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

최근 편집: 2023년 9월 22일 (금) 23:55

2019년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태어난 그랜트얼룩말. 2023년 3월 23일(당시 4세) 동물원에서 탈출한 사건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탈출 소동" 사건

23일 오후 2시 반 경 세로는 우리를 둘러싼 나무 갑판을 부수고 탈출했다. 동물원 측은 이를 바로 확인했으나, 세로가 빠르게 탈출하며 즉시 잡지 못했다. 세로는 차도와 주택가를 활보하며 동물원에서 1.5km 가량 떨어진 구의동의 한 골목길까지 도착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공원 사육사들은 골목길에 안전 펜스를 설치해 이동 통로를 막아 세로를 고립시킨 후, 총기 형태의 마취 장비 블루건을 이용해 일곱 차례 근육이완제를 투약했다. 세로는 오후 5시 40분 가량 포획되어 천이 씌여진 채 트럭에 실려, 탈출 약 세 시간 반 후인 오후 6시 10분 경 동물원에 복귀했다. 해당 사건으로 인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세로도 다치지 않았다.

사건 이후

세로의 상태

24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세로 담당 사육사 허호정 과장은 세로는 마취제를 맞은 뒤 "일어나기는 바로 일어났는데 불안정한 상태", "다행히 지금은 회복했지만, 마음이 상한 상태"라고 세로의 상태를 묘사했다. 또한, "세로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 당근인데, 당근을 줘도 먹지를 않고 실내 기둥을 머리로 ‘툭툭’치고 있다"고 전했다.[1] 이밖에 집단생활 동물인 세로가 2021년 엄마를, 2022년 아빠를 갑자기 잃고 이후 혼자 지내며 외로움을 겪어온 정황을 설명했다. 허호정 과장은 2021년 1월부터 1년 3개월 가량 세로를 보살펴왔다.

동물원의 후속조치

서울어린이대공원은 해당 사건 이후 세로를 위해 사전에 알아둔 비슷한 또래의 암컷 얼룩말을 내년 중으로 들여오기로 했다.

시설물도 보수하기로 했다. 현재 얼룩말이 있는 초식동물마을 구간은 2010년대에 지어져 시설이 노후화됐다. 이에 어린이대공원은 세로가 부순 목재 울타리는 철재로 바꾸고, 높이도 더 올릴 예정이다.[2]

패러디 이미지

세로에게 연민을 느낀 사람들이 '탈출한 세로의 꿈을 이뤄주자'며 하루만에 AI 이미지를 1,250여 건 만들었다[3]고 한다. 이미지 속 세로는 의인화되어 두 발로 서 거리를 활보하고,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오토바이를 타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이 이미지들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3월 27일,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페이스북에 당 대변인을 그만두었으나 "동물원을 탈출한 얼룩말 세로처럼 훨훨 활보하겠다"고 밝히며 이 패러디 이미지를 올렸다. 이미지 속 세로는 의인화되어 인간처럼 두 발로 서고 당당히 아스팔트 위를 걷고 있었다.

비판

동물원, 감금 시스템에 관한 비판

동물원이라는 근본적으로 인위적인 테두리 안에서 얼룩말을 비롯한 야생동물이 충분히 만족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또한 얼룩말은 본래 예민한 성격 탓에 사육이 어렵고, 인간이 여러 차례 가축화를 시도했지만 성공한 적이 없는 동물이기도 하다. 이는 사자나 하이에나의 먹잇감이 되는 초식동물이라 경계심이 강하게 진화된 결과[4][5]이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측의 새 여성 얼룩말을 데려온다는 대처는 세로의 "외로움"을 고려한 방침으로 보이나, 과연 두 마리가 되었을 때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집단생활 동물에게 최소 몇 개체가 무리지어야 하는지, 그럴 경우 어느 정도 공간이 필요한지 등에 관해 정해진 기준이 없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동물복지 관점에서 작은 공간에 개체가 많은 것은 좋지 않지만,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은 개체 수가 너무 적으면 본연의 행태가 재현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이 경우는 동물원이 해당 종을 기르지 않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조경욱 어린이대공원 동물복지팀장은 “현재 동물원 리모델링을 진행 중인데, (집단 생활 동물의 경우) 공간 크기별로 몇 마리가 생활하는 게 좋은지 (정답이 없어서) 자체적으로 연구해 계획을 마련해 두고 있다”라며 “미흡한 부분은 사육사와 유대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보완하려고 한다”고 했다.

동물원의 딜레마는 동물을 가두는 ‘동물원’ 존재 자체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동물원을 없앨 수도 없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를 맡고 있는 최태규 수의사는 “동물원이 사라지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동물원이 유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동물이 어떻게 잘 살 수 있는지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한국은 주로 지자체가 소유하는 특수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동물원이 많다. 운용 주체인 관료들이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인간중심적 해석에 관한 비판

"당근도 거부하고 삐져있는 얼룩말 '세로', 여자친구 생긴다" 등, 몇몇 언론사의 헤드라인은 "삐져있는", "여자친구" 등 수사를 활용하여 세로의 상황을 의인화하고 사소한 일로 보이게끔 적었다.

이에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 최태규 수의사는 "동물한테 반항했다, 싸웠다, 심지어는 삐졌다고 얘기들 하는데 잘못된 의인화의 전형적인 예"라며 "예컨대 동물이 무서워서 일상적인 행동을 못 하는 상황을 두고 '삐졌다'라는 표현을 하면 삐진 주체인 동물을 탓하게 되는 것"이라는 비판을 표했다.[6]

패러디 이미지 비판

동물원, 감금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같은 결에서 패러디 이미지 또한 사람을 즐겁게 할 뿐, 세로를 감금하고 있는 동물원의 환경 및 복지를 개선하는 데에는 일말의 도움도 되지 않는다. 세로의 의인화된 이미지를 활용한 김의겸 의원 또한 비판받았다.

세로의 의인화된 이미지를 한국의 정치적 맥락 안에서 전시하는 건 (…) 뻔뻔하고 고통스러운 도둑질이다. 비단 그 정치인뿐 아니라 세로를 대상화한 수많은 '우리'는 얼룩말의 이미지와 이야기를 훔친 뒤 지워버리고 인간의 이야기만 살아남도록 만들고 있다. 그런 이야기 도둑질이야말로 '이국적'인 동물들을 잡아다 창살 뒤에 가두어 돈을 벌고, 즐기며, 연구 대상으로 삼아 지식을 확장해 온 동물원의 역사를 가능하게 한 기본 조건이다.[7] - 손희정 문화평론가

같이 읽기

  • 뽀롱이: 2018년 9월 18일 대전 오월드에서 사람의 실수로 탈출한 후 4시간 30분만에 사살당한 퓨마

출처

  1. ““당근 거부하지만 건강”…얼룩말 세로의 ‘인간 엄마’는 눈물을 훔쳤다”. 2023년 3월 24일. 2023년 3월 30일에 확인함. 
  2. “‘조실부모’ 얼룩말 세로의 탈출 방황…‘짝꿍’ 찾아 해피엔딩?”. 2023년 3월 24일. 2023년 3월 30일에 확인함. 
  3. 임성호 (2023년 3월 27일). "탈출 얼룩말 꿈 이뤄주자"…AI이미지 하루 만에 1천250건”. 《연합뉴스》. 2023년 4월 5일에 확인함. 
  4. 이원영 (2023년 3월 24일). “얼룩말은 본래 예민한 성격 탓에 사육이 어려운 동물.”. 《Twitter》. 2023년 3월 31일에 확인함. 
  5. Carol Hall (2016년 9월 19일). “Here's Why Zebras Have Never Been Domesticated”. 《SCIENCEalert》 (영어). 2023년 3월 31일에 확인함. 
  6. 《전문가에게만 보이는 얼룩말 세로 "삐쳤다고요? 무서워 하는 거에요"》, 2023년 4월 1일에 확인함 
  7. 손희정 (2023년 4월 3일). “의인화한 동물 이미지를 제멋대로 소비하는 ‘뻔뻔함’[플랫]”. 《경향신문》. 2023년 4월 5일에 확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