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페스

최근 편집: 2023년 1월 5일 (목) 15:28

알페스는 RPS(Real Person Slash)를 읽은 알피에스를 줄인 단어이다. 실존 인물을 이용한 팬픽인 RPF(Real Person Fiction)의 일종으로, 실존인물들을 로맨틱 또는 섹슈얼하게 묘사한 창작물 또는 창작 행위를 포함한다. 슬래시는 문장부호 슬래시(/)이며, 두 이름을 연결한다는 뜻이다.

해외에서는 slash fiction을 동성애물로 정의하지만 한국에 알페스 문화가 유입되면서는 성적 지향에 관련이 없는 문화로 바뀌었다. 즉 오해와 달리 반드시 동성애나 성적 묘사를 포함하지 않는다. 또한 동성애적 묘사가 있다고 해서 더 문제가 되어서도 안 된다. 창작물의 주인공인 실존 인물이 해당 창작물에 묘사된 성적 지향을 불쾌하게 여길 수는 있지만, '동성애물이라 더 나쁘다'라는 논리는 동성애혐오이다.

오해

남성 아이돌을 성적 대상화하는 창작물이 알페스라는 오해와는 달리 알페스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으며, 꼭 섹슈얼하게 묘사되는 것도 아니다. 배우, 가수, 정치인, 기업인 등 그 대상은 다양하다. 심지어 북한 원수 김정은이나 JYP 대표 박진영을 주인공으로 하는 알페스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알페스 공론화 사건 이후 알페스는 남성 아이돌만을 대상으로 한, 성적 묘사를 하는 창작물로 오해되는 경우가 많다.

여초 팬덤 문화 내에서는 동성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 내의 멤버들을 동성 연인으로 만들어 특정한 캐릭터를 부여하고, 로맨틱한 관계로 소비하는 형태로 자주 드러난다. 반면 남성 팬이 창작한 여성 아이돌 대상 알페스는 동성애물이 아닌 이성애물인 경우가 많다. 자신을 남성에 이입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소라넷에서 쓰이던 '여자 연예인 야설'들도 고수위 알페스의 일종이다.

팬픽

한국에서는 1세대 아이돌 세대부터 한국 아이돌 팬덤 내에 있어왔던 팬픽(Fan Fiction) 문화가 알페스로 계승되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며 팬픽은 알페스를 포함하지도, 알페스에 포함되지도 않는 개념이다. 팬픽은 팬이 쓰는 것이고 텍스트이지만 알페스는 팬이 아닌 사람이 제작한 창작물이나 그림 형태의 창작물도 포함한다. 또한 팬픽은 실존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 즉 1차 창작물의 등장인물을 대상으로도 쓸 수 있지만 알페스는 실존 인물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2차 창작 문화는 실제 아이돌 산업을 부흥시키기 때문에 소속사나 해당 인물 본인들은 이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묵인해왔다. 심지어 슈퍼주니어동방신기와 같은 2세대 아이돌들은 직접 팬픽 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했다.[1]

남초 커뮤니티들에서는 팬으로서 작성한 팬픽보다는 '야설'이 유행한 바 있다. 소라넷 등지의 남초 사이트에서 유행한 '여자연예인 야설'이 그것이다. 이것 역시 실존인물을 대상으로 하므로 알페스에 포함된다. 디시인사이드에 유명 '야설'의 제목을 검색하면 "소라넷의 연예인 팬픽 넘칠 때가 그립다", "(해당 야설은) 야설계의 띵작", "야설 올타임 레전드", "양아치의 좆물받이가 된 여고생" 등의 게시물이 검색된다.

반응

  • 래퍼 스윙스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팬픽을 캡처해 올리며 '이거 아이돌분들이나 배우분들만 올라가는 거라며? 호오 짜식들이'라는 코멘트를 단 적이 있다.

비판

일단 알페스 문화는 팬덤 문화 내에서도 찬반이 계속되어온 문화로서, '수위만 아니면 된다', '동성 로맨스만 아니면 된다', '로맨스만 아니면 된다', '2차 창작 자체가 무례고 범죄다' 등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해왔다. 사실 비율상으로는 많은 팬들이 알페스를 좋아하지 않으며 트위터 등지의 팬덤 SNS 프로필에 '알페스 안 받아요'라고 적어둔 유저들이 그런 팬들이다. 또한 알페스를 창작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알페스 창작물을 양지로 끌고 나오는 것은 금기시한다.

고수위 알페스가 소속사들에 의해 묵인되고 있지만 소속사가 갑의 역할을 쥐고 있는 한국 아이돌 산업에서 아이돌들에게 원하지 않는 것을 말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이 주어지고 있는지는 고민해보아야 한다. 해당 인물에 대한 알페스 창작이 더 활발해질수록 부와 인기를 더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애당초 그 모든 산업의 구조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고 동의하고 진입하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계약서가 있음에도 불공정계약은 여전히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실제 피해 당사자가 구체적인 경험, 상황, 감정을 어떻게 의미화하느냐이다.

불법성

고수위 알페스 창작물의 경우, 당사자가 실존하는 상황에서 동의 없이 이들을 왜곡된 시선으로 2차 창작하고 성적으로 소비한다는 점에서 성희롱이나 모욕이라고 할 만한 여지가 있다.

  • 변호사 허윤은 "성적인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이나 그림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문제로 삼는다면 성범죄특별법으로 처벌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발언했다.[2]
  • 변호사 장윤미는 "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고 수위가 다소 높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만으로는 성범죄로 의율해서 처벌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모욕죄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선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라고 발언했다.[2]
  • 변호사 송혜미는 "(처벌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댓글에 달린 성희롱적 발언 같은 경우에도 저희가 당사자의 위임을 받아서…."라고 발언했다.[2]

다만, 해당 혐의 모두 피해자인 아이돌이나 소속사가 고소나 처벌 의지를 밝히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없다.[2]

반박

  • "알페스는 전부 고수위이고 동성애물이어서 실존 인물의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유발한다"
    • 모든 알페스 문화가 해당 인물을 성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팬픽'의 수위는 창작물에 따라 제각각이다. 대다수 아이돌 그룹 내 멤버들 간의 로맨스를 그리지만 그 형태가 반드시 성적인 표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팬들이 이입하기 좋은 가상의 주인공과 아이돌 그룹 멤버 간의 로맨스를 그리기도 한다.[3]
    • 알페스가 전부 동성애물이 아닐 뿐더러, '동성애물이어서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유발한다'라는 논리는 동성애혐오이다. 이성애물은 덜 불쾌하고 동성애물은 더 불쾌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실제로 그렇게 느낀 피해자이지, 피해자의 감정을 자신의 동성애혐오에 맞추어 해석하는 제삼자가 아니다.
  • "실존인물에 대한 왜곡이다"
    • 팬픽은 어디까지나 재창작물이기 때문에 이름과 이미지를 차용해 올 뿐, 사실상 그 안에서는 팬들의 상상을 입힌 전혀 다른 캐릭터로 뒤바뀐다고 봐도 무방하다.[3] 예를 들어 사실을 적는 매체인 신문기사가 아이돌 가수를 갱단 두목으로 묘사하는 것은 왜곡이지만, 모두가 창작물임을 알고 있는 컨텐츠에서 아이돌 가수를 갱단 두목으로 묘사하는 것은 2차 창작의 영역이다.
  • "여성판 엔번방이다"
    • 엔번방은 사람을 실제로 성착취한 사건이다. 알페스와는 근본적으로 비교될 수 없다. 엔번방이 아닌, 지인제보교사 채널등의 텔레그램 성착취로 범위를 확대해도 마찬가지다. 다음을 참고할 것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
    • 이 논리는 여성혐오를 정당화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맨박스를 역차별이라고 칭하며, 여아낙태, 성범죄, 유리천장, 유리절벽, 여성표적살인(페미사이드), 조직적이고 사회적인 객체화와 성적 대상화, 독박 가사노동, 성별임금격차, 꾸미기 노동 등 물리적 공간에서까지 여성을 위협하는 여성혐오와 동치하는 꼴과 다를 바 없다. 다음을 참고할 것 이성혐오
    • 또한 고수위 알페스는 남성들도 다수 작성하고 공유해왔다. 일례로 소라넷에서 쓰이고 알음알음 퍼져나간 연예인 팬픽들이 있다.
  • 기타
    • 팬픽에서 알페스로 이어져 온 이런 팬덤 내 문화가 소속사와 연예인에 의해 허용되어왔으며, 그게 인기와 성공의 척도이기도 하다는 의견이 있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 2세대 아이돌은 활동 기간 동안 소속사가 직접 팬들을 상대로 ‘팬픽 공모전’을 열기도 했으며 2.5세대 이후의 아이돌 소속사도 악플은 고소해도 고수위 알페스를 고소하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소속사 관계자는 알페스를 제재하는 것보다 연예인들에게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성희롱, 모욕 악플을 취합해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게 더 도움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4]

BL

참고로 여성들이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지 않고, 그룹 내 멤버를 엮어 동성 커플로 만드는 문화는 BL에 대한 여성들의 선호와 관련이 있다. 다음을 참고할 것 BL 여성과 남성이 등장하는 기존의 이성애 로맨스물이나 포르노는 그만큼 자신의 성별로 이입하기에 더 좋다. 그러나 가상의 인물에 나를 이입하게 되면, "여성"이라는 성별로 겪는 현실이 같이 따라들어오는데, 여성이 강간당하거나 일방적으로 성적으로 도구화되는 미디어와 실제 사건들을 보며 자라온 여성들은 창작물에 여성으로 이입할 때 현실을 떨쳐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BL의 경우 등장인물이 자신과는 다른 성별로, 완전히 이입할 수 없게 제한 장치를 둠으로써 거리를 둘 수 있다. 즉 필요할 때는 원하는 인물에 이입하되, 위협이 될 경우 이는 절대 현실로 구현될 수 없다는 브레이크가 작동하여 여성은 창작물이 투사하는 공격에서 회피할 수 있다. 여성들이 게이 포르노를 즐겨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건사고

알페스 공론화 사건

알페스 공론화 사건은 아이돌 및 연예인 팬 활동의 일종인 알페스 문화가 2021년 1월 공론화되고, 이것이 페미니즘 이슈 및 온라인 커뮤니티 간 갈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출처

  1. 김소라 기자 (2006년 2월 1일). “제1회 동방신기 팬픽 공모전 개최”. 《스포츠조선》. 
  2. 2.0 2.1 2.2 2.3 손기준 기자 (2021년 1월 12일). “과한 수위 '알페스' 논란…법적 처벌엔 의견 분분”. 《MBN》. 
  3. 3.0 3.1 유원정 기자 (2020년 4월 26일). “팬픽이 '성범죄'와 동급? n번방 본질 흐리기”. 《노컷뉴스》. 
  4. 온라인 기사 (2021년 1월 11일). “‘그레이 존’된 알페스, 제재할 필요 못 느끼는 소속사 탓?”. 《일요뉴스》.