). “즉각적인 몸 변형 기술로서의 미용성형과 몸 관리의 정서”. 《젠더와 문화, 5(2)》: 79-111. 
  7. 7.0 7.1 앤 마리 발사모 지음, 김경례 옮김 (2012). 《젠더화된 몸의 기술: 사이보그 여성 읽기》. 아르케. 
  8. 임소연 (2011). “성형외과의 몸-이미지와 시각화 기술”. 《과학기술학연구, 11(1)》: 89-121. 
  9. 태희원. “신자유주의적 통치성과 자기계발로서의 미용성형 소비”. 《페미니즘연구》 1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