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탈 로넬

최근 편집: 2023년 7월 25일 (화) 23:17

아비탈 로넬(Avital Ronell, 1952~)은 미국의 철학자, 사상가, 비평가, 번역가이다. 미국 뉴욕대학교 종신교수이며, 스위스 유럽대학원 교수이다.

해체론의 창조적 계승자로 손꼽히며, 관념론과 해석학, 정신분석학과 페미니즘을 비롯한 다양한 이론적 바탕 위에서, 문학과 철학, 대중문화와 기술사회, 기독교와 이슬람 문제 등 문명사의 폭넓은 사안을 독특한 글쓰기를 통해 숙고해왔다. 데리다와 폴 드 만 이후 해체론 철학을 가장 활발히 연구하는 학자이자 현대 사상의 최전선에 있는 이론가로 평가된다.

경력

1952년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나 1956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미들베리 대학을 졸업한 뒤, 베를린 자유대학에 유학해 야콥 타우베스와 한스게오르크가다머가 운영하던 해석학 연구소에서 수학했다.

1979년 스탠리 콘골드의 지도 아래 프린스턴 대학에서 독일학 박사학위를 받고, 그해 6월, 한 학술대회에서 평생 스승이 될 자크 데리다와 만났다.

1980년 데리다의 에세이를 영어로 번역해 소개한 후, 데리다 저술의 영어 번역자로 학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 훔볼트 재단의 연구원으로 3년 동안 베를린에서 지내며 데리다, 엘렌 식수, 폴 드 만 같은 학자들과 교류했다.

1984년 버지니아 대학에서 잠시 교편을 잡았으나 부당한 사유로 해고된 뒤, 캘리포니아 대학 독문학과와 비교문학과 교수로 부임해 10년 남짓 재직했다. 이곳에서 주디스 버틀러 등과 함께 연구하고, 캐시 애커 등의 작가들과 교류하며 행위예술가로도 활동하면서, 문화운동과 페미니즘에 헌신했다.

1995년 뉴욕 대학 비교문학과와 독문학과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재직중이며, 유럽대학원에서도 정기적으로 강연하고 있다.

성폭력 사건

2018년 8월 13일, <뉴욕 타임스>는 하버드대 방문연구원 님로드 라이트먼이 2012년부터 3년간 뉴욕대에서 아비탈 로넬과 함께 연구하면서 수차례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타이틀 나인(교내 성평등에 관한 법) 위반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라이트먼은 2012년 봄학기 시작 전 로넬이 프랑스 파리에 함께 가자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도착 당일 로넬은 라이트먼에게 낮잠을 잘 동안 침실에서 시를 읊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라이트먼은 로넬이 잠시 후 자신을 침대로 끌어당겼다고 했다. 라이트먼은 로넬이 뉴욕에 돌아온 뒤에도 아파트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며 자신의 집에 들이닥쳤다고 했다.

그때부터 로넬은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연락하며, 수차례 함께 침대에 눕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트먼은 자신이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마다 로넬이 함께 연구하기를 거부하고 추천서를 제대로 써주지 않는 등 불이익도 줬다고 했다. 로넬이 라이트먼에게 보낸 수십 통의 이메일에는 “나의 가장 사랑하는 이”, “꼭 껴안고 싶은 사랑스러운 아기”, “믿기 어려운, 아름다운 님로드” 등의 구절이 들어있다. 라이트먼은 남성 동성애자이며 동성 배우자가 있었고, 로넬은 여성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이다.

라이트먼은 학위를 받고 학교를 떠난 지 2년 만인 지난해에 성폭력, 스토킹, 보복 등을 이유로 로넬과 뉴욕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뉴욕대는 11개월 만인 지난 5월 충분한 증거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로넬은 비밀리에 다음 학기 정직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주디스 버틀러, 슬라보예 지젝 등 저명한 철학자 50여명이 로넬을 위해 뉴욕대 총장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들은 “로넬이 학생들과 맺는 관계를 봐왔다”며 “로넬의 우아함, 예리한 재치, 지적 헌신은 우리가 증명한다. 국제적 위상과 명성을 지닌 사람이 받아야 할 존엄성을 부여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학자들이 명성을 이용해 로넬을 방어해주는 게 적절하느냐는 비판도 나왔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하지만 로넬은 “라이트먼이 주장하는 소통은 성인 두 명 사이에서 있었던 것”, “게이인 남성과 퀴어인 여성인 우리는 학문적 배경과 감수성에서 비롯된 화려하고도 기이한 경향성 등을 공유했다”며 반박 성명을 냈다.[1]

주요 저서

  • 『받아쓰기: 신들린 글쓰기』(1986)
  • 『전화번호부: 기술, 정신분열증, 전자 연설』(1989)
  • 『마약 전쟁: 문학, 중독, 조증』(1992)
  • 『유한성의 악보: 밀레니엄의 종말에 관한 에세이』(1994)
  • 『어리석음』(2002)
  • 『테스트 충동』(2005)
  • 『아메리칸 필로』(2006)
  • 『패배한 자식들: 정치학과 권위』(2012)
  • 그밖에 논문 모음집 『위버리더』(2008), 프랑스에서 출간한 인터뷰집 『아메리칸 필로』(2006)[영어판 『투쟁하는 이론』(2009)]가 있다.

한국에 번역된 저서

  • <어리석음> (강우성 옮김, 문학동네, 2015)
  • <루저 아들 : 정치와 권위> (염인수 옮김, 현실문화, 2018)
  1. 김미나 (2018년 8월 14일). “성추문 휩싸인 세계적 철학자 아비탈 로넬”.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